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일반
“1.6조 대박” 스페이스X가 갈랐다…미래에셋 1위·삼성증권 5위
- [증권사 실적 지형도]①
2분기 5대 증권사 순익 4조5000억원 역대 최대…증권사 직접 투자도 실력
코스피 상승에 함께 날았던 증권주…투자 열기 식자 직격탄
[이코노미스트 이병희 기자] 올해 상반기 국내 증시에 투자자들이 몰리며 6월 코스피가 9000선을 돌파하자 국내 주요 증권사들이 사상 최고 실적을 올렸다. 국내 5대 증권사로 불리는 미래에셋증권·한국투자증권·NH투자증권·삼성증권·키움증권의 올해 2분기 합산 당기순이익은 4조469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1조7841억원)과 비교해 150.5% 증가한 수치다. 올해 상반기 누적 당기순이익도 7조7635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증권사들의 호실적 배경에는 거래대금 폭증에 따른 브로커리지(주식위탁매매) 수수료 수입 확대와 자산관리(WM) 부문의 호조가 자리 잡고 있다. 코스피가 상승세를 지속하면서 개인 투자자들의 증시 유입이 가속화됐고 신용융자 이자이익과 수수료 이익이 증가하며 실적을 끌어올렸다.
미래에셋 상반기 순익 1위 “이제 증권사도 직접 투자 실력 갖춰야”
미래에셋증권은 올해 2분기 지배주주 순이익 1조9052억원을 기록하며 증권업계 실적 1위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69.4% 증가했다. 증권사 단일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으로 상반기 누적 순이익 역시 2조9702억원에 달했다.
이번 ‘어닝 서프라이즈’의 결정적 동력은 글로벌 우주항공 기업 스페이스X 지분 투자 성공이었다. 미래에셋증권은 이 투자로 1조6242억원의 평가이익을 거뒀다. 이는 2분기 세전이익의 약 64%에 해당하는 규모다. 스페이스X의 성장 가능성에 일찌감치 투자한 결과가 1조원이 넘는 수익으로 나타난 셈이다. 지난해 상반기 한국투자증권에 이어 2위에 머물렀던 미래에셋증권은 이를 통해 리딩증권사 자리를 탈환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이제 증권사가 전통적인 수수료나 리테일 영업에만 의존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혁신 기업에 직접 투자하고 이를 통해 수익을 내는 ‘자기자본 투자 실력’이 경쟁력의 중요한 요소가 됐다”고 말했다.
2위는 한국투자증권으로 9464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키움증권이 3위(6806억원), NH투자증권(4894억원)이 4위에 랭크됐다.
‘고액자산가 57만 명’ 모았지만… 비용에 발목 잡힌 삼성증권
지난해 2분기 순이익 4위였던 삼성증권은 올해 순이익 기준 5위로 순위가 한 단계 밀렸다. 2분기 당기순이익은 4882억원으로 NH투자증권에 4위 자리를 내줬다. 지난해 2분기(2346억원)보다 순이익이 108.1% 늘어났지만, 경쟁사의 폭발적인 성장세에 밀렸다.
삼성증권은 자산 1억원 이상 고액 자산가(HNW) 고객 수 57만 명을 돌파하는 등 리테일 및 자산관리 부문에서는 괄목할 성과를 올렸음에도 일회성 비용 반영과 호실적에 따른 성과급 충당금 증가가 손익을 압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영업력의 문제라기보다 비용 요인이 발목을 잡은 셈이다.
5대 증권사 간 상반기 누적 순이익 역시 한국투자증권 1조7311억원, 키움증권 1조1580억원으로 각각 1조원을 넘겼고, NH투자증권(9651억원)과 삼성증권(9391억원)은 이에 미치지 못했다.
증권사별 주가 추이를 살펴보면, 스페이스X 투자 호재와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한 미래에셋증권이 올해 들어 50% 가까운 주가 상승률을 기록했다. 올해 초 2만3249원에서 출발한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8월 21일 3만4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하지만 다른 4개 증권사의 주가 상승률은 실적과 무관한 모습을 보였다. 주가 상승률 기준 2위는 NH투자증권으로 23.70%를 기록했고 삼성증권(22.02%)이 뒤를 이었다. 한국투자증권의 지주사인 한국금융지주는 14.10% 상승하는 데 그쳤다. 키움증권(-7.43%)은 유일하게 연초보다 낮은 주가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코스피가 64.04% 상승한 것과 비교하면 증권주의 주가 상승률이 상대적으로 부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주목할 점은 코스피 하락 시점에 증권주 타격이 컸다는 점이다.
코스피 하락에 증권주 일제히 내리막
6월 말 코스피 지수가 9100선 고점을 찍은 이후 하락 전환하자 증권주들은 증시보다 훨씬 가파른 조정을 받았다. 8월 21일 기준 코스피는 6912.95로 고점 대비 약 31.8% 하락하는 동안 증권주들은 고점 대비 32~58% 가까이 주가가 내려앉았다.
2분기 스페이스X 평가이익으로 주목받았던 미래에셋증권은 3분기 들어 스페이스X 관련 주가 변동성에 영향을 받았다. 회사 측은 스페이스X 보유 지분을 FVOCI(기타포괄손익-공정가치측정금융자산)로 분류하고 사전 배정 물량에 대한 헤지를 진행해 당기손익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강구했다고 밝혔지만, 시장의 우려를 완전히 해소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지난 5월 6일 8만3800원에 거래됐던 미래에셋증권은 8월 21일 기준 3만4500원을 기록하며 58.83%의 주가 하락률을 기록했다.
고점 대비 하락률을 보면 키움증권(44.69%), 삼성증권(38.46%), 한국금융지주(36.71%), NH투자증권(32.12%) 순으로 코스피보다 더 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코스피가 하락하면서 증시에서 투자자들의 자금이 빠져나갔고, 앞으로 증권사 수익이 올해보다 못할 것이라는 우려에 증권주가 더 큰 타격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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