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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올인으로 1000만명 모았지만…티빙·쿠팡 ‘비시즌 전쟁’
- [스포츠가 삼킨 OTT]①
KBO 품은 티빙·해외축구 키운 쿠팡플레이
특수 뒤편 경기 취소·비시즌 딜레마 직면
[이코노미스트 정길준 기자] 국내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들이 수백억원대의 비용 부담에도 이용자 유입 효과가 확실한 스포츠 생중계권을 핵심 무기로 삼은 분위기다. 이제는 경기가 끝난 뒤의 빈자리를 메울 콘텐츠 배치 전략이 OTT 생태계의 새로운 생존 법칙으로 부상하고 있다.
티빙의 모회사 CJ ENM은 9월 한국야구위원회(KBO)와 2027년부터 2031년까지 독점 유무선 중계권 본계약을 체결하고 장기 동행 체제에 돌입한다. 콘텐츠 제작비가 폭등하는 상황에서 스포츠 중계는 짧은 기간에 폭발적인 이용자 유입과 높은 체류 시간을 끌어내는 확실하고 안정적인 카드이기 때문이다.
티빙은 지난 2024년부터 이어온 KBO와의 동행 효과를 톡톡히 봤다. 올해 2분기 CJ ENM 미디어플랫폼 부문은 매출 3800억원, 영업이익 110억원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미디어플랫폼의 실적을 견인한 티빙은 매출 1407억원을 달성하며 전년 동기 대비 41.4%의 외형 성장을 이뤄냈다.
유료 가입자 수는 전년 대비 24.7% 증가했고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970만명에 도달했다. 이러한 티빙의 성과는 2026시즌 KBO리그의 흥행 열풍과 궤를 같이한다. 올해는 역대 최소 경기인 565경기 만에 1000만 관중을 돌파했다.
쿠팡플레이 역시 스포츠 콘텐츠에 공을 들이고 있다.
모바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에 따르면 쿠팡플레이의 지난 8월 MAU는 952만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특히 중계권을 보유한 스페인 라리가와 독일 분데스리가,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등에서 뛰는 코리안 리거들의 활약에 힘입어 축구 팬들을 대거 끌어모으고 있다.
손흥민이 MLS의 LAFC로 이적해 활약을 이어가는 것과 더불어, 파리 생제르맹에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로 둥지를 옮긴 이강인이 라리가 데뷔전부터 골을 터뜨리며 새로운 흥행 엔진으로 떠올랐다. 여기에 독일 바이에른 뮌헨의 김민재는 물론, 최근 샬케04로 깜짝 임대 이적한 황희찬까지 가세하면서 축구 팬들의 시선을 집결시키고 있다.
중계권 획득은 시작일 뿐
하지만 스포츠 생중계만으로 OTT 플랫폼의 가입자 기반이 유지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플랫폼이 통제할 수 없는 변수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최주희 티빙 대표는 최근 사이버 침해사고 설명회에서 “7~8월 MAU 감소에는 콘텐츠 공백뿐 아니라 KBO리그의 우천 및 폭염으로 인한 경기 취소가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여기에 스포츠 콘텐츠는 다시 시청되는 비중이 작아 경기가 취소되거나 끝나는 순간 가치가 급격히 휘발되는 특징이 있다. 겨울철 비시즌에 가입자들이 이탈하는 딜레마를 극복하는 것이 필수적 과제로 꼽힌다.
티빙 관계자는 “스포츠 중계만 잘한다고 OTT가 유지되는 것은 아니며 매일 접속해서 볼거리가 있는 일상화 플랫폼으로서의 평균 일간 활성 이용자 수(DAU) 관리가 핵심”이라며 “야구 시즌이 끝나는 비시즌에는 ‘환승연애’나 ‘친애하는 X’ 같은 오리지널 및 수급 콘텐츠를 촘촘하게 배치해 가입자 이탈을 안정적으로 방어하는 전략을 실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포츠 중계권을 발판 삼아 플랫폼 경쟁력을 높이는 과정에서 쿠팡플레이와 티빙의 사업 구조적 차이도 눈에 띈다. 두 플랫폼 모두 스포츠 라이브 투자를 대폭 늘리고 있지만, 수익을 창출하고 충격을 흡수하는 배후 생태계의 성격이 다르기 때문이다.
쿠팡플레이는 50개 이상의 스포츠 리그 및 대회 중계권을 운용하며 막대한 중계권료를 지출하고 있다. 쿠팡은 스포츠 콘텐츠를 마중물 삼아 고객을 와우 멤버십에 가두고, 본업인 이커머스와 로켓배송에서 실질적인 가치를 창출하는 통합 생태계로 작동한다.
쿠팡플레이 관계자는 “단순 중계권 확보전이 아니라 4K 시청 환경 제공, 쿠팡플레이 시리즈를 통한 현장 직관 혜택 등 차별화된 퀄리티를 선보인 덕분에 ‘스포츠 패스’에 대한 구독자 만족도도 높게 유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티빙은 오직 콘텐츠 구독료와 광고 수입만으로 수익성을 증명해야 하는 ‘순수 OTT’다. 5개년 KBO리그 독점 유무선 중계권은 연평균 9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스포츠로 유입된 타깃층을 오리지널 드라마와 예능으로 끊임없이 연계시켜 유료 구독을 유지시키는 고도화된 콘텐츠 편성 기술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
스포츠 록인·연계 콘텐츠 배치가 생존법
OTT 플랫폼들의 스포츠 올인 전략은 글로벌 시장의 트렌드와도 일치한다. 시장조사기관 모도르 인텔리전스는 2026년 글로벌 OTT 시장 규모가 4005억1000만 달러(약 539조원)에 달하며, 이 중 스포츠 중계권 지출액은 2025년 132억 달러에서 2026년 142억 달러(약 20조원)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일반 엔터테인먼트 콘텐츠의 성장세가 정체된 성숙기 시장에서 라이브 스포츠가 신규 가입자를 끌어들이고 광고 수입을 늘리는 핵심 동력으로 자리 잡았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 역시 스포츠 중계권 투자가 상당한 비용 부담을 동반하지만, 현시점에서 OTT가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성장 전략이라고 평가한다.
노창희 디지털산업정책연구소장은 “콘텐츠 제작비가 천문학적으로 치솟는 상황에서 스포츠 중계권은 이용자들을 플랫폼에 가장 안정적으로 체류하게 만드는 핵심 경쟁력이자 당연한 선택”이라며 “제작비와 중계권료 등 전반적인 비용이 상승하면서 물가 흐름에 맞춘 점진적인 구독료 인상은 자연스러운 수순”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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