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일반
K아이웨어 ‘뜨거운’ 전성기 시작됐다… 젠틀몬스터 vs 블루엘리펀트 박 터지는 경쟁
- 젠틀몬스터·블루엘리펀트의 정면충돌
디자인 관련 법적 공방 이어지며
오히려 대중 인지도 높아지는 '주목 효과'로 연결
성장하기 시작한 K아이웨어 산업의 구조적 '성장통'
[이코노미스트 서지영 기자]
2026년 K-아이웨어 업계의 ‘뜨거운’ 전성기가 시작됐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 사이에서 K-선글라스가 필수 쇼핑 품목으로 떠오르면서 럭셔리 이미지를 앞세운 젠틀몬스터와 가성비 전략을 강조하는 블루엘리펀트가 전체 시장의 파이를 키우고 있다. 공교롭게도 두 브랜드는 업계 안팎에서 ‘앙숙’으로도 알려져 있다. 특히 블루엘리펀트 전 대표는 젠틀몬스터 디자인을 모방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상태다. 패션 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갈등을 단순한 디자인 분쟁을 넘어 K-아이웨어 시장이 확대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구조적 성장통이라는 지적이다.
관광객 쇼핑 잇템, K안경
지난 5월 7일 오후 찾은 서울 성동구의 ‘블루엘리펀트 스페이스 성수’. 봄비가 내리는 평일인데도 매장은 외국인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블루엘리펀트 특유의 웅장한 매장에 들어서자 일본어와 중국어, 영어가 뒤섞여 들렸다. 이들은 선글라스를 번갈아 써본 뒤 거울 앞에서 연신 셀피를 찍었다. 일본 도쿄에서 왔다는 20대 관광객 유키 씨는 “인스타그램에서 한국에 가면 꼭 사야 하는 브랜드로 블루엘리펀트를 추천하는 숏폼을 봤다”며 “트렌디한 디자인과 함께 가격 부담이 적어서 여러 개 사려고 한다”고 말했다.
젠틀몬스터는 K-아이웨어를 K-뷰티에 이어 대표적인 쇼핑 리스트로 만든 대표 브랜드로 꼽힌다. 압도적인 키네틱 오브제와 대형 전시형 구조물을 비치하면서 매장을 하나의 전시 공간으로 운영한 전략이 주효했다. 블랙핑크의 제니가 브랜드 모델로 등장하면서 K-아이웨어 신드롬이 세계로 번지기 시작했다.
실적도 빠르게 증가했다. 젠틀몬스터를 운영하는 아이아이컴바인드의 매출은 2022년 약 3182억원에서 2024년 6234억원으로 증가했다. 같은 시기 해외 매출 비중은 약 40% 수준까지 올라온 것으로 알려졌다.
후발 주자인 블루엘리펀트는 젠틀몬스터가 만든 선구자의 길을 따라 걸었다. 콘셉트는 달랐다. 30만원대 럭셔리 아이웨어를 지향하는 젠틀몬스터와 달리 블루엘리펀트는 5만원대 가성비 제품을 중심에 뒀다. 중간 유통 단계를 줄여 공장과 소비자를 직접 연결하는 방식으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 결과였다. 젠틀몬스터처럼 관광객들에게 확실한 볼거리도 제공했다. ‘터널’과 ‘구조’ 등 브랜드 세계관을 전국 주요 매장 인테리어에 담았다. 블루엘리펀트는 2022년 10억원 수준이었던 매출을 지난해 507억원까지 늘리는 데 성공했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K-뷰티 다음 소비 카테고리가 K-아이웨어로 넘어가는 분위기”라며 “안경이 의료기기를 넘어 패션·관광·SNS 콘텐츠 소비를 결합한 상품으로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모방과 주목효과의 아이러니
두 브랜드가 유명해질수록 논란도 커지고 있다. 최근 K-패션가 최대 화두는 젠틀몬스터와 블루엘리펀트의 법적 공방이다.
특허심판원은 지난 5월 22일 블루엘리펀트의 안경 파우치 디자인 등록을 ‘무효’로 판단했다. 젠틀몬스터가 앞선 2021년 공개한 디자인과 유사하다는 이유다.
블루엘리펀트 전 대표는 젠틀몬스터의 기존 제품 디자인을 모방한 것으로 의심되는 상품을 제작·유통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관련 제품 매출 규모는 약 123억원대로 파악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당국은 해당 제품들이 정식 디자인 권리와 유사한 형태로 제작돼 시장에 유통되면서 브랜드의 디자인 권리를 침해하고 소비자들에게 혼동을 줄 수 있다고 봤다.
그러나 블루엘리펀트는 패션업계에서 레퍼런스 활용은 ‘일반적인 관행’이라며 맞서고 있다. 반면 젠틀몬스터 측은 “3D 스캐닝 기반 복제는 창작 생태계를 훼손하는 행위”라는 입장이다. 구조적 제약이 큰 제품군인 만큼 완전히 새로운 디자인을 만들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카피를 둘러싼 비슷한 논쟁은 글로벌 패션 시장에서도 수없이 반복돼 온 이슈다. 명품 브랜드 구찌는 2017년 자사 시그니처인 스트라이프와 G 모노그램 등 핵심 디자인 요소를 포에버21이 의류·액세서리 등에 적용했다면서 상표 및 트레이드 드레스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글로벌 스포츠웨어 브랜드 아디다스 역시 포에버21이 삼선 디자인과 유사한 패턴을 반복적으로 사용했다며 디자인 및 상표권 침해를 주장했다. 미국 월마트는 대놓고 명품 에르메스와 비슷한 느낌의 저가 가방 ‘월킨백’을 내놓아 화제가 됐다. 에르메스의 버킨백은 수천만원을 호가하지만 월킨백은 한화로 약 11만원에 불과했다.
흥미로운 점은 이런 모방 논란이 ‘주목 효과’를 낳았다는 점이다. 주목 효과란 논란이 커질수록 소비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해당 디자인이나 브랜드가 대중적으로 더 널리 회자되는 현상이다.
젠틀몬스터와 블루엘리펀트의 갈등도 비슷하다. 두 브랜드가 격돌하고 화제가 되면서 시장 전체 규모와 K-아이웨어 화제성이 커지는 구조로 연결되는 모양새다.
블루엘리펀트가 언론과 대중의 주목을 받으면서 젠틀몬스터의 홍보 방식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젠틀몬스터는 빅모델 중심의 SNS 위주 셀럽 마케팅에만 열을 올려왔다. 기업의 역사나 스토리가 상대적으로 알려지지 않고, 휘발성 있는 이미지로만 소비된 배경이다.
업계 관계자는 “블루엘리펀트가 모방 논란에도 밀리지 않고 대언론 커뮤니케이션을 시작하자, 젠틀몬스터도 6월 초 제품 공개 행사를 열고 언론 스킨십 강화에 나서려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이어 "젠틀몬스터 입장에서 가장 우려할 부분은 블루엘리펀트와 함께 묶이면서 상대의 브랜드 인지도를 같은 수준으로 끌어올리게 되는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글로벌 아이웨어 시장 규모는 약 1830억달러(약 250조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두 회사 모두 해외 진출을 위해 고삐를 쥐고 있다. 한국을 벗어나 더 큰 시장으로 나아간다는 의지로 읽힌다. 실제로 젠틀몬스터는 글로벌 주요 도시에서 플래그십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블루엘리펀트 역시 일본 도쿄에 이어 미국 LA 베벌리힐스 진출을 추진 중이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시장이 커질수록 디자인과 지식재산권(IP)을 둘러싼 충돌은 동반 및 확대될 수밖에 없다”며 “브랜드 간의 갈등도 K-아이웨어가 성숙하는 과정에 찾아오는 성장통”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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