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일반
한 달 새 44조 순매수에도…'삼전닉스' 개미들 수급전, 어디까지
31일 한국거래소와 증권가에 따르면 외국인은 5월 한 달간 코스피 시장에서 무려 44조 7,150억 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이는 지난 3월 기록했던 역대 최대 순매도 기록(35조 7,477억 원)을 단 두 달 만에 갈아치운 역사적 수치다. 외국인은 지난 7일부터 29일까지 16거래일 연속으로 ‘팔자’ 기조를 유지하며 코스피 지수를 강하게 압박했다.
외국인 매도 폭탄의 표적은 단연 반도체 대장주들이었다. 외국인은 SK하이닉스를 24조 2,860억 원, 삼성전자를 16조 6,740억 원 순매도하며 두 종목에서만 총 40조 9,600억 원의 차익을 실현했다. 이는 5월 코스피 전체 외국인 순매도액의 82%에 육박하는 비중이다. 올해 들어서만 삼성전자가 164%, SK하이닉스가 258% 폭등하는 초강세를 연출하자, 외국인들이 포트폴리오 비중 조절 및 자금 회수 차원에서 차익 실현 단추를 누른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개인 투자자들은 정반대의 행보를 보이며 강력한 지지선 역할을 자처했다. 개인은 이달 들어 삼성전자를 19조 7,520억 원, SK하이닉스를 10조 1,600억 원어치 싹쓸이하며 두 종목 합산 30조 원에 달하는 순매수세를 기록했다. 외국인이 던진 반도체 물량을 개미들이 고스란히 받아내며 치열한 ‘밀고 당기기’ 공방을 벌인 셈이다.
이러한 개미들의 거침없는 베팅은 두 회사의 압도적인 실적 전망과 기술 격차에 기반한다. 엔비디아 공급망의 핵심인 고대역폭메모리(HBM) 주도권을 쥔 SK하이닉스는 이달에만 주가가 81.42% 급등하며 코스피 상승률(28.45%)을 3배 이상 웃돌았다. 삼성전자 역시 이달 들어 43.76% 상승한 가운데, 최근 세계 최초로 7세대 HBM인 ‘HBM4E’ 12단 샘플 출하에 성공하며 차세대 AI 메모리 시장 판도 변화를 예고했다. 이에 힘입어 두 회사는 나란히 ‘시가총액 1조 달러(약 1,380조 원) 클럽’에 등극하는 대기록을 세웠다.
코스피를 탈출한 외국인의 자금이 코스닥 시장으로 대거 유입된 점도 특징이다. 외국인은 5월 중 코스닥 시장에서 2조 8,370억 원을 순매수하며 2023년 7월(2조 7,923억 원)을 넘어 사상 최대 순매수 기록을 경신했다. 최근 뜨거운 흥행몰이를 하며 완판 행진을 벌인 ‘국민참여성장펀드’의 출함에 따라, 코스닥 기술특례 상장기업 및 혁신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들에 신규 정책 자금이 대거 유입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외국인들의 선취매를 자극했다는 분석이다.
증권가에서는 외국인의 대규모 매도세를 단순 고점 신호가 아닌 '숨고르기성 비중 조절'로 해석하며, 반도체 중심의 장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주요 증권사들은 두 대장주의 목표주가를 경쟁적으로 상향 조정하고 있으며, 삼성전자의 목표가는 최대 57만 원, SK하이닉스는 380만 원까지 치솟은 상태다. AI 서버 투자 급증에 따른 메모리 공급 부족이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낙관론이 지배적인 만큼, 당분간 외인과 개인의 '반도체 패권'을 둘러싼 매매 공방은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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