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일반
‘금리냐 이익이냐’…코스피 방향성, 6월이 분수령
- 브로드컴 쇼크에 5일 ‘검은 금요일’ 재현
고금리·고환율 부담 속 실적이 증시 버팀목
코스피, 장중 6.96% 급락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6월 5일 코스피는 5.54% 하락한 8160.59로 장을 마감했다. 투자자들은 코스피가 장중 6.96% 급락하며 이른바 ‘검은 금요일’의 악몽을 떠올려야 했다. 이날 하락의 직접적인 계기는 미국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이 발표한 실적이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한 영향으로, AI 관련주 전반에 대한 투자심리가 위축된 결과로 풀이된다.
브로드컴은 4일(현지시간) 발표한 2분기 실적이 시장 예상치를 밑돌았을 뿐 아니라 연간 AI 반도체 매출 전망도 상향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브로드컴 주가는 하루 만에 12.59% 급락했다. 미국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도 동반 약세를 보였다.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는 7.74% 하락했고 샌디스크와 웨스턴디지털도 각각 3% 넘는 낙폭을 기록했다.
국내 증시 상승을 주도했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역시 미국 반도체 업종 하락의 영향을 피하지 못했다. 5일 삼성전자는 6.40%, SK하이닉스는 9.92% 크게 떨어졌다. 최근 코스피 상승이 AI 반도체와 대형 기술주에 집중됐던 만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하락폭이 커지면서 코스피 조정도 크게 나타난 모습이다.
이에 증권업계는 6월 코스피 향방을 가를 요인으로 반도체 기업의 2분기 실적과 함께 물가 상승 압력 확대에 따른 통화정책 경로를 보고 있다. 한국의 5월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3.1%를 기록하며 2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물가가 예상보다 빠르게 오르면서 한국은행의 추가 긴축 가능성도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준금리 상승은 특히 성장주와 기술주 주가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미래 이익에 대한 기대를 반영해 높은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AI 분야에서는 금리가 오를 경우 기업의 자금 조달 비용이 커지고 장기적 관점에서 밸류에이션 부담이 높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고환율 역시 수입물가를 자극할 수 있어 6월 증시에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원·달러 환율은 최근 1500원대를 넘어 장중 1540원 선까지 치솟으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환율 상승은 국내 수입기업들의 원가 부담을 높일 수 있다. 특히 외국인 투자 비중이 높은 국내 증시 특성상 환율 불안은 외국인 자금 유출 우려를 키우기 때문에 변동성 확대 요인으로 작용한다.
코스피를 중심으로 증시가 단기간에 너무 빠르게 오른 점 또한 변동성 장세에서는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코스피는 올해 들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며 사상 최고치 행진을 이어왔다. 코스피는 지난 1월 22일 5000선을 넘어선 데 이어 약 한 달 만인 2월 25일 6000선을 기록했다. 이어 지난달 6일 7000선을 달성한 뒤 7거래일 만인 같은 달 15일 8000선을 뚫으며 갈수록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올해 들어 외국인 투자자는 116조원을 순매도했지만 개인이 68조원을 사들이면서 지수 상승과 방어를 이끌었다. 이 과정에서 개인 투자자들의 신용거래융자 잔고도 급증했다. 시장이 조정을 받을 경우 차익실현 매물뿐 아니라 반대매매 물량이 동시에 쏟아지면서 낙폭이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고금리에도 AI 수요 견조…코스피 1만피 기대도 높아
증권업계는 금리와 환율이 부담 요인이지만 결국 반도체 기업의 이익 증가세가 이를 상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내년까지는 AI가 주도하는 상승장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런 이유로 골드만삭스는 최근 코스피 목표치를 기존 9000에서 1만2000으로 대폭 높여 잡았다. 높은 실적 성장세와 메모리 업황의 저평가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증권가의 반도체 기업 실적 전망은 우호적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반도체 업황 개선 기대가 이어지면서 주요 상장사의 이익 추정치도 잇따라 상향 조정되고 있다. 통상 물가 상승과 금리 인상은 기업 수익성을 압박해 주가 하락 요인으로 작용하지만, 현재 시장은 이익 증가 속도가 이를 상쇄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53만원으로 상향 조정하며 “2분기 디램(DRAM)과 낸드(NAND) 가격 상승률을 각각 60%로 상향하고, 2026년 연간 상승률도 DRAM 308%, NAND 256%로 상향 조정한다”면서 “이를 반영해 2026년과 2027년 영업이익 추정치를 각각 375조원, 548조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실적 추정치 상향은 메모리 수요의 구조적 변화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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