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일반
‘자주’ 품고 흑자 낸 신세계까사…‘홈퍼니싱 명가’ 정체성 시너지 과제로
- [신세계까사 ‘이종 결합’의 손익계산서]①
‘토털 리빙’ 굳히기...가구 불황 속 생활용품·뷰티까지 확대
선크림·파자마 무한 확장서 본업인 가구 브랜드 가치 키워야
[이코노미스트 권지예 기자]
가구 명가 신세계까사가 전례 없는 구조적 딜레마에 직면했다. 리빙 시장의 무한 경쟁 속에서 가구의 자존심을 지키는 동시에 혹독한 부동산 침체까지 정면으로 돌파해야 하는 까다로운 과제를 안게 됐다.
이에 신세계까사가 선택한 생존 전략은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통한 우회’였다. 지난해 신세계인터내셔날로부터 대중적인 홈리빙 브랜드 ‘자주(JAJU)’ 사업 부문을 양수한 것이 그 신호탄이다. 가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단가가 낮고 소비 주기와 회전율이 빠른 생활용품·식기·침구·홈웨어 등을 전면에 배치해 불황기 소비자와의 접점을 매일 유지하겠다는 계산이었다. 침체된 가구 시장의 충격을 대중적인 홈리빙 상품으로 완충하겠다는 유통 대기업다운 발상이다.
이 영리한 우회로 뒤에는 ‘주객전도’라는 덫이 숨어있다. 본업인 가구 브랜드 ‘까사미아’의 경쟁력을 갈고닦고 프리미엄 헤리티지를 강화해야 할 시기에, 오히려 가성비와 대중성을 무기로 한 생활용품 전문 브랜드의 영토 확장에 전사적 역량과 자본이 쏠리게 된 탓이다. 업계는 신세계까사가 쌓아온 ‘전문 가구기업’으로서의 위상과 브랜드 가치가 장기적으로 희석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
‘자주’ 수혈로 깜짝 턴어라운드, 성적표의 이면
신세계까사가 최근 거둔 외형 성장과 흑자 구조 구축은 이러한 자주 양수 효과가 단기적으로 거둔 달콤한 열매다. 2026년 1분기 신세계까사는 총매출 1114억원, 영업이익 13억원을 기록하며 깜짝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신세계라이브쇼핑 등과 함께 그룹 차원의 수익성 중심 구조 전환에 기여했다는 자평이 나오는 이유다. 통상 분기 매출이 600억~700억원대 수준에 갇혀있던 체급을 고려하면 그야말로 폭발적인 성장세다.
그러나 이 성적표를 뜯어보면 본업의 정체와 시장의 양극화라는 묵직한 현실이 숨어있다. 올해 1분기 총매출과 자주 브랜드 양수 전인 지난해 동기(약 623억 원)를 비교하면 78.8%가량 껑충 뛰었다. 여기에 과거 신세계인터내셔날 시절 자주의 분기 매출이 500억원 안팎을 유지했던 흐름을 대입해 보면 손익계산서를 추정해 볼 수 있다.
즉 자주의 기존 매출 규모가 그대로 이전돼 합산됐을 시 올해 1분기 신세계까사의 순수 가구 및 홈퍼니싱 부문 매출은 여전히 600억원대 초반에 멈춰 정체돼 있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나아가 홈스타일링 트렌드 확산으로 자주 매출이 확대됐다면, 본업인 가구 엔진은 사실상 부동산 한파 속에 역성장을 피하지 못했다는 얘기가 된다.
이 ‘주객전도’는 국내 가구 및 홈리빙 시장의 극명한 온도 차도 근거가 된다. 부동산 거래 절벽과 맞물려 교체 주기가 긴 전통 가구 시장은 장기적인 침체기를 겪는 반면, 인테리어 소품·침구·주방용품 등을 아우르는 홈리빙(홈퍼니싱) 시장은 1인 가구 증가와 집꾸미기(홈스타일링) 트렌드 확산에 힘입어 불황 속에서도 상대적으로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신세계까사가 본업인 침대와 소파 대신 자주의 생활용품이나 라운지웨어 확장에 속도를 내는 것도 불황기에도 소비가 지속되는 ‘회전율 높은’ 시장으로 무게추를 옮기기 위함이라는 분석이다. 자주는 마진율이 안정적인 패션과 생활용품 중심 브랜드인 만큼 1분기 전체 영업이익 13억원의 상당 부분이 자주의 흑자 기여분에서 나왔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 기여분을 발라내고 나면 신세계까사의 기존 가구 부문은 여전히 손익분기점(BEP) 언저리에서 아슬아슬하게 버티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1분기 신세계까사의 영업이익은 1억원이었다.
이에 대해 신세계까사 측은 “비상장사로서 사업부별 구체적인 매출 및 비중을 별도로 공개하고 있지 않다”며 "동반 성장 하고있다"고 말을 아꼈다. 하지만 자주의 매출이 현재의 확장세를 이어간다면 조만간 본업인 가구 실적을 추월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게 업계 내 시각이다.
토털 리빙의 청사진, 정체성 결합에 사활
자주가 헤치고 나아가야 할 시장 환경이 만만치 않다는 점도 신세계까사로서는 부담이다. 자주가 확장 중인 생활용품과 가성비 뷰티 등 카테고리는 이미 초가성비로 무장한 다이소와 K-뷰티를 독점한 올리브영 등 강력한 카테고리 킬러들이 장악한 포화 상태다. 백화점식 확장은 치열한 마케팅 경쟁 속에서 비용과 재고 부담만 키울 위험이 크다.
결국 신세계까사가 공언한 ‘5년 내 8000억원 규모의 기업 성장’이라는 청사진이 허상이 되지 않으려면 단순히 두 브랜드의 매출을 합쳐 덩치만 키우는 양적 결합에 머물러선 안 된다. 자주의 대중적 인프라가 본업인 가구의 체질 개선과 브랜드 가치 상승으로 이어지는 정교한 화학적 시너지 모델을 증명해야 한다. 구원투수로 등판한 자주가 본업의 자원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될지 아니면 가구 엔진을 다시 춤추게 할 진정한 도약대가 될지, 신세계까사는 지금 중요한 시험대 위에 서 있다.
이에 대해 신세계까사 관계자는 “신세계까사의 가구와 자주의 생활용품을 리빙이라는 큰 틀 안에서 융합해 둘이 어떻게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며 "이 가운데 패션 카테고리는 자주 내에서 이제 성장하고 있는 부가적인 요소"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자주의 포지션과 방향성에 대해 “자주는 단순한 가격 경쟁력이나 특정 디자인 콘셉트를 앞세우기보다 고객이 매일 사용하는 상품의 실용성과 사용 경험에 집중하는 브랜드”라며 “‘자주 쓸수록, 최상의 삶’이라는 철학처럼 일상 전반에 필요한 상품과 생활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자주는 신세계까사가 가구 중심 기업을 넘어 토털 리빙 기업으로 확장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다”며 “가구와 수면 중심의 사업을 생활용품과 패션까지 확장함으로써, 고객의 일상 전반을 아우르는 든든한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려는 전략적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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