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데이터센터, 21세기 굴뚝 되나[김현아의 시티라이프]
- [도시와 AI]④
밀어내는 미국, 끌어오는 한국…비용의 정치
편익은 흩어지고, 부담은 한 동네에
[김현아 가천대 사회정책대학원 초빙교수·정책평가연구원 연구위원] 2025년 8월,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시 의회는 대형 데이터센터가 신청한 시 상수도 연결을 위한 부지 편입안을 만장일치로 부결했다. ‘프로젝트 블루’(Project Blue)라고 불리는 이 사업은 아마존과 연계된 인프라 개발사 ‘빌 인프라스트럭처’가 약 36만평 부지에 지으려던 데이터센터다. 완공되면 이 시설은 해마다 약 250만톤의 물을 써, 사막 도시 투손에서 물을 가장 많이 소비하는 고객이 되는 셈이었다. 주민들은 ‘기업의 물 강탈’이라며 이 사업을 조직적으로 반대했다. 사업자는 시 경계 밖 피마 카운티의 승인을 받아 물이 거의 안 드는 공랭식으로 바꿔 재추진 중이지만, 반발은 가라앉지 않았다.
투손만의 일이 아니다. 2026년 1분기에만 미국에서 주민 반대로 막히거나 미뤄진 데이터센터가 75건, 약 1300억 달러에 이른다. 집계가 시작된 2023년 이래 분기 최고치이자 2025년 한 해와 맞먹는 규모다. 올해 3월 갤럽 조사에 의하면 미국인의 71%가 자기 지역에 AI 데이터센터가 들어서는 것에 반대했다. 원자력발전소를 반대한다는 응답(53%)보다 높다. 미국인은 이제 원전보다 데이터센터를 더 꺼린다.
데이터센터는 AI의 몸이다. 우리가 열광하는 두뇌(AI 모델)를 돌리려면 막대한 전기와 물과 땅을 먹는 몸이 어딘가에 서야 한다. 반대의 이유는 대부분 전기와 물이다. 댈러스 연방준비은행 분석에 따르면 기존 데이터센터는 이미 전국 도매 전기요금을 3~5% 끌어올렸고, 밀집 지역의 상승폭은 훨씬 크다. 미국은 데이터센터가 워낙 많은 전기를 빨아들이면서 그 지역 도매 전기가격이 오르고, 그렇게 오른 값은 결국 인근 주민의 요금 고지서에 반영된다. AI가 쓴 전기 값을 정작 옆에 사는 사람이 함께 떠안는 셈이다. 물도 마찬가지다. 서버를 식히느라 막대한 물을 증발시키니, 투손처럼 가문 지역일수록 두려움이 크다.
일론 머스크의 xAI가 멤피스 일대에 세운 데이터센터 '콜로서스'는 전력망만으로 감당이 안 되자 부지에 가스터빈 수십 기를 허가 없이 돌렸다. 이 발전설비가 뿜을 질소산화물(NOx)은 연 1000톤을 넘어, 멤피스권 최대 산업 오염원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그 굴뚝 아래 마을이 하필 박스타운(Boxtown), 발전소·쓰레기처리장 같은 혐오시설이 대를 이어 들어선, 남멤피스의 가난한 흑인 동네였다.
AI의 편익은 온 세상이 나눠 갖는데 그 매연은 왜 이 동네가 마시는가. 미국은 이런 분노가 빠르게 조직화되면서 데이터센터에 반대하는 그룹은 49개 주 833개로 한 분기 만에 두 배가 됐고, 2026년 첫 6주에만 관련 법안 300여 건이 주의회에 올랐다. 데이터센터에 세제 혜택을 안기던 미국이, 이제 규제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는 이유다.
데이터센터 끌어오려는 지자체들
한국은 사정이 좀 다르다. 전력 기술검토를 신청한 데이터센터의 약 70%가 수도권에 몰렸는데, 정작 수도권 신청의 절반 이상은 전력을 댈 수 없다는 판정을 받았다. 수도권은 이미 곳곳이 전쟁터다. 김포 구래동에서는 주민들이 소음과 냉각수 방류에 초고압선 전자파까지 들어 반대했고, 지자체가 착공신고를 반려했다가 행정심판에서 져 공사를 재개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인허가를 받고도 첫 삽을 못 뜬 부지가 3분의 1을 넘는다. 데이터센터를 둘러싼 우려에는 근거가 분명한 것도, 아직 과학적으로 다투는 것도 있다. 그래도 공사가 멈추는 결과는 같다.
반면 지방에서는 정반대의 경쟁이 벌어진다. 2조5000억원 규모 ‘국가AI컴퓨팅센터’를 놓고 여러 지자체가 유치전을 벌였고, 지난해 전남 해남이 최종 입지로 확정됐다. 값싼 재생에너지와 넓은 부지가 결정적이었다. 정부는 비수도권 데이터센터의 전기 시설부담금을 절반으로 깎아 분산을 유도해 왔고, 2027년 시행되는 AI 데이터센터 특별법은 전력계통영향평가 특례와 재생에너지 직접공급, 데이터센터 특구까지 지방에 얹어 줄 참이다.
같은 시설을 두고 한쪽은 축출 운동이, 다른 쪽은 유치 경쟁이 붙는다. 지방 유치에는 지역 균형발전의 명분도, 산업 클러스터의 씨앗이 될 가능성도 분명하다. 문제는 그 명분에 '무엇을 얻고 무엇을 내주는가'의 계산이 빠져 있다는 것이다.
청구서는 누구에게 오는가
도시는 늘 ‘성장의 엔진이면서 동시에 기피시설’인 입지물과 씨름해 왔다. 19세기의 공장 굴뚝, 20세기의 발전소와 소각장과 송전탑이 그랬다. 21세기의 그 자리를 데이터센터가 잇는다. 도시계획은 이런 시설을 '지역이 원치 않는 토지이용(LULU·Locally Unwanted Land Use)'이라 부른다. 편익은 전국이 나눠 갖고, 비용은 그 시설이 들어선 동네가 떠안는다. 데이터센터 반대의 뿌리가 바로 이 ‘입지의 정치’다.
AI 확산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데이터센터는 앞으로도 더 많이 필요하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유치냐 반대냐가 아니라, 비용은 누가 지고 편익은 누가 갖느냐다. 한국은 전기요금이 전국 단일이라, 미국처럼 옆 동네 데이터센터가 내 요금을 곧장 올리지는 않는다. 대신 다른 얼굴의 청구서가 날아온다. 늘어난 전력을 대려면 송전선과 변전소를 새로 깔아야 하는데, 그 비용을 전 국민이 분담할지 유치한 사업자가 부담할지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지방이 값싼 재생에너지와 넓은 부지, 냉각수를 내주고 무엇을 돌려받는지도 계약서에 적혀 있지 않다.
미국 버지니아주는 올해 7월, 전국에서 처음으로 데이터센터가 쓰는 전력에 kWh당 1.1센트의 세금을 매겼다. 그 비용이 주민 요금으로 번지지 않도록 사업자에게 되돌리려는 실험이다. 우리도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법을 만들어 본 사람은 안다. 구호와 조문 사이의 거리가 얼마나 먼지를. 지방에 데이터센터를 '유치하라'는 구호는 요란한데, 정작 무엇을 남기게 할지는 비어 있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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