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韓·日 중앙은행, 고물가·고성장에 ‘금리 인상’ 깜빡이
- 5월 근원물가 2.5% 급등에 7월 금통위 ‘인상론’…한은, ‘2차 파급효과’ 차단 주력
엔저·원저 심화에 한·일 중앙은행 긴장…日, 30년 만에 기준금리 1% 진입 가능성
[이코노미스트 이병희 기자] 한국과 일본의 통화 정책에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한국은행이 물가 상방 압력과 강력한 성장세를 배경으로 오는 7월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일본 중앙은행(BOJ) 역시 엔저 차단과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대응을 위해 기준금리를 1.0% 수준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는 신호를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 금융 시장에서는 한국은행의 7월 기준금리 인상을 사실상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대로 치솟으면서 한은의 금리 인상 명분이 한층 굳어졌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은행이 최근 예의주시해 온 핵심 지표들이 일제히 고개를 들었다. 생활물가지수는 종전 2.9%에서 3.3%로 상승했고 근원물가지수(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 역시 2.2%에서 2.5%로 오름세를 나타냈다.
신현송 한은 총재는 지난달 28일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5월 기준금리를 동결한 배경에 대해 “이번에 금리를 올리는 것도 그 당위성에 대해 충분히 케이스(근거)를 만들 수 있었다”면서도 “근원물가 통계는 4월(2.2%)이 마지막인데 다음 통계를 아직 확인하지 못한 불확실성 때문에 ‘조금 지켜보자’는 의견이 무게 중심을 이뤘다”고 설명했다. 근원물가 통계가 어떻게 나올지 한 번 더 지켜보자는 입장이었는데, 결과적으로 5월 근원물가지수가 큰 폭으로 뛰어오른 것이다. 이 때문에 오는 7월 16일 열리는 차기 금통위에서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는 해석이다.
한은이 긴장하는 대목은 생활물가 상승에 따른 ‘2차 파급효과’다. 생활물가지수는 소비자물가지수를 구성하는 총 458개 항목 중 가계의 구입 빈도와 지출 비중이 높아 소비자가 가격 변동을 체감하기 쉬운 133개 품목을 기준으로 산출한다. 문제는 중동 정세 불안에 따른 고유가와 원화 약세 여파로 생활물가가 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생활물가 상승은 기대인플레이션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
신 총재는 금통위에서 “(물가에서) 가장 중요한 건 2차 파급효과”라며 “높아진 생활물가오가 기대인플레이션을 자극하는 등 물가의 상방 압력이 지속되고 있다”고 우려한 바 있다. 이지호 한은 조사국장은 물가 상황 점검회의를 통해 “석유류 가격 상승률이 높은 수준을 이어가면서 6월 물가 상승률도 5월과 비슷한 수준을 나타낼 것”이라며 “유가 충격이 점차 여타 부문으로 파급됨에 따라 물가상승률이 당분간은 3%대가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진 배경 중 하나는 경기 침체 우려가 줄었다는 것이다. 보통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리면 경제성장률이 타격을 받는데 우리나라는 최근 반도체 산업 호조로 성장률이 높아졌다. 신 총재는 6월 1일 열린 ‘2026 BOK(한국은행) 콘퍼런스’ 대담에서 “글로벌 유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강력한 반도체 수출이 성장률을 끌어올려 통화 정책과 관련한 딜레마를 제거해줬다”고 했다.
일본은행도 초긴장, 30년 만에 ‘기준금리 1%’ 시대 오나
한국뿐 아니라 일본의 통화 정책도 긴축 궤도에 올라탔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6월 15~16일로 예정된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인 단기 정책금리를 추가 인상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일본은행은 지난해 12월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단기 정책금리를 0.5%에서 0.75%로 올렸다. 만약 이번 달 회의에서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경우 일본의 기준금리는 1.0% 수준에 도달하게 된다. 1995년 이후 기준금리가 0%대 수준이었던 일본은 30년 만에 1% 시대를 맞게 되는 셈이다.
우에다 총재는 교도통신 강연회에서 “중동 정세가 불투명한 상황에서도 금리 인상의 적절성에 대해 확실히 논의할 필요가 있다”며 “고유가 영향에 물가 상승률이 예상을 뛰어넘을 위험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한국과 일본의 중앙은행이 금리 인상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또다른 배경에는 통화가치 하락이 자리 잡고 있다. 엔저, 원저 현상이 가속화 하고 있다는 뜻이다. 5일 미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1540원을 넘어섰고 도쿄 외환시장에서는 엔화 가치가 달러당 160엔 선까지 밀려났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중동 전쟁에 의한 경제적 불확실성이 얼마나 오래 이어질 것인지·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매도세가 언제 멈출 것인지가 환율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당분간 지속된다고 가정하면 환율 안정을 위해서라도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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