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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목소리 내야 산다’…550개 핀테크 잇는 김종현의 리더십 [이코노 인터뷰]
- 김종현 한국핀테크산업협회장 인터뷰
쿠콘 대표와 협회장 '1인 2역'…"규제는 생기기 전에 대응해야"
AI·디지털자산 시대 앞두고 회원사 550곳 이해관계 조율…"제2의 네카토 충분히 가능"
김종현 한국핀테크산업협회장은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올해 창립 20주년을 맞은 데이터 플랫폼 기업 쿠콘을 이끌고 있지만 요즘 그의 하루는 회사보다 협회에서 더 많이 흘러간다. 정부와 국회, 금융당국을 오가며 정책을 논의하고 회원사를 만나는 일정이 일상이 됐다.
“처음에는 회사 일과 협회 일을 반반 정도 할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막상 해보니 협회 일이 80%는 되는 것 같습니다.”
웃으며 꺼낸 말이지만 책임감은 가볍지 않다. 한국핀테크산업협회에는 550여 개 회원사가 속해 있다. 간편결제와 송금, 데이터, 인공지능(AI), 디지털자산, 토큰증권, 정보보호까지 업권이 다양하고, 네이버페이·카카오페이·토스 같은 대형 플랫폼부터 초기 스타트업까지 규모와 이해관계도 제각각이다.
김 회장은 “회장이 되기 전에는 자연스럽게 쿠콘이 하는 데이터와 전자금융, 마이데이터 중심으로 산업을 바라봤다”며 “막상 협회장이 되고 보니 해외송금과 정보보호, 디지털자산, 토큰증권 등 업권마다 고민이 모두 달랐고 산업 전체를 보는 시야가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고 말했다.
회원사 목소리 ‘하나로 모으기’ 특명
취임 직후 그가 가장 먼저 한 일은 회원사 대표들을 직접 만나는 것이었다. 과거에는 협회 이사회에 실무 임원들이 참석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그는 분야별 대표들을 직접 불러 협회의 운영 방향과 현안을 논의했다.
김 회장은 “실무진만으로 결정하기 어려운 사안이 많다”며 “대표들과 직접 만나 업계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는 것부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유는 단순했다. 핀테크 산업이 성장할수록 회원사 간 이해관계도 복잡해졌기 때문이다. 빅테크는 규제 대응 조직과 자금 여력이 충분하지만 중소 핀테크는 서비스 개발과 규제 대응을 동시에 감당하기 쉽지 않다. 같은 정책이라도 받아들이는 온도차가 클 수밖에 없다.
“빅테크와 중소 핀테크는 입장 차이가 큰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조금씩 양보하며 함께 성장해야 산업도 커질 수 있습니다. 협회는 다양한 의견을 모아 산업 전체의 목소리를 만드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취임 이후 가장 많은 시간을 쏟는 분야도 규제 개선이다. 그는 금융산업 특성상 규제를 모두 없앨 수는 없지만 산업 변화 속도를 제도가 따라가지 못하는 부분은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취임 직후 금융위원회와 논의했던 한 규제 현안에서는 빅테크와 중소 핀테크의 의견을 조율하는 역할도 맡았다. 서로 다른 입장이 충돌했지만 협회가 중간에서 의견을 모으면서 업계가 수용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정리됐다는 설명이다.
김 회장은 “다행히 빅테크와 중소 핀테크 모두 공감할 수 있는 방향으로 결론이 나면서 회원사들의 신뢰도 높아졌다”며 “최근에는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도 업계 의견을 듣고 함께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사례가 이전보다 훨씬 많아졌다”고 말했다.
이어 “규제 때문에 성장세가 꺾인 핀테크 기업들을 정말 많이 봤다”며 “한번 규제가 만들어지면 되돌리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정책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정부와 계속 소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핀테크 산업의 다음 성장축으로 AI와 디지털자산을 꼽았다. 단순히 업무를 자동화하는 수준을 넘어 금융서비스 자체를 바꾸는 기술이라는 판단에서다.
그는 “AI는 업무 효율을 높이는 기술에 그치지 않는다”며 “앞으로는 AI 에이전트가 직접 결제하고 금융서비스를 이용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스테이블코인과 AI가 결합하면 지금과는 전혀 다른 형태의 핀테크 기업이 등장할 수 있다”며 “몇 년 안에 제2, 제3의 네이버페이와 카카오페이, 토스가 충분히 나올 수 있다고 본다”고 내다봤다.
디지털자산 기본법에 대한 기대감도 숨기지 않았다. 현재 협회 회원사 550여곳 가운데 100곳 이상이 디지털자산 관련 기업이고 토큰증권 기업까지 포함하면 150곳이 넘는다.
그는 “기다리고 있는 회사들이 정말 많고 법안만 마련되면 바로 사업을 시작하려는 기업도 적지 않다”며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도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 무역결제와 관광, 한류 콘텐츠 등 우리나라가 강점을 가진 분야와 결합하면 새로운 서비스가 계속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기술은 충분하다…남은 건 ‘환경’
김 회장은 한국 핀테크 산업의 가장 큰 경쟁력으로 기술력을 꼽았다. 일본과 베트남 등 해외 사업을 직접 운영하며 여러 시장을 경험한 결과 국내 핀테크 수준은 아시아 최고 수준이라는 판단이다.
다만 기술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진단했다. 해외 진출에는 현지 네트워크와 제도, 파트너십이 필수인 만큼 협회도 해외진출협의회를 운영하며 회원사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싱가포르 핀테크 페스티벌 등 글로벌 행사에 공동관을 꾸리고 해외 기업과 네트워크를 연결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김 회장은 “국내 핀테크 기업들은 기술력만 놓고 보면 해외 기업들과 비교해도 전혀 뒤지지 않는다”며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환경”이라고 말했다.
이어 “혁신은 기업이 만들지만 혁신이 성장하는 환경은 결국 제도가 만든다”며 “정부와 업계가 함께 제도를 만들어 간다면 한국에서도 글로벌 핀테크 기업이 충분히 나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그는 임기 동안 핀테크업권에 산재해있는 과제들을 최대한 많이 해결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실무형 협회장으로 기억됐으면 좋겠습니다. 임기가 끝났을 때 ‘산업 현안을 가장 많이 해결한 협회장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면 좋을 것 같아요. 회원사들이 실제 도움을 받는 협회를 만드는 것이 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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