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일반
서른 살 ‘다음’의 도전… 카카오는 ‘검색 유산’ 도려내고 AI 수혈 [카카오의 AI 배수진]②
- 다음 주인 카카오→ 업스테이지로
카카오, 지분 혈맹으로 AI 우군 확보
업스테이지, 고품질 데이터로 체급↑
처우 유지 요구하는 직원 설득 과제
[이코노미스트 정길준 기자]
국내 1세대 포털의 상징 ‘다음’이 새로운 주인을 맞는다. 카카오는 검색 기반 플랫폼 시대와 작별하고, ‘인공지능(AI) 엔진’을 수혈받는 장기 이식 수술을 단행했다. AI 스타트업 업스테이지는 다음이 30년간 축적한 데이터를 확보해 ‘국민 AI 비서’로 도약할 발판을 마련했다.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와 업스테이지는 포털 다음 운영사 AXZ 인수를 위한 본격적인 실사 절차에 돌입했다. 다음이 보유한 방대한 데이터의 가치를 측정하고, 인수 후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걸러내는 검증 단계가 될 전망이다.
AXZ 모회사인 카카오는 업스테이지와 지난달 주식 교환 거래 등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바 있다. 카카오가 보유한 AXZ 지분을 업스테이지에 이전하고, 업스테이지의 일정 지분을 카카오가 취득하는 것이 골자다. 이번 거래가 마무리되면 카카오는 흡수 합병한 지 12년 만에 다음과 결별한다.
카카오-다음, 12년 만에 결별
애초 카카오는 다음을 매각할 계획이 없었다. 카카오톡의 ‘국민 메신저’ DNA를 이식해 네이버와 구글에 빼앗긴 입지를 되찾기 위한 처절한 노력을 이어왔다.
지난 2023년 5월에는 다음사업부문을 사내독립기업(CIC)으로 재편했다. 신속하고 독자적인 의사결정 구조를 확립해 콘텐츠 유통 플랫폼으로 키우기 위해서였다. 이를 기점으로 카카오가 다음과 심리적 거리두기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후 카카오는 숏폼 트렌드에 대응해 모바일 다음에 전용 탭을 신설하고, 콘텐츠 큐레이션과 커뮤니티 기능을 강화했다. 개인 맞춤형·생활 밀착형 콘텐츠를 전면에 배치하는 9년 만의 대대적인 앱 개편도 했다.
하지만 한번 굳어진 점유율을 뒤집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웹 분석 서비스 인터넷 트렌드 기준 다음의 검색 점유율은 지난해 1월 평균 2.78%에서 올해 1월 평균 2.74%로 오히려 하락했다. 같은 기간 네이버는 64.49%에서 63.62%로 과반을 유지했고, 구글은 26.77%에서 29.19%로 상승했다. 카카오의 플랫폼 매출에서 다음이 차지하는 비중은 7~8%대로 존재감이 갈수록 약해지고 있다.
결국 카카오는 CIC 출범 2년 만에 100% 자회사로 다음을 분사했다. ‘시작(A)과 끝(Z)을 연결하는 무한한 가능성’이라는 의미의 AXZ라는 사명을 붙였다. 독립 경영을 강화하겠다는 명분이었지만, 이용약관에서 ‘카카오’가 빠지고 ‘AXZ’가 들어가면서 카카오의 색이 완전히 빠졌다.
두 회사의 거래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거래 방식이다. 일반적인 인수·합병(M&A)의 현금 매각이 아닌 지분 교환을 택했다. 카카오는 따로 돈을 들이지 않고 업스테이지의 지분을 확보해 강력한 AI 우군을 확보하는 영리한 선택을 했다.
업계 관계자는 “매각 계획 없이 발전 방향을 모색하던 AXZ도 여러 제안을 받다 보니 업스테이지에 합류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카카오 역시 경영 효율화 차원에서 고민했던 것 같은데, 이 두 가지 상황이 부합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네이버에서 AI 개발을 총괄하던 김성훈 대표가 2020년 창업한 업스테이지는 누적 투자액만 2000억원을 넘어섰다. 자체 개발한 거대언어모델(LLM) ‘솔라’는 세계 최대 머신러닝 플랫폼 허깅페이스의 성능 평가에서 오픈AI와 메타·알리바바의 모델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한 적도 있다. 업계에서는 이처럼 ‘한국판 오픈AI’로 불리는 업스테이지의 기업 가치를 최소 2조원 이상으로 보고 있다.
카카오는 업스테이지와의 혈맹으로 경쟁사에 뒤처진 AI 시장에서 반등을 노린다. 다음 뉴스·카페·티스토리 등 고품질 데이터를 학습해 업스테이지의 LLM 기술력을 고도화하고, 그 기술력을 다시 카카오톡 AI 비서 ‘카나나’에 이식하는 선순환 구조가 유력하다. 카카오는 올 1분기 중 카카오톡 안에서 카나나가 ▲일정 관리 ▲정보 안내 ▲장소·상품 추천 등을 돕는 AI 서비스 ‘카나나 인 카카오톡’을 론칭할 예정이다.
또 카카오는 다음을 보내면서 정치적 중립성 이슈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포털 뉴스 편집권은 카카오 경영진에게 독이 든 성배나 다름없었다. 선거철만 되면 ‘좌파 성향 포털’이나 ‘여론 조작’이라는 키워드에 시달려야 했다. 한 여당 의원이 다음 메인화면에 야당 원내대표의 연설 기사가 뜨자 ‘카카오 들어오라 하세요’라고 메시지를 보내는 장면이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여전히 매력적인 다음의 데이터
기업공개(IPO)를 노리는 업스테이지도 다음을 인수해 단기간 안에 체급을 키울 것으로 기대된다.
업스테이지는 네이버클라우드와 NC AI를 제치고 정부가 추진 중인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의 1차 평가를 통과했다. 소버린(주권) AI 실현을 위한 기술력을 인정받았지만, 2차 평가를 겨루는 LG AI연구원과 SK텔레콤 대비 인프라 경쟁력과 컨소시엄 규모에서 다소 밀린다는 평가가 있었다. 그런데 다음이라는 거대한 데이터 도서관을 통째로 품어 자사 AI의 지능을 다음 단계로 끌어올리는 승부수를 뒀다.
다음의 기업 가치는 20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1995년 설립해 1997년 국내 최초 웹 메일 한메일을 시작으로 온라인 커뮤니티 대중화를 이끈 카페 등에서 쌓아온 독보적인 데이터 자산과 충성도 높은 이용자 저변이 높게 평가받은 결과다.
김성훈 업스테이지 대표는 “업스테이지의 AI 기술과 전 국민 사용자 기반을 보유한 다음이 결합할 경우 더 많은 이용자가 손쉽고 자연스럽게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두 회사는 다음의 인수 완료 전 노조를 설득해야 하는 과제를 안았다. AXZ 직원들은 스타트업인 업스테이지로의 승계 과정에서 발생할 처우 저하와 고용 불안을 우려하고 있다.
서승욱 카카오 노조 지회장은 “카카오가 진정으로 사회적 신뢰를 회복하고자 한다면 불투명한 매각이 아니라 함께 땀 흘려온 조합원들의 고용 안정을 위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우리의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모든 수단을 동원해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매각 추진 배경·향후 계획 공유 ▲고용 승계·처우 유지 ▲장기적 고용 안정 대책을 요구했다.
이와 관련해 카카오 측은 “노조와 성실히 소통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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