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자생한방병원 고소한 보험사들…양방보다 3배 비싼 진료비
- [보험업계 vs 한의계 전쟁 시작]①
자생한방병원 보험사기 고소로 한의계와 전쟁 시작?
보험업계 “첩약·입원 기준까지 손보겠다”
지난 7월 말 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 등 대형 손해보험사 4곳은 자생한방병원을 보험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교통사고 환자들에게 의학적 필요성과 관계없이 첩약을 대량 처방해 자동차보험금 수백억원을 편취했다는 이유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 7월 자생한방병원과 자생의료재단 등을 압수수색하며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손보사 4곳이 제출한 고소장을 토대로 보험사기 혐의를 들여다본다는 입장이다. 자생한방병원 측은 “환자 상태에 맞게 처방했을 뿐 보험사기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보험사와 한방병원 간 법적 공방이다. 하지만 보험업계는 이번 사건을 특정 병원을 겨냥한 고소가 아니라 자동차보험 진료체계를 손보기 위한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
실손보험에서는 비급여 관리 강화 등을 통해 손해율 개선의 기반을 마련했지만, 자동차보험은 한방진료비가 여전히 손해율을 끌어올리는 핵심 요인으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차보험 흑자 끝났다…마지막 과제는 ‘한방진료비’
보험사들이 강경 대응에 나선 가장 큰 이유는 자동차보험 손익이 한계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차량 수리공임비 및 한방진료비 증가 등이 주 요인으로 꼽힌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 손보사의 자동차보험 영업손익은 약 189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상반기 기준 적자는 2020년 이후 처음이다.
손보업계는 상반기 기준 2020년 1262억원 적자 이후 코로나19 영향으로 운행량이 줄며 2021년부터 흑자로 전환, 작년까지 이를 유지해왔다.
연도별로는 ▲2021년 4137억원 ▲2022년 6264억원 ▲2023년 5559억원 ▲2024년 3322억원 ▲2025년 302억원 흑자로 점점 감소 추세를 보여왔다. 그러다 지난해 하반기 적자가 7382억원까지 불어났다.
올 상반기에도 이미 1890억원 적자가 났고 하반기에는 손실분이 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보험사 관계자는 “작년 상반기 흑자가 났음에도 하반기에는 장마, 폭설, 홍수 등 영향으로 영업손실이 7000억원대로 난 상황”이라며 “올해도 상황이 비슷하다면 상반기에 이미 약 19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기 때문에 하반기 적자폭은 최대 9000억원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대형 손보사 4곳의 상반기 자동차보험 누적 손해율도 84.5%로 지난해보다 1.9%포인트 상승했다. 이에 손보업계는 올해 초 보험료를 1.3~1.4% 인상했지만 손해율은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분위기다.
업계 안팎에서는 자동차보험 적자의 가장 큰 원인으로 경상환자의 한방진료비 증가를 지목하고 있다. 과거에는 환자들이 자동차 사고 시 정형외과 같은 양방병원을 찾았다. 하지만 2010년대 들어 한방병원에서도 자동차보험 진료비 보장이 가능해졌다. 이러면서 한방진료비 비중이 급격히 증가하기 시작했다.
자동차보험 진료비 가운데 한방진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 42.7%에서 지난해 57% 수준까지 꾸준히 상승했다. 이제 자동차보험 진료비의 절반 이상이 한방병원으로 지급되는 구조가 된 셈이다.
치료비 격차도 크다. 지난해 기준 한방병원의 교통사고 환자 1인당 치료비는 108만원으로 양방병원(35만원)의 3.1배에 달했다.
보험업계는 첩약 처방과 고가 MRI 촬영, 상급병실 이용, 각종 한방치료가 반복되면서 보험금 누수가 커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쉽게 말해 경미한 부상을 입은 환자가 장기간 과도한 치료를 받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실손보험은 개선…이제 자동차보험 차례
보험업계의 또 다른 골칫거리였던 실손보험은 당국의 제도 개선으로 손해율이 완화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는 분위기다. 도수치료 등 비급여 관리 강화와 5세대 실손보험 개편 등을 통해 장기적인 손해율 개선 기반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반면 자동차보험은 한방진료비 증가 문제가 수년째 반복되고 있지만 제도 개선은 좀처럼 이뤄지지 않았다.
보험업계가 한방진료 문제를 제기한 것도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동안에도 첩약 처방 기준과 장기 입원, 과잉진료 문제를 꾸준히 제기했지만 관련 제도 개선은 번번이 무산됐다.
제도 개선이 지연된 배경에는 한의계와 일부 소비자단체의 반발이 자리하고 있다. 한의계는 장기치료 제한과 첩약·약침 기준 강화가 환자의 치료받을 권리와 의료인의 진료권을 침해할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보험료 누수를 막아야 한다는 보험업계와 치료 선택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한의계의 입장이 맞서면서 관계부처도 제도 시행에 속도를 내지 못했다.
다만 보험업계는 올해 들어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보험사기 척결을 강조한 이후 금융당국도 보험사기 대응 강도를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금융감독원이 보험사기 적발과 수사 협조를 적극 주문하면서 보험사들도 한방 과잉진료에 대해 더 이상 소극적으로 대응할 이유가 없어졌다는 설명이다. 이찬진 금감원장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보험 사기 처벌 수위가 미약하다는 점에 공감한다. 관련 부서를 정비하고 전담 인력을 보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지금 한방진료비를 줄이지 못하면 다음에도 기회가 없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보험사 전반에 퍼져 있다”며 “보험사별로도 금융당국과 한의계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면서 추가 대응 여부를 검토하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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