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면 싼타페 아닌가?”…확 커진 신형 투싼, 달려보니 [타봤어요]
- 7단 DCT 대신 8단 자동변속기 적용
뒷문 83도 개방·차음 유리 2열까지 확대
[이코노미스트 박세진 기자] 이전 모습을 찾기 어렵다. 차체는 커졌고, 얼굴은 더 각졌다. 뒷좌석과 트렁크는 넓어졌고 뒷문은 10도 더 열린다. 변속기와 서스펜션도 손봤다. 차 안에는 17인치 대화면과 생성형 인공지능(AI)이 들어왔다. 출시 22년 만에 5세대로 거듭난 현대자동차 투싼은 ‘로고 빼고 다 바꿨다’는 말이 과하지 않을 만큼 곳곳이 달라졌다.
투싼은 2004년 처음 출시된 이후 지난해 현대차그룹 SUV 최초로 글로벌 누적 판매 1000만대를 넘어섰다. 현대차는 5세대 완전변경 모델 ‘디 올 뉴 투싼’을 내놓으며 디자인·파워트레인·공간·승차감·정숙성·안전·디지털 경험까지 차량 전반을 손봤다. 준중형 SUV를 넘어 패밀리 SUV로 거듭났다는 평가다.
몸집부터 AI까지…뭐가 달라졌나
지난 7일 디 올 뉴 투싼 1.6 터보 가솔린 모델을 경기도 고양시에서 김포시까지 약 100㎞ 몰아봤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외관이다. 현대차의 디자인 언어 ‘아트 오브 스틸’을 바탕으로 길고 넓은 클램쉘 타입 후드와 볼륨을 키운 리어 펜더를 적용했다. 이전보다 각을 세우고 차체의 덩어리감을 강조해 한층 박시한 인상을 냈다.
현대차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사이드 아우터에 기존보다 약 3배, 후드에 약 5배 많은 성형 해석을 실시했다. 철판을 여러 방향으로 당기는 ‘다방향 인장 제어 기술’과 형상을 단계적으로 만드는 ‘다단 성형 공법’ 등을 적용해 디자인의 볼륨은 살리면서 균열과 주름은 억제했다. 디자인을 바꾸기 위해 철판을 찍어내는 방식까지 다시 손본 셈이다.
차체도 커졌다. ▲전장 4700㎜ ▲전폭 1905㎜ ▲전고 1685㎜ ▲휠베이스 2785㎜로 기존보다 각각 ▲60㎜ ▲40㎜ ▲20㎜ ▲30㎜ 늘었다. 한 체급 위인 5세대 싼타페와 비교해도 차이가 크지 않다. 싼타페보다 전장은 130㎜ 짧지만 전폭은 오히려 5㎜ 넓다. 휠베이스 차이는 30㎜에 불과하다.
뒷문도 더 크게 열린다. 2열 도어에는 와이드 오픈 힌지를 적용해 최대 개방 각도를 기존 73도에서 83도로 키웠다. 카시트에 아이를 태우거나 부피가 큰 짐을 넣고 빼기 한결 수월한 구조다. 트렁크 역시 1.6 터보 가솔린 기준 622L에서 645L로 23L 늘었다. 하이브리드는 610L에서 639L로 29L 커졌다.
하체도 손봤다. 차체와 서스펜션이 연결되는 부분을 보강하고 뒤쪽에는 차체 움직임을 잡아주는 지지대를 새로 넣었다. 충격을 흡수하는 쇽업소버도 새로 적용해 노면에서 올라오는 충격과 흔들림을 줄였다. 차체가 비틀리거나 휘는 힘을 견디는 강성도 기존보다 각각 20.7%, 34.5% 높였다.
실제 승차감은 부드러웠다. 디 올 뉴 투싼 개발진은 편안함을 10점 만점으로 봤을 때 4세대 투싼이 5.5 수준이었다면 5세대는 약 7 정도로 세팅했다고 설명했다. 강인해진 외관과 달리 주행감은 ‘컴포트’ 쪽에 무게를 둔 셈이다. 외관만 보고 단단한 승차감을 예상했다면 의외로 느껴질 수 있다. 개발진이 처음부터 의도한 방향이다.
정숙성도 강화했다. 기존 1열에만 적용했던 차음 글라스를 2열까지 확대하고 1열 측면 유리 두께도 1㎜ 늘렸다. 엔진룸과 실내 사이 차음층 면적은 기존보다 약 51% 확대했다. 풍절음이나 노면 소음은 크게 거슬리지 않았다.
차 안도 크게 달라졌다. 17인치 센터 디스플레이에는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플레오스 커넥트’를 적용했다. 더 뉴 그랜저와 디 올 뉴 아반떼에 이어 투싼에도 탑재됐다. 현대차 SUV로는 최초다. 생성형 AI 기반 ‘글레오 AI’를 통해 정해진 명령어 대신 일상적인 대화로 차량 기능을 조작할 수 있다.
투싼 고유의 경쾌함은 점차 흐려져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1.6 터보 가솔린 모델의 가속 성능이다. 가속 페달을 깊게 밟자 엔진 회전수가 빠르게 올라가면서 엔진음이 실내로 크게 들어왔다. 특히 페달을 끝까지 밟았을 때는 엔진이 다소 힘겨워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소리는 커졌지만 차가 그만큼 빠르게 치고 나간다는 인상은 약했다.
1.6 터보 가솔린 모델은 대용량 터보차저를 적용해 최고출력을 기존보다 13마력 높인 193마력으로 끌어올렸다. 변속기도 기존 7단 더블클러치변속기(DCT)에서 8단 자동변속기로 바꿨다. 그러나 실제 주행에서는 수치만큼의 힘이 체감되지는 않았다.
천천히 부드럽게 주행하거나 일상적인 이동이 목적이라면 크게 문제 될 부분은 아니다. 다만 빠른 가속감이나 운전의 재미를 중시한다면 아쉬울 수 있다. 가속 페달을 거칠게 밟을수록 엔진음이 커지면서 평소의 정숙한 분위기도 깨졌다.
뱅앤올룹슨 사운드 시스템은 기대만큼 인상적이지 않았다. 음질이 부족하다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뚜렷한 차별점은 느끼기 어려웠다. 다방면으로 진일보한 것은 사실이지만, 주행 중 음악 듣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면 이 점은 아쉬움으로 다가올 수 있다.
직접 타보면 5세대 투싼이 향하는 방향을 단번에 알 수 있다. 세대를 거듭할수록 투싼은 준중형 SUV를 넘어 가족이 함께 타는 차로 성격을 다듬어왔다. 이번 5세대 역시 그 흐름을 이어간다. 달리는 재미를 앞세우기보다는 넉넉한 공간과 편안한 승차감, 일상에서의 활용성을 키우는 데 초점을 맞췄다. 투싼은 조금씩 ‘완성형 패밀리 SUV’에 가까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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