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은행 지역 점포 문 닫자 희소성 커졌다”…시골 우체국서 4대 은행 대출 가능
- 전국 20개 군 단위 우체국서 ‘은행대리업’ 시범사업
개인신용·새희망홀씨 등 8개 상품 취급…우대금리 등 혜택 제공
[이코노미스트 이병희 기자] 시중은행이 오프라인 영업점을 축소하면서 생긴 ‘금융 공백’을 우체국이 메우고 있다. 전국에 퍼진 우정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시중은행의 대리점 역할을 수행하면서 디지털 취약계층의 금융 소외현상을 해결할 전망이다.
우정사업본부는 9일 전북 전주 중소벤처기업청에서 이억원 금융위원장 주재로 열린 ‘제6차 포용적 금융 대전환 회의 겸 지역금융 간담회’에서 금융소외지역 주민의 접근성을 높인 ‘은행대리업 시범사업 운영방안’을 발표했다.
은행대리업은 우체국 등 제3의 기관이 예·적금이나 대출 등 은행 고유 업무를 대신하도록 허용하는 제도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12월 우체국·저축은행을 활용한 은행대리업 서비스를 혁신금융서비스(금융 규제 샌드박스)로 지정하고 시범 운영을 준비해왔다. 금융위가 은행대리업에 주목한 것은 최근 시중은행들이 점포 수를 급격히 줄이면서 지역 소비자들의 금융 접근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2019년부터 2024년까지 국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이 줄인 오프라인 점포는 1000여개에 달한다. 2019년 6709개였던 영업점 수는 2024년 기준 5625개까지 감소했다. 정리된 점포 대부분은 인구가 적은 지방이나 도심 외곽 지역에 위치한다. 한국금융연구원이 발간한 ‘국내은행 점포 분포에 대한 분석과 시사점’ 보고서는 서울·부산 등 대도시의 경우 거주지로부터 평균 수백m 내에 은행 지점이 위치하지만, 고령층 비중이 높은 지방의 중소도시나 군 단위 지역은 평균 4.8㎞를 이동해야 대면으로 은행 업무를 볼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런 금융 공백을 메우기 위해 군 단위 우체국 20곳에서 오는 20일부터 은행대리업을 시작한다. ▲전북 임실·순창·고창 ▲경북 봉화·청도·성주 ▲경남 고성·창녕·하동 ▲충청 청양·태안·단양·괴산 ▲전남 구례·담양·영광·함평 ▲강원 평창·화천·횡성 지역이다.
4대 시중은행들도 이에 참여키로 했다. 은행별로 개인신용대출상품과 정책서민금융상품(새희망홀씨) 각각 1개씩을 우체국에 위탁해 판매한다. 대출한도는 최대 1억원 이하다. 소비자는 개별 은행을 방문할 필요 없이 우체국에서 상품별 대출가능 여부와 조건을 확인할 수 있다. 한 번의 방문으로 4대 은행의 8개 대출상품을 상담·신청할 수 있는 셈이다. 다만 우체국은 고객 상담과 신청서 접수 등 대면 창구 역할만 수행하고 대출 심사와 승인 등 핵심 의사결정은 은행이 맡는다.
이번 협력 모델은 은행과 우정사업본부 양측 모두에 실익을 가져다줄 것으로 예상된다. 시중은행은 연간 수십억원이 투입되는 점포를 무리하게 유지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대리업체에 수수료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고정비를 절감할 수 있다. 동시에 영업점 축소로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않는다는 비판 여론에서도 벗어날 수 있게 됐다. 으정사업본부 역시 새로운 수익원을 확보하게 됐다. 이메일과 메신저의 보편화로 우편 물량이 급감하며 우편 사업 적자가 매년 심화하는 상황에서 은행대리업을 통해 고정 수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디지털 기술이 발전할수록 오프라인 창구의 가치는 희소해질 것”이라며 “전국 네트워크를 가진 우체국은 그 빈틈을 메우는 금융 플랫폼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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