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주인공보다 빛난다...영화 속 신스틸러 ‘와인’ [와인 인문학]
- 이야기 속 등장 다양한 역할 수행
현실 세계 와인 문화 등에도 영향

단순한 소품 넘어 영화적 언어로 기능
현대 영화에서 와인은 더욱 다채로운 역할을 수행하며 하나의 영화적 언어로 기능하고 있다. 와인은 부와 지위, 귀족적 세련됨을 나타내는 시각적 코드로도 사용되는데, 영화 <대부>나 드라마 <다운튼 애비>에서처럼 식탁 위의 와인 한 병은 등장인물의 사회적 지위나 풍요로움을 즉각적으로 전달한다. 그들의 문화적 배경과 사회적 역학 관계를 정의하는 상징이 되기도 한다.
또한 와인은 로맨스와 친밀감을 조성하는 강력한 장치다. <카사블랑카>나 <구름 속의 산책>과 같은 영화에서 인물 간의 긴장감을 촉매하고 분위기를 고조시키며 관계의 중요한 순간을 표시하는 역할을 한다. 함께 나눈 와인 한 잔은 종종 관계의 결정적인 전환점을 의미하기도 한다.
축하와 동료애의 순간에도 와인은 빠지지 않는다. <사이드웨이>나 <빅 나이트> 같은 작품에서 와인은 기쁨과 우정, 삶의 즐거움을 나누는 상징으로 등장한다. 때로는 도덕적 타락이나 우울함을 상징하기도 하는데, <위대한 개츠비>의 호화로운 파티 속 과도한 와인 소비는 상류층의 공허함을 반영하기도 한다.
더 나아가 와인은 캐릭터를 드러내는 섬세한 도구로도 활용된다. 특정 와인에 대한 선호나 혐오는 등장인물의 성격·취향·세련미·반항심까지 드러낼 수 있다.


와인 자체가 캐릭터의 연장선이 되거나, 그들의 갈망과 평범함에 대한 거부감을 나타내는 은유가 되기도 한다. 때로는 와인이 갈등의 촉매제가 되거나 유혹의 도구, 시간의 표식 혹은 히치콕 감독이 말한 ‘맥거핀’처럼 줄거리를 이끌어가는 핵심 장치로 사용되기도 한다.



영화 속 와인의 등장은 단순히 스토리를 반영하는 것을 넘어 현실 세계의 와인 문화와 인식에도 영향을 미친다. 영화는 와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비추는 거울인 동시에 특정 와인이나 브랜드에 대한 유행과 선호도를 형성하는 등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사이드웨이 효과’(Sideways Effect)다. 영화 <사이드웨이>에는 와인 애호가인 주인공이 샤토 슈발 블랑(Château Cheval Blanc) 1961을 마신다. 이 와인은 우아함과 복합미를 갖춘 최고급 와인으로 평가받는다. 극중에는 가슴 아픈 클라이맥스 장면에 등장한다. 영화에 등장한 뒤 샤토 슈발 블랑 1961의 인지도가 크게 높아졌다.
영화 <007 카지노 로얄>에는 샤토 앙젤뤼스(Château Angélus) 1982가 등장한다. 샤토 앙젤뤼스는 생테밀리옹 그랑 크뤼 와인이다. 영화 속 주인공 제임스 본드는 우아한 식당 칸에서 저녁 식사를 하며 샤토 앙젤뤼스 1982를 마신다. 007 시리즈에 등장한 뒤 샤토 앙젤뤼스의 소비자 인지도와 선호도가 크게 높아졌다. 이 와인은 이후에도 007 시리즈 <스펙터>, <노 타임 투 다이>에 재등장하며 주인공과의 연결성을 공고히 했다.
영화 <보틀 쇼크>에는 샤토 몬텔레나 샤르도네(Chateau Montelena Chardonnay) 1973이 나온다. 이 와인은 1970년대 캘리포니아 나파 밸리 와인 산업의 잠재력과 야망을 상징한다. 당시 철옹성 같던 프랑스 와인의 권위와 지배력에 도전해 미국 와인을 일시에 세계적인 반열에 올려놓은 일등 공신이다.
해당 영화는 미국 나파 밸리 와인이 세계적인 명성을 얻게 된 계기를 만들었던 1976년 ‘파리의 심판’ 이야기를 다룬다. 이는 와인 시음 대회의 역사적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크게 높였다. 또 와이너리 방문 증가와 와인에 대한 관심 증대라는 긍정적인 효과도 낳았다.
영화 제작자들이 소품 하나를 선택하는 것만으로도 특정 와인을 사회적 담론과 ‘집단적 서사’ 속에 각인시킬 수 있는 문화적 힘을 지니고 있음을 시사한다. 영화와 와인 문화는 이처럼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끊임없이 상호 작용한다.
김욱성 와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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