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196만원 찍고 추락…삼성바이오에 무슨 일 [불장에도 소외된 바이오 빅2]②
- 첫 장기 파업…“생산 차질 땐 고객 신뢰도 타격”
실적·재무는 최대…수주 둔화·고정비 부담은 변수
[이코노미스트 이승훈 기자] “실적은 사상 최대인데 주가는 왜 떨어질까.”
국내 바이오 빅2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호실적에도 맘 편히 웃지 못하고 있다. 역대 최대 실적과 미국 생산거점 확보 등 성장 모멘텀은 이어지고 있지만 창사 이후 첫 장기 파업과 신규 수주 둔화 우려 등이 겹치며 주가가 추락하고 있어서다. 시장에서는 단순 실적보다 생산 안정성과 중장기 성장 지속 가능성을 다시 점검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종가 기준)는 인적분할 후 재상장한 지난해 11월 24일 178만9000원에서 올해 1월 15일 196만5000원까지 올랐지만 최근에는 140만원 안팎까지 하락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가 강세 흐름을 이어간 것과 대조적이다.
다만 지난해 급등에 따른 차익실현과 바이오 업종 전반의 투자심리 둔화 영향도 함께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펀더멘털(기초체력) 자체는 여전히 견조하다는 평가가 많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11월 위탁개발생산(CDMO) 경쟁력 강화를 위해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인적분할한 이후 실적 개선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조2571억원, 580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5.8%, 35.0% 증가했다. 1~4공장 풀가동과 5공장 램프업(가동률 상승)이 실적을 끌어올렸다.
재무 안정성도 강점이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자산은 약 12조원, 부채비율은 51.4% 수준으로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미국 록빌 생산시설 인수를 마무리하면서 미국 관세 리스크 대응과 글로벌 고객 대응력 강화 기반도 마련했다. 증권가에서는 미국 록빌 공장 매출이 본격 반영되는 올해 3분기 이후 추가 수주와 연간 가이던스 상향 가능성도 거론한다.
장기 파업에 흔들리는 생산 안정성
문제는 노사 갈등이다. 노사는 최근 고용노동부가 참여한 노사정 협의를 진행했지만 뚜렷한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현재 노조는 ▲기본급 14.3% 인상 ▲전 직원 정액 350만원 인상 ▲1인당 3000만원 타결금 지급 ▲영업이익 20%의 초과이익성과급(OPI) 재원 확보 등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회사 측은 6.2% 임금 인상과 일시금 600만원 지급안을 제시하며 맞서고 있다.
특히 노조가 단체협약에 경영권 참여를 요구하면서 노사 갈등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노조는 분할·합병·양도·외주화 등 주요 경영 사안에 대해 공동 고용안정위원회 심의·의결을 요구하고 있다. 회사 측은 경영권 침해 소지가 크다는 입장이다. 양측은 서로를 업무방해와 부당노동행위 혐의 등으로 고소하며 법적 공방도 이어가고 있다.
파업 장기화의 영향은 시장 지표에도 반영되기 시작했다. 삼성증권은 최근 삼성바이오로직스 목표주가를 기존 210만원에서 180만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서근희 삼성증권 연구원은 “올해 인건비 추정치를 기존 1677억원에서 2931억원으로 75% 상향 조정했다”며 “임금 인상 기저가 매년 복리로 누적되는 구조적 비용 증가는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실제 파업에 따른 경제적 손실도 가시화되고 있다. 지난 1~5일 진행된 전면 파업 과정에서 일부 제품 생산이 중단되며 회사 측은 일부 생산 차질 영향 규모를 약 1500억원 수준으로 추산하고 있다.
삼성증권은 생산·납품·매출 인식 사이클을 고려할 때 해당 차질이 올해 3분기 실적에 반영될 것으로 보고 올해 조정 영업이익 전망치를 기존보다 12% 낮은 2조1953억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신규 수주 둔화 우려도 부담 요인으로 거론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기준 올해 1~5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공시 신규 수주 규모는 약 357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약 3조7705억원)의 10% 수준에 그쳤다. 다만 지난해 초대형 계약에 따른 기저효과 영향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CDMO 사업 특성상 생산 안정성과 공급망 신뢰 자체가 핵심 경쟁력이라는 점을 우려한다. 바이오의약품 생산은 연속 공정 특성상 생산이 중단될 경우 배양 세포를 폐기해야 하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장기 파업과 준법투쟁이 글로벌 고객사 입장에서는 공급망 리스크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글로벌 CDMO 경쟁력은 여전
다만 증권가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중장기 성장성 자체는 여전히 유효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시장 확대와 함께 CDMO 수요가 구조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데다 생산능력 확대 속도보다 바이오의약품 파이프라인 증가 속도가 더 빠르다는 분석이다.
KB증권은 최근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해 투자의견 ‘매수’와 목표주가 190만원을 제시했다. 신지훈 KB증권 연구원은 “에피스 분할 이후 순수 CDMO(Pure-play CDMO) 기업으로 전환되면서 수주 확대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4공장 풀가동과 5공장 램프업, 미국 록빌 생산거점 확보 등을 고려하면 중장기 성장 여력은 여전히 크다”고 평가했다.
특히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지난해 별도 기준 상각전영업이익(EBITDA) 마진은 53.5%로 글로벌 1위 CDMO 기업인 론자보다 22%포인트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증권가에서는 높은 수익성과 상업화 단계 품목 중심의 안정적 매출 구조가 삼성바이오로직스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수준) 프리미엄의 핵심 배경이라고 보고 있다.
글로벌 경쟁 심화는 변수로 꼽힌다. 최근 일본 후지필름 등 글로벌 CDMO 업체들도 공격적인 생산시설 투자 확대에 나서며 경쟁 강도를 높이고 있다. 반면 중장기적으로는 미국 정부의 생물보안법(Biosecure Act) 추진 등 대중국 바이오 규제 강화가 글로벌 공급망 재편으로 이어지면서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새로운 성장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미국 록빌 생산거점 확보와 함께 2027년 완공을 목표로 송도 제2바이오캠퍼스 내 6공장 건설도 추진 중이다. 일각에서는 신규 수주 흐름과 노사 갈등 장기화 여부가 향후 투자 속도와 시장 기대감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신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노조 리스크가 존재하지만 임금 인상분 등을 이미 추정치에 반영했다”며 “향후 협상 타결과 수주 확대 여부가 주가 반등의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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