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일반
“장화 안 사고 0000 산다” 변덕 날씨가 바꾼 '하이브리드' 여름템
- 비 막는 장마템은 옛말
폭염까지 견디는 ‘멀티 기능성’ 소비 확산
[이코노미스트 서지영 기자]
김정미 씨(22)는 최근 서울 동대문 평화시장에서 젤리슈즈 한 켤레를 구매했다. 장마철을 대비해 신발을 찾던 중이었지만, 선택한 것은 장화가 아니었다. 김 씨는 “장화는 비가 그치면 잘 신지 않지만 젤리슈즈는 평소 샌들처럼 활용할 수 있어 실용적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최근 5년(2021~2025년) 전국 평균 폭염일수는 19일로 1970년대 평균(8일)의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시간당 50㎜ 이상 집중호우 발생 횟수도 같은 기간 10회에서 31회로 증가하는 등 극단적인 여름 날씨가 일상화하는 추세다.
비 오는 날 하루만 신는 장화 대신 젖어도 부담 없고 맑은 날에도 활용할 수 있는 젤리슈즈가 새로운 장마 아이템으로 떠오르고 있다. 국지성 호우와 폭염이 반복되면서 소비자들이 찾는 여름 제품의 기준이 ‘계절별 전용 아이템’에서 ‘여러 상황에 활용 가능한 기능성 제품’으로 바뀌고 있다.
과거 장화가 빗물을 막는 ‘장마 전용 신발’이었다면, 최근 젤리슈즈는 비와 더위를 함께 견디는 ‘하이브리드 슈즈’로 자리 잡고 있다. 물에 강한 PVC 소재와 가벼운 착화감, 다양한 디자인을 앞세워 키즈 시장은 물론 MZ세대 사이에서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LF 트라이씨클의 유아동 전문몰 보리보리가 지난 6월 20일부터 7월 20일까지 검색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젤리슈즈’ 검색량은 전년 동기 대비 약 2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인견’과 ‘냉감’ 검색량은 4배 이상 늘었고, ‘플리츠’, ‘시어서커’, ‘쿨링’ 관련 검색도 약 3.5배 증가했다.
소비자들이 여름옷을 고르는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반팔 티셔츠나 원피스 같은 품목보다 인견, 시어서커, 냉감 등 소재명을 직접 검색하며 더 시원하고 쾌적한 제품을 찾는 흐름이 강해지고 있다.
젤리슈즈의 인기는 복고와 실용성이 결합한 결과다. 2000년대 초반 유행했던 젤리슈즈는 피셔맨 샌들, 메리제인 등 다양한 형태로 재해석되며 돌아왔다. 최근에는 신발 장식을 붙이는 ‘젤꾸(젤리슈즈 꾸미기)’ 문화까지 더해지며 취향을 표현하는 아이템으로 확장되고 있다.
의류 시장에서도 기능성 소재 중심의 소비가 이어지고 있다. 29CM에서는 린넨·시어서커 소재 블라우스와 원피스, 와이드핏 면바지 등 통기성과 착용감을 강조한 상품이 인기다. 더운 날씨에는 시원함을, 실내에서는 냉방에 대응할 수 있는 제품 수요가 커지고 있다.
래쉬가드 역시 물놀이 전용 상품에서 벗어나 여름철 기능성 의류로 자리 잡고 있다. 보리보리 내 래쉬가드 검색량은 전년 대비 약 2배 증가했으며, 자외선 차단과 야외활동 편의성 때문에 어린이집, 캠핑 등 일상에서도 활용되고 있다.
패션업계도 달라진 소비 흐름에 맞춰 장마템과 폭염템을 따로 구분하기보다 다양한 날씨에 대응할 수 있는 멀티 기능성 상품을 강화하고 있다.
LF 보리보리 관계자는 “최근에는 장마와 폭염이 반복되면서 아이 옷과 신발을 고를 때 디자인뿐 아니라 소재와 기능성, 다양한 상황에서 활용할 수 있는 실용성을 함께 고려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며 “앞으로도 변화하는 계절 환경과 소비 트렌드에 맞춘 상품 구성과 기획전을 지속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장화, 레인코트처럼 장마를 위한 상품과 냉감 의류처럼 더위를 위한 상품이 구분돼 있었다”며 “최근에는 날씨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면서 일상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제품을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어 관련 상품군을 확대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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