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4대 금융지주사 상반기 ‘사상 최고’ 순익 전망에도 ‘포용금융 리스크’ 우려
- 금리 상승·증시 호황…연간 순이익도 20조원 달성 기대감
정부 포용금융 압박에 건전성 리스크 확대 목소리
[이코노미스트 이병희 기자] 국내 4대 금융지주사가 올해 상반기에만 11조원에 육박하는 당기순이익을 거둘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금리 상승에 따른 은행의 견조한 이자이익과 증권 계열사의 비이자이익 성장이 맞물린 결과다. 하지만 포용금융 확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대출 연체율이 10년 안팎의 최고 수준으로 치솟으며 금융 양극화에 대한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KB금융·신한금융·하나금융·우리금융 등 4대 금융지주사는 올해 2분기 당기순이익이 5조5661억원에 이를 것으로 22일 전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5조3839억원)보다 1822억원(3.38%) 증가한 규모다. 4대 금융지주의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 전망치는 총 10조8949억원으로 추산된다. 반기 기준 역대 최고 실적이다. 지난해 상반기 4대 금융지주사가 10조325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린 것과 비교하면 1년 만에 순이익이 5695억원(5.5%)가량 늘었다.
지주사별로는 KB금융지주가 올 상반기 당기순이익 3조6346억원을 거둘 것으로 전망됐고 신한금융지주가 3조2388억원, 하나금융지주가 2조459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됐다. 우리금융지주는 상반기 기준 1조5619억원 당기순이익을 기록할 전망이다.
금융지주사들의 실적 호조는 은행 부문의 견조한 이자이익과 비은행 계열사의 성장이 시너지를 낸 결과로 풀이된다. 최근 은행 금리가 지속해서 상승하는 가운데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도 커졌다. 이에 따라 은행의 향후 순이자마진(NIM)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국내 증시 호황으로 증권 자회사 등의 수수료 수익과 자산관리(WM) 수익 등 비이자이익이 대폭 확대됐다. 올해 연간 실적에 대한 기대감도 고조되고 있다. 4대 금융지주의 올해 연간 당기순이익 전망치는 총 19조8189억원으로 2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관측된다.
김인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NIM 상승과 원화대출 성장에 따른 이자이익 증가가 이어지고 있다”며 “시장금리 상승으로 인한 채권 손익 감소 요인이 존재하지만, 증권 자회사 수수료 이익과 주식 이익 증가 등이 비이자이익을 끌어올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위, ‘포용금융 현장 대토론회’ 개최
정부와 금융당국의 포용·생산적금융 확대 압박이 커지면서 금융사들이 마냥 웃을 수 없는 처지에 놓였다는 평가도 있다. 포용금융을 확대할 경우 은행 건전성 리스크도 함께 커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 국내 주요 금융지주들은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제출한 사업보고서를 통해 정부의 포용·생산적 금융 확대 정책을 경영 리스크 중 하나로 언급했다. 금융사가 벌어들이는 이익이 많아질수록 사회적 책임과 정책적 금융 지원에 대한 정부의 압박이 강해지는데, 이것이 부실 대출로 이어져 건전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를 주주들에게 고지한 것이다.
우리금융지주는 사업보고서에서 “정부가 생산적 금융 정책을 통해 전략산업과 생산성이 높은 산업에 대한 대출 및 투자를 확대하도록 유도하고 있다”며 “당사의 기업여신 익스포저(위험 노출액) 상당 부분이 중소기업에 집중된 만큼 해당 기업들의 재무상황이 악화될 경우 자산건전성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했다. KB금융지주는 “우리는 이러한 금융지원을 제공한 결과 비용이나 손실을 부담하게 될 수 있다”고 보고했다. 신한금융지주 역시 “이런 정책 계획에 대응하기 위한 노력으로 인해 고객들의 채무불이행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는 사업 관행에 대한 조정이 요구될 수 있으며, 이는 결과적으로 당사의 연체율 증가 및 자산건전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주들에게 고지했다.
그러나 금융당국의 포용금융 정책 확대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지난 17일 금융의 공적역할 재정립을 위한 첫 행보로 ‘포용금융 현장 대토론회’를 열었다. 이 위원장은 “포용금융은 일회성 민생대책이 아니라 금융시스템의 구조개혁 과제”라며 “왜 국민이 제도권 금융의 문턱 앞에서 돌아서게 되는지, 왜 한 번의 연체가 장기연체로 이어지는지 구조 자체를 들여다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튿날에는 금융위원회와 대통령 자문기구인 국민경제자문회의가 합동회의를 열고 자본시장 발전과 생산적 금융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지난달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금융의 공공성을 화두로 던진 이후 금융당국이 포용금융을 확대하기 위한 본격적인 움직임을 보인다는 해석이다. 금융위원회는 포용금융 관련 제도 개선 과제를 발굴하고 정책을 논의할 ‘전략추진단’을 공식 출범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은행의 순이익이 증가하고 최고 실적이 이어지고 있지만, 자산건전성을 가늠하는 부실채권 현황이 악화하는 등 녹록지 않은 상황”이라며 “정부의 포용금융 확대 취지와 의미는 인정하지만, 은행이 건전성을 확보하고 건전한 투자를 지속적으로 이어갈 수 있도록 시간을 두고 계획을 세울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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