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일반
티셔츠·운동복 키워 압구정으로…‘한국의 오모테산도’ 깃발 꽂은 자주 가보니
- [신세계까사 ‘이종 결합’의 손익계산서]②
홈웨어·애슬레저 영토 확장…매출 비중 57% 핵심 등극
다이소·무지 포화에 ‘가구 본업’과 화학적 결합 숙제
[이코노미스트 권지예 기자]
1990년대 젊은 부유층의 전유물이자 이른바 ‘오렌지족’의 아지트로 명성을 날렸던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데오 거리. 한동안 대형 공실과 상권 침체로 신음하던 이 거리가 최근 몇 년 사이 다시 젊은 소비자들이 찾아 인스타그램 피드를 채우며 활기를 채우고 있다.
고급 수입차와 트렌디한 팝업스토어가 즐비한 ‘한국의 오모테산도’라 불리는 도산공원 인근 패션 거리와 맞닿은 이 중심부에 낯설고도 익숙한 간판 하나가 새로 걸렸다. 신세계까사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자주(JAJU)’가 지난 6월 4일 문을 연 ‘자주 압구정로데오점’이다.
가성비 소품숍은 잊어라
과거 이마트 매장 내 작은 생활용품 코너 ‘자연주의’로 시작해 친숙한 국민 브랜드로 성장한 자주가 왜 하필 국내에서 가장 트렌디하고 단가가 높은 압구정 상권 한복판에 깃발을 꽂았을까. 그 야심은 압구정로데오점에 고스란히 묻어났다.
지난 6월 16일 오전 10시 30분 매장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더 이상 우리가 알던 마트 속 ‘그릇 파는 자주’가 아니라는 사실이 직관적으로 다가왔다.
매장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가장 먼저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대형 수납함이나 플라스틱 용기, 주방용품이 아닌 세련된 디자인의 여름 패션 아이템들과 라운지웨어였다. 매장 내부는 전반적으로 우리가 알던 생활용품숍보다 패션 편집숍을 연상케 할 정도로 감각적이고 미니멀했다. 브랜드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첫인상부터 대대적인 체질 개선을 선언한 디스플레이였다.
자주 압구정로데오점은 상권의 특성을 현미경처럼 분석해 매장 구성을 완전히 바꿨다. 유행에 극도로 민감한 2030세대와 한국의 최신 라이프스타일을 경험하려는 외국인 관광객이 주 소비층인 만큼 전체 카테고리 중 패션 상품의 비중을 압도적으로 늘렸다. 실제로 자주의 패션 카테고리는 올해 5월 누계 기준 전체 매출 비중의 약 57%에 달할 정도로 이미 브랜드 내 핵심 사업으로 우뚝 섰다. 생활용품 브랜드로 출발한 자주가 이제는 절반 넘는 매출을 옷과 패브릭을 팔아 벌어들이는 ‘패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완전히 변신했음을 매장 구성이 웅변하고 있었다.
또 여름을 맞아 매장에는 5월 출시 이후 무더위와 함께 폭발적인 성장세 중인 여름 시그니처 라인 ‘자주 에어’(JAJU AIR) 시리즈도 전면 배치돼 있었다. 흡습·속건 기능과 접촉 냉감 원단을 중심으로 여름철 불쾌지수를 낮춰주는 냉감·코튼 파자마와 라운지웨어를 비롯해 메쉬·인견 등 다양한 소재를 적용한 언더웨어 제품들이 즐비했다. 고객이 직접 만져보고 원단의 차이를 비교할 수 있도록 티셔츠 특화존과 함께 세련되게 구성한 디자인이 돋보였다.
매장 한편에는 만능 살림꾼으로 소문난 배우 이정현과의 협업 콘텐츠도 눈에 띄었다. 살림템부터 침구까지 자주가 갖고 있던 본질도 놓지 않고 있었다.
매장에서 만난 30대 한 여성 고객은 패션 아이템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며 “피부에 닿는 소재의 느낌이 좋다”며 “티셔츠부터 바지까지 종류가 이렇게 많은 줄 몰랐다. 일본의 무지가 생각난다”고 말했다. 실제로 자주는 티셔츠 특화존을 운영해 여름철 인기 상품인 슬럽 티셔츠와 스마트 코튼 티셔트를 집중 선보이고 있다. 고객들이 소재별 특징을 쉽게 비교할 수 있도록 디스플레이도 차별화했다.
패션·뷰티와 가구의 화학적 결합은
자주는 최근 패션업계 트렌드로 자리 잡은 원마일웨어와 애슬레저 상품군도 강화하고 있다. 퀼팅·코튼·레이온 저지·시어서커·크링클 등 다양한 소재를 활용한 홈웨어를 선보이고, 운동과 일상을 아우르는 애슬레저 라인도 함께 구성했다. 패션 외에도 냉감 침구류, 급속 냉각 핸디 선풍기, 수분 진정 선크림 등 여름 시즌 상품을 모은 ‘퀵 쇼핑존’을 운영하고 생활용품과 뷰티 카테고리 경쟁력도 키운다.
즉 가구에 비해 구매 주기가 짧고 마진율이 좋은 패션·뷰티로 든든한 기초 체력을 다진 뒤, 궁극적으로 침대·소파까지 아우르는 거대한 리빙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복안이다. 회사는 압구정 매장에서 검증된 2030 고객 반응과 판매 데이터를 바탕으로 향후 상품 기획과 운영 전략을 더 정교하게 다듬는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자주의 이러한 영토 확장이 신세계까사가 지향하는 ‘토털 리빙 기업’으로서의 정체성과 완벽한 화학적 결합을 이룰지는 아직 미지수다.
현재 자주는 마트 브랜드의 이미지를 벗기 위해 패션과 뷰티 카테고리를 키우며 독자적인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의 변신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하지만 이 행보가 장기화될 경우 본업인 가구(까사미아) 및 홈퍼니싱 비중과 맞물려 시너지를 내야 하는 ‘토털 리빙’의 청사진과는 다소 동떨어진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침대나 소파 같은 중후한 가구 중심의 사업 구조 위에 선크림과 패션 파자마를 얹었을 때, 소비자가 이를 이질감 없는 하나의 ‘토털 리빙 브랜드’로 받아들일 수 있을지가 의문이라는 얘기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패션뷰티와 가구가 맞물려 사업 포트폴리오를 그려나가는 브랜드는 흔치 않다. 플랫폼에서 전체를 아우르는 것과는 아이덴티티에 차이가 있다”며 “그런 의미에서 자주의 압구정로데오점은 젊은 소비층을 겨냥한 쇼핑 상권에서 나아가브랜드의 정체성과 트렌드를 실험하는 테스트베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세계까사 관계자는 “이 매장은 자주 내에서도 생활용품 카테고리 외 패션 제품들의 비중이 높은 편”이라며 “가구와 침구, 파자마 카테고리에서 나아가 애슬레저 제품 등까지 라이프스타일 전반을 아우르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자주의 패션 카테고리 제품들은 디자인적 디테일한 요소들이 있다는 게 차별화 포인트가 될 것”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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