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일반
코스닥 대수술 '보름여 앞'으로…퇴출 피하려 번지는 ‘액면가 착시’
- 주가 1000원 넘기기 총력전…주식병합 급증
코스닥 상장사 20% 위기…옥석가리기 본격화
[이코노미스트 송현주 기자] 오는 7월 1일 코스닥 시장의 상장유지 및 퇴출 기준 강화 시행을 앞두고 상장사들의 주식병합이 잇따르고 있다.
거래소가 저가주 난립과 부실기업 퇴출을 목표로 시장 구조 개편에 나서면서 일부 기업들은 액면가와 주가를 인위적으로 높이는 방식으로 대응에 나선 모습이다.
시장에서는 이를 두고 기업가치 개선 없는 '액면가 착시'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거래소가 추진 중인 코스닥 세그먼트 개편까지 가시화되면서 코스닥 시장 전반에 대대적인 재편 압력이 커지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들어 주식병합을 결정한 코스닥 상장사는 167곳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8곳 대비 약 21배 증가한 규모다. 주식병합은 여러 주를 한 주로 합쳐 액면가와 주가를 높이는 방식으로, 기업 가치에는 변화가 없지만 저가주 이미지를 벗어나는 효과가 있다.
다만 주식병합 이후에도 상당수 기업들의 주가는 다시 1000원 아래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병합 직후 일시적으로 주가가 상승하는 효과는 있었지만 거래량 감소와 투자심리 악화로 원위치되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시가총액 역시 병합 전후 큰 변화가 없어 실질적인 기업가치 개선 효과는 제한적이었다.
"주가만 높아졌을 뿐"…액면가 착시 논란
일각에선 주식병합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주식병합은 발행주식 수를 줄이는 대신 주가를 높이는 회계적 조정에 불과하다. 실적이나 현금흐름, 성장성 개선이 수반되지 않으면 투자자들의 평가도 달라지지 않는다.
실제 과거 주식병합을 실시한 상당수 기업은 수개월 내 주가가 재차 하락하며 병합 효과가 소멸됐다. 일부 종목은 거래량 감소와 유동성 악화까지 겪으며 오히려 투자 매력이 떨어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시장 관계자는 "주식병합은 기업 체질 개선이 아니라 외형 정비에 가깝다"며 "상장유지 기준 강화 국면에서 투자자들이 가장 경계해야 할 부분은 실적 없는 주가 착시"라고 말했다.
한국거래소는 코스닥 시장을 성장성과 기업 규모에 따라 복수의 세그먼트로 나누는 구조 개편도 추진하고 있다. 현재 논의되는 방안은 우량 성장기업 중심의 프리미엄 시장을 별도로 구성하고 일반기업 시장과 구분하는 방식이다.
거래소는 이를 통해 글로벌 투자자들의 접근성을 높이고 코스닥 대표기업에 대한 프리미엄을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반면 수익성과 시가총액이 낮은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투자자 관심에서 멀어질 가능성이 높다.
시장에서는 코스닥이 사실상 '투트랙 구조'로 재편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우량 성장기업은 기관과 외국인 자금이 집중되는 반면, 한계기업은 퇴출 압력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벤처업계에서는 강화된 상장유지 기준이 현실화될 경우 상당수 기업이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코스닥 상장사의 약 20%가량이 새로운 기준 적용 시 관리종목 지정 또는 상장폐지 위험권에 진입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바이오, 콘텐츠, 신재생에너지 등 적자 상태가 장기간 이어지는 성장산업 기업들의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반면 반도체 소부장, AI, 로봇 등 실적 기반 성장기업은 상대적으로 수혜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이번 개편은 단순한 퇴출 강화가 아니라 코스닥 시장의 체질 개선 작업"이라며 "기업들은 액면가 조정보다 실적과 성장성 확보에 집중해야 하고 투자자들도 저가주보다 펀더멘털 중심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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