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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김진국 넥스트레이드 전무 “거래시간 확장, 투자자들이 먼저 답했다…이제는 외국인·기관 유치”

증권 일반

“솔직히 이 정도의 파급력일 줄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거래시간 확대가 과연 시장에서 통할까 하는 우려도 있었지만, 우리나라 시장과 투자자들의 역동성을 고려했을 때 진작에 도입됐어야 할 서비스였다고 확신합니다.”김진국 넥스트레이드 전무의 목소리에는 자신감과 함께 시장의 뜨거운 반응에 대한 감회가 서려 있었다. 지난 3월 국내 자본시장에 혜성처럼 등장한 최초의 대체거래소(ATS)인 넥스트레이드는 예상을 뛰어넘는 돌풍을 일으키며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 가고 있다. 현재 넥스트레이드의 일평균 거래액은 ▲프리마켓 약 1조원 ▲메인마켓 4조원 ▲애프터마켓 7000억~8000억원 수준으로 확대됐다. 단순한 시장 보완 기능을 넘어, 유동성 분산과투자자 선택지 확대라는 측면에서 실거래 기반을 넓히고 있다는 평가다.넥스트레이드 신드롬의 중심에는 단연 ‘거래시간 확대’라는 혁신이 있다. 김 전무는 “프리마켓은 글로벌 변동성을 적극활용하려는 투자자들에게 새로운 기회의 장을 열었고, 애프터마켓은 퇴근 후 여유롭게 기업 공시를 분석하고 투자 판단을 내리는 ‘올빼미 투자자’들에게 최적의 거래 환경을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정규장 마감 후 쏟아지는 기업 공시들이 애프터마켓에서 즉각적으로 가격에 반영되면서, 정보에 기반한 투자자들의 신속한 대응이 가능해졌다는 평가다.이에 당초 목표로 삼았던 시장 점유율 15%는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현실이 됐다. 김 전무는 “일본이나 호주의 ATS가 10년 이상 걸려 15% 점유율을 달성한 것과 비교하면 현재 성과는 매우 고무적”이라며 “일본의 PTS(사설거래시스템)가 각종 규제 환경에 발목이 잡혔던 것과 달리 넥스트레이드는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환경에서 출발한 점도 초기 성공의 밑거름이 됐다”고 설명했다.물론 모든 시작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시스템 안정화는 출범 초기 가장 큰 숙제였다. 김 전무는 “넥스트레이드 오픈이 이제 3달째에 접어들었고 본격적인 거래가 이루어진 지는 두 달, 수수료를 받기 시작한 지는 한 달 남짓 됐다”며 “초기에는 모든 증권사 시스템이 두 개의 거래 플랫폼에 익숙해지는 과정에서 예기치 못한 상황도 발생했고, 솔직히 밤잠을 설칠 정도로 긴장의 연속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러나 출범 초기의 불안정한 상황은 점차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김 전무는 “최근에는 전산 오류 관련 이슈가 거의 사라졌다”며 “시장이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이 무엇보다 큰 성과”라고 설명했다. 이어 “초기에는 긴장의 연속이었지만, 전사적인 대응을 거치며 지금은 시스템이 정상 궤도에 올라섰다”고 덧붙였다.외국인·기관 투자자 유치 ‘청신호’성공적인 첫발을 내디딘 넥스트레이드의 시선은 이제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 확대로 향하고 있다. 외국인 비중은 아직 10%에 미치지 못하고 연기금이나 공모펀드 등 국내 주요 기관의 거래도 본격화되지 않았지만, 시장 안팎에서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김 전무는 “이미 복수의 외국계 대형 증권사들이 10월 2차 오픈에 맞춰 실거래 참여 의향을 전달해 왔고, 이들 대부분이 시장 영향력이 큰 곳들”이라며 “시장의 움직임이 커지면서 이들의 진입도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기관 투자자 유치 전략도 구체화되고 있다. 김 전무는 “기관들은 단순한 수수료 절감 효과보다는, 대량 주문 시 시장 가격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안정적으로 거래를 체결할 수 있는지를 고려한다”며 “한 번의 주문이 가격에 미치는 영향인 ‘시세 관여율’이 가장 중요한데, 넥스트레이드도 이 부분에서 시장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15% 룰’ 둘러싼 고민과 해법 찾기넥스트레이드의 빠른 성장세와 함께 시장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15% 룰’로 향하고 있다. 현 금융투자업 규정에 따르면 개별 종목의 6개월 거래량이 한국거래소(KRX) 대비 전체 거래량의 15%, 개별 거래량의 30%를 초과할 경우 해당 종목의 넥스트레이드 거래가 익일 정지된다. 시장 과열을 방지하고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취지지만, 성장 가도를 달리는 넥스트레이드에게는 잠재적인 제약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김 전무는 이 규정에 대해 “법에서 정하고 있는 기준인 만큼 출범할 때부터 당연히 준수하기로 하고 시작한 것”이라며 원칙적인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규정의 타당성과는 별개로, 현재로서는 이를 준수할 의무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다만 투자자들의 거래 기회가 제한될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깊은 고민을 드러냈다. 김 전무는 “개별 종목별로는 거래가 정지될 수 있고, 이는 투자자들의 선택권을 제약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러한 상황을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금융당국과 지속적으로 논의하며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투자자 중심 혁신 플랫폼 목표…자본시장 새 지평”향후 운영 전략에 대해 김진국 전무는 “현재 약 800개 수준인 거래 대상 종목 수를 당분간 급격히 늘리기보다는, 기존 종목들의 유동성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며 내실을 다지는 데 집중할 계획”이라며 “다만 시장의 변화와 투자자의 요구에 맞춰 적시에 최적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항상 깨어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김 전무는 “단순히 또 하나의 거래소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한국 자본시장에 경쟁력 있는 대체거래 플랫폼을 처음 선보였고 그것이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해가고 있다는 사실에 자부심과 책임감을 느낀다”며 “궁극적으로는 다양한 금융상품을 지금보다 훨씬 저렴하고, 쉽고, 편리하게 거래할 수 있는 혁신적인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 넥스트레이드의 최종 목표”라고 말했다.

2025.06.24 08:00

4분 소요
3년 목표 3달 만에 달성한 넥스트레이드…KRX 70년 아성에 도전장

증권 일반

국내 최초의 대체거래소(ATS) 넥스트레이드(NXT)가 출범 3개월 만에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돌풍을 일으키며 70년간 이어져 온 한국거래소(KRX)의 독점 체제를 뒤흔들고 있다. 당초 3년 목표로 내걸었던 시장 점유율을 단 3개월 만에 넘어서는 기염을 토하며 한국 자본시장의 강력한 ‘메기’로 부상했다.넥스트레이드는 출범 3개월 만에 누적 거래대금 100조원을돌파하며 시장 안착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넥스트레이드가 국내 주식시장에서 차지한 거래대금 기준 점유율은 30%, 거래량 기준은 15%에 달한다. 출범 직후인 3월 31일과 비교하면 각각 16.3%, 6.6%에서 두 배 가까이 뛰어오른 수치다특히 이달 들어 기세가 더욱 가팔라졌다. 출범 100여일째인 지난 6월 10일에는 일일 거래대금이 10조602억원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10조원을 돌파했고, 13일에는 11조2293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프리마켓(Pre-Market)에서도 16일 하루 거래대금이 2조2715억원에 달하며 시장의 폭발적 관심을 입증했다.이 같은 성과는 넥스트레이드 내부에서도 예측하지 못한결과다. 넥스트레이드 측은 출범 전 기자간담회에서 시장 점유율 15%를 채우는 것을 장기 목표로 제시했다. 당시 증권업계 역시 3년 내 10% 달성을 현실적인 시나리오로 봤다. 하지만 거래 종목이 796개로 늘어난 지난 3월 말부터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대형주가 거래대상에 포함됐고, 거래대금이 급격하게 증가했다.성공 비결은 ‘시간·효율·혁신’…투자자 마음 사로잡아넥스트레이드의 가장 강력한 경쟁력은 거래시간 확대다. 넥스트레이드는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총 12시간 거래를 지원하면서, 기존 정규장 중심 구조에서는 소외됐던 다양한 투자 수요를 흡수하고 있다. 특히 개장 전 프리마켓(08:00~08:50)과 장 마감 후 애프터마켓(15:30~20:00)에서 야간 공시나 해외 증시 이슈에 빠르게 대응하려는 투자자가 크게 늘면서, 이 시간대 거래량은 두 달 만에 5배 이상 급증했다.기존에 없던 혁신적인 주문 방식도 투자자 유입을 이끌었다. 최우선 매수·매도 호가의 중간 가격에서 자동으로 체결되는 ‘중간가호가’는 실질적인 거래 비용 절감 효과를 제공했고, 일정 가격에 도달하면 지정가 주문이 자동으로 발동되는 ‘스톱지정가호가’는 정교한 손실 관리 수단으로 활용됐다. 이 같은 새로운 주문 도구들은 투자자에게 더 다양한 전략 구사를 가능케 했다.이 밖에 수수료 경쟁력도 빠른 성장을 이끌었다. 넥스트레이드는 한국거래소(KRX) 대비 20~40% 저렴한 거래 수수료를 책정해 투자자의 비용 부담을 크게 줄였다. 여기에 증권사들이 도입한 ‘스마트 오더 라우팅’(SOR) 시스템이 시너지를 냈다. SOR은 투자자의 주문을 가격과 수수료 등 조건이 가장 유리한 시장으로 자동 배분하는데, 동일한 가격이라면 수수료가 더 낮은 넥스트레이드에 주문이 몰리는 구조다.이를 바탕으로 넥스트레이드의 프리마켓은 최근 간밤의 미국 증시나 국제 정세를 가장 먼저 반영하는 '새로운 바로미터'로 자리잡았다. 지난 4월 미국발 상호관세 이슈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출렁였던 때를 비롯해, 최근 이스라엘과 이란의 군사적 충돌처럼 국제 정세가 불안해질 때마다 투자자들은 리스크를 선반영하기 위해 넥스트레이드로 몰렸다. 그 결과 프리마켓 거래대금은 매번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증권가·외국인은 ‘러브콜’…기관은 ‘신중 모드’ 넥스트레이드의 흥행으로 시장 참여자들의 희비는 엇갈리고 있다. 시장 초기에 참여한 증권사들은 넥스트레이드 도입으로 거래대금이 급격히 늘어난 반면, 출범 초기 시스템 구축 비용 부담 등으로 참여를 주저했던 증권사들은 이제 경쟁적으로 참여를 희망하고 있다. 오는 10월 말 예정된 '2차 오픈'에서는 프리마켓과 애프터마켓에만 참여하던 14개 증권사가 정규장까지 참여를 확대한다면 총 29개 증권사가 넥스트레이드에 합류하게 된다. 이는 국내 위탁매매 시장의 약 87%를 차지하는 규모로, 넥스트레이드의 시장 영향력 확대가 예상된다.외국인 투자자의 관심도 뜨겁다. 출범 첫 달 0.4%에 불과했던 외국인 거래 비중은 3개월 만에 9.2%로 20배 이상 급증했다. 글로벌 이슈에 민감한 외국인 투자자들이 프리마켓의 빠른 반응성과 낮은 수수료에 높은 점수를 준 결과다. 여기에 오는 10월 주요 외국계 증권사의 시스템 연동이 시작되면 외국인 거래 비중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다만 기관 투자자의 참여는 1~2%대에 머물며 아직 넥스트레이드의 숙제로 남아있다. 대규모 자금을 운용하는 기관들은 신생 시장의 유동성과 안정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만큼, 아직은 참여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며 시장을 관망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속도와 비용을 중시하는 개인·외국인과 달리 안정성을 중시하는 기관의 마음을 어떻게 사로잡을지가 향후 성장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넥스트레이드의 성공적인 데뷔에도 불구하고 넘어야 할 과제는 적지 않다. 가장 큰 문제는 '성공의 역설'이라 불리는 규제다. 현행법상 ATS의 6개월 일평균 거래량은 전체 시장의 15%, 개별 종목의 경우 30%를 초과할 수 없다. 이미 일부 인기 종목은 하루 거래량이 이 기준을 초과하는 상황에서, 넥스트레이드는 규제 상한을 맞추기 위해 거래를 제한해야 하는 딜레마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이외에도 낮은 유동성에 따른 프리마켓의 변동성, 고빈도매매(HFT)로 인한 시장 교란 가능성, 한국거래소와의 이해상충 문제 등은 여전히 해결 과제로 남아 있다. 결국 이러한 구조적 과제들을 어떻게 풀어가느냐가 넥스트레이드의 안정적인 안착은 물론, 국내 자본시장의 새로운 경쟁 구도를 가늠할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2025.06.24 07:00

4분 소요
위기를 넘어 미래로…대한민국 보험산업의 ‘리부트’ 전략

보험

최근 국내 보험산업이 구조적 위기를 맞고 있다. MG손해보험과 KDB생명의 매각이 연이어 실패하고, 캐롯손해보험은 재무건전성 악화로 한화손해보험에 흡수됐다. 이는 단지 몇몇 기업의 문제가 아니다. 산업 전반의 취약성과 한계가 고스란히 드러난 것이다.고금리 기조, 새 회계기준(IFRS17)의 도입, 인구구조 변화와 시장 포화까지. 보험사들은 복합적 환경 변화 속에서 생존 기반을 위협받고 있다. 단순한 연명에 그칠 것이 아니라 산업 전체를 근본적으로 재설계하는, 이른바 ‘리부트(Reboot)’ 전략이 시급하다.부실 보험사‧관성적 포트폴리오 구조 정비해야무엇보다 우선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자본 확충 없이 연명만 하는 보험사는 시장의 부담일 뿐이다. 부실 보험사는 과감히 정리하고,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시장을 재편해야 하고 시장에서의 그 역할을 정상화해야 한다. 이것이 일시적으로 고통스럽더라도, 장기적으로는 보험시장의 신뢰와 효율성을 회복하는 핵심 조건이다. 또한, 일부 보험사에 의존해 관성적으로 운영되어 온 포트폴리오 구조 역시 전면 개편이 요구된다. 금융당국은 사후 규제자의 지위에서 벗어나 위기 초기부터 조정자로서 선제적으로 개입할 필요가 있다. 보험사들은 이제야말로 자발적이고 선제적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조정해야 한다. 전통적인 자동차보험, 정형화된 실손의료보험 중심에서 벗어나, 새로운 수요에 대응하는 방향으로 구조를 혁신할 필요가 있다. 자산운용 역량을 제고하고, 리스크 기반의 유연한 상품 라인을 확보하는 등 경영의 고도화 없이는 선진국형 보험시장으로 도약할 수 없다.상품 혁신 또한 필수다. 고령화, 1인 가구 증가, 만성질환 확대 등 크고 작은 사회 변화는 보험의 역할을 전통적 위험보장에서 일상관리와 삶의 질 향상으로 확장시켰다. 고령화는 단순히 보험료 상승의 문제가 아니다. 치매, 간병, 만성질환 등 장기화되는 건강 문제는 노후생활의 리스크를 복합적으로 증폭시킨다. 1인 가구의 급증은 가족 기반의 보장체계를 전제한 기존 보험 모델에 근본적인 도전을 던지고 있다. 독거노인의 고독사 위험, 사회적 돌봄의 공백, 의료서비스의 단절 등은 보험사가 단순한 사고 보상자가 아닌 ‘삶의 동반자’로서 기능할 수 있도록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을 활용한 맞춤형 상품 개발, 예방과 사후관리까지 아우르는 플랫폼 보험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보험은 이제 단순한 위험 이전이 아닌,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는 ‘토탈 헬스케어 서비스 플랫폼’으로 진화해야 한다. 예방–진단–치료–관리까지 전 주기를 아우르는 건강관리형 상품이 주류가 되어야 하며, 병원-약국-건강기기(또는 웨어러블기기)-모바일 앱 등과 연계된 통합형 서비스 모델이 필요하다. 예컨대, 만성질환자의 복약순응도 관리, 맞춤형 식단 코칭, 정신건강 앱 연동, 원격의료 컨설팅 등은 보험사에게 새로운 사회적 가치와 수익모델을 동시에 제시한다.소비자 신뢰 회복, 보험산업 지속 가능성 좌우할 ‘열쇠‘소비자 신뢰 회복 또한 지속 가능성의 핵심이다. 보험료 산정의 불투명성, 불완전판매, 과잉설계, 리베이트 중심 영업 관행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았다. 이를 해결하려면 보험료 산정 기준의 표준화, 비교공시제도의 실효성 강화, 상품 설명의무 위반에 대한 실질적 제재가 필요하다. 설계사 자격 요건과 윤리 교육 강화, 내부통제 정비도 병행되어야 한다. 또한 정보 비대칭을 해소해 소비자가 능동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제도적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보험은 신뢰를 거래하는 계약인 만큼, 정보 접근성과 투명성이 핵심이다. 디지털 기반 통합 공시 플랫폼 도입이나 금융소비자보호법과의 실질적 연계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소비자의 신뢰는 곧 보험산업의 생명줄이다.보험의 사회적 기능을 확장할 신사업 진출도 필요하다. 헬스케어, 요양, 건강 모니터링 등 공공성과 수익성을 함께 갖춘 분야에서 민간 보험사의 역할이 더욱 요구되고 있다. 그러나 현행 보험업법은 보험사의 업무를 고유업무와 부수업무로 엄격히 구분하고, 부수업무의 범위를 좁게 해석하고 있어 혁신적 사업모델로의 전환을 구조적으로 제약한다. 특히 금산분리 원칙이 경직적으로 적용되면서 보험사가 전략적으로 투자하거나 플랫폼 기능을 수행하는 데도 한계가 크다. 이제는 부수업무의 정의와 범위를 실질적으로 재조정하고, 디지털 헬스케어, 장기요양, 정보기술 연계 서비스 등 융복합 영역에서의 진출을 제도적으로 인정해야 한다. 동시에 금산분리에 대한 유연한 예외 적용 또는 기능적 완화를 통해 보험사가 사회적 수요에 부응할 수 있도록 정책적 균형 감각이 요구된다.금융당국, 과도한 개입 대신 혁신 조력자 돼야마지막으로 금융당국의 역할 전환이 필요하다. 보험은 국민의 삶과 직결된 산업이다. 이러한 산업적 특성을 파악하여 금융당국의 과도한 개입은 자제하되, 산업이 자생적으로 혁신할 수 있는 제도적 여건을 조성하는 전략적 조력자가 되어야 한다. 스타트업과의 연계, 조기 인가, 유연한 규제 설계 등을 통해 민간 주도의 혁신을 촉진해야 한다. 감독당국은 시장을 통제하기보다는 방향성과 기준을 설계하는 이정표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위기가 곧 기회다. 그러한 측면에서 지금이 보험산업 개혁의 결정적 시기다. 산업의 체질을 개선하고 국민 신뢰를 회복하며, 인구구조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면 이번 위기는 새로운 도약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정부, 기업, 소비자가 함께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 김은경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한국외국어대에서 학·석사를 마치고 독일 만하임대학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취득한 뒤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공적자금관리위원회 매각소위 위원과 법령해석심의위원회 위원, 금융위 옴부즈만,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 조정위원과 제재심의위원회 위원, 한국소비자원 분쟁조정위원회 조정위원 등으로 활동했다. 금융 법률, 소비자 보호 분야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2020년 금감원 금융소비자보호처장으로 선임됐으며, 당시 금감원 최초의 여성 부원장으로 주목받았다. 보험법과 관련된 연구논문을 다수 발표해 ‘보험법 전문가’로 평가받고 있다.

2025.06.23 08:00

4분 소요
보험사 수익성·건전성 ‘빨간불’…캐롯손보의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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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들이 수익성과 건전성 관리 시험대에 놓였다. 지난 2023년 새 회계제도(IFRS17) 도입 이후 디지털·중소형보험사를 위주로 수익성 악화가 심화되고 있다. 이에 더해 대형보험사를 비롯한 전체 보험사의 지급여력(K-ICS) 비율이 일제히 하락해 시장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여기에 금리하락 기조까지 겹치며 보험사의 자본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졌다.이익체력 흔들…건정성 비율도 하락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4년 보험사 전체 당기순이익은 14조144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6% 증가했다. 그러나 2025년 1분기 잠정 순이익은 4조1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8% 감소하면서 수익성 개선이 담보되기 어려운 상황이다.5개 대형 손해보험사(삼성·DB·메리츠·현대·KB)의 지난해 순이익은 총 7조4180억원으로 전년 대비 15.2% 증가한 역대 최대 실적이다. 반면 이들을 제외한 나머지 26개 손보사(재보험사 포함)의 지난해 순이익은 1조974억원으로 1년 전보다 39.4% 감소했다.생명보험업계의 상황도 비슷하다. 5개 대형사(삼성·한화·교보·신한·농협)의 실적은 1년 새 11.9% 늘었지만, 나머지 17개사의 순이익은 같은 기간 0.8% 줄었다.보험업계는 이러한 실적 양극화 현상이 IFRS17의 도입으로 나타난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IFRS17은 보험사가 가입자에게 지급해야 하는 보험금을 계약 시점 원가가 아니라 매 결산기 시장금리와 실제 위험률 등을 반영한 시가로 평가하는 새 회계기준이다.회계기준이 질병보험 등 장기 보장성 상품에 유리한 구조로 바뀌면서, 해당 상품에 강점을 지닌 대형사들이 상대적 우위를 점하게 됐다. 경쟁에서 뒤처진 디지털·중소형 보험사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IFRS17상 수익성 핵심인 계약서비스마진(CSM)을 관리하는 데 있어 보험사들마다 준비를 했지만, 손해보험사의 경우 건강보험 등 보장성 보험 위주로 포트폴리오가 이제 그쪽으로 이제 쏠리게 됐다”면서 “이는 대형사가 유리한 부분으로, 중소형사의 경우 자동차·일반 보험 위주로 돼 있어, 대형사들이 CSM 부분에서 회계상 플러스 요인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 가운데 기준금리 하락 등으로 보험사의 건전성 지표 또한 크게 악화했다. 통상 시장금리가 하락하면 보험부채가 늘어나 보험사 건전성 저하로 이어진다. 2024년 12월 말 기준 보험사 전체 K-ICS 비율은 206.7%로, 전 분기말 218.3% 대비 11.6%p 하락했다. 생명보험사의 K-ICS 비율은 203.4%로 직전 분기 대비 8.3%p 하락했고, 손해보험사는 211.0%로 직전 분기 대비 16.0%p 하락했다. K-ICS 또한 2023년 도입된 새로운 자본건전성 지표다. 이는 모든 보험계약자가 일시에 보험금을 청구했을 때 지급할 수 있는 여력을 나타낸다. 가용자본을 요구자본으로 나눠 산출하며, K-ICS 비율이 높을수록 자본건전성이 높다고 평가된다. 해당 비율은 보험업법상 100%, 금융당국에서는 150% 이상 유지를 권고해왔다. 그러나 최근 금융당국은 K-ICS 감독 기준을 현행 150%에서 130%로 인하키로 했다. 보험사의 자본 부담을 완화하고 규제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최근 보험사의 K-ICS 비율 하락은 기준금리 인하의 영향이 크다”면서 “지급여력비율이 완화됐으나, 문제는 보험업법상 기준치 100%에도 턱걸이하는 회사들이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캐롯손보의 경고…한화손보가 구원투수로보험업의 구조적 한계에 디지털·중소형 보험사의 타격이 더 클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캐롯손해보험 이같은 한계를 이겨내지 못한 사례로 꼽힌다. 캐롯손보는 2019년 출범 첫 해 91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낸 뒤 지속해서 흑자전환을 노려왔다. 하지만 매년 적자를 기록하며 위기감이 증폭됐다. 연도별 적자규모를 살펴보면 ▲2020년 381억원 ▲2021년 650억원 ▲2022년 795억원 ▲2023년 760억원 ▲2024년 662억원 등이다. 2023년 IFRS17 도입 이후 보험사의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주력 상품이 장기·보장성 상품이 된 만큼 흑자 전환은 더욱 어려워졌다. 디지털보험사는 사이버채널(CM) 등 비대면 채널 비중을 90% 이상으로 유지해야 하는 등 판매채널 제약이 있어 상품구조가 복잡한 장기·보장성 상품 취급이 쉽지 않다. 캐롯손보 역시 퍼마일 자동차보험 등 단기성 디지털 상품 위주의 구조가 잡혀있었다.재무건전성도 악화됐다. 캐롯손보는 K-ICS 비율을 높이기 위해 2021년 1000억원, 2023년 1305억원 등 총 세 차례 증자를 받기도 했다. 이에 2022년 3분기 킥스 비율을 656%까지 끌어 올렸지만, 이후 급락해 지난해 말에는 156.24%까지 떨어졌다. 이에 모회사인 한화손해보험이 구원투수로 등장했다. 한화손보는 캐롯손보를 흡수합병키로 결정했으며, 합병 기일은 오는 9월 10일이다. 급변하는 보험업계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캐롯손보는 독자 생존은 실패했지만, 이번 합병을 계기로 새로운 도약 기회를 모색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설용진 SK증권 연구원은 “캐롯손해보험의 경우 특별한 이슈가 없으면 올해 4분기 중 한화손해보험 재무제표에 합쳐질 예정”이라면서 “제도적 요인으로 향후 대규모 출자가 불가피해지며 합병하는 방향으로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캐롯손해보험의 적자는 지속되고 있으나 합병 후에는 마케팅비용 등 합쳐지며 적자 폭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온라인채널(CM채널) 등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으며 규모의 경제를 통해 흑자 전환 추진이 목표”라고 진단했다.

2025.06.23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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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마진의 덫, 추락하는 수익성…빨간불 켜진 보험 영업

보험

대한민국 보험산업에 경고등이 켜졌다.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를 넘어섰고, 과거에 판매한 고금리 상품은 역마진의 덫이 되어 현재의 수익성을 갉아먹고 있다. 거대 판매 채널로 성장한 법인보험대리점(GA)에 대한 종속은 과도한 사업비 지출로 이어지며 보험사의 허리를 휘게 하고 있다. 일부에선 무리한 영업이 불완전판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빈틈없는 보험 시장…“팔수록 남는 게 없다”보험연구원이 2023년 가구 3000 가구를 조사한 결과, 가구당 보험가입률은 98.4%로 사실상 모든 가구가 1개 이상의 보험을 보유했다. 이러한 상황은 국내 보험 시장이 성숙기에 진입하면서 수입보험료 증가에 한계를 보이고 있음을 뜻한다. 2022년 252조8000억원이었던 수입보험료는 2023년 237조6000억원으로 6.0% 감소했고, 2024년에는 241조4000억원으로 1.4% 증가에 그쳤다. 저출산·고령화 등 인구구조 변화와 경제성장 둔화 또한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를 어렵게 하고 있다.결국 보험사들은 ‘내 고객을 지키고 남의 고객을 빼앗는’ 제로섬 게임에 몰두하는 모습이다. 특히 GA(법인보험대리점)에 소속된 설계사들은 경쟁사 상품까지 실시간 비교해 더 낮은 보험료·더 큰 보장을 내세우며 승환계약을 부추긴다. 그 과정에서 설계사에게 지급되는 수수료(시책비)는 보험사 사업비로 쌓여 수익성을 잠식한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신규 시장이 없다 보니 결국 옆 회사 계약을 뺏어오는 것 외에는 성장을 보여줄 방법이 마땅치 않다”며 “이 과정에서 불필요한 보장을 추가하거나 기존 계약을 부당하게 해지하도록 유도하는 등 불완전판매 가능성도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토로했다. 과거의 영광, 오늘의 족쇄…‘역마진’ 시한폭탄보험사의 수익성 악화를 유발하는 핵심 요인 중 하나는 ‘역마진’이다. 이는 과거 저금리 시대에 판매했던 고금리 확정형 저축성보험 때문이다.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 전후, 보험사들은 연 6~8%(일부 10% 이상)를 평생 보장하던 상품을 대거 판매했다.하지만 현재 보험사들의 운용자산이익률은 평균 3%에도 못 미친다. 이렇게 되면 고객에게 약속한 금리를 맞추기 위해 보험사는 자산운용 수익보다 더 많은 돈을 지출해야 한다. 즉, 팔 때는 흑자처럼 보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손실이 쌓이는 구조다. 실제로 2025년 1분기 보험회사(생보사 22개, 손보사 31개)의 당기순이익은 4조96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699억원 감소했다. 특히 생명보험사의 당기순이익은 1조695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83억원 줄었으며, 손실부담비용 증가 및 금융자산처분·평가손익 감소 등으로 보험손익과 투자손익 모두 악화됐다. 손해보험사의 당기순이익도 2조401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616억원 감소했다.이 가운데 새로운 회계제도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2023년부터 적용된 IFRS17(새로운 회계제도)은 보험부채의 시가평가를 통해 자본 변동성을 확대했다. 이로 인해 고금리 상품의 이자 부담이 현재 부채로 즉시 반영되면서 자본 훼손은 가속화되고 지급여력비율(K-ICS)을 깎는 원인이 되고 있다. 실제로 금융감독원 잠정 집계에 따르면 2025년 3월 말 기준 K-ICS 지급여력비율은 생명보험사 172.2%, 손해보험사 194.9%로 2023년 말 대비 각각 36.4%포인트(p), 23.6%p 하락했다. 이는 금리 하락에 따른 기타포괄손익누계액 감소가 지급여력비율 하락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보험연구원 관계자는 보고서에서 “이차역마진 부담이 커질수록 생보사의 경영 지속 가능성이 떨어진다”며 “중장기적으로 저축성보험의 상품 구조 개편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지속적인 건전성 지표 하락에 대응하기 위해 보험사들은 대규모 자본성증권 발행에 나섰다. 2024년 중 보험사의 자본성증권 발행액은 약 8조7000억원으로 2022년(4.1조원), 2023년(3조2000억원) 대비 큰 폭으로 증가했다. 올해 1분기에도 4조7000억원 규모의 자본성증권을 발행했다. 특히 금리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은 후순위채권을 중심으로 발행량이 크게 증가했다.‘공룡’ GA에 끌려가는 보험사…소비자도 위험하다보험사가 직접 고객을 관리하지 않고 대부분의 판매를 외부 GA 채널에 의존하게 되면서,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2024년 말 기준 전체 설계사 65만1000명 중 약 44.3%인 28만9000명이 GA 소속이다.문제는 GA가 설계사 위주의 구조다 보니, 수당이 높은 상품이 먼저 팔리는 경향이 짙다는 것이다. 이로인해 소비자에게 적합하지 않은 상품이 권유되거나, 가입 후 유지율이 떨어지는 ‘반짝 계약’이 반복되는 경우도 있다. 게다가 보험사는 GA에 지급하는 선지급 수수료, 각종 판촉비(시책비) 등으로 인해 사업비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2023년 보험업권의 사업비는 전년 대비 4조9000억원 증가(14.1%)했으며, 특히 신계약비가 23조7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3조7000억원 증가(18.4%)해 전체 사업비 증가액의 75% 수준을 차지했다. 일부 회사는 신계약 한 건당 손익분기점에 도달하는 데 5년 이상이 걸린다는 분석도 있다.이에 금융위원회는 지난 5월 ‘보험 판매수수료 개편안’을 확정했다. 개편안은 ▲선지급 한도 축소 및 계약유지율에 따른 유지보수 신설 ▲판매수수료 집행체계 정비 및 보험사 상품위원회 역할 강화 ▲2026년 1월부터 상품별 수수료 비교 공시·설명 의무화 ▲2026년 7월부터 GA 설계사 개인에게도 ‘1200% 룰’ 적용 등이 핵심이다. 2020년 1월 처음 도입된 ‘1200% 룰’에 대해 금융위는 보험사와 GA 간의 규제 차익을 없애기 위해, GA가 소속 설계사 개인에게 지급하는 수수료, 정착지원금, 시책 등을 모두 포함하여 1200% 규칙을 적용하도록 제도를 강화하기로 했다.또한 금융위는 당국의 K-ICS 권고 기준을 기존 150%에서 130%로 하향 조정해 보험사들의 단기적인 자본 관리 부담을 덜어줬다. 동시에 장기적으로는 질 좋은 ‘기본자본’ 중심의 규제를 도입하여 보험사들의 근본적인 재무 체질 개선을 유도할 계획이다.다만 일각에서는 여전히 영업환경 개선에 회의론이 팽배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실질 영업현장은 여전히 수당 중심이라 제도가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며 “근본적 해법은 보험사 수익구조 정상화”라고 말했다. 이어 “보험업계와 금융당국이 위기 탈출을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그 해법들은 단기적인 효과와 장기적인 부작용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모습”이라고 덧붙였다.

2025.06.2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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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석 셰프, 간편식 협업에 진심"...1Q 50만개 판매한 비결은 [이코노 인터뷰]

유통

“지식재산권(IP) 사업은 엔터테인먼트 사업과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IP가 소속 연예인이라면 인기를 끌 만한 연예인을 발굴하고 육성, 관리하는 게 저희 일이죠.”지난 5일 서울 강남구 프레시지 본사에서 만난 이현복 프레시지 IP사업총괄본부장은 IP 사업을 ‘매니지먼트’에 비유했다. 이 본부장은 ‘끊임없는 관리’가 IP 사업의 핵심이라고 본다. 잠재력 있는 신인을 찾아내거나 인기 있는 스타를 영입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소속 연예인이 세심하게 관리받는다고 느끼도록 신경을 많이 쓴다고 이 본부장은 설명했다.이 본부장에 따르면 프레시지와 IP 계약을 맺은 협업 당사자가 가장 만족하는 부분이 지속적인 사후 관리다. “온라인에 IP 제품에 대한 부정적 의견이 올라왔을 때 IP 고객이 직접 확인하는 것과 프레시지에서 소비자의 반응을 파악해 대응 결과를 먼저 전달하는 건 다릅니다. 좋은 IP와의 협업뿐 아니라 철저한 품질 관리, 세심하고 투명한 소통 세 가지가 잘 맞아떨어졌을 때 IP 사업이 성공할 수 있다고 봐요.” 엔데믹 이후 밀키트 시장 주춤…‘푸드 IP’로 반등 노린다IP 사업은 최근 프레시지가 가장 공을 들이는 분야다. 프레시지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4월까지 프레시지의 IP 사업 매출은 약 220억원으로 1년 전보다 15%가량 늘었다.‘요리로부터 세상을 자유롭게 한다’는 철학을 앞세운 스타트업으로 지난 2016년 시작한 프레시지는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밀키트 수요가 폭증하며 고공 성장했다.지난 2016년 1억원에 그쳤던 프레시지의 매출은 2022년 2149억원을 기록하며 5년 만에 143배 불었다.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급성장한 밀키트 시장은 지난 2022년 엔데믹 이후 성장이 둔화한 모습이다. 시장조사 기업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밀키트 시장 규모는 지난 2021년 3000억원을 넘어선 뒤 엔데믹을 기점으로 성장이 정체하며 3년째 3000억원대에서 제자리걸음 중이다.이 본부장은 “전체 밀키트 시장의 성장이 정체됐다고 판단하기는 이르다고 생각한다”라며 “최근 밀키트 수요가 줄어든 건 불경기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과 원자재 가격 상승, 예기치 못한 유통 채널 리스크 등 외부 요인의 영향이 컸기 때문”이라고 말했다.프레시지는 IP 사업이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거라고 보고 스타 셰프, 지역 맛집 등과 협업을 강화하며 실적 반등을 노리고 있다. 사업 초기부터 ‘푸드 IP’를 활용한 간편식 퍼블리싱 사업을 전개한 프레시지는 ▲해운대암소갈비집 ▲워커힐 호텔 ▲최현석, 여경래, 박은영 셰프 등과 협업해 다양한 간편식을 선보였다. “최현석, 협업에 진심”…‘흑백요리사’ 인기에 해외 진출스타 셰프 최현석과의 협업이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힌다. 프레시지는 지난해 7월부터 최 셰프와 전략적 IP 유통 계약을 맺은 뒤 ▲쵸이닷 ▲중앙감속기 등 최 셰프의 레스토랑 IP를 차례로 확보했다.최 셰프가 출연한 넷플릭스 인기 예능 ‘흑백요리사’ 방영 이후인 작년 11월 한 달 동안 ‘쵸이닷’ IP로 만든 제품 판매량은 17만개를 기록했다. 프레시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프레시지에서 가장 많이 팔린 제품은 최 셰프와의 협업 제품인 ‘한돈한우 함박스테이크’(50만개)로 집계됐다. ‘신신고깃간 한돈한우 직화스테이크’가 46만개로 뒤를 이었다. 3, 4위도 해운대암소갈비집, 워커힐 호텔앤리조트 등 IP 협업 제품이다. 이 본부장에 따르면 최 셰프는 새벽에도 카카오톡 메신저로 신메뉴에 대한 의견을 보내고, 제품 샘플을 직접 하나하나 맛본 뒤 평가할 정도로 협업에 진심이다.이 본부장은 “스타 셰프 중 최 셰프와의 협업을 가장 먼저 시작했는데 최 셰프의 만족도가 높다”라며 “그 덕에 다른 유명 셰프와의 협업도 순조롭게 성사되지 않았나 싶다”라고 전했다. 그는 “올해 하반기 공개를 앞둔 흑백요리사 시즌2 출연자와의 협업도 준비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흑백요리사의 인기에 힘입어 해외 진출도 계획 중이다. 이 본부장은 “흑백요리사 방영 이후 대만, 인도네시아 등 여러 국가에서 요청이 와 현재 최 셰프의 상품 수출을 논의하고 있다”라면서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 프레시지 IP인 횡성축협과 최 셰프의 협업 제품도 수출할 예정”이라고 했다.현재 쵸이닷 제품은 미국 최대 아시안 슈퍼마켓 체인인 H마트 입점을 준비 중이다. 이 본부장은 “오는 9월쯤 수출을 시작할 것”이라며 “올해 미국, 동남아 시장에 프레시지의 IP 제품을 선보일 기반을 닦는 일이 목표”라고 밝혔다. “국내 시장‧해외 맛집 IP 관심”…원가 개선 노력 중기존 IP 외에 새로운 IP도 발굴할 방침이다. 그는 “현재 가장 관심을 두는 건 여행 관련 IP”라면서 “국내에서는 서울 ‘광장시장’, 속초 ‘중앙시장’, 제주 ‘올레시장’ 등 여행객이 자주 방문하는 시장과 협업하고 싶다”라고 언급했다.이 본부장은 “해외는 일본, 홍콩, 대만, 베트남 등 한국인에게 인기 있는 여행지의 맛집 위주로 협업을 검토하고 있다”라며 “박은영 셰프와 함께 홍콩의 대중음식점인 ‘차찬텡’ 브랜드 출시를 준비 중”이라고 덧붙였다.그는 “올해 IP사업팀의 목표는 기존 IP를 잘 관리해 매출을 극대화하고, 해외 맛집 IP와 협업해 신제품을 내놓는 일”이라면서 “중저가 밀키트 시장을 집중적으로 공략하는 동시에 프레시지의 강점인 유명 맛집 IP 활용 퍼블리싱 사업을 확대해 밀키트 1위 기업으로서 입지를 공고히 하겠다”라고 말했다.이 본부장은 “밀키트 사업 초기에 비해 원가율이 많이 개선됐다”라며 “자체 인공지능(AI) 시스템인 ‘프레임’(FRAME)을 활용한 전략적 구매를 통해 식재료의 구매 단가를 최대한 낮추려고 한다”고 설명했다.프레임은 28억개의 누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시장 분석부터 신제품 개발까지 전 과정의 의사결정을 지원한다. 프레시지는 수익성이 저조한 제품의 판매를 중단하고 수요가 높은 제품 공급에 집중하는 등 수익성 위주의 제품군 재구성, 원재료 구매 효율화 등을 통해 원가율을 낮춘다는 구상이다. 원가 관리를 위해 냉동 밀키트의 비율도 늘리고 있다. 육류, 채소, 과일 등 원재료 가격이 쌀 때 다량 구매 후 비축해 두기 위해서는 냉동 제품이 효과적이기 때문이다.이 본부장은 “고가의 냉동 설비를 사용해 맛과 품질을 유지하려고 노력 중”이라면서 “최근 냉동 간편식을 쟁여놓고 먹는 젊은 소비자가 늘어나는 추세기 때문에 현재 흐름과도 맞는 방향이라고 본다”라고 했다. 그는 “최근 밀키트 소비자 대부분이 이미 검증된 유명 IP 제품을 주로 택한다”라며 “이제 밀키트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IP 상품을 육성해 메가 히트작으로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간편식 시장의 미래에 대해서는 “간편식 시장은 계속 커질 수밖에 없다고 본다”라면서 “소비자의 입맛과 취향이 점점 다양해지는 상황에서 데이터를 기반으로 꾸준히 질 높은 IP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일이 생존과 성장의 ‘킥’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2025.06.23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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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구정은 어떻게 부촌의 신화가 됐나

부동산 일반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국내 최대 건설사들이 재건축 사업을 따내기 위한 격전지가 된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압구정2구역은 어떤 곳일까.‘신현대아파트’라 불리는 현대 9·11·12차가 들어선 압구정 2구역은 현대건설이 1982년 시공한 고급 아파트 단지다. 총 27개 동, 1900여 세대로 구성된 해당 아파트는 단지는 전용 85~135㎡의 중대형 평형 위주로 구성됐다. 당시로는 이례적으로 보행자 전용 동선을 갖춘 조경을 갖추고 판상형과 타워형을 혼합해 입체적으로 건물을 배치했다. 대규모 녹지를 포함한 단지는 한강 조망권을 갖춘 계획형 아파트로 평가된다. 5층 아파트가 대부분이었던 당시 15층 높이로 지어진 이 단지는 한강변 스카이라인을 새로 만들어냈다.산업화 시대 인구 쏠림·주택 공급 위해 계획 주거지 건설이런 아파트 단지가 나온 배경은 한국의 경제 부흥기‧산업화와 직결된다. 1970년대 후반, 한국 경제가 급성장하면서 전국에서 많은 사람이 서울로 몰렸고 이는 인구 증가와 주택 부족이라는 문제를 만들어냈다. 서울은 성장하는 도시였고 동시에 성장통을 겪으며 혼란의 소용돌이 한복판에 선 도시였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서울시는 도시 ‘설계’라는 시도를 감행한다. 1976년 ‘영동아파트지구 종합개발계획’을 통해 ‘아파트지구’ 제도를 도입한 것이다. 당시 서울의 중심은 영등포였다. 영등포를 기준으로 강남은 ‘영동’으로 표현됐다. 영등포의 동쪽이라는 뜻인 영동은 행정적 명칭이었다. 오늘날의 강남구‧서초구‧송파구가 그 범위에 포함된다. 서울시는 이 영동지역을 계획적으로 개발하기로 했다. 단순한 택지 공급만을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었다. 아파트를 중심으로 도로‧학교‧공원‧상업시설까지 아우르는 ‘생활권 단위 도시’를 만들겠다는 계획이 핵심이었다. 이런 계획을 시도하고 현실화한 것은 전례 없는 일이었다. 정부와 서울시는 아파트 외의 용도는 허용하지 않았고 모든 개발을 하나의 지구 단위로 묶어 체계적으로 진행하는 방식을 택했다.한강에 인접하면서도 서울 중심부인 영등포와 가깝고, 일부 고급 주거지가 형성되기 시작한 압구정은 이 계획의 중심부였다. 압구정은 ‘도시계획적 실험’과 ‘고급 주거지 개발’이라는 두 목표가 동시에 부합되는 지역이었고 그 안에 신현대아파트가 들어선 압구정2구역이 있었다. 정부는 정책적으로 강남에 교육과 교통 인프라를 집중시켰다. 주요 행정기관까지 이전하며 강남을 ‘서울의 미래 도시 모델’로 육성했다. 배선혜 박사의 논문 ‘‘아파트지구’ 초기 계획 지침 분석을 통한 1970년대 단지계획 기법 연구’를 보면 압구정 2구역은 도시계획 측면에서 매우 독특한 사례로 평가된다. 단지 외곽이 아닌 중앙에 상업시설을 배치하고, 차량보다 보행자 중심의 구조가 적용한 이 단지의 구조는 이후 위례·과천 등 신도시 설계의 모델이 됐다. 중요한 점은 이 도시계획이 현대건설이라는 민간 기업이 주도적으로 참여했다는 것이다. 현대건설이 시공한 신현대아파트는 단지 설계부터 시공, 마케팅까지 전 과정을 현대건설이 주도했다. 조경과 배치, 건축 품질 모두 ‘고급 아파트’라는 개념을 서울 도심에 처음 도입한 사례로 평가받는다. 현대건설 주도로 지은 ‘15층 고급 아파트’…헤리티지 강조 배경 현대건설이 ‘압구정 현대’라는 이름을 지키기 위해 나선 배경에는 이런 역사적 스토리가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건설은 지난 2월 ▲압구정 현대(압구정 現代) ▲압구정 현대아파트(압구정 現代아파트) 등 총 4건의 상표권을 출원하고 우선심사를 진행했다. 지난 4월에는 특허청으로부터 기등록 상표와의 유사성에 대한 보정이 필요한 의견제출통지서를 접수했다. 현대건설 측은 상표권 출원을 위해 적극적으로 임하기 위해 대형 법무법인을 선임했다고 지난달 밝혔다. “‘압구정 현대’라는 명칭이 무단으로 사용되거나 혼용되는 불상사를 방지하고 고유의 자산 가치 전승에 매진할 계획”이라며 “상표권 등록 이후 명칭에 대한 권리를 조합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현대건설이 ‘압구정 현대’라는 불변의 정체성을 계승할 수 있는 유일한 기업으로 반세기 연혁의 정통성을 철저히 지켜낼 것이며 그 위에 압구정 현대의 새로운 시대를 열어갈 것”이라고 했다.현재 압구정동 신현대아파트의 최고 가격은 100억원을 뛰어넘은 것으로 조사됐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에 따르면 강남구 압구정동 신현대9차 아파트 전용면적 183㎡는 6월 1일 기준 101억원(5층)에 거래됐다.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구역)으로 지정돼 전세 세입자가 있는 상태에서 집을 사는, 이른바 ‘갭 투자’를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최고가를 기록한 셈이다. 약 1년 전 같은 면적의 세대가 72억원에 거래된 것을 고려하면 1년 만에 30억원, 약 40% 가까이 올랐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강남, 압구정동이라는 지역적 상징성과 한강변 재건축에 대한 기대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자산가들이 향후 부동산 가치가 오를 것을 염두에 두고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차원에서 투자하는 분위기가 있다”고 말했다.

2025.06.23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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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매각 잔혹사…M&A 시장서 외면받는 보험사들

보험

지속되는 수익성 저하와 자본 건전성 악화, 성장성 둔화 등 구조적인 한계 속에서 국내 보험업계가 깊은 위기감에 휩싸이고 있다. 특히 보험사 인수·합병(M&A) 시장은 주요 거래가 잇따라 무산되며 투자자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는 상황이다. 매각 시도는 반복되지만, 실제 성사된 거래는 드물어 시장 전반의 신뢰도까지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가장 관심을 모은 매각 사례 중 하나로 MG손해보험이 꼽힌다. MG손보는 부실 금융기관으로 지정된 이후 여러 차례 매각을 추진했으나 번번이 무산됐고, 2023년부터 현재까지 총 다섯차례에 걸쳐 인수 시도가 실패로 돌아갔다. 가장 최근에는 메리츠화재가 우선협상대상자로 나서며 기대감을 모았지만, 노조의 고용 승계 요구와 법적 절차 미비 등을 이유로 실사 단계 진입조차 어려움을 겪었다. 결국 메리츠화재는 지난 3월 인수를 포기했다. 이에 따라 예금보험공사와 금융위원회 등 금융당국은 기존 계약을 유지하면서 정리 절차를 밟기 위해 가교보험사 설립과 계약이전 방식(P&A)을 추진하고 있다. MG손보는 현재 새로운 인수자를 찾는 동시에 청산 또는 시장 퇴출 수순에 놓여 있는 상황이다. KDB생명도 매각 실패의 대표적인 사례다. 2014년부터 총 여섯 번에 걸쳐 매각 시도가 있었지만 모두 성사되지 못했다. 최근에도 원매자 부재로 인해 매각 작업이 중단됐으며, 대형 생보사로 성장 가능성이 있다는 과거 평가와 달리 누적 손실과 사업 포트폴리오의 매력 부족이 발목을 잡았다. 결국 KDB생명을 위해 조성됐던 사모펀드가 청산되고, 현재는 한국산업은행이 자회사 편입을 추진 중이다. 자본확충을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한 뒤 장기적으로 재매각을 시도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2023년 상시 매각 체제로 전환한 롯데손해보험 역시 상황은 녹록지 않다. 한때 시장에서 ‘알짜 매물’로 꼽히며 관심을 모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몸값에 비해 매력도가 떨어진다는 평가가 늘고 있다. 롯데손보 최대주주인 JKL파트너스는 약 2조원의 매각가를 희망하고 있으나, 높은 가격이 인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매수자 없이 긴 시간 시장에 매물로 남아있는 현실은 보험업 M&A 시장의 경색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시장에서는 보험사 매각이 연이어 무산되는 원인으로 ▲재무건전성 악화 ▲낮은 수익성 ▲자산 포트폴리오의 경쟁력 부족 등을 꼽는다. 특히 지급여력비율(K-ICS·킥스) 기준 도입 이후 지급여력비율이 낮아진 보험사들은 외형상 개선이 어려운 상태며,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이 추가로 적용되면서 자본 부담이 크게 늘어났다. 실제로 올해 1분기 보험사들의 지급여력(RBC)비율은 197.9%(경과조치 후)로 3년 만에 200% 아래로 떨어졌다.보험업 특유의 고정비 중심 구조와 규제 환경 역시 매각을 가로막는 요인이다. 보험사는 일정 수준 이상의 보험료 수입이 없으면 손실을 피할 수 없는 사업 구조를 갖고 있으며, 인수 이후에도 대규모 자본 투입이 불가피하다. 여기에 금융당국의 ▲상품 승인 ▲가격 규제 ▲수수료 통제 등 강한 정책 개입이 이어지면서 경영의 자율성에 대한 우려도 인수자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정책 환경도 부담 요인 중 하나다. 금융당국의 상품 승인 규제, 가격 통제, 모집 수수료 규제 등은 보험사의 경영 자율성을 떨어뜨리고 있다. 실적 변동성이 높고 정책 의존도가 크다는 점에서 인수 이후 ‘경영 통제력’을 확보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인식이 퍼져 있는 것이다. 이에 투자자 입장에서는 보험사 인수 자체가 매력적인 투자처로 여겨지지 않는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업계 관계자는 “매물은 많지만, 숫자나 미래성장성을 놓고 볼 때 인수 의지가 생기지 않는 구조”라며 “실사에 돌입했다가도 중도 포기하는 사례가 빈번하며, 자본 여력과 비용 구조를 감안하면 단기간에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것이 사실상 어렵다”고 토로했다. 우리·한화발 M&A 성사…대형 딜 거래에 ‘반등 시그널’하지만 올해 들어 보험업계 M&A 시장에 일부 반전의 조짐도 포착되고 있다. 지난 3년 간 단 한 건의 성사 사례도 없었던 보험사 M&A 시장에 대형 거래가 다시 등장하면서 재편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최근 우리금융그룹은 중국 다자보험그룹으로부터 동양생명(자산 34조5000억원)과 ABL생명(18조6000억원)을 인수하며, 생보업계 6위권으로 올라섰다. 기존 은행 중심의 수익 구조에서 벗어나 비은행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본격화한 것이며, 향후 계열사 간 시너지 창출도 기대된다. 한화손해보험 역시 국내 최초 디지털 손보사인 캐롯손해보험을 흡수합병하기로 했다. 캐롯은 ‘퍼마일 자동차보험’ 등 차별화된 디지털 상품으로 주목받았지만, 지급여력비율 악화와 지속된 적자로 인해 독자 생존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한화손보는 이를 통해 젊은 고객 기반 확보와 함께 디지털 채널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이 밖에도 한국투자금융그룹이 BNP파리바카디프생명 인수를 위한 실사에 착수했으며, 교보생명은 SBI저축은행 인수에 이어 손보사 추가 인수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의 정책 환경 변화도 분위기 전환의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올해 초 금융위원회는 보험사들의 자본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24년 만에 관련 규제를 일부 완화했다. IFRS17과 K-ICS 도입으로 급격히 높아졌던 자본요건을 조정함에 따라 인수자 입장에서는 초기 자본 투입 부담이 줄었고, 매물 입장에서는 재무구조 안정화 기회를 확보하게 됐다.회계기준 변경 이후 2년이 지나면서 실적의 투명성도 높아졌고, 인공지능(AI) 기반 언더라이팅, 자동화된 보험금 지급 시스템 등 기술적 변화가 맞물리며 보험사들이 점차 ‘구조조정 대상’에서 ‘플랫폼 자산’으로 재인식되는 흐름도 나타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계에서는 여전히 신중한 시각이 존재한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지금은 단순히 매각 시도 여부보다, 얼마나 ‘팔릴 수 있는 구조’로 체질을 바꿨느냐가 핵심”이라며 “▲자본비율 개선 ▲부실 계약 정리 ▲수익성 확보 없이 외형만 정비한 매물은 더 이상 시장에서 매력을 갖기 어렵다”고 말했다.또 다른 관계자는 “투자자들은 이제 단순한 재무 지표를 넘어, 내부 리스크 관리 역량과 장기적 지속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며 “이 같은 준비 없이 반복되는 매각 시도는 결국 M&A 시장 전반에 대한 신뢰 회복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2025.06.2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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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밥신세' 여성 정책, 이재명 정부에선 다를까 [스페셜리스트 뷰]

전문가 칼럼

드디어 새 정부가 출범했다. 계엄으로 인한 정치적 혼돈과 경제의 덫, 극단적 좌우 사회갈등이 새 정부에서는 무용지물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가득하다. 이런 마음들이 통했는지, 한국갤럽의 여론조사에서는 대통령의 향후 5년간 직무 수행 전망에 대해 ‘잘할 것’이라는 응답이 무려 70%로 나타났다.이러한 높은 지지율은 국민이 새로운 정부에 대한 기대와 희망을 품고 있음을 보여준다. 새 정부의 정책이 성공하기를 바라는 마음은 ‘여성 정책’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여성 정책은 그 어느 정책보다도 대통령의 국정철학과 사회·경제적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 정책이었다. 호주제 폐지 등 굵직한 여성 정책은 대통령이 관심을 두지 않으면 추진되기 어려웠다. 그런데 2030 여성들이 주축이 되어 만들어낸 21대 대선이건만, 선거 운동 기간에는 지난 20대 대선에 비해 여성 관련 공약이 두드러져 보이질 않았다. 모든 후보가 마찬가지였지만, 그래도 이재명 대통령은 “여전히 구조적 성차별이 계속되고 있어 여가부의 역할을 폐지할 상황은 아니다”라며 “내각 구성 시 성별과 연령별 균형을 고려하겠다”라고 성 평등 거버넌스 체계 강화를 공약하며 희망의 여지를 남겼다. 그런데 벌써 여성계에서는 실망의 소리가 들린다. 대통령실 수석이나 정무직,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여성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난 정부와 마찬가지로 다시 ‘오륙남’(5060 남성)으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크다. 서둘러 장관 인선에 전문성을 갖춘 여성 장관들을 대폭 임명해 이런 우려들이 정말 우려에 불과했기를 바란다. 성 평등 가족부를 천명한 정부는 성 평등 거버넌스를 위해 지난 정부들과는 조금이라도 개선된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지난 3년을 돌아보다윤석열 전 대통령의 여성 정책 핵심은 ‘여성가족부 폐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대 대선 기간 중 어느 날 갑자기 윤 전 대통령의 페이스북에 이 일곱 글자가 띄워졌다. 아무 설명도 없었다. 그리고 3년 내내 이 일곱 글자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실제로 윤 정부에서 임명된 여성가족부 장·차관의 주요 업무 중 하나는 여성가족부 폐지였다. 윤 정부 초기, 여성가족부 고위직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여성가족부 폐지 배경을 설명하고 찬성해달라는 취지였다. 여성단체 설득 등 여성가족부 폐지를 위한 활동을 일일 보고라도 하는 것 같았다. 이런 상황도 이해는 간다. 폐지를 위해 간부들이 자발적으로 일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본인이 몸담은 조직을 없애려고 하는 것은 자기 자신을 부정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이런 낯선 일들이 반복되더니 드디어 장관을 임명하지 않는 전무후무한 사태가 발생했다. 부처가 마음에 안 들면 장관을 임명 안 해도 된다는, 좋지 않은 선례를 만들었다. 어디 그뿐인가. 기존에 해오던 성 평등 조사결과 발표도 갑자기 중단됐다. 여성가족부는 매년 중앙부처 본부·지자체 과장급, 공공기관 임원의 여성 비율 목표치와 이행실적을 발표해 왔다. 하지만 2022년부터는 발표하지 않았다. 왜 기존 업무를 중단했을까? 업무를 중단한다는 것은 정책 의지의 실종이라고, 합리적인 의심이 드는 것은 나만의 억측은 아닐 것이다. 앞으로 새 정부에서는 성인지 감수성과 성 평등 정책 의지가 있는 장관을 빨리 임명하고, 중단됐던 성 평등 업무를 복원시키고, 젠더 갈라치기가 아닌 젠더 통합을 위해 노력해주기를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요청한다. 나아가, 여성가족부의 발전적인 해체와 개편을 통해서 남성과 여성을 함께 포용하고 아우르는 부처, 젠더 갈등을 해소하는 부처, 국민의 사랑을 받는 부처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여성 정책을 넘어 성 평등으로우리나라는 그동안 ‘여성 정책’이라는 틀 안에서 성 평등을 논의해왔다. 여성 정책은 주로 여성의 권익 향상에 초점을 맞추었으나 여성 정책에서 성 평등으로 전환한다는 것은 더 이상 여성만의 문제가 아니라 남성과 여성 모두 평등하게 존중받는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시대의 변화와 함께, 여성 정책에도 조금씩의 변화가 이뤄져 왔다. 지난 2013년 여성발전기본법은 양성평등기본법으로 개정됐다. 내용과 법명 모두 개정됐다. 법 제2조에는 여성과 남성이 동등한 참여와 대우를 받고 모든 영역에서 평등한 책임과 권리를 공유함으로써 실질적 양성평등 사회를 이루는 것이 기본 이념이라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여기서 주목할 점이 있다. 특정 성별의 참여율이 현저하게 부진한 분야에 대해서 적극 조처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가장 성별 참여가 부진한 분야는 어디일까? 바로 여성의 대표성이다. 세계경제포럼(WEF)이 매년 발표하는 ‘2024년 세계 젠더 격차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정치 권한 분야 146개국 중 72위, 여성 국회의원 비율은 103위다. 22대 국회에서 여성의원 비율은 20.3%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34위다. 2023년 기준 여성 장관 비율은 15.7%(3명), 차관은 13.8%(4명)에 그쳤다. 중앙부처 여성 고위공무원 비율은 11.7%로 10%대에 머물고 있다. 여성의 경영 참여도 마찬가지다. 성 평등의 첫걸음은 대표성 분야의 동등한 참여라고 본다. 여성계에서는 남녀 동수 내각을 요구하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주요 직책에 여성을 임명함으로써 성 평등 내각을 위해 노력한 점이 돋보였다. 윤석열 전 대통령도 여성가족부를 폐지하려고 노력하고 여성가족부 장관은 임명하지 않았지만, 여성 장관을 3명이나 임명했다. 새 정부에서도 성 평등 거버넌스를 위해 전 정부들보다 진일보한 성과들이 도출되기를 기대한다. 여성의 경영 참여 확대를 위하여경영 참여 분야도 여성의 참여율이 저조하다. 그래도 다른 분야보다 나은 점은 여성의 이사회 참여 확대를 위해 지난 2022년 여성 이사 의무화제도가 도입됐다는 점이다. 자본시장법을 개정해 자산총액이 2조원 이상인 상장기업의 이사회를 특정 성(性)으로만 구성할 수 없도록 규정해 사실상 1명 이상의 여성 이사 선임을 의무화했다. 사실, 이 법은 특정 성으로만 구성할 수 없다고 돼 있어, 여성에게만 해당하는 법은 아니지만, 현재 여성의 참여가 저조하므로 여성에게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또 이 법은 일부에서 오해하는 여성 할당 제도도 아니다. 리더스 인덱스 자료에 의하면, 매출액 기준 500대 기업의 경우 자본시장법 적용 이후 여성 등기임원은 2배 증가했다. 여성 이사 의무화제도의 효과가 톡톡히 나타난 셈이다. 그러나 세부 통계를 들여다보면 우려스러운 부분이 있다. 사외이사는 2020년 5.9%에서 2024년 17.2%로 급격하게 증가했지만, 사내이사는 2020년 2.4%에서 2024년 2.7%로 정체돼있다.이에 일각에서는 ‘여성 사외이사 1인 구색 맞추기’가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처럼 새 정부는 여성 사내이사의 증가가 정체돼있는 점, 자산총액 2조원 이상 기업에만 한정됐다는 문제 제기 등에 대해 향후 개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자본시장이 발달한 나라들의 선례를 보면, 여성의 경영 참여 확대와 관련해 우리에게 시사점을 주는 제도가 있다. 바로 기업공시제도다. 공시는 기업의 사업과 현황 등 모든 것을 보여주는 지표이기 때문에 투자자나 주주의 의사 결정의 근거 자료가 된다. 앞서가는 나라들은 여성 인적자원의 육성 현황이나 임금 현황 등을 다 공시하고 있다. 이웃 나라 일본도 기업공시제도를 시행 중이다. 우리나라도 국제 흐름에 부응하기 위해 지난해 기업지배구조보고서 지침을 개정해 이사회 구성원의 다양성을 핵심 지표 중 하나로 포함했다. 기업의 인재 육성 및 관리 정책, 임원의 성별 다양성 및 여성 임원 육성 정책과 계획 등 정보를 공개하는 것은 투자자의 알 권리도 충족이 된다. 제도의 선제적 도입을 위해서는 다양성 공시 기업을 대상으로 ▲세금 혜택 ▲공공 입찰 우선권 ▲정부 지원 사업의 참여 기회 제공 등 인센티브 부여 방안들이 모색돼야 할 것이다. 공공기관 상근 여성 임원, 5% 불과그런데 자본시장법상 기업공시 의무는 민간기업만 지고 있다. 공공기관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2018년 법 개정안이 제출된 후 2년 반에 걸친 국회 심의를 거치는 동안 가장 많이 나온 질문 중 하나는 기업공시제를 공공기관도 아직 도입하지 않았는데 왜 민간기업이 먼저 시작하느냐는 것이었다. 그 질문에는 공공분야가 선도적으로 해야 한다는 의미가 내포돼 있다. 하지만 현실은 반대였다. 2020년 3월 국무회의에 보고된 여성가족부의 ‘공공부문 여성 대표성 제고 계획’에 따르면 공공기관 여성 임원은 22.1%로 비중이 적지 않은 듯하다. 그러나 비상근을 제외한, 상근 여성 임원의 현실은 전혀 다르다. 게다가 상근 여성 임원에 관한 정부 통계는 어느 순간부터 발표조차 되지 않아 찾기도 어려웠다. 민간 통계에 의존해야 했다.2024년 리더스 인덱스가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 시스템인 ‘알리오’에 공개된 공공기관 여성 임원 수를 전수 조사해 보도했다. 공공기관 여성 임직원 수는 2019년 35.4%, 2024년 39.3%로 계속 증가하고 있지만, 임원 중 여성 비율은 2019년 21.3%에서 2024년 20.6%로 감소했다.세부적으로 임원을 상임과 비상임으로 구분해보니, 2024년 상임이사 총 393명 중 여성은 20명으로 전체의 5.1%를 차지했다. 금융기관도 이와 비슷한 모습을 보였다. 공공기관 여성 임원 확대를 위해 향후 정부에서는 통계를 발표할 경우 상근과 비상근을 분리해 발표하기를 바란다. 언제까지 민간 통계에 의존할 것인가. 나아가 여성 이사 최소 1인 의무화를 도입하는 법을 개정할 것을 제안한다. 다행스럽게도, 새 정부는 공약으로 공공기관 성 평등을 위한 성별 평등지표 반영 등 조직문화 개선책을 제시했다. 그러나, 평등지표 만들기에만 그쳐선 안 된다. 이 지표가 제대로 활용돼야 한다. 지금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여성 임원현황은 두루뭉술한 정성 지표로 돼있다. 변별력이 없으니 있으나 마나다. 정량지표로 변경하든지, 단 1점의 가중치라도 주든지 개선해줄 것을 제안한다. 새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여성 정책은 그 정부의 철학에 따라 좌우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앞으로는 어떤 정권이 들어서더라도 성 평등에 중점을 둬 젠더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성별로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는 정책이 체계적으로 추진되기를 바란다. 지난 3년이 여성 정책의 답보 후퇴기였다면, 새 정부에서는 이것을 바로잡고 성 평등을 위해 한 단계 더 나갈 수 있도록 방향을 전환해주기를 바란다. 이번 정부의 성 평등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비전과 실질적인 실행 계획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젠더 갈등을 통합하고, 성 평등을 지향하는 것은 사회 발전을 위한 핵심 과제임을 우리 모두 분명히 알고 있기 때문이다.

2025.06.22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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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소멸에 넘쳐나는 빈집…대책은 있나

부동산 일반

전국에 빈집이 급증하면서 이에 대한 처리 문제가 수면위로 부상하고 있다. 인구가 감소하는 지역일수록 이런 경향은 뚜렷해지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지난해말 전국 243개 지자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행정조사 결과 전국의 빈집은 13만4009호(도시 5만 5914호, 농어촌 7만 8095호)로 집계됐다. 이 중 활용가능한 집은 8만7689호, 철거가 필요하다고 결론난 집은 4만6320호로 파악됐다. 시·도별로는 전남 2만6호, 전북 1만8300호, 경남 1만5796호, 경북 1만5502호, 부산 1만1471호 순으로 많았다.전국 빈집 가운데 42.7%인 5만7223호가 89개 인구감소지역에 있었다. 저출생·고령화 추세에 따라 향후 빈집 발생이 더욱 가속할 것이라는 게 정부 판단이다.저출생·고령화 추세에 따른 빈집 발생 가속화문제는 빈집 정책과 관련한 법과 통계상 정의가 달라 전국적으로 빈집의 정확한 추이를 파악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이다. 현재 도시 지역의 빈집은 ‘빈집 및 소규모주택 정비에 관한 특례법’(소규모주택 정비법)이, 농어촌 지역은 ‘농어촌정비법’이 규율하고 있다.소규모주택 정비법은 ‘거주 또는 사용 여부를 확인할 날로부터 1년 이상 아무도 거주 또는 사용하지 않는 주택’을 빈집으로 정의하고 있다. 농어촌정비법은 여기에 더해 건축물까지 ‘빈집’ 범주에 넣고 있다. 이와 달리 통계청이 실시하는 인구주택총조사에서는 빈집을 ‘조사 기준일인 11월 1일 현재 사람이 살지 않는 주택’으로 규정하고 있다. 다시 말해 통계청은 일시적 빈집도 빈집으로 보지만, 정책 관련 법상 빈집은 1년 이상 방치된 집만을 빈집으로 판단하는 것이다. 통계청 빈집 관련 자료를 살펴보면, 가장 최신 자료인 2023년 기준 인구주택총조사 결과에 해당하는 빈집은 전국적으로 153만4919호인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정부의 행정조사 결과인 13만4009호보다 10배 이상 많은 수치다. 이는 양 조사에서 빈집에 대한 정의가 다르기 때문이다.2015년 기준 통계청 조사에서 전국 빈집 수는 106만 8919호였다. 1년 만에 43.6%나 증가한 수준이다. 전체 주택 가운데 빈집의 비율은 7.9%로, 전년 대비 0.3%포인트 늘었다. 지역별로 빈집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전남으로 14.5%였다. 주택 7채 가운데 1채가 빈집인 셈이다. 이어 ▲제주(13.5%) ▲강원·충남(각 12.2%) ▲전북(11.9%) ▲경북(11.7%) ▲충북(10.6%) ▲경남(10.1%) 등의 빈집 비율이 두 자릿수를 보였다. 빈집 비율이 가장 낮은 곳은 서울로 ▲3.4%에 불과했다.빈집은 주택가격이 상승세를 보였던 2020년과 2021년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2022년과 2023년엔 각 4%, 5.7% 증가하면서 증가 폭이 더욱 커졌다.대한건설정책연구원은 빈집 수가 절대적인 수치로 증가한고 있다는 사실보다 전체 주택 수 대비 빈집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체 주택 수 대비 빈집 비중은 2015년 6.5%였지만 2019년 8.4%를 거쳐 2023년엔 7.9%에 달하면서 다시 높아지는 추세다. 인구 1000명당 빈집 수 역시 2015년 20.7호에서 2023년 29.9호로 늘었다.이런 상황에서 정부도 최근 빈집 관리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앞으로 전국에 있는 빈집들을 중앙 정부가 직접 관리하겠다는 계획이다. 빈집 관리 온라인 플랫폼을 구축하는 한편, 재정지원을 확대하고, 지방자치단체 스스로 정비 역량을 강화하도록 가이드라인이나 지침을 만들 방침이다. 또 소유자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세제혜택도 강화하기로 했다.정부는 지난 5월 인구감소와 지방소멸 가속화에 따른 빈집 문제 종합 대응을 위해 ‘범정부 빈집 관리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아울러 정부는 지난해 9월부터 행정안전부·국토교통부·농림축산식품부·해양수산부 4개 부처 합동으로 행안부 내 빈집정비태스크포스(TF)도 운영하고 있다. 빈집 관리 직접하겠다는 정부정부는 전국 단위의 빈집 관리체계 구축을 위해 농어촌과 도시 간 관리기준을 일원화하고 ‘농어촌 빈집 정비 특별법’(농식품부·해수부)과 ‘빈 건축물 정비 특별법’(국토부) 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특별법을 통해 그간 시·군·구에만 맡겨졌던 빈집 문제를 ▲국가 ▲시·도 ▲시·군·구 그리고 ▲소유자가 함께 책임지는 구조로 전환하고 빈집 정비 관리를 강화하기 위한 다양한 특례와 제도도 신설하겠다는 것이다.또 전국 빈집 관리 및 정보 제공을 위해 한국부동산원에서 운영중인 ‘빈집애(愛) 플랫폼’ 현황 관리를 강화하고 그간 지자체별로 관리되던 빈집 데이터를 통합 관리한다. 지난 3월에는 플랫폼 구축 1단계로 전국 빈집 현황, 정비 사례 등 관련 정보를 공개했다. 향후 2단계로 ▲빈집 매물 공개 ▲지자체 업무 시스템 고도화 ▲빈집 예측 분석 시스템 등을 제공할 예정이다.아울러 국가 차원의 빈집 정비·활용과 안전확보 등 직접 지원도 확대한다. 김민재 행안부 차관보는 정부세종청사 브리핑에서 “지방소멸대응기금·농어촌상생협력기금·국비사업 등을 활용해 빈집을 주거, 창업 등 지역 수요에 맞는 공간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재정 지원을 확대한다”며 “당장 철거·활용이 어려운 빈집 밀집구역은 범죄 예방 기반시설을 구축하는 등 지자체, 자치경찰 등과의 협업을 통해 빈집 주변의 생활 안전을 확보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정부는 민간이 빈집을 정비·활용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개선하고 재산세 등 빈집 관련 비용 부담도 낮추기로 했다. 우선 빈집 소유자가 자발적 정비를 하지 않는 요인이었던 빈집 철거 이후 세부담이 증가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철거 후 토지 공공활용 시 재산세 부담완화 적용 기간을 현행 5년에서 공공활용 기간 전체로 확대한다. 빈집 철거 후 비사업용 토지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세율(10%포인트) 배제 기간을 기존 2년에서 5년으로 확대한다.도시 빈집 소유자의 관리책임을 명문화(올 하반기 빈건축물정비특별법 발의 예정)하는 한편, 인구감소지역 내 빈집 철거지원에 대한 근거를 신설(지난달 인구감소지역특별법 개정)하고 빈집 정비지원도 확대한다. 행안부의 빈집 정비지원 사업비는 국비 기준으로 지난해 총 50억원에서 올해 100억원으로 늘었다.정부는 우선 빈집 소유자들이 빈집을 처분할 수 있게 세제 혜택 등 유인책을 강구한 후 추이를 살펴본 후 ‘빈집세’(가칭)를 징수하는 방안도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이와 함께, 민간의 빈집 활용을 활성화할 수 있도록 농어촌 지역 내 빈집을 활용한 ‘농어촌 빈집재생민박업’을 신설하고, 빈집 소유자 대신 빈집을 관리·운영하는 ‘빈집관리업’도 신설할 계획이다. 정부는 이번 종합계획을 국가 차원의 빈집 관리 시작점으로 보고, 관련 제도개선 등이 신속하게 추진될 수 있도록 주기적으로 추진상황을 점검하기로 했다.

2025.06.22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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