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지커가 뚫으면 덴자도 온다…韓 고가 전기차 시장 노리는 中 브랜드
- 가격 아닌 브랜드로 승부 거는 중국차
지커 성패가 중국 고급차 진출 가늠자
지커의 국내 성적표를 주목하는 곳은 지커만이 아니다. 업계에서는 비야디(BYD)의 프리미엄 브랜드 덴자(Denza) 역시 지커의 한국 시장 반응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커가 국내에서 프리미엄 전기차 브랜드로 안착할 경우 중국 고급 전기차 역시 한국 시장에서 경쟁력을 입증할 수 있다는 신호가 될 수 있어서다.
지커에 쏠린 시선
지커는 중국 지리홀딩그룹 산하의 프리미엄 전기차 브랜드다. 출범 초기부터 고급 전기차 시장을 겨냥해 온 만큼 한국 시장에서도 단순한 ‘중국차’가 아닌 ‘프리미엄 전기차’ 이미지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중국산 프리미엄 전기차가 국내 소비자에게 통할 수 있는지를 가늠할 척후병 역할을 맡고 있다는 평가다.
국내 자동차 업계도 지커의 행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주말 지커 브랜드관을 직접 찾았다”며 “업계 안팎에서 지커에 대한 관심이 높아 실제 차량을 확인해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상품성을 인정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 만큼 한국 프리미엄 전기차 시장에 새로운 경쟁자가 등장한 것은 분명하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지커가 한국 시장에서 안착한다면 중국 프리미엄 브랜드의 연쇄 진입은 시간문제일 수 있다”며 “기존 중국차와 달리 프리미엄 전기차를 전면에 내세운 전략이 국내에서 통한다는 점이 확인되면, 다른 중국 고급 브랜드들도 한국 진출을 적극 검토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첫 타석에는 지커의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7X가 오른다. 업계에서는 7X의 국내 판매 가격이 5000만원대 후반에서 6000만원대 중후반 수준에 형성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경우 ▲테슬라 모델Y ▲제네시스 GV60 ▲BMW iX1·iX2 ▲메르세데스 벤츠 EQA·EQB 등과 경쟁 구도를 형성하게 된다. 브랜드 신뢰도와 서비스망을 갖춘 프리미엄·준프리미엄 전기 SUV들과 정면 대결을 벌이는 셈이다.
중국 업체들에 프리미엄 브랜드의 해외 진출은 단순한 판매 확대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중국 내수 시장의 가격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해외 프리미엄 시장은 상품성과 브랜드 이미지를 바탕으로 더 높은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지커가 한국에서 프리미엄 브랜드로 인정받는다면 지리그룹뿐 아니라 다른 중국 업체들에도 중요한 이정표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중국차를 대하는 일반 소비자의 인식과 전문가들이 보는 중국차의 수준에는 차이가 있다”며 “직접 타보고 경험해 보면 국산차보다 낫다고 느낄 수 있는 차종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어 “지커는 처음부터 프리미엄 브랜드를 앞세워 시장에 진입하는 톱다운 전략을 택했다”며 “BYD처럼 단기간에 판매량을 끌어올리는 파괴력을 기대하기는 어렵겠지만 2~3년 동안 소비자 경험이 축적되면 무시하기 어려운 브랜드로 성장할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전망했다.
업계에서는 지커가 중국 프리미엄 전기차의 가능성을 입증할 경우 다음 타자로 BYD의 고급 브랜드 덴자가 한국 시장에 투입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중국차 업계에서는 “지커가 통하면 덴자도 온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온다. 지커가 한국 시장에서 프리미엄 브랜드로 인정받는 순간 덴자 역시 국내 진출의 명분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의미다.
덴자는 BYD그룹 내에서도 고급화를 상징하는 브랜드다. BYD가 아토3, 씰, 씨라이언7 등을 앞세워 대중 전기차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면 덴자는 한 단계 높은 가격대와 상품성을 무기로 프리미엄 시장을 담당한다. BYD 입장에서는 덴자를 통해 ‘가성비 전기차’ 이미지를 넘어 프리미엄 브랜드 포트폴리오까지 완성할 수 있다.
한국 소비자들에게도 덴자가 완전히 낯선 이름은 아니다. BYD는 앞서 국내 전시 무대에서 덴자 모델을 선보이며 시장 반응을 점검한 바 있다. 당시 공개된 D9과 Z9GT는 곧바로 판매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덴자의 브랜드 정체성과 상품성을 국내 소비자들에게 처음 소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는 평가다.
현장에서는 덴자의 한국 진출 가능성을 높게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BYD 소속 딜러들 사이에서는 당장 출시가 이뤄지지 않더라도 중장기적으로는 한국 시장 진출이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가 형성돼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BYD 딜러는 “현재 덴자의 국내 출시는 검토 단계에 있다”며 “아직 내부적으로 공식 일정이 확정된 것은 없지만 향후 추가 진행 상황이 생기면 안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중국차 브랜드 관계자는 “덴자의 한국 진출 이야기는 업계에서 오래전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다”며 “관건은 한국 소비자가 중국 프리미엄 브랜드를 얼마나 받아들일 수 있느냐였다”고 말했다. 이어 “지커가 국내 시장에서 성공 사례를 만들 때 중국 고급 전기차도 충분히 통할 수 있다는 인식이 형성될 것이고, 덴자 역시 한국 진출을 더욱 적극적으로 검토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다만 BYD코리아는 당장 덴자 출시 가능성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BYD코리아 관계자는 “덴자 브랜드의 한국 출시와 관련해 현재 확정된 계획은 전혀 없다”며 “시장 검토는 가능하지만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안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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