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자율 가장한 강제”…배민 온리, 점주 90% 동의의 함정 [배달판 흔드는 배민]②
- 점주들 “선택권 제한 우려”… 전속거래 논란 확산
시장지배력 남용 여부 공정위 판단 주목
[이코노미스트 강예슬 기자] “배민 온리(배민 only) 참여는 자율을 가장한 강제입니다.”
경북 지역에서 처갓집양념치킨(처갓집)을 운영하는 가맹점주 권모씨(42)는 배달의민족과 치킨 프랜차이즈 처갓집이 맺은 ‘배민 온리’ 협약에 대해 “참여하고 싶지 않아도 동의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평가했다.유통업계에 따르면 배민 운영사 우아한형제들과 처갓집 가맹본부 한국일오삼은 지난 1월 27일 업무협약(MOU)을 맺고 지난 2월 9일부터 배민 온리 시범 사업을 시작했다.
협약에 따라 배민 온리에 참여한 가맹점의 중개 수수료는 기존 7.8%에서 3.5% 수준으로 낮아진다. 대신 해당 가맹점은 쿠팡이츠, 요기요 등 경쟁 플랫폼에 입점하지 않고 배민과 자사 애플리케이션(앱), ‘땡겨요’ 등 공공 배달앱에서만 주문받아야 한다.
배민과 처갓집은 배민 온리를 오는 5월 8일까지 3개월 동안 시범 운영을 한 뒤 연장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현재 전국 처갓집 가맹점 1254곳 가운데 88% 정도인 1100여곳이 배민 온리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맹점주·시민단체, 공정위 신고 이어져
일부 가맹점주는 ‘선택권 박탈’에 따른 매출 감소를 우려한다. 처갓집가맹점주협의회는 지난 2월 20일 우아한형제들과 한국일오삼을 불공정거래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협의회 측은 배민이 1위 사업자라는 지위를 이용해 ‘형식상 선택이나 실질적으로는 강제’에 가까운 전속 거래를 유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가맹점주 입장에서는 프로모션에 불참할 경우 앱 내 노출 제한 등 불이익을 당할 우려가 커 사실상 거부가 어렵다는 설명이다.
가맹점주 대리를 맡은 법무법인 YK는 배민과 한국일오삼이 체결한 MOU가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배타조건부거래 ▲기만적인 수수료 정산 방식 등 불공정거래행위에 해당한다고 봤다.
YK는 “프로모션이 점주에게 제공하는 실질적 경제 혜택은 미미하지만, 다른 배달앱을 통한 거래 기회를 완전히 박탈해 가맹점에 심각한 매출 감소 타격을 입힐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자영업자와 시민사회단체도 지난 2월 24일 우아한형제들과 한국일오삼의 배민 온리 계약을 공정거래법과 가맹사업법 위반 혐의로 공정위에 신고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김진우 전국가맹점주협의회 공동의장은 “프랜차이즈 가맹점주가 가맹본사의 납품단가와 배달수수료 부담을 떠안은 상황에서 본사는 배달앱 종속성을 더 강화하고 있다”며 “이번 계약이 향후 다른 프랜차이즈로 확산하면 배달앱 의존도와 비용 부담이 더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준형 공정한플랫폼을위한사장협회 의장은 “배민 온리에 동의하지 않으면 할인 행사 혜택을 받을 수 없어 ‘울며 겨자 먹기’로 참여한 점주가 많다”고 전했다.
[이코노미스트]가 입수한 처갓집의 ‘배민 상생 제휴 프로모션 주요 조건’에 따르면 프로모션 미동의 시 배민의 모든 행사 혜택 적용이 불가능하다.
“200만원 아끼려다 600만원 날려”
처갓집 점주 권모씨는 “처갓집은 배민의 브랜드 할인 비중이 매우 큰 브랜드”라면서 “거의 매일 기본 4000원에서 최대 8000원까지 할인쿠폰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그는 “반경 1km 내에 처갓집 매장이 다섯 개인데 소비자는 당연히 할인이 적용되는 곳을 선택할 것”이라며 “기존에 발급하던 4000원 쿠폰의 경우 ▲본사(750원) ▲지사(1750원) ▲가맹점(1500원) 부담으로 배민 지원금이 없는데, 배민 온리에 참여하지 않으면 모든 할인쿠폰 행사에서 제외되는 상황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배민과 처갓집 측은 이번 프로모션이 수수료 부담을 덜어 점주의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상생 마케팅이라는 입장이다.
처갓집 관계자는 “음식값 2만8000원을 기준으로 수수료가 4.3%포인트(p) 낮아지면 주문 한 건당 약 1200원의 비용 절감 효과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가맹점주는 참여 여부를 언제든지 선택할 수 있고, 미참여 시 앱 내 노출 등에서 불이익은 전혀 없다”면서 “땡겨요를 포함한 공공 배달앱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고, 가맹점주의 매출과 이익 증대를 위한 공정한 시장경쟁 활동”이라고 주장했다.
문제는 배민에서만 주문할 수 있다고 해서 기존 쿠팡이츠 이용 고객이 곧바로 배민으로 이동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배민 온리에 참여한 점주 다수는 “배민 온리 시행 이후 기존 쿠팡이츠 매출만큼 배민의 매출이 늘어나진 않았다”며 “할인 혜택을 받기 위해 배민 온리를 택했지만 총매출은 줄었다”고 입을 모은다.
또 다른 처갓집 점주 황모씨(51)는 “한 달에 배민에서 5500만원, 쿠팡이츠에서는 500만~600만원 정도의 매출이 나온다”면서 “배민 온리를 통해 아낄 수 있는 수수료는 월 200만원 수준인데 쿠팡이츠 매출을 포기하면 한 달에 300만~400만원의 손해를 보는 셈”이라고 토로했다.
업계의 관심은 공정위의 판단에 쏠린다. 공정위가 이번 사안을 ▲배타조건부거래 ▲거래상 지위 남용 등 공정거래법과 가맹사업법 위반으로 본다면 배민의 프로모션 전략에도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배민은 지난해 6월 교촌치킨 운영사인 교촌에프앤비와도 유사한 협약을 추진했다가 공정거래법 위반 논란이 제기되자 계획을 철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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