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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conomist magazine

위기의 K금융 혁신 현주소
고꾸라진 성장률·치솟는 연체율…더 이상 버티기 어렵다

은행

한국 금융이 역사적 전환점에 직면했다. 1870년대 말 근대 은행제도 도입 이후 성장을 거듭해 온 국내 금융산업은 1997년 외환위기와 카드채·글로벌 금융위기를 넘기며 체질을 강화해 왔지만, 올해 ▲0%대 성장률 전망과 연체

2025.06.02

4분 소요
주인공보다 빛난다...영화 속 신스틸러 ‘와인’ [와인 인문학]

유통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와인의 매력은 깊고 오랜 역사를 지닌다. 고대 그리스 서사시의 바쿠스 축제에서부터 셰익스피어의 희곡 속에서 벌어지는 연회에 이르기까지 와인은 문학 작품 속에서 풍성한 상징과 의미를 담아왔다. 와인은 단순한 음료를 넘어 인간 삶의 다양한 주제를 구현하는 상징으로 작용한다. 숨겨진 감성을 드러내는 촉매제로 고전 소설의 구조 속에 깊숙이 짜여 있다. 와인은 단순한 소품이 아닌 문화를 담은 유물이자 순간을 변화시키고, 감정을 불러일으키며, 대사 너머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힘을 가진 매개체라 할 수 있다.단순한 소품 넘어 영화적 언어로 기능현대 영화에서 와인은 더욱 다채로운 역할을 수행하며 하나의 영화적 언어로 기능하고 있다. 와인은 부와 지위, 귀족적 세련됨을 나타내는 시각적 코드로도 사용되는데, 영화 <대부>나 드라마 <다운튼 애비>에서처럼 식탁 위의 와인 한 병은 등장인물의 사회적 지위나 풍요로움을 즉각적으로 전달한다. 그들의 문화적 배경과 사회적 역학 관계를 정의하는 상징이 되기도 한다.또한 와인은 로맨스와 친밀감을 조성하는 강력한 장치다. <카사블랑카>나 <구름 속의 산책>과 같은 영화에서 인물 간의 긴장감을 촉매하고 분위기를 고조시키며 관계의 중요한 순간을 표시하는 역할을 한다. 함께 나눈 와인 한 잔은 종종 관계의 결정적인 전환점을 의미하기도 한다.축하와 동료애의 순간에도 와인은 빠지지 않는다. <사이드웨이>나 <빅 나이트> 같은 작품에서 와인은 기쁨과 우정, 삶의 즐거움을 나누는 상징으로 등장한다. 때로는 도덕적 타락이나 우울함을 상징하기도 하는데, <위대한 개츠비>의 호화로운 파티 속 과도한 와인 소비는 상류층의 공허함을 반영하기도 한다.더 나아가 와인은 캐릭터를 드러내는 섬세한 도구로도 활용된다. 특정 와인에 대한 선호나 혐오는 등장인물의 성격·취향·세련미·반항심까지 드러낼 수 있다. <사이드웨이>에서 피노 누아 예찬자인 주인공 마일스는 메를로 와인에 대해 극도의 혐오감을 나타내고, <양들의 침묵>에서 한니발 렉터는 키안티 와인에 대해 소름 돋는 언급을 한다. <브리짓 존스의 일기>에서 브리짓이 홀로 마시는 와인, <007 시리즈>에서 제임스 본드의 볼랭저 샴페인 선호는 모두 캐릭터의 내면과 상황을 효과적으로 보여주는 장치다.와인 자체가 캐릭터의 연장선이 되거나, 그들의 갈망과 평범함에 대한 거부감을 나타내는 은유가 되기도 한다. 때로는 와인이 갈등의 촉매제가 되거나 유혹의 도구, 시간의 표식 혹은 히치콕 감독이 말한 ‘맥거핀’처럼 줄거리를 이끌어가는 핵심 장치로 사용되기도 한다.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끊임없이 상호작용영화 속 와인의 등장은 단순히 스토리를 반영하는 것을 넘어 현실 세계의 와인 문화와 인식에도 영향을 미친다. 영화는 와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비추는 거울인 동시에 특정 와인이나 브랜드에 대한 유행과 선호도를 형성하는 등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한다.가장 대표적인 예가 ‘사이드웨이 효과’(Sideways Effect)다. 영화 <사이드웨이>에는 와인 애호가인 주인공이 샤토 슈발 블랑(Château Cheval Blanc) 1961을 마신다. 이 와인은 우아함과 복합미를 갖춘 최고급 와인으로 평가받는다. 극중에는 가슴 아픈 클라이맥스 장면에 등장한다. 영화에 등장한 뒤 샤토 슈발 블랑 1961의 인지도가 크게 높아졌다.영화 <007 카지노 로얄>에는 샤토 앙젤뤼스(Château Angélus) 1982가 등장한다. 샤토 앙젤뤼스는 생테밀리옹 그랑 크뤼 와인이다. 영화 속 주인공 제임스 본드는 우아한 식당 칸에서 저녁 식사를 하며 샤토 앙젤뤼스 1982를 마신다. 007 시리즈에 등장한 뒤 샤토 앙젤뤼스의 소비자 인지도와 선호도가 크게 높아졌다. 이 와인은 이후에도 007 시리즈 <스펙터>, <노 타임 투 다이>에 재등장하며 주인공과의 연결성을 공고히 했다.영화 <보틀 쇼크>에는 샤토 몬텔레나 샤르도네(Chateau Montelena Chardonnay) 1973이 나온다. 이 와인은 1970년대 캘리포니아 나파 밸리 와인 산업의 잠재력과 야망을 상징한다. 당시 철옹성 같던 프랑스 와인의 권위와 지배력에 도전해 미국 와인을 일시에 세계적인 반열에 올려놓은 일등 공신이다.해당 영화는 미국 나파 밸리 와인이 세계적인 명성을 얻게 된 계기를 만들었던 1976년 ‘파리의 심판’ 이야기를 다룬다. 이는 와인 시음 대회의 역사적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크게 높였다. 또 와이너리 방문 증가와 와인에 대한 관심 증대라는 긍정적인 효과도 낳았다.영화 제작자들이 소품 하나를 선택하는 것만으로도 특정 와인을 사회적 담론과 ‘집단적 서사’ 속에 각인시킬 수 있는 문화적 힘을 지니고 있음을 시사한다. 영화와 와인 문화는 이처럼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끊임없이 상호 작용한다.김욱성 와인 칼럼니스트

2025.06.08 10:00

4분 소요
K-스타트업 행사의 글로벌화…일본의 스시테크 참고해야[최화준의 스타트업 인사이트]

전문가 칼럼

국내 스타트업 행사들이 글로벌화되면서 여러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 공공 기관, 주요 지방 자치 단체들은 지난 몇 년간 스타트업 행사를 각자 개최 및 운영하고 있다. 이는 관련 기관들이 모두 글로벌을 외치면서 선의의 경쟁을 펼친 결과이다. 국내 스타트업 행사가 글로벌 무대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면서 국내 스타트업과 관계자들은 국제 교류의 기회를 얻었다. 덕분에 글로벌 진출을 도모하는 국내 스타트업과 국내 시장 진입을 시도하는 해외 스타트업 모두 많아진 느낌이다. 올해도 국내 스타트업 행사들의 글로벌화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는 지난해 스페인의 글로벌 스타트업 행사 운영 기관인 ‘사우스서밋’(South Summit)과 협약하여 경기 스타트업 서밋을 처음 개최했다. 올해 초에는 국내 거주 외국인 창업자 커뮤니티를 이끄는 더 개리슨(The Garrison)이 자체적으로 글로벌 스타트업 행사 ‘포스터브릿지’(Foster Bridge)를 열었다. 비수도권 광역 도시들도 글로벌 스타트업 행사 개최를 고민하고 있다고 하니 앞으로 글로벌화를 지향하는 국내 스타트업 행사는 더욱 많아질 것이다. 글로벌 흥행에 안간힘을 쓰는 창업 국가들 글로벌 스타트업 행사 개최와 흥행에 대한 관심이 우리만 있는 것은 아니다. 창업 선진국들과 창업을 이제 막 육성하는 국가 모두 자국을 대표하는 스타트업 행사를 글로벌화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최근에는 특히 아시아 국가들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우리와 지리상 가까운 대만과 일본은 자국 스타트업 행사를 글로벌 무대에서 적극 홍보하고 있다. 대만의 미트 타이페이(Meet Taipei)와 일본의 스시테크(SusHi Tech)가 대표적이다. 최근 몇 년간 급성장하면서 관련 행사 참여자가 5만 명을 넘어섰다. 이는 중소벤처기업부가 지원하는 국내 최대 스타트업 행사인 컴업(Comeup)이 2023년에 기록한 6만 명을 거의 따라잡은 셈이다. 동남아 국가들 역시 글로벌 스타트업 행사에 열심이다. 창업 선도국들과 비교해 그들은 창업 인프라가 부족하지만, 그들만의 장점을 내세워 글로벌 창업 생태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싱가포르는 안정된 정치 환경과 글로벌 금융 허브라는 지리적 장점을, 태국은 워케이션과 디지털 노마드를 위한 혜택을, 말레이시아는 2025년 ASEAN 의장국인 점을 앞세워 자국 스타트업 행사를 글로벌 무대에 널리 알리고 있다. 여러 국가들이 진행하는 스타트업 행사들 중 최근 글로벌 무대에서 유독 주목을 받는 행사가 있다. 바로 이웃 나라 일본의 스시테크이다. 스시테크는 ‘지속 가능한 도시 기술’의 영어 번역어(Sustainable High City Tech)에서 머리글자를 따와 지은 행사명이다. 일본을 대표하는 음식인 초밥, 즉 스시를 언어유희로 활용했다. 국내 스타트업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지난 4월 말 도쿄에서 열린 스시테크에 대한 호평이 이어졌다. 여기에는 우리가 배울 점들이 있다.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스타트업 행사장에서 자국 스타트업 생태계에 대한 냉정한 진단과 개선 방향이 공개적으로 논의됐다는 점이다. 민관 관계자들은 공개 토론에서 일본 스타트업 생태계의 약점을 분석하고 이를 극복할 미래 방향을 의논했다. 이는 성과 홍보와 칭찬 일색인 국내 스타트업 행사에서 보이는 공개 토론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개선을 위해 힘쓰는 그들의 진심은 행사를 마치고 발행하는 보고서에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스시테크 운영 기관은 보고서를 통해 금년 성과와 예년 성과를 모두 제시해서 행사와 관련한 주요 수치들의 변화를 일목요연하게 보여준다. 이어 보고서 마지막에 행사 참여자들로부터 얻은 설문 내용을 요약하고 개선 사항까지 제시하고 있다. 예를 들어 작년 행사에서 얻은 설문은 행사 참여자의 약 20%가 만족하지 못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동시에 그들이 만족하지 못한 이유들을 열거하고 있다. 공공 기관이 운영한 행사에서 스스로 부족한 부분을 공개 석상에서 알리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스시테크 행사에 참여한 국내 관계자들은 부족한 점을 드러내고 개선 방향을 모색하는 일본 스타트업 생태계의 자세에 놀라움을 보였다. 그런 자세가 일본 스타트업 생태계의 질적 성장과 글로벌 경쟁력을 높일 것이라는 데 입을 모았다. 스시테크가 글로벌화를 지향한 시점은 2023년부터이다. 사실 이전에는 지역의 작은 스타트업 행사에 불과했던 스시테크는 2022년 기시다 내각이 일본 스타트업 생태계 육성을 천명하면서 글로벌 행사로 탈바꿈했다. 스시테크가 지난 3년간 보여준 성장세는 무서울 정도로 가파르다. 참여자는 해마다 거의 두 배씩 늘고 있다. 2024년에는 82개국이 참가했고, 행사장에 마련된 스타트업 부스의 60%는 외국 스타트업들이 차지했다. 스시테크는 짧은 기간 동안 글로벌화에 성공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국내 스타트업 행사…오답 노트 활용해야 국내 스타트업 행사가 끝나면 언론사들은 항상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고 소식을 전한다. 하지만 대부분 행사에는 개선점이 있기 마련이다. 다음에 더 나은 행사로 거듭나려면 이 부분에 집중해야 한다. 안타깝게도 국내 스타트업 행사에서 개선 방향이 공개적으로 논의된다는 소식을 접한 적은 아직 없다. 어느 행사이든 잘잘못이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국내 스타트업 행사 관계자들은 성장을 보여주는 지표와 자랑스러운 지점만 부각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공과를 모두 묻자는 것이다. 다시 말해 장점을 부각하는 데 열을 올리려다가 자칫 문제점을 놓치는 실수를 저질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스시테크 사례처럼 개선점을 보여주고 더 나는 다음을 제시하는 자신감이 필요하다. 운동 선수들은 약점을 보완해서 일류 선수로 거듭나고, 학생들은 오답 노트를 적어서 성적을 향상한다. 글로벌화를 지향하는 국내 스타트업 행사 기관들이 스타트업 관계자들과 머리를 맞대고 오답 노트를 낱낱이 적고 논의해보는 것은 어떨까.

2025.06.08 10:00

4분 소요
“맛을 넘어 맥락을 전하다”…콩두의 실험은 계속된다 [길에서 만난 사람들]

CEO

서울 명동, 높은 빌딩들 사이 한복판에 조용히 자리한 레스토랑 ‘콩두’. 첫걸음을 내딛는 순간부터 이 공간은 오롯이 한식을 말한다. 입구 한쪽엔 작은 장독대와 300년 된 간장 종지가 놓여 있고, 내부는 전통적이지만 결코 올드하지 않은, 세련된 절제의 미학을 품고 있다.향긋한 들기름 냄새와 정갈한 백김치, 섬세하게 정리된 나물 한 접시. 그리고 묵직한 황동 솥에 담긴 전복 미음과 제철 나물 비빔밥까지. 콩두의 식탁은 단순한 요리가 아닌 하나의 서사다. 각 메뉴는 오래된 장독대의 기억과 어머니 손맛, 그리고 지역의 역사와 계절이 담긴 한 폭의 이야기처럼 다가온다.그 식탁 앞에 앉은 외국인 손님들의 표정은 놀라움 그 자체다. “이 요리에는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나요?” “왜 이 김치는 이렇게 부드럽고 담백하죠?” 식재료 하나하나에 깃든 의미와 문화적 맥락을 하나씩 풀어낼 때마다 그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감탄을 멈추지 않는다. 바로 이 감동의 순간들, 이 작은 문화적 공감들이 모여 한식의 세계화를 현실로 만들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엔 한윤주 콩두 대표가 있다.한식의 실험실이 된 레스토랑 ‘콩두’ 서울 명동 한복판에 위치한 콩두는 한윤주 대표가 20년 넘게 일궈온 철학의 결실이다. 그는 “왜 한국 음식은 고급화되지 못하나”라는 질문 하나로 전국의 장인들을 찾아다니며 장류를 배우고, 농촌의 재래시장을 돌며 진짜 재료를 탐구했다.그렇게 만들어진 콩두의 식탁은 느리고 조용하지만, 그만큼 깊다. 계절 따라 바뀌는 제철 나물, 직접 담근 장, 장독의 세월이 깃든 음식 하나하나에 그의 시간과 철학이 담겨 있다. 대통령 외빈 만찬의 한상차림으로 선정된 콩두의 음식은 외교의 장에서 한식의 품격과 정서를 보여주는 상징이 되었다.한 대표는 한식을 단지 맛있는 요리가 아닌 브랜드로 인식한다. 그래서 그는 문화체육관광부 및 한식진흥원과 함께 ‘한식 콘텐츠 번역 플랫폼’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단순한 조리법 전수가 아니라, ‘철학과 맥락, 감정과 서사’를 함께 가르치는 구조다.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한식을 레시피 중심으로만 가르쳐왔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음식을 설명하는 언어도 바뀌어야 합니다.”그의 관심은 이제 관광으로 확장된다. “한식은 국가관광의 전략 콘텐츠”라며, 그는 남도의 장류, 강원의 전통주, 경북의 한옥 다이닝 등 지역성과 문화성을 담은 체험형 미식관광을 기획 중이다. “한식은 서울에만 있는 게 아닙니다. 진짜 한식은 땅에 있고, 장독에 있고, 계절에 있어요. 그걸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습니다.”그는 패션 디자이너 출신으로서 감각과 창의성은 넘쳤지만, 식당 경영은 처음이었다. 좋아하는 일도 막상 일이 되면 고민과 어려움이 따르는 법이었다. 하루아침에 쏟아진 인기에 즐거움과 함께 부담도 찾아왔다. “집에서 30명분 음식을 만드는 건 문제도 아니었는데…,” 라며 그는 웃지만, 정작 매일 수많은 손님을 상대하며 식자재 관리부터 직원 교육까지 신경 써야 하는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그래도 그는 특유의 추진력으로 삼청동 한옥에서의 첫발을 성공적으로 내디뎠다. 콩두라는 이름 아래, ‘전통과 현대가 만나는 음식’이라는 실험이 시작된 것이다.한식은 철학 없이 유행만 좇아 그는 요즘 세계 미식 트렌드 속에서 한식의 위상이 달라지고 있음을 감지한다. “이제는 한 끼 식사를 위해 비행기 티켓을 끊는 시대”라며, 음식이 단순한 영양소가 아니라 목적지이자 콘텐츠, 체험이 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그렇기에 그는 한식이 ‘어떻게 만들까’보다 ‘왜 이렇게 만들었나’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한 대표는 K-푸드의 세계적 인기에 대해 “조심스럽게 바라본다”고 말한다. “한식은 철학 없이 유행만 좇고 있다”는 그의 말은 지금의 ‘K-푸드 신드롬’에 대해 본질적인 질문을 던진다. 그는 단순한 확산을 넘어선 해석과 설명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맛이 아닌 맥락, 조리법이 아닌 시간과 정서를 세계에 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사람들이 스시를 먹으며 일본을 떠올리듯, 김치를 먹으며 한국의 계절과 기후, 문화를 함께 느낄 수 있어야 한식의 세계화가 진짜로 이뤄지는 것”이라는 그의 메시지는, 한식이 단순한 ‘음식’이 아닌 ‘문화의 언어’가 되어야 함을 시사한다.“된장과 간장은 수개월, 때로는 수년을 기다려야 완성됩니다. 한식은 기다림과 정성을 재료 삼아 탄생하는 ‘시간의 음식’입니다.” 그는 프렌치처럼 레시피가 명확하고 빠른 완성을 지향하는 요리와는 달리, 한식은 그 자체가 느리고 설명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손맛, 장맛, 계절감 같은 비언어적 요소들이 중심이기 때문이다.한식의 세계화는 단순한 언어 번역이 아닌 ‘문화 번역’이라고 그는 강조한다. “김치 담그는 법을 가르치는 것만으론 부족합니다. 김장이 왜 생겼고, 겨울을 어떻게 준비했는지까지 설명되어야 의미가 살아납니다.” 여기서 등장하는 개념이 바로 그가 자주 언급하는 ‘번역력’이다. 단순한 단어의 변환이 아니라, 정서와 이유, 서사를 어떻게 전달하느냐의 문제다.인터뷰의 마지막, 그는 조용히 되묻는다. “우리는 종종 외국인들이 우리 문화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말하죠. 그런데 정작 우리는 우리 문화를 얼마나 잘 설명하고 있을까요?”한윤주 대표는 한식 세계화를 ‘자기 존중’의 문제로 본다. 우리가 우리 것을 믿고, 사랑하고, 자랑할 수 있을 때 세계도 그것을 존중하게 된다는 믿음이다. “세계화는 결국, 자기 자신에 대한 존중에서 시작됩니다.”지금의 K-푸드는 세계로 확산되고 있지만, 그 속을 채울 언어와 철학은 여전히 완성되지 않았다. 김치 한 조각, 된장 한 숟갈 뒤에 숨은 계절과 사람, 기억과 문화까지 전달되어야 한다. 한식의 세계화는 이제 ‘어떻게 만들까’가 아니라, ‘왜 이렇게 만들었나’를 묻는 시대에 접어들었다. 이제, 그 물음에 우리 스스로 답할 차례다.

2025.06.08 09:00

4분 소요
리니지 인기 식는다…새 먹거리 찾기 나선 엔씨소프트

IT 일반

‘리니지’ 지식재산권(IP)으로 유명한 엔씨소프트(엔씨)가 새 먹거리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리니지 시리즈 인기가 급감하면서 이제는 새로운 먹거리가 절실해졌기 때문이다. 엔씨는 장르 다변화, 인공지능(AI) 투자 등을 통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엔씨는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3602억7800만원, 영업이익 52억2000만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9% 감소하는 데 그쳤지만, 영업이익은 80%나 급감했다. 영업 비용은 총 3551억원이 발생했다. 그중 인건비는 187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 직전 분기 대비 40% 줄었다. 마케팅 비용은 직전 분기보다 76% 줄어든 133억 원이다. 엔씨 측은 퇴직 위로금 효과 축소와 인원 감축 효과가 인건비 감소의 주요 원인이라고 분석했다.1분기 실적 부진, 영업익 전년 대비 80% 줄어박병무 엔씨 공동대표는 “작년 ‘외과 수술’을 통해서 레거시 IP 기준으로도 영업이익이 날 수 있는 기본틀을 만들어 놨고 올해부터는 좀 더 효율적으로 게임을 개발해 게임을 퍼블리싱 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들기 위해서 조직을 효율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엔씨는 내년 매출 목표를 최소 2조원에서 최대 2조5000억원으로 설정했다. 대규모 업데이트, 서비스 지역 확장과 더불어 ‘아이온2’ ‘타임 테이커스’와 같은 신규 IP 출시를 통해 달성하겠다는 방침이다. 박 대표는 “올해 하반기까지는 보릿고개가 될 것이라고 말씀드린 바 있지만 ‘해 뜨기 전이 제일 어둡다’는 말처럼 올해 3분기·4분기를 지나면서 분명히 반등하며 전망치로 내세운 매출 이상을 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엔씨의 실적이 최근 부진을 면치 못하는 것은 리니지 IP 활용 게임들의 인기가 예전만 못하기 때문이다. 리니지를 비롯한 대다수 게임이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하고 높은 과금을 요구하는 하드코어 롤플레잉게임(RPG)이다 보니, 최근 새로운 소비 주축으로 떠오른 MZ세대에게 큰 인기를 끌지 못하는 것이다. MZ세대는 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를 아우르는 용어다. MZ세대는 그 이전 세대와 달리 한 게임에 많은 시간을 쏟지 않는 경향을 보인다. 이들은 게임을 직접 하는 것보다 보는 것을 더 즐긴다는 평가도 있다.특히 10대와 20대는 원작 리니지에 대해 이름만 들어봤을 뿐 직접 경험하지는 못했다. 리니지에 대한 추억 역시 없다. 앞서 엔씨의 ‘리니지M’과 ‘리니지2M’이 큰 성공을 거둔 배경은 과거 원작 PC 게임을 즐겼던 30~50대 게임 유저들, 이른바 ‘린저씨’(리니지+아저씨의 합성어)의 전폭적인 지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30~50대 게임 유저는 상대적으로 경제력이 있는 소비층이어서 높은 수준의 과금에도 지갑을 열었다. 그런데 MZ세대는 ‘돈’이 드는 게임을 적극적으로 하기는 쉽지 않다. 실제 지난해 선보인 리니지 IP 활용 방치형 게임 ‘저니 오브 모나크’ 역시 초반 흥행 이후 최근 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상황이 이렇다보니 엔씨는 새로운 먹거리 찾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엔씨는 현재 여러 국내외 게임사에 투자를 단행하거나 새로운 장르 신작을 개발 중에 있다. ▲미스틸게임즈의 슈팅 게임 ‘타임 테이커즈’ ▲빅게임스튜디오의 서브컬처 신작 ‘브레이커스: 언락 더 월드’ ▲폴란드 버추얼 알케미의 전략 RPG ‘밴드 오브 크루세이더’ ▲스웨덴 문 로버 게임즈의 협동 FPS ‘프로젝트 올더스’ 등의 판권을 확보했다. 또한 자체 개발 중인 슈팅 게임 ‘LLL’ 역시 준비 중이다. 장르 다변화 및 AI B2B 시장 도전지난 5월에는 미국의 독립 게임 개발 스튜디오 ‘엠티베슬’에 전략적 지분 투자를 진행했다. 투자 주체는 엔씨의 북미법인인 엔씨웨스트다. 엠티베슬은 2023년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설립된 트리플 A급 독립 게임 개발 스튜디오다. 엠티베슬 개발진들은 ▲‘둠’(DOOM) ▲‘퀘이크’(Quake) ▲‘콜오브듀티’(Call of Duty) ▲‘라스트 오브 어스’(The Last of Us) ▲‘보더랜드’(Borderlands) ▲‘툼 레이더’(Tomb Raider) ▲‘언차티드’(Uncharted) 등 글로벌 흥행을 거둔 FPS와 액션 어드벤처 게임 제작에 참여했다. 현재 엠티베슬은 사이버펑크 스쿼드 PvP 방식의 택티컬 슈팅 게임 ‘디펙트(DEFECT)’를 개발 중이다. 양사는 이번 투자를 시작으로 장기적인 파트너십을 맺고 신작 슈팅 게임 디펙트의 퍼블리싱 권한을 포함한 다양한 협력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엔씨는 국내외 투자를 통해 장르별 개발 클러스터를 구축하고 글로벌 포트폴리오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박병무 공동동대표는 “엠티베슬은 글로벌 메이저 장르인 슈팅 게임에 대한 성공 경험과 전문성을 확보한 개발진, 팬덤을 보유한 게임 아트와 사운드 전문가들이 설립한 트리플 A급 개발 스튜디오”라며 “앞으로도 글로벌 신규 IP 확보와 장르별 클러스터 파이프 라인을 구축하기 위한 투자를 지속하겠다”고 밝혔다.최근 엔씨는 AI 기술을 활용한 기업간거래(B2B) 사업을 본격화하며 성과 창출에 나섰다. 엔씨는 AI 전담 자회사를 통해 국내외 기업들과의 협업을 통해 수익화에 주력할 방침이다. 엔씨는 지난 3월 물적분할을 통해 사내 AI 연구 개발 조직인 ‘엔씨리서치’를 별도 법인인 ‘엔씨 AI’로 분사했다.엔씨는 국내에서도 손에 꼽히는 AI 원천 기술 보유 기업이다.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기초모델연구센터(CRFM)에서 세계 AI 모델과 응용 프로그램 등의 영향력을 파악해 작성하는 ‘에코시스템 그래프’에도 등재됐다. 엔씨는 지난 2023년 자체 개발한 ‘바르코 LLM’에 이어 지난해에는 향상된 성능의 ‘바르코 LLM 2.0’을 공개했다. 바르코 2.0은 기존에 바르코가 지원하던 한국어·영어뿐 아니라 일본어와 중국어까지 능숙하게 구사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신설 법인 엔씨 AI는 2011년 국내 게임업계 최초로 꾸려진 엔씨 AI 연구 조직를 모태로 설립됐다. 엔씨 리서치 본부장을 맡았던 이연수 대표가 신설 법인의 키를 쥐었다. 이 대표는 그 동안 엔씨 본사에서 ▲생산성 향상 ▲게임 운영 및 매출 증대 ▲새로운 고객경험 제공을 위해 관련 기술 연구에 매진해왔다.

2025.06.08 07:03

5분 소요
아이온2, 엔씨 실적 반등의 서막될까

IT 일반

엔씨소프트가 올해 하반기 신작 ‘아이온2’를 통해 실적 반등을 노리고 있다. 전작 ‘아이온’이 엄청난 흥행 돌풍을 일으켰던 만큼, 게임업계에서는 이번에 엔씨가 내놓을 아이온2에 주목하고 있다. 아이온은 엔씨가 지난 2008년 출시한 PC 온라인 대규모 다중 사용자 온라인 롤플레잉 게임(MMORPG)으로 엔씨의 핵심 지적재산권(IP) 중 하나다. 기존 인기 게임인 ‘리니지’를 넘어서는 롤플레잉 게임(RPG)을 만들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당시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의 ‘월드오브워크래프트(WOW)’가 국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상황에서 엔씨는 당시 개발중이던 아이온에 큰 기대를 걸었고, 아이온은 그에 부응했다. 그간 실적부진을 겪었던 엔씨는 이번에 아이온2를 통해 재도약을 노리는 것이다.엔씨는 최근 아이온2 첫 라이브 방송 ‘AION2NIGHT’를 통해 게임 핵심 콘텐츠와 비공개 집중 테스트(FGT) 일정을 공개했다. AION2NIGHT은 아이온2 주요 개발진이 출연해 다양한 인게임 정보를 공개하고 이용자와 직접 소통하는 정기적인 공식 방송이다.이번 생방송에 참여한 백승욱 CBO는 “아이온2는 ‘아이온의 완전판’을 목표로 개발 중”이라고 설명하며, 그동안 베일에 싸여 있던 아이온2의 ▲세계관 ▲월드 ▲클래스(직업) ▲던전 등 핵심 콘텐츠가 담긴 인게임 영상을 최초로 공개했다.김남준 개발PD는 아이온2가 아이온 지식재산권(IP)의 계승과 발전을 중심으로 제작 중이라고 밝혔다. 김 PD는 ▲원작으로부터 200년 후의 세계관 ▲원작 대비 36배 규모로 개발 중인 게임 내 ‘월드’ ▲전 지역 비행이 가능한 시스템 ▲원작의 정체성을 계승한 8종의 클래스 등 핵심 콘텐츠를 소개했다.아이온2 정보 공개, 모든 이용자 대상 FGT 초대 이벤트엔씨는 모든 이용자를 대상으로 진행하는 FGT 초대 이벤트 계획도 밝혔다. FGT는 6월 28일 혹은 29일 중 하루를 선택해 참여 신청이 가능하다. FGT를 통해 아이온2의 캐릭터 커스터마이징부터 다양한 PvE(플레이어 대 환경) 던전까지 여러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 엔씨는 FGT에서 개발자와 소통할 수 있는 자리도 마련할 계획이다. FGT 관련 자세한 내용은 아이온2 브랜드 웹페이지 공지사항을 통해 확인 가능하다.아이온2는 원작 아이온 이용자를 위해 추억을 소환하는 서비스도 진행한다. 2008년 11월부터 2013년 12월 31일까지 아이온 플레이 이력이 있는 이용자가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실제 사용했던 캐릭터명을 선택하여 커뮤니티 게시판에서도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현재 아이온2는 방대한 PvE 콘텐츠가 특징으로 올해 4분기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언리얼 엔진5로 개발 중이며, 이용자 편의성을 고려해 PC와 모바일 모두에서 즐길 수 있는 크로스 플랫폼을 지원할 예정이다.아이온2에는 원작에 등장하던 총 8종의 클래스가 모두 등장한다. 제작진은 타게팅 없이 공격이 실제로 목표물에 맞아야 피격 판정이 들어가는 논타겟·후판정 시스템을 게임에 도입했다. 자동전투 기능을 빼 수동 조작의 재미를 살렸다고 강조했다. 또 모바일 버전을 PC로 이식한 기존의 크로스플랫폼 게임들과 달리 PC 버전을 중심으로 개발하고 이를 모바일로 옮기는 방향으로 게임을 제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천족과 마족의 서버도 분리된다. 즉 천족과 마족은 각각 다른 서버에서 플레이하게 되며, 주기적으로 매칭을 통해 진영별 팀플레이(RVR)를 체험하게 된다. 이는 종족 사이에 발생할 수 있는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결정이다. 과거 흥행 돌풍 일으킨 아이온…증권가 전망도 긍정적아이온은 다양한 콘텐츠와 뛰어난 그래픽을 바탕으로 국산 RPG 전성시대를 여는데 큰 역할을 담당한 게임으로 평가된다. 특히 기존 리니지 시리즈의 전투가 지상에 한정된 반면 아이온은 전투를 공중으로까지 확장시키는 데 성공한다. 아이온은 이후 160주 연속 PC방 점유율 1위라는 기록을 달성하게 된다. 최근 아이온에 대한 인기가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가 많지만, 과거 아이온에 대한 추억을 가지고 있는 유저가 많은 만큼 정식 후속작인 아이온2에 대한 유저들의 관심이 높아지는 모습이다.엔씨 역시 아이온2에 거는 기대가 크다. 박병무 엔씨 공동대표는 올해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아이온2의 내부 평가 결과가 매우 긍정적”이라며 “아이온2는 원작의 DNA를 계승하면서도 기술적 한계로 구현하지 못했던 부분들을 모두 구현한 게임”이라고 성공 자신감을 내비쳤다.박 대표는 “아이온2는 기본적으로 PvE, 레이드가 강화된 IP로 리니지라이크와는 매우 다르다”며 “글로벌 출시를 목적으로 하고 있기에 리니지 라이크와 같은 BM(비즈니스 모델)을 초기부터 넣을 수는 없을 것이다. 페이 투 윈(Pay to Win) 요소가 완전히 없는 것은 아니지만, 통상 생각하는 리니지 라이크와 같은 게임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증권가에서도 아이온2의 흥행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 4월 진행된 비공개 간담회에서 아이온2의 정보가 일부 공유된 이후, 긍정적인 분석이 담긴 증권 리포트가 잇따라 발간됐다. 이창영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원작 아이온은 충성도 높은 IP로, 게임에 대한 대기 수요자가 많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호윤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아이온2의 IP파워가 국내 시장에서 매우 강력하다”고 평가했다. 이선화 KB증권 연구원은 “게임주는 대형 신작 출시를 통한 외형 성장 모멘텀에 크게 반응한다”며 “아이온2 출시일이 가까워질수록 신작 모멘텀이 강화돼 양호한 주가 흐름이 이어질 전망”이라고 전했다.게임업계 관계자는 “게임이 나와봐야 알겠지만, PC기반으로 제작된다는 점에서 기대하는 유저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원작이 선보였던 ‘공중’으로의 확장이 이번 아이온2에서 얼마나 잘 구현될지가 향후 게임의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2025.06.08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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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앗긴 일자리, 높아진 효율…AI가 짠 코드 ‘바이브’를 느껴 봐 [한세희 테크&라이프]

전문가 칼럼

불과 몇 해 전의 일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테크 분야 호황이 이어지며 소프트웨어 개발자 수요가 급격히 증가했다. 개발자 연봉이 치솟으며 테크 업계 전반의 임금 수준이 통제 불가능할 정도로 오르고, 비전공자들 중에서도 코딩 교육을 받아 커리어를 전환하려는 이들이 늘어났다. 인재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신입 개발자의 초봉이 중견 관리자 월급에 육박하는 사례도 등장했다.팬데믹이 끝나고 테크 버블이 꺼지면서, 이 시기 방만하게 채용한 인력이 기업의 부담으로 작용하던 즈음, 새로운 바람이 불며 개발자 일자리에 또 한 번 충격이 가해졌다.바로 생성형 인공지능(AI)의 등장이다. 오픈AI의 챗GPT를 시작으로, 구글의 제미나이와 앤스로픽의 클로드 등 초거대 언어모델(LLM)에 기반한 대화형 AI 서비스가 본격적으로 등장했다. 사람처럼 자연스럽고 설득력 있는 문장을 생성하며 대화하는 능력은 모두를 놀라게 했다.그러나 이러한 놀라운 기술력을 수익으로 연결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였다. 원자력 발전소를 새로 지어야 할 정도로 막대한 전력을 소모하고, 수십만 장의 최고급 GPU를 동원해 학습시킨 값비싼 AI 모델을 활용해 수익을 내려면 어떤 전략이 필요할까?코드 짜는 AI, 개발자를 대신하다챗GPT가 등장한 지 2년이 지난 지금, 생성형 AI의 가장 명확한 활용 분야로 자리 잡은 것이 있다. 바로 코딩이다. LLM은 언어를 유창하게 다루는 AI다. 그리고 코딩 역시 언어를 사용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단지 사람이 아닌 컴퓨터의 언어를 구사하는 것이다. 사람이 말하는 언어에서 다음에 올 단어를 예측하는 작업이나, 컴퓨터 언어에서 다음에 이어질 코드를 예측하는 작업 모두 동일한 방식으로 이뤄진다.AI가 가장 능숙하게 다루는 언어는 다름 아닌 컴퓨터 언어였다. 코드 작성은 AI가 가장 먼저 혁신을 불러온 분야가 된 셈이다.이로 인해 개발자는 빠르게 대체되고 있다. 한때 가장 유망하다고 평가받던 직업이었던 개발자는 지금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많이 해고되는 직종 중 하나가 되었다. 미국 고용통계국에 따르면, 2023~2025년 사이 소프트웨어 개발자 고용은 27.5%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달 전체 인력의 3%인 6800명에 대한 감원 계획을 발표했으며, 이 중 40%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였다.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는 4월 메타가 주최한 AI 콘퍼런스 ‘라마콘’에서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와의 대담 중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작성된 코드 중 30%는 AI가 만든 것”이라고 밝혔다. 케빈 스콧 마이크로소프트 최고기술책임자(CTO)도 “2030년에는 전체 코드의 95%가 AI로 생성될 것”이라고 내다봤다.저커버그 CEO 역시 “내년쯤에는 개발의 절반 정도가 사람이 아닌 AI에 의해 이뤄지고, 그 비중은 점점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단순 개발자 자리는 줄어들고, AI를 개발하는 인재를 육성한다는 계획이다.구글 역시 지난 4월, 구글 코드의 30% 이상이 AI에 의해 생성된 것이라고 밝혔고, 앤디 재시 아마존 CEO는 “작년 한 해 AI를 통해 개발자가 4,500년치 일한 것에 해당하는 시간을 절약했다”고 말했다. 코드의 분위기를 이해하는 ‘바이브 코딩’이 같은 흐름과 함께 주목받고 있는 것이 바로 AI 기반 코딩 보조 서비스다. 마치 프로그래밍에 능숙한 고수가 코드 편집기 옆에 앉아 질문에 답해주듯, 사용자가 일상 언어로 원하는 기능이나 디자인을 말하면 AI가 이를 코드로 자동 작성해준다. 개발자는 그 결과물에 피드백을 주며, 코드를 점진적으로 개선해나간다.코딩 지식이 거의 없는 사람도 앱 개발에 도전할 수 있을 정도로 진입 장벽을 낮춰주는 한편, 전문 개발자의 생산성을 크게 높여준다. 실제로 이러한 방식으로 작업하는 팀의 생산성이 40~60% 높아졌다는 이야기도 나온다.이러한 방식의 코딩은 흔히 ‘바이브 코딩’(vibe coding)이라고 불린다. 개발자가 의도한 느낌이나 분위기(vibe)를 AI가 파악해 그에 맞는 코드를 생성한다는 의미다.바이브 코딩 분야의 대표 기업들도 이미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대표적인 코드 편집기인 ‘비주얼 스튜디오 코드’에 AI를 통합한 ‘커서’(Cursor)는 지난달 실리콘밸리 주요 벤처캐피털로부터 9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고, 기업 가치는 100억 달러로 평가받았다. 오픈AI가 인수를 희망했으나, 커서는 독자 노선을 택했다.오픈AI는 대신 커서와 유사한 바이브 코딩 기업인 ‘윈드서프’(WindSurf)를 30억 달러에 인수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커서는 연간 매출 약 1억 달러, 윈드서프는 약 5천만 달러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다만 두 기업 모두 아직 적자 상태다. 앤스로픽의 클로드 등 외부 AI 모델에 의존하고 있어, 사용자가 많아질수록 재정적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외부 모델 의존도 문제지만, 자체 모델을 개발하더라도 막대한 비용과 기술 리스크가 뒤따른다.바이브 코딩은 숙련된 개발자의 역량을 확장시키는 동시에, 이제 막 진입하려는 신입들에게는 벽이 되는 AI 시대 ‘일자리의 문제’를 가장 먼저 보여주는 대표 사례라 할 수 있다.하지만 반복적인 코딩 작업을 AI에 맡기고, 개발자는 보다 고차원적인 업무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는 점은 분명 장점이다. 코딩을 몰라도 누구나 앱 개발에 도전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그러나 노동 불안 외에도, 바이브 코딩이 안고 있는 또 다른 문제는 보안이다. 생성형 AI가 문장을 만들면서 사실이 아닌 내용을 생성하는 ‘환각’ 현상이 문제되듯, 코딩 과정에서도 존재하지 않는 라이브러리나 가짜 패키지를 만들어낼 가능성이 있다.흥미로운 점은 AI가 생성한 가짜 패키지들이 실제 존재하는 패키지와 유사한 이름을 가진다는 것이다. 해커는 이 점을 악용해 동일한 이름의 악성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유포하고, AI의 도움을 받아 개발 중인 다른 사용자가 이를 실수로 다운로드하게 하는 방식의 공격이 가능하다.

2025.06.0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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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보다 배달 빠른데 무료”...10명 중 9명은 만족했다

유통

국내 배달 시장에 자동화 바람이 불고 있다. 로봇 배달 서비스가 외곽에서 도심으로 파고든다. 치열한 시장 경쟁에서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다. 2010년대 초반부터 사업을 시작한 1세대 배달 플랫폼들은 본격적으로 자동화 로봇이라는 틈새 시장 공략에 나서는 모양새다.배달 수요 늘지만...라이더는 줄어든다업계에 따르면 배달 시장에서 자동화 로봇의 필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퀵커머스(빠른 배송)의 확산과 1인 가구 증가로 배달 수요가 늘고 있지만, 배달 수단의 공급은 지속해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고용노동부와 한국고용정보원이 발표한 ‘플랫폼종사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배달·운전 분야 종사자 수는 2023년 기준 48만5000명으로 전년 동기(51만3000명) 대비 5.5% 감소했다.배달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이 심해지면 소비자 또는 자영업자가 부담해야 하는 배달 비용이 오를 수 있다. 또 배달 기사(라이더)를 찾아 배차하는 시간이 길어지면 전체 배달 시간도 늘어날 수 있다. 속도가 생명인 퀵커머스 산업에서 배달 시간 증가는 성장 저해를 촉진하는 부정적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배달 플랫폼들은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로봇 카드를 꺼내 들었다. 배달 로봇의 활동 무대는 유동 인구가 많고 빌딩·빌라·아파트 등 건물이 빼곡하며 이면도로(골목)도 많은 강남 지역이다.위대한상상이 운영하는 요기요는 자율주행 로봇 기업 뉴빌리티와 손잡고 지난 2월부터 강남(역삼) 지역 한정으로 로봇 음식 배달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뉴빌리티가 만든 자율주행 로봇 ‘뉴비’가 식당 앞에서 물건을 수령한 뒤 주문 장소까지 배송하는 방식이다. 이에 앞서 요기요는 지난해 8월부터 인천 송도에서 로봇 배달 서비스를 운영해 왔다.우아한형제들이 운영하는 배달의민족(배민)도 지난 2월부터 강남(논현·역삼) 지역에서 로봇 배달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서비스 운영 방식은 요기요와 유사하다. 다만 배민은 요기요와 달리 자체 개발한 자율주행 로봇인 ‘딜리’를 활용하고 있다. 현재 배민은 강남 논현에서 B마트용 배달 로봇 딜리를 6대 운영 중이다. 또 삼성과 고덕 등지에서 음식 배달용 로봇을 시범으로 운영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LG디스플레이 파주 사업장 내 커피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했다.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저렴하고 빠르게, 그리고 안전하게 배달하려면 배달 로봇은 꼭 필요하다”며 “배달 로봇을 도입해 배달 수단의 공급을 늘리고, 이것으로 미래의 배달료 상승 문제 및 배달 속도 저하 문제를 해결하려는 목표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1층 수령도 괜찮아...열에 아홉은 만족배달 로봇의 실효성을 살펴보기 위해 지난 4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B마트 도심형 유통센터(PPC)에서 로봇 배달 서비스를 이용해봤다. 현재 배민은 1만5000원 주문 시 무료 로봇 배달을 제공하고 있다. 로봇 배달 서비스는 대기 장소에 로봇이 있을 때만 이용 가능하다. 로봇이 모두 배달 중인 경우는 배민 앱 내에서 로봇 배달을 선택할 수 없다.좌우 3개씩 6개의 바퀴가 달린 배민의 배달 로봇 딜리는 복잡한 강남 도심 속에서 큰 무리 없이 이동했다. 이동 중인 로봇의 앞을 가로막아 보니 즉각 회피하는 모습도 보여줬다. 카메라와 라이다 등의 센서가 사물을 실시간으로 인지하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횡단보도에서는 주변 차량이 모두 지나갈 때까지 로봇이 대기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단거리 등 일부 구간에서는 라이더 배달보다 로봇 배달이 더 빠른 경우도 있다”며 “앱 내 알림을 통해 제품이 도착하면 1층에서 확인 후 수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건물 1층으로 내려와 물건을 받아야 한다는 점을 우려했지만, 소비자들은 이를 크게 불편해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소비자들의 로봇 배달 서비스에 대한 만족도는 높은 편이다. 배민이 서비스 이용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91%가 ‘로봇 배달에 만족한다’고 답했다. 94%는 ‘로봇 배달을 다시 이용할 의향이 있다’고 했다. 로봇 배달 재이용 건수가 10여 건에 달하는 고객도 있다고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귀띔했다.서비스의 안정성도 충분히 확보된 것으로 보인다. 배민 ‘딜리’는 지난 2월 로봇 배달 서비스 개시 후 현재까지 배송 오류, 사고 등이 전혀 없었다. 물론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이 주관하는 운행안전인증도 획득했다.앞으로 배달 시장에서 로봇의 역할은 지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배민과 요기요는 서비스 지역과 운영 시간, 배달 로봇 대수 확대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올해 배민은 로봇 배달 서비스 도착지를 1000개 이상으로 확장하고, 서비스 운영 종료 시각(B마트 기준)도 현 오후 9시에서 밤 12시로 확대할 계획이다. 요기요는 2년 내로 총 2000대의 뉴비를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관련 시장의 전망은 밝다. 시장조사기관 마켓스앤마켓스(Markets&Markets)에 따르면 세계 배달 로봇 시장은 2026년 1조1360억원 규모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2021년(2517억원)의 4배를 넘어서는 수준이다. 오는 2030년에는 전체 배달 물량의 20%를 로봇이 처리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업계 관계자는 “로봇 배달은 아직 초기 단계로 수익성을 논할 단계는 아니라고 본다”며 “앞으로 기술 고도화와 규제 해소 등이 이뤄지면 장기적으로 로봇 배달로 인해 점주·기업·소비자 모두에게 돌아가는 효과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2025.06.07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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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 튀기고 패티 굽고…외식업계, 인건비 부담에 로봇 도입 ‘속속’

유통

외식업계가 인건비 상승과 구인난, 서비스 품질 표준화 요구 등으로 고민하는 가운데 로봇을 통한 ‘자동화’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 주요 프랜차이즈를 중심으로 주방과 홀에 다양한 로봇을 도입하며 점주의 인건비 부담을 줄여주고 있는 것. 업계에서는 최근 인건비로 외식업자들이 시름하고 있는 만큼 비용 절감이 가능한 조리 로봇 도입이 더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한다. 한화, 피자·파스타·우동 등 외식 자동화 ‘속도’ 삼일PwC경영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시장조사기관 마켓앤마켓은 전 세계 조리 로봇 시장 규모가 지난 2020년 약 19억달러에서 연평균 13.1%로 성장해 2026년 약 40억달러 규모로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역시 인건비가 꾸준히 오르고 인력난이 심화하고 있어 외식업계의 자동화 수요가 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한화호텔앤드리조트의 푸드테크 전문 계열사인 한화푸드테크는 최근 서울 종로구에 자동화 외식 브랜드 ‘유동’ 매장을 열었다. 기존에 기계로 만들던 즉석 우동을 유동에서는 로봇이 직접 조리한다. 대부분의 조리 과정을 자동화해 인건비를 아끼고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다. 유동에서 파는 우동의 금액대는 ▲옛날 우동 2000원 ▲유부 우동 4000원 ▲소고기 우동 6000원으로 다른 브랜드에 비해 저렴한 편이다.한화호텔앤드리조트 관계자는 “유동은 다양한 푸드테크 개발과 활용을 위한 실험적 성격의 매장”이라며 “가격이 저렴한 만큼 고객 반응이 나쁘지 않다”라고 설명했다.그는 “유동을 비롯한 자동화 매장 운영의 궁극적 목표는 무인 자동화”라면서 “현재 유동의 사업 확장 계획은 없지만 매장을 운영하며 얻은 정보 등을 뷔페 등 타 브랜드에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라고 덧붙였다.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자회사인 한화푸드테크를 통해 그룹 미래 성장동력으로 꼽히는 푸드테크(Food+Technology) 사업에 힘을 싣고 있다. 김동선 한화갤러리아·호텔앤드리조트 미래비전총괄 부사장은 한화그룹의 로봇 전문 계열사인 한화로보틱스와 적극 협업해 오는 2027년 460조원 규모로 성장할 푸드테크 시장을 선점한다는 목표를 세웠다.한화푸드테크는 김 부사장 주도로 지난해 3월 미국의 로봇 피자 브랜드 ‘스텔라 피자(Stellar Pizza)’를 인수했다. 작년 4월에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조리 로봇을 도입한 실험 매장 ‘파스타 X(Pasta X)’를 열었다. 치킨업계 “로봇 도입 가맹점주 만족도 높아”교촌에프앤비는 지난 2021년 로봇 제조기업 ‘뉴로메카’와 업무협약(MOU)을 맺고 교촌치킨 전용 조리 로봇을 개발했다. 현재 교촌에프앤비 교육 연구개발(R&D) 센터인 정구관과 전국 물류센터, 25곳의 가맹점 등에서 조리 로봇을 사용 중이다.교촌에프앤비 관계자는 “균일한 품질의 제품을 생산하고 가맹점의 운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조리 로봇을 도입하게 됐다”라며 “가맹점주가 인건비를 아끼기 위해 혼자 근무하다 보면 매뉴얼을 준수하지 못할 때도 있는데 로봇이 이런 문제점을 해결해 줘 만족도가 높다”고 전했다.bhc치킨은 지난해 LG전자 사내벤처와 튀김 로봇인 ‘튀봇(TuiiBot)’을 공동으로 개발하고 매장 설치를 시작해 현재까지 전국 24개 매장에 튀봇을 도입했다. bhc치킨이 튀봇 도입 가맹점을 대상으로 실시한 만족도 조사에 따르면 튀김 과정의 자동화로 기름 털기 등 단순 반복 작업이 줄며 주문 피크타임 대응이 수월해지고 인건비가 절감된 것으로 나타났다. 즉시 열기 배출 시스템으로 냉방비가 줄어든 부분 등에서 만족도가 특히 높았다.bhc치킨은 튀봇 도입이 최저임금 상승에 따른 인건비 부담과 인력 채용의 어려움을 덜고,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수수료 증가로 인한 수익 악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내다본다. 롯데리아 운영사 롯데GRS는 국내 로봇 키친 스타트업 ‘에니아이’(Aniai)와 MOU를 체결하고 지난해 2월 롯데리아 구로디지털역점에 햄버거 패티를 자동으로 구워주는 로봇 ‘알파그릴’을 도입했다. 올해 2월에는 편의성·안전성·속도성 등을 개선한 알파그릴을 재배치했다.롯데GRS는 작년 3월 반도체 장비 제조 기업 ‘네온테크’와 협약을 맺고 현재 자동 튀김 조리 로봇 ‘보글봇’을 서울대입구역점에 설치해 운영 중이다.롯데GRS 관계자는 “조리 자동화 기기 도입으로 매장 인력 운영 효율성이 더욱 개선될 거라고 기대한다”라면서도 “아직 전 지점으로 로봇 도입을 확대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그는 “매장에서 조리 로봇을 사용한 지 2년 차밖에 되지 않아 도입 효과가 가시화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수년에 걸친 시범 운영을 통해 성과를 지켜봐야 한다”라고 했다.맘스터치는 지난해 초 서울 강남구에 전략 매장인 ‘맘스터치 선릉역점’을 열며 서비스 품질 향상을 위해 최초로 ‘비프 패티 조리 로봇’을 도입했다. 맘스터치에 따르면 선릉역점은 직장인과 유동 인구가 많은 상권이다. 비프버거 패티 조리 자동화를 통해 점심시간 등 고객이 몰리는 시간대에 제품 서비스 시간을 줄일 수 있다는 게 맘스터치의 설명이다.맘스터치는 지속적인 연구 개발 및 유관 업계와의 협업 등을 통해 서비스 시간을 단축하면서 품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주방 자동화를 진행할 예정이다.맘스터치 관계자는 “점진적 자동화에 대해 긍정적인 의지를 가지고 내부적으로 논의 중”이라면서도 “적용 매장이나 구체적인 시점 등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2025.06.07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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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으로 사유하고 삶의 조급함을 내려놔라 [새로 나온 책]

로마 시대 뛰어난 철학자이자 존경받는 리더로 꼽히는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지혜를 이 시대에 펼쳐 보인다. ‘인공지능(AI) 시대에 무슨 철학이냐’라는 이야기가 나올 수 있지만 저자는 43가지 철학 사상과 개념을 선별해 이 시대를 어떻게 해석하고 삶의 방향을 만들어가야 하는지를 조언하고 있다. 저자인 안광복은 “이 책에서 소개하는 사상가들의 이야기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 가깝다. 책에서 다루는 42명은 일상인에게는 대부분 낯선 인물이다. 그렇기에 시대가 바라는 새로운 발상과 참신한 대안을 안겨주기에는 오히려 적격이다”라고 말한다. 이 책은 총 5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장이 말하고자 하는 것을 보면 이 시대의 논쟁거리인 것을 보면 저자가 철학으로 말하고 싶은 것을 조금은 느낄 수 있다. 1장은 ‘노동의 종말에 대비하라’라는 도전적인 주제를 던진다. 예상할 수 있듯이 노동의 종말을 이야기하는 AI 시대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를 이야기한다. 저자는 노동이 줄어드는 게 나쁜 일인가를 질문한다. 육아와 가사 노동 그리고 문학 등과 같은 시민 노동에 대해 시민 수당을 지급하자는 도깅ㄹ 사회학자 울리히 벡이 제안을 소개한다. 돌봄·가사 등 사회적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던 노동을 임금 노동에 포함하자는 프랑스 사회학자 도미니크 슈나퍼의 주장을 가져온다. 2장은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를 말하고 있다. ‘가상현실이 만드는 현실’이라는 제목으로 인터넷 시대의 권력자가 누구인지, 영상 시대에서 이미지에 현혹되지 않는 법 등을 미셸 푸코, 발터 베냐민 등의 철학자의 이론으로 설명하고 있다. 3장은 스토리텔링이 가지고 있는 힘을 이야기하는 ‘서사가 살아야 한다’라는 주제를 가라타니 고진과 아널드 토인비 등의 석학의 목소리를 빌려 논쟁을 한다. 4장에서는 편견과 혐오의 시대를 넘어서는 법을 ‘형이상학적 욕망을 틔우라’라는 제목으로 설명하고 있다. 5장은 변화를 맞이할 때 흔히 나타나는 거부가 아닌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이렇게 저자는 각 장마다 현대 사회에서 불거지고 있는 여러 논쟁들을 과거 철학과 사상을 대입해서 해석하고 해결방법을 고민한다. 현대인이 처한 다양한 문제와 고민거리에 대해 균형 잡힌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한 것이다. 저자는 소크라테스 대화법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고 서울 중동고에서 철학 교사로 30년째 근무하는 1세대 철학 교사다. 대중과 소통하는 임상철학자로 ‘철학으로 휴식하라’ ‘철학, 역사를 만나다’ 등 20여권의 교양서를 냈고, 독자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AI는 어떻게 마케팅의 무기가 되는가서양수 / 1만8500원 / 260쪽챗GPT가 촉발한 생성형 인공지능(AI) 시대는 AI를 얼마나 잘 활용하는지가 성공의 열쇠로 떠올랐다. 직종과 분야를 떠나 AI를 업무에 혹은 학업에 어떻게 적용해야 하는지를 고민하는 이들이 많다. 이 책의 제목처럼 AI를 마케팅에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그리고 AI의 도움으로 어떻게 브랜드 가치를 완성할 수 있는지를 분석했다. 이 책은 ‘제12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에서 9100편이 넘는 응모작이 들어온 종합 부문에서 대상으로 선정됐다. 마케팅 실무자들은 이 책에서 나이키·맥도날드·코카콜라 등의 글로벌 브랜드의 성공에 AI가 어떤 식으로 적용됐는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명랑 주교 유흥식김민희·한동일 / 1만4000원 / 128쪽프란치스코 교황 선종 후 차기 교황 후보로 거론된 한국의 유흥식 추기경을 알 수 있는 책이다. 유 추기경의 성장과정부터 프란치스코 교황과의 일화 그리고 한국 교회가 나아갈 길 등을 담담하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유 추기경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으로 발탁한 교황청 핵심 인사로 꼽히기 때문에 차기 교황 후보로 거론될 수 있었다. 저자 중 한명인 한동일은 동아시아 최초 바티칸 교황청 대법원 로타 로마나의 변호사라는 특별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책 수익금 전액은 유 추기경의 요청과 두 저자의 뜻에 따라 자립 청년 주거사업 지원에 쓰인다. 사이렌스 콜크리스 헤이즈 / 1만9800원 / 424쪽저자가 이 책에서 주장하는 것은 ‘주의력 자본주의’의 실상이다. 일상에서는 쉽게 들어보지 못한 주의력 자본주의는 어쩌면 우리 일상에 이미 깊이 들어와 있다. 테크 기업들은 이미 기술을 사용해 사용자가 머무르는 시간에 값을 매기고 있고, 이를 광고주가 사고, 인플루언서는 타인의 관심을 현금으로 받는 시대다. 저자는 우리가 남들의 주의를 어떻게 사로잡을 수 있는지가 유일한 관심사가 된 시대라고 경고한다. 이 시대는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지를 철학과 심리학 등을 넘나들면서 독자들에게 인사이트를 준다. 저자인 크리스 헤이즈는 미국 정치 평론가이자 MSNBC의 뉴스 앵커이기도 하다.

2025.06.0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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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을 '사실'로 인지하고 있진 않나요? 사실충실성의 힘 [CEO의 서재]

산업 일반

세계 호텔을 누비며 수기로 작성되던 투숙객 정보를 데이터화하는데 일조하고 있는 이웅희 H2O 호스피탈리티(H2O Hospitality, 이하 H2O)가 통계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자신의 인생 책을 추천했다. 그가 추천한 책은 의사이자 공중 보건 전문가이자 통계학자인 저자 한스 롤링스의 도서 ‘팩트풀니스’(원제: Factfulness). 그는 “워낙 세계적으로 유명한 책이라 많은 분들이 이미 읽었겠지만, 추천 책 한 권을 꼽으라고 하면 이 책을 꼽을 수 밖에 없어요(웃음)”라며 “합리적인 의사소통에 도움을 줬고, 통계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다시한번 더 생각하게 됐어요”라고 말했다. 이 대표가 말했듯 이 책은 세계적으로 50만부 이상이 팔릴만큼 인기를 얻은 책이다. 특히 빌 게이츠가 “내가 읽은 가장 중요한 책, 세계를 명확하게 이해하기 위한 유용한 안내”라고 말하고, 버락 오바마가 “타고난 편견을 넘어 사실을 밝혀낼 때 인간은 진보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일깨워주는 희망적인 책”이라고 평가하며 더욱 주목 받았다. 책의 시작은 ‘세계를 이해하기 위한 13가지 문제’를 사람들에게 질문하고 답을 맞춘 통계 결과서 시작한다. 저자는 지난 2017년 14개국 약 1만2000명에게 13가지 질문을 던졌는데, 결과적으로 마지막 13번을 뺀 열 두 문제 중 정답을 맞힌 평균 문제 수는 2개였다. 만점은 한 명도 없었고, 무려 15%가 빵점이었다. 조사단에는 의대생, 교사, 대학 강사, 저명한 과학자, 투자은행 종사자, 다국적기업 경영인, 언론인, 활동가, 심지어 정치권의 고위 의사 결정자도 있었지만 ‘절대다수’가 오답을 내놓은 것이다. 이에 저자는 사람이 '느낌'을 마치 '사실'로 인식하는 비합리적 본능이 있음을 지적한다. 저자는 인간의 10가지 비합리적 본능을 간극 본능, 부정 본능, 직선 본능, 공포 본능, 크기 본능, 일반화 본능, 운명 본능, 단일 관점 본능, 비난 본능, 다급함 본능 등으로 설명한다. 사람들은 세상에 대해 생각하고 추측하고 학습할 때 끊임없이 그리고 직관적으로 자신의 세계관을 참고하는데, 비합리적 본능으로 세계관에 오류가 발생하면 구조적으로 틀린 답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또 현재까지의 오해와 편견을 깨고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사실충실성’을 깨우쳐야 한다고 말한다. 이는 인간이 편견을 넘어 사실을 밝혀낼 때 진보할 수 있는 길임을 주장한다. 특히 이 책을 추천한 이웅희 대표는 AI(인공지능) 시대에 정확한 사실을 인지하는 사실충실성이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AI 세대가 오면서 AI가 생성하는 사실과 다른 내용들도 굉장히 문제가 되고 있는데 이 문제에 대비 하기 위한 좋은 공부가 됐다”며 “논리적인 사고를 하기 바라는 분 또는 부정적인 사고에 사로잡혀 있는 분들에게 이 책을 꼭 추천한다”고 말했다.

2025.06.0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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