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일반
K-미스트랄부터 AI 고속도로까지…전문가가 진단한 ‘李 인공지능’
- [이재명 시대] ③
1호 공약 ‘AI’…해외 인재 수급 ‘잠재력’ 있어
AI 고속도로, 전국 ‘전력망 안정성’ 고려해야

100조원은 대한민국 경제에서 큰 의미를 갖는 금액이다. 지난해 대한민국 전체 정부 예산은 약 656조원이었다. 100조원은 국가 한 해 예산의 약 15%에 달하는 수치다. 국방·교육·복지 등 모든 분야에 쓰이는 예산의 7분의 1 이상을 AI에 쓰겠다는 셈인데, 단일 산업 기준으로는 매우 이례적인 규모다.
이 대통령은 공약집에서 인공지능 대전환(AX)를 통해 AI 3강으로 도약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이행방법은 5가지로, ▲AI 예산 비중 선진국 수준 이상 증액과 민간 투자 100조원 시대 개막 ▲AI 데이터센터 건설을 통한 ‘AI 고속도로’ 구축 및 국가 혁신거점 육성 ▲고성능 GPU 5만개 이상 확보와 국가 AI데이터 집적 클러스터 조성 ▲‘모두의 AI’ 프로젝트 추진 및 규제 특례를 통한 AI 융복합 산업 활성화 ▲AI 시대를 주도할 미래인재 양성 교육 강화 등이 있다.
전문가가 살펴본 AI 공약집
먼저 100조원이다. 이 후보는 프랑스의 AI 기업 ‘미스트랄’처럼 세계 각국 최고 인재를 영입해 국가대표 AI 기업 ‘K-미스트랄’을 육성하고, 이를 통해 민관 합작투자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미스트랄은 지난 2023년 4월 프랑스 파리에서 설립된 AI 스타트업이다. 구글 딥마인드와 메타(페이스북) 출신의 연구원인 아서 멘쉬, 기욤 램플, 티모테 라크루아가 공동 창업했다.
K-미스트랄을 이행하기 위해선, 인재 영입이 필수다. 다만, AI 분야는 글로벌 인재 확보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다. 중국의 AI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의 경우 30세 개발자에게 연봉 20억원을 제안한 사례도 있다. 이 때문에 글로벌 인재를 위한 ‘보상 체계’와 ‘연구 환경 개선’이 선행되지 않을 경우 이들이 선뜻 찾기란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AI학과 교수는 “해외에서 이미 자리 잡은 인재들이 한국으로 들어올 이유는 당장 없어보인다”며 “그나마 현실적인 방안이 공동 겸직 형태인데, 겸직이라 해도 실제로는 국내에 상주하지 않고 해외에 머물기 때문에 실효성이 떨어진다. 이 방법이 적극적으로 추진되지 않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어 “100조원 규모의 예산을 마련하는 것 자체는 불가능하진 않다. 다만, 민관 합작 방식으로 인재를 유치하는 데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며 “ 사람을 모셔오는 것도 쉽지 않고, 모양은 갖출 수 있겠지만 그렇게 해서 언어 모델을 만든다고 해도 실제로 얼마나 잘 작동할지와 수익성 측면에서도 의문이 남는다”이라고 덧붙였다.
윤석빈 서강대 정보통신대학원 특임 교수는 “한국에도 프랑스 미스트랄과 비교할 수 있는 기업들이 있는데 네이버나 LG AI 연구원이 대표적”이라며 “이들 기업을 미뤄봤을 때 인재를 유치할 수 있는 베이스 라인은 마련됐고, 포텐셜도 충분히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어 “물론 미국과 중국처럼 탑티어 인재를 유치하는데는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며 “이를 위해선 한국의 보상체계 및 연구 환경 개선이 뒷받침 돼야 한다. 이를 개선할 경우 한국은 충분히 매력적인 선택지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이 외에도 이 대통령은 대통령실에 AI 정책수석을 신설하고, 국가인공지능위원회 기능을 강화할 방침이다. AI 정책수석에게 국가 최고인공지능책임자(CAIO) 역할을 맡기겠다는 구상이다. 즉, 정부 차원의 종합 지휘체계를 구축한다는 청사진인데, 사실상 국가 주도형에 가깝다. 이를 두고 전문가는 민간과 국가가 함께 주도하는 ‘하이브리드 형태’로 가는 것을 조언했다.
윤 교수는 “미국은 AI 시장을 민간이 주도하고 있고, 중국은 국가가 주도하고 있다. 서로 다른 색깔”이라며 “한국의 경우 일부는 정부가 지원하고, 또 남은 일부는 민관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등 ‘하이브리드 형태’로 가야한다. 민관에만 맡겨놔서는 당장 경쟁력이 없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AI 고속도로도 뜨거운 감자다. 이 후보 측은 대규모 AI 데이터센터를 전국 주요 거점에 조성하고, 이를 통해 지역 격차 없이 인공지능을 일상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각 산업단지 및 특화 클러스터에는 연산 능력을 갖춘 대형 GPU 기반 데이터센터를 배치하고, 스타트업·중소기업을 위한 소형 처리 장치는 별도로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AI 고속도로 구상은 일종의 ‘국가 AI 지도’를 현실화하는 전략으로, 물리적 인프라와 함께 지역 단위 데이터 연산 거점을 조직적으로 배치해 산업 전반의 AI 활용도를 끌어올리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전문가들은 ‘AI 고속도로’가 매우 도전적인 계획이라고 평가했다. 통상 AI 특화 데이터센터는 일반 데이터센터보다 전력을 6~10배 더 소비하는데, ‘AI 고속도로’는 전국 단위 거점 구축을 포함하므로, 단일 기업 수준을 넘어 국가 전력계획 수준의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현을 위해선 전력 공급 및 인프라 확충이 급선무라는 것이 그들의 진단이다.
심형진 서울대 원자력학과 교수는 “AI 고속도로 관련 데이터 센터는 말 그대로 AI에 특화된 데이터 센터로 보여진다”며 “ AI 데이터센터는 단순한 스토리지 용도가 아니라 고성능 연산을 위한 인프라이기 때문에 처리 연산량이 훨씬 많고 전력 소모도 비약적으로 증가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데이터센터 하나를 짓는 데도 막대한 재정이 들어가며, 실제 활용성과 수요가 얼마나 뒷받침될지는 불투명하다. 전력 문제도 복잡하다”며 “AI 연산은 항상 동일한 전력을 쓰는 것이 아니라, 학습과 추론 단계에 따라 순간적으로 소비량이 급증하거나 감소하기 때문에 전력망에 큰 부하를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끝으로 그는 “관건은 단지 센터를 짓는 것이 아니라,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전력 인프라를 갖추고, 그 인프라를 뒷받침할 만한 수요와 전략적 방향이 명확히 설정돼 있는지 파악해야 한다”며 “스페인처럼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아지고 전력 수급이 불안정해질수록, 이런 고부하 센터가 전체 전력망의 안정성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은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전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브랜드 미디어
브랜드 미디어
李대통령 파기환송 재판 중지…법원 "헌법 84조 따른 조치"
세상을 올바르게,세상을 따뜻하게이데일리
이데일리
이데일리
신세계 정유경 회장 장녀, '이 팀'서 아이돌 데뷔
대한민국 스포츠·연예의 살아있는 역사 일간스포츠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당장 연봉부터 깎일텐데..." 주4.5일제 물어보니
세상을 올바르게,세상을 따뜻하게이데일리
이데일리
이데일리
대선 끝나자 북적이는 회사채 시장…비우량채 '우르르'
성공 투자의 동반자마켓인
마켓인
마켓인
나이벡, 6000억 기술이전 계약에 대한 상반된 평가...왜?
바이오 성공 투자, 1%를 위한 길라잡이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