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0.1% 더 드려요"... 증시·시중은행 틈바구니 '수신 방어' 총력전
- [지방은행 안간힘]①
예금에서 주식으로…은행권 ‘머니무브’ 가속
지방銀 연 3%대 금리 사수하며 고객 확보 총력
[이코노미스트 이병희 기자] 국내 금융시장에 거센 ‘머니무브’(자금 이동) 바람이 불면서 지방은행들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6000을 웃돌았던 코스피는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전쟁으로 5000 중반대로 내려왔지만, 다시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며 기다리는 대기자금이 100조원을 넘는다. 은행 예금에 잠자던 돈이 주식시장과 증권사 종합투자계좌(IMA) 등으로 빠르게 빠져나가고 있다는 뜻이다. 거대 자본력을 앞세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과 고수익을 쫓는 증권업계 사이에서 지방은행들은 생존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최근 은행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의 주요 정기예금 금리는 연 2.8~2.9% 수준에 머물고 있다. 농협은행의 ‘NH올원e예금’이 연 2.95% 수준으로 시중은행 중 가장 높은 편이고 나머지 은행들은 연 2.8%대에 포진해있다. 반면 지방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인뱅)은 수익성 악화 부담을 무릅쓰고 3%대 금리를 유지하며 고객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전북은행의 ‘JB 123 정기예금’ 금리는 최대 3.15%, BNK부산은행의 ‘더(The) 특판 정기예금’은 3.1%의 금리를 제공한다. 전북은행의 ‘JB 다이렉트예금통장’, 광주은행의 ‘굿스타트예금’도 최대 3%를 웃도는 금리를 약속하고 있다.
12개월 만기 적금금리를 보면 최대 4%가 넘는 상품도 있다. BNK경남은행의 ‘주거래 프리미엄 적금’과 광주은행의 ‘여행스케치 남도투어적금’의 최대 금리는 4.10%, BNK경남은행의 ‘행복 DREAM 적금’, 광주은행의 ‘해피라이프 여행스케치적금V’ 금리는 최대 3.70%로 조사됐다.
증시 활황의 그림자…비어가는 은행 곳간
지방은행들이 이처럼 0.1%포인트(p)라도 더 높은 금리를 제공하면서 고객 잡기에 매달리는 근본적인 원인은 기록적인 자금 이탈에 있다. 인공지능(AI)과 반도체 업황 회복 기대감으로 코스피가 치솟자 예적금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다. 이 돈이 사실상 주식시장으로 흘러들어가거나, 주식 투자를 위해 대기 중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3월 19일 기준 투자자 예탁금은 115조 6442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말과 비교하면 27조 8152억원가량 늘어난 수준이다. 3월 4일 예탁금이 132조원을 기록하며 최고점을 찍은 뒤 점차 감소세를 기록하고 있지만, 지난해와 비교하면 막대한 자금이 주식시장 이동을 기다리며 몸을 푸는 중이다.
문제는 예대율이다. 예대율이란 대출 비중을 뜻한다. 은행은 통상 예대율 100% 선을 지켜야 하는데 이는 고객에게 받은 돈 이상으로 대출을 실행하면 안 된다는 뜻이다. 예금이 증가하는 시기에는 예대율을 맞추는 것이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반대의 경우에는 상황은 달라진다. 예대율이 100%에 근접해 있는 상황에서 예금이 급격하게 줄어들면 상대적으로 대출 비중이 커지고, 예금 잔액이 대출액보다 적어질 수 있다.
이 경우 대출로 나간 돈을 회수하든지 아니면 예금을 늘려 예대율을 맞춰야 한다. 사실상 대출 만기가 정해진 상황에서 은행이 취할 수 있는 전략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 브랜드 인지도와 소비자 접근성이 열세인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 지방은행이 금리를 0.1%라도 더 주면서 소비자를 유인하는 이유다. 한 지방은행 관계자는 “시중은행과 같은 금리를 제시해서는 자금 유출을 막을 수 없다”며 “수신 잔액이 급격히 줄어들면 대출 재원 마련에 차질이 생기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더 높은 금리를 제공해 소비자를 붙잡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저축은행에 치이고 시중은행에 막히고…돌파구는?
그렇다고 지방은행이 제시하는 금리가 마냥 매력적인 것만은 아니다. 저축은행은 이보다 훨씬 높은 금리 상품을 내놓고 있다. 저축은행은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5000만원까지 보호받는데, 예금 안정성을 바탕으로 고금리 상품 경쟁력을 확보해 소비자를 끌어모으고 있다. 저축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정기예금 평균 금리가 3.13% 수준이다. 3.40% 이자를 지급하는 상품이 20여개에 이른다. 일부 저축은행은 지방은행을 위협하는 수준으로 체급을 키우고 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국내 79개 저축은행 가운데 보유 자산 5조원 이상인 대형 저축은행은 ▲SBI저축은행 ▲OK저축은행 ▲한국투자저축은행 ▲웰컴저축은행 ▲애큐온저축은행 등 5곳에 이른다. 이들은 전국 단위 서민금융기관이자 지방·인터넷은행 전환 후보군이다. 금융위는 이들을 ‘티어1~3’ 가운데 ‘티어1’로 분류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저축은행에 대한 규제 완화 기조를 보이면서 지방은행의 부담은 더 커질 전망이다. 최근 금융위원회가 공개한 ‘저축은행 건전 발전방안’에 따르면 저축은행의 자금 공급 대상은 한층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서민·중소기업에 집중됐던 저축은행의 기업대출 범위를 중견기업까지 확대하는 방안이 담겼다. 금융위는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온투업) 연계투자 허용과 중금리 사잇돌대출 상품 분리도 단계적으로 검토한다. 자산 5조원 이상 대형 저축은행의 경우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13% 이상 등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체크카드·모바일쿠폰 등 직불·선불전자지급수단을 중앙회와 공동이 아닌 독자적으로 취급할 수 있게 된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단기 수익에 치우친 영업 구조에서 벗어나 실물경제와 지역사회를 안정적으로 뒷받침하고, 거점 지역 단위에서 전국 단위까지 지역·서민금융기관으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지방은행들이 시중은행에 가로막혀 성장이 정체되는 와중에 주식시장과 저축은행에 고객을 뺏기는 샌드위치 신세가 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며 “지방은행이 인터넷은행과 연계해 공동 대출을 진행하는 등 영역을 확장한 것 처럼 ‘틈새시장 공략’을 통해 규모를 키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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