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일반
코미디 산업, 방송서 라이브로…박성호 “무대가 옮겨갔다” [이코노 인터뷰]
- [참여형 플랫폼의 부상]②
방송사 중심 구조 축소, 스트리밍 플랫폼이 새 수익·생태계로 부상
SOOP 중심 팬덤형 코미디 확장…개그맨은 콘텐츠 자산으로 진화
[이코노미스트 이승훈 기자] “예전에는 웃음을 만들어 보여줬다면, 지금은 함께 만듭니다.”
개그맨 박성호의 말처럼 코미디의 문법이 바뀌고 있다. 대본과 편집 중심의 방송 코미디에서 벗어나, 실시간 소통과 참여를 기반으로 한 ‘라이브 코미디’가 새로운 흐름으로 자리 잡는 모습이다.
이 변화의 중심에는 라이브 스트리밍 플랫폼 ‘숲’(SOOP)이 있다. TV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이 축소되는 사이, 개그맨들은 새로운 무대를 찾아 라이브 플랫폼으로 이동하고 있다. 코미디의 ‘무대’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본 대신 채팅…“시청자가 콘텐츠 만든다”
박성호는 라이브 스트리밍을 “구조 자체가 완전히 다른 무대”라고 설명했다.
그는 “기존 방송 코미디는 대본을 만들고 연습을 거쳐 무대에서 보여주는 방식이었다면, 라이브는 그런 과정 없이 즉석에서 웃음을 만들어야 한다”며 “대본도, 연습도 없는 상태에서 바로 재미를 전달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라이브 환경에서는 시청자가 콘텐츠 제작 과정에 직접 개입한다. 채팅창에서 올라오는 제안과 반응이 곧 콘텐츠의 흐름을 결정짓는다.
박성호는 “시청자들이 ‘이걸 해보라’, ‘어디로 가라’고 제안하는 것 자체가 콘텐츠가 된다”며 “그 의견을 받아들이고 조율하는 과정 자체가 또 하나의 재미”라고 설명했다.
실제 코미디 기획 단계에서도 이러한 참여는 이어진다. 그는 “라이브 방송을 켜고 코너 제목을 공모했는데 시청자 아이디어가 실제 후보로 채택되기도 했다”며 “시청자 입장에서는 콘텐츠 제작에 참여했다는 경험 자체가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이처럼 라이브 코미디는 ‘시청자 참여’가 구조적으로 내재된 콘텐츠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콘텐츠 소비자와 제작자의 경계가 무너진 사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라이브 코미디의 또 다른 특징은 ‘예측 불가능성’이다. 박성호는 야외 방송 중 해외 유명 축구선수를 알아보지 못한 이른바 ‘린가드 사건’을 사례로 들며 “전혀 연출되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그 자체가 웃음을 만들고 화제가 되면서 신규 시청자 유입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전혀 연출되지 않은 상황도 콘텐츠가 된다”며 “순간을 어떻게 살리느냐가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다만 이런 장면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이런 콘텐츠는 오랜 시간 방송을 지속해야 만들어진다”며 “시간과 정성이 쌓여야 결과가 나온다”고 설명했다.
이는 라이브 콘텐츠가 ‘누적형 콘텐츠’라는 점을 보여준다. 관계와 서사가 쌓일수록 콘텐츠가 확장되는 구조다.
코미디 산업 구조 역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박성호는 “과거에는 공채 개그맨 중심으로 방송사가 인재를 배출했지만 지금은 그 구조가 크게 축소됐다”며 “많은 개그맨이 라이브 스트리밍 시장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변화를 ‘쇠퇴’가 아닌 ‘이동’으로 해석했다. 박성호는 “기존 공중파에서 하던 개그 무대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 다른 플랫폼으로 옮겨간 것에 가깝다”며 “무대가 이사를 간 셈이다”고 말했다.
수익 구조 역시 달라지고 있다. 박성호는 “현재 방송과 라이브 비중이 체감상 50대 50 수준”이라며 “앞으로는 라이브 비중이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특히 라이브 코미디는 팬덤 기반 구조가 강하다. 그는 “방송 코미디는 아이디어가 소모되지만 라이브는 팬과의 관계와 스토리가 계속 쌓인다”며 “시간이 지날수록 눈덩이처럼 확장되는 구조”라고 강조했다.
플랫폼이 ‘무대’로…정기 편성·협업으로 확장
이 같은 변화는 플랫폼 차원의 지원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SOOP은 개그 콘텐츠를 단순 유통이 아닌 ‘편성’ 개념으로 운영하며 생태계 확장에 나섰다.
SOOP은 올해 초부터 평일 오전 시간대 개그 콘텐츠를 정기 편성하며 개그맨 이원구·박성호·박은영 등이 참여하는 라이브 프로그램을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개그맨 출신 스트리머 방송의 누적 시청자는 100만명을 넘어섰고, 관련 스트리머들의 평균 수익은 전년 동기 대비 55% 증가했다.
무대본 라이브 토크 콘텐츠 ‘썰피소드’는 온라인 화제성을 넘어 코미디 페스티벌 수상으로까지 이어지며 콘텐츠 확장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 같은 흐름은 지난 3월 27일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최영우·이민원 각자대표 체제로 전환된 이후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는 설명이다. 앞서 서수길 전 대표 시절부터 이어져 온 라이브 중심 생태계 구축 방향이 현 체제에서 콘텐츠 지원과 편성 전략으로 구체화하고 있다는 평가다.
박성호는 “회사 경영진이 개그 콘텐츠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며 “플랫폼 방향성과 개그맨들의 니즈가 맞아떨어지면서 새로운 생태계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플랫폼과 형식은 바뀌었지만, 코미디의 본질은 여전히 ‘함께 만드는 웃음’에 있다. 라이브 스트리밍이라는 새로운 무대 위에서 개그맨은 출연자를 넘어 콘텐츠이자 제작자로 진화하고 있다. 그리고 그 변화는 또 하나의 새로운 코미디 생태계로 이어지고 있다.
박성호는 라이브 코미디의 다음 단계로 ‘협업형 콘텐츠’를 제시했다. 그는 “개인 방송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개그맨들이 함께 만들어내는 코미디가 중요하다”며 “라이브 환경에 맞는 새로운 형식의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라이브 시대의 핵심 경쟁력은 결국 ‘사람’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플랫폼보다 중요한 건 그 사람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콘텐츠”라며 “개그맨도 이제는 출연자가 아니라 콘텐츠 그 자체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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