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일반
증권사들, '연 1조원 전산 시스템 투자'하고도…장애는 여전
- [증권사 전산 오류의 민낯] ②
거래량 늘면 전산부하↑…투자만큼 효과 미미
제도적 정비 필요…“예방 시스템 제도화 필요”

[이코노미스트 송현주 기자] 증권사들은 홈트레이딩시스템(HTS),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등 고객 플랫폼 안정성을 위해 매년 전산 시스템 투자비용을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시스템 장애는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문제 해결을 증권사에만 맡기는 것보다 시스템의 ‘구조적 투명성’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전산운용비 매년 증가…1조원 육박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의 전산투자비용은 ▲2022년 7800억원 ▲2023년 8500억 원 ▲2024년 9600억원으로 3년 연속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에 비례해 같은 기간 하루 평균 주식 거래대금은 2022년 약 16조원에서 2024년 23조원 수준으로 늘었다. HTS·MTS 등 디지털 채널에 과부하가 생기면서 증권사들은 ▲서버 이중화 ▲실시간 처리 시스템 확충 ▲프로그램 검증 고도화 등의 대응책을 마련하느라 수천억원을 투자하고 있다.
이와 함께 ▲AI 기반 투자 시스템 ▲실시간 데이터 분석 ▲ESG 기반 리스크 관리 솔루션 도입 등이 맞물리면서 전산 투자 비용은 갈수록 더 늘어나고 있다. 특히 ▲챗봇 ▲리서치 자동화 ▲AI 추천 종목 기능 등 AI 기반 시스템을 속속 도입하면서 전산시스템 투자 비용도 확대되고 있다. 단순 주문 체계뿐만 아니라 고객 맞춤형 리포트과 빅데이터 기반 포트폴리오 기능까지 HTS·MTS에 연동되며 백엔드 시스템의 복잡도가 급증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 때문에 증권사들의 올해 연간 기준 전산운용비가 1조원을 돌파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이전에는 ‘장애만 없으면 된다’는 수준이었다면, 이제는 ▲UI 반응 속도 ▲체결 속도 등도 민원 요인이 된다”며 “특히 최근 수요가 급증한 연금저축·ISA 계좌도 모두 MTS 기반이라 거래 혼잡 시간대는 병목이 심각하다”고 전했다.
전산운용비 지출 규모는 증권사의 규모에 따라 차이가 있다. 올해 1분기 기준 주요 증권사 전산투자비는 ▲삼성증권 267억원 ▲미래에셋증권 230억원 ▲KB증권 189억원 ▲신한투자증권 128억원 ▲NH투자증권 95억원 ▲하나증권 84억원 ▲한국투자증권 85억원 ▲토스증권 70억원 ▲키움증권 301억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키움증권은 1분기만에 300억원 이상을 전산에 투입해 경쟁사 대비 1분기에서 가장 많은 비용을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2025년 4월 초 이틀간 대규모 장애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1만8000건이 넘는 민원이 발생했다. 전산시스템 투자에 대한 실효성이 의심받는 이유다.

TF 구성하고 투자 늘리지만…투자자 반응은 냉담
전산시스템 투자 효과에 의문이 제기되자 일부 증권사들은 후속 TF 구성 및 중장기 개선안을 발표하고 있다. 메리츠증권은 올 1분기 전산 민원이 폭증하자 ‘해외주식 서비스 안정화 TF’를 가동했다. 2026년까지 200억원 규모의 정보기술(IT) 인프라 투자 계획을 수립했다. 토스증권도 올해 1000억원 이상의 IT 예산을 배정하고, 내부통제 및 자동화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있다. 앞서 NH투자증권은 2023년 해외주식 주문 오류 이후 전산 백업체계를 강화했다. KB증권도 2024년 코스닥 호가정보 지연 사태를 계기로 MTS 시스템을 전면 재정비 중이다.
하지만 많은 증권사들이 사고가 난 후에야 임시적인 대응을 하고 선제적인 리스크 대응 설계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투자자 대응 체감도는 여전히 낮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실제 한 대형 커뮤니티에는 “몇 번을 재설치해도 체결 오류가 뜬다” “주가가 떨어지는 동안 화면만 멈춰 있었다”는 불만이 이어졌다. 특히 MTS 장애는 실시간 반응 속도에 민감한 2030세대에게 더 치명적이다. 일부 투자자는 “3초 지연으로 100만 원 손실 났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는 시스템이 일시적 트래픽 폭증을 감당하지 못하는 구조적 한계라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감독원도 강도 높은 경고를 내놓았다. 올해 1분기 전산 관련 민원이 수천 건에 달하자, 금감원은 “장애가 반복되고 있음에도 구조적 개선이 여전히 미흡하다”면서 “전산사고는 금융소비자의 권익을 직접 침해하는 사안인 만큼, 사후 수습보다 사전 점검과 예방 체계가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증가하는 전산 장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증권사의 ‘내부 통제’로 둘 것이 아니라, 예방 시스템을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예컨대 ‘전산 안정성 인증제’나 ‘사고 발생 시 의무 리포트제’ 등을 도입해 복구 프로세스를 시장에 투명하게 공개하고 점검을 받는 구조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투자자와 시장이 동시에 감시하고 확인하는 제도가 있어야만 증권사의 전산장애 문제를 해결하는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플랫폼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려면 민원 대응 이전에 시스템의 ‘구조적 투명성’부터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결국 전산 시스템 문제는 단순한 기술적 오류가 아닌 투자자 보호와 직결된 신뢰의 문제”라며 “예산을 얼마나 썼는가보다 중요한 것은, 실제로 투자자가 얼마나 안정적 거래 환경을 체감하고 있느냐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수천억원이 투입되고도 여전히 반복되는 장애는 투자자 불안과 플랫폼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며 “지금 필요한 건 더 많은 예산이 아니라, 보다 정교한 설계와 선제적 대응, 그리고 시장 전체가 납득할 수 있는 시스템 신뢰 회복 방안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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