IT 일반
‘경영 쇄신’ 브레이크 풀고 ‘성장 페달’ 밟은 카카오 김범수 [카카오의 AI 배수진]③
- 김범수, 2년 만에 현장 경영 재개
컨트롤타워 축소, 신사업에 ‘힘’
‘실적 신기록’ 정신아 연임 순항
오픈AI 이어 구글 AI 파트너로
[이코노미스트 정길준 기자]
카카오가 ‘비상 경영’의 마침표를 찍고 다시 성장 엔진을 가동한다. 그동안 카카오를 옥좼던 ‘쇄신’ 키워드 대신 ‘실행’과 ‘확장’을 전면에 내세웠다. 사법 리스크에서 벗어나고 있는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센터장)도 모처럼 현장 경영에 나서며 회사의 변화에 힘을 싣고 있다.
김 센터장은 지난해 10월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혐의에 대해 1심 무죄 판결을 받은 이후 현장 행보를 2년 만에 재개하며 업계의 이목을 끌었다. 김 센터장은 지난 1월 15일 경기도 용인시 카카오 인공지능(AI) 캠퍼스에서 열린 그룹 신입 공채 교육 현장에 깜짝 방문했다. 구속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건강상의 이유로 잠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있었는데, 이번에 신입 크루들과 즉석 문답을 주고받고 셀카 촬영 요청에 일일이 응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이 자리에서 김 센터장은 “AI 시대는 위기이자 기회”라며 “무엇이 바뀌고 또 바뀌지 않을지를 정확히 짚어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법 리스크에 발을 묶이기보다 미래 세대인 신입 크루들을 직접 챙기며 경영 전면 복귀를 위한 ‘워밍업’을 마친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주요 경영진이 직원 교육 현장을 찾는 것이 놀랄 만한 일은 아니지만, 이번처럼 회사 차원에서 홍보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며 “병세가 악화한 것 아니냐는 소문을 불식시키고 존재감을 과시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돌아온 김범수의 ‘벤처 DNA’
앞서 카카오는 조직 구조도 ‘방어’에서 ‘공격’으로 완전히 바꿨다. 그룹의 컨트롤타워인 CA협의체 인력은 기존 150명에서 50명 수준으로 3분의 1이나 축소하는 강수를 뒀다. 기존의 복잡했던 4개 위원회 체제를 해체하고, 투자·재무·인사 중심의 ‘3개 실, 4개 담당’ 구조로 재편했다. 비대해진 관리 조직이 계열사의 의사결정을 늦추지 않도록 불필요한 행정 절차를 걷어내고 실무 실행력을 극대화했다.
이번 개편은 ‘신사업 집중’에 초점이 맞췄다. 과거 CA협의체가 계열사의 리스크 관리와 준법 감시라는 그물망의 역할에 치중했다면, 새로운 3개 실 체제는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한 ▲중장기 투자 ▲재무 전략 수립 ▲인사 시스템 고도화로 각 계열사가 신사업에만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 관리의 시대를 지나 카카오 특유의 ‘벤처 DNA’를 깨우기 위한 역량을 결집한 셈이다.
이런 파격적인 조직 슬림화는 정신아 카카오 대표가 신년사에서 천명한 ‘응축에서 증폭으로’라는 기조를 구체화했다. 정 대표는 “지난해는 내실을 다지고 시스템을 정비하며 그룹의 역량을 핵심 중심으로 모아온 응축의 시간이었다”며 “이제는 응축된 에너지를 바탕 삼아 성장으로 기어를 전환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과거의 성공 방정식에 안주하지 않고 AI를 각자의 역량과 아이디어를 증폭시키는 창의적 승수로 삼아 1+1이 2를 넘어서는 담대한 도전을 이어가자”고 당부했다. 더는 쇄신이라는 이름 뒤에 숨지 않고, 본격적으로 ‘돈 버는 카카오’의 저력을 증명하겠다는 복안이다.
다만 김 센터장의 경영 복귀 행보와 카카오의 조직 개편 이면에 여전히 풀지 못한 숙제가 남아있다. 1심 무죄 판결 이후 약 5개월 만에 항소심 재판이 시작된다. 1차 공판준비기일은 오는 3월 20일이다. 이윤식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가 1심 때와 마찬가지로 김 센터장을 대리한다. 검찰은 1심 재판부가 주요 증인의 진술을 신뢰하지 않은 점을 집중 공략하며 유죄 입증을 위한 총공세를 예고하고 있다. 1심 판결 당시 검찰은 시세조종을 상의한 카카오 관계자들의 메시지와 통화 녹음 등 객관적 증거와 수사 대응 논리를 짜며 입을 맞추는 내용의 통화 녹음 등이 고려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업계는 김 센터장의 최근 행보를 전략적 판단으로 보고 있다. 항소심을 목전에 둔 시점에 대대적인 조직 슬림화와 신입 크루 대상의 공개 행보를 감행한 것은, 재판 결과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가야 할 길을 가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명이라는 분석이다. 1심 승소에 따라 최종심까지 가더라도 유죄 판결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희망도 일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실적 신기록’ 운전대 꽉 잡은 정신아
결국 카카오와 김 센터장에게 확실한 위기 돌파 카드는 ‘실적’이다. 쇄신 기구를 대폭 줄이고 실무와 신사업 중심의 체제로 전환한 만큼, 성장 엔진이 정상화됐다는 메시지가 절실하다. 재판이 다시 시작되기 전에 금이 간 대외 이미지도 회복해야 한다.
다행히 시작이 좋다. 카카오는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쓰며 퀀텀 점프를 예고했다. 지난해 창사 이래 처음으로 연간 매출 8조원을 돌파했다. 연간 영업이익도 732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두 자릿수(13%) 매출 성장을 과시한 플랫폼 부문을 비롯해 커머스와 플랫폼 기타(모빌리티·페이 등) 부문의 고른 성장세가 눈에 띄었다.
여기에 글로벌 AI 파트너십도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 최초로 오픈AI와 전략적 제휴를 체결했던 카카오는 구글과도 손을 잡아 시장을 놀라게 했다. 정 대표는 2월 12일 열린 실적 발표회에서 “디바이스 경험 측면에서는 구글과, B2C(기업-소비자 거래) 측면에서는 오픈AI와 각각 협력해 나가면서 서로 중복되지 않는 영역에서 파트너십을 구축할 계획”이라며 “AI 전 레이어를 효율적으로 커버하고 직접 투자는 최적화하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이제 업계의 시선은 김범수표 ‘미래 비전 설계’와 정신아의 ‘강한 실행력’이 맞물린 투트랙 경영 체제의 안착으로 향하고 있다. 그 핵심 고리는 정 대표의 연임이다. 2024년 3월 취임해 카카오의 쇄신 작업을 진두지휘해 온 그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오는 3월 26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연임 여부가 최종 결정되는데, 업계는 정 대표의 연임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정 대표는 “올해를 AI 수익화의 원년으로 삼아 사업 기반을 구축하고 내년부터는 유의미한 매출을 창출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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