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K-스타트업 행사의 글로벌화…일본의 스시테크 참고해야[최화준의 스타트업 인사이트]
- 경기 스타트업 서밋·포스터브릿지 등 글로벌 스타트업 행사 열려
글로벌 행사의 공과 함께 묻는 열린 자세 필요

[최화준 아산나눔재단 AER지식연구소 연구원] 국내 스타트업 행사들이 글로벌화되면서 여러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 공공 기관, 주요 지방 자치 단체들은 지난 몇 년간 스타트업 행사를 각자 개최 및 운영하고 있다. 이는 관련 기관들이 모두 글로벌을 외치면서 선의의 경쟁을 펼친 결과이다.
국내 스타트업 행사가 글로벌 무대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면서 국내 스타트업과 관계자들은 국제 교류의 기회를 얻었다. 덕분에 글로벌 진출을 도모하는 국내 스타트업과 국내 시장 진입을 시도하는 해외 스타트업 모두 많아진 느낌이다.
올해도 국내 스타트업 행사들의 글로벌화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는 지난해 스페인의 글로벌 스타트업 행사 운영 기관인 ‘사우스서밋’(South Summit)과 협약하여 경기 스타트업 서밋을 처음 개최했다. 올해 초에는 국내 거주 외국인 창업자 커뮤니티를 이끄는 더 개리슨(The Garrison)이 자체적으로 글로벌 스타트업 행사 ‘포스터브릿지’(Foster Bridge)를 열었다. 비수도권 광역 도시들도 글로벌 스타트업 행사 개최를 고민하고 있다고 하니 앞으로 글로벌화를 지향하는 국내 스타트업 행사는 더욱 많아질 것이다.
글로벌 흥행에 안간힘을 쓰는 창업 국가들
글로벌 스타트업 행사 개최와 흥행에 대한 관심이 우리만 있는 것은 아니다. 창업 선진국들과 창업을 이제 막 육성하는 국가 모두 자국을 대표하는 스타트업 행사를 글로벌화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최근에는 특히 아시아 국가들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우리와 지리상 가까운 대만과 일본은 자국 스타트업 행사를 글로벌 무대에서 적극 홍보하고 있다. 대만의 미트 타이페이(Meet Taipei)와 일본의 스시테크(SusHi Tech)가 대표적이다. 최근 몇 년간 급성장하면서 관련 행사 참여자가 5만 명을 넘어섰다. 이는 중소벤처기업부가 지원하는 국내 최대 스타트업 행사인 컴업(Comeup)이 2023년에 기록한 6만 명을 거의 따라잡은 셈이다.
동남아 국가들 역시 글로벌 스타트업 행사에 열심이다. 창업 선도국들과 비교해 그들은 창업 인프라가 부족하지만, 그들만의 장점을 내세워 글로벌 창업 생태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싱가포르는 안정된 정치 환경과 글로벌 금융 허브라는 지리적 장점을, 태국은 워케이션과 디지털 노마드를 위한 혜택을, 말레이시아는 2025년 ASEAN 의장국인 점을 앞세워 자국 스타트업 행사를 글로벌 무대에 널리 알리고 있다.
여러 국가들이 진행하는 스타트업 행사들 중 최근 글로벌 무대에서 유독 주목을 받는 행사가 있다. 바로 이웃 나라 일본의 스시테크이다. 스시테크는 ‘지속 가능한 도시 기술’의 영어 번역어(Sustainable High City Tech)에서 머리글자를 따와 지은 행사명이다. 일본을 대표하는 음식인 초밥, 즉 스시를 언어유희로 활용했다.
국내 스타트업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지난 4월 말 도쿄에서 열린 스시테크에 대한 호평이 이어졌다. 여기에는 우리가 배울 점들이 있다.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스타트업 행사장에서 자국 스타트업 생태계에 대한 냉정한 진단과 개선 방향이 공개적으로 논의됐다는 점이다. 민관 관계자들은 공개 토론에서 일본 스타트업 생태계의 약점을 분석하고 이를 극복할 미래 방향을 의논했다. 이는 성과 홍보와 칭찬 일색인 국내 스타트업 행사에서 보이는 공개 토론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개선을 위해 힘쓰는 그들의 진심은 행사를 마치고 발행하는 보고서에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스시테크 운영 기관은 보고서를 통해 금년 성과와 예년 성과를 모두 제시해서 행사와 관련한 주요 수치들의 변화를 일목요연하게 보여준다. 이어 보고서 마지막에 행사 참여자들로부터 얻은 설문 내용을 요약하고 개선 사항까지 제시하고 있다. 예를 들어 작년 행사에서 얻은 설문은 행사 참여자의 약 20%가 만족하지 못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동시에 그들이 만족하지 못한 이유들을 열거하고 있다. 공공 기관이 운영한 행사에서 스스로 부족한 부분을 공개 석상에서 알리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스시테크 행사에 참여한 국내 관계자들은 부족한 점을 드러내고 개선 방향을 모색하는 일본 스타트업 생태계의 자세에 놀라움을 보였다. 그런 자세가 일본 스타트업 생태계의 질적 성장과 글로벌 경쟁력을 높일 것이라는 데 입을 모았다.
스시테크가 글로벌화를 지향한 시점은 2023년부터이다. 사실 이전에는 지역의 작은 스타트업 행사에 불과했던 스시테크는 2022년 기시다 내각이 일본 스타트업 생태계 육성을 천명하면서 글로벌 행사로 탈바꿈했다. 스시테크가 지난 3년간 보여준 성장세는 무서울 정도로 가파르다. 참여자는 해마다 거의 두 배씩 늘고 있다. 2024년에는 82개국이 참가했고, 행사장에 마련된 스타트업 부스의 60%는 외국 스타트업들이 차지했다. 스시테크는 짧은 기간 동안 글로벌화에 성공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국내 스타트업 행사…오답 노트 활용해야
국내 스타트업 행사가 끝나면 언론사들은 항상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고 소식을 전한다. 하지만 대부분 행사에는 개선점이 있기 마련이다. 다음에 더 나은 행사로 거듭나려면 이 부분에 집중해야 한다. 안타깝게도 국내 스타트업 행사에서 개선 방향이 공개적으로 논의된다는 소식을 접한 적은 아직 없다.
어느 행사이든 잘잘못이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국내 스타트업 행사 관계자들은 성장을 보여주는 지표와 자랑스러운 지점만 부각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공과를 모두 묻자는 것이다. 다시 말해 장점을 부각하는 데 열을 올리려다가 자칫 문제점을 놓치는 실수를 저질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스시테크 사례처럼 개선점을 보여주고 더 나는 다음을 제시하는 자신감이 필요하다.
운동 선수들은 약점을 보완해서 일류 선수로 거듭나고, 학생들은 오답 노트를 적어서 성적을 향상한다. 글로벌화를 지향하는 국내 스타트업 행사 기관들이 스타트업 관계자들과 머리를 맞대고 오답 노트를 낱낱이 적고 논의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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