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
남몰래 구슬땀 흘리는 파라타항공 승무원 [가봤어요]
- 5기 신입 승무원 기내 응급처치 교육 현장
파라타항공 안전 경영 고스란히 녹아들어
승무원 선배가 전하는 취업 준비 조언도
[이코노미스트 박세진 기자] 비행기 안에는 병원이 없다. 하늘 위에선 당장 내리기도 어렵다. 아프지 않는 게 상책이지만, 몸이 늘 말을 듣는 것은 아니다. 기내에서 이상 증상이 나타났을 때 승객이 기댈 곳은 많지 않다. 함께 탄 가족이나 지인이 의료인이라면 다행이다. 영화처럼 우연히 의사가 나타나도 좋다. 그러나 하늘 위 응급 상황을 운에만 맡길 수는 없는 노릇이다. 객실 승무원이 남몰래 구슬땀을 흘리는 이유다.
기자는 지난 2일 파라타항공 5기 신입 승무원들과 함께 강의실에 앉았다. 이날 진행된 교육은 ‘기내 응급처치 교육’이었다. 과정은 이론 수업과 실습으로 나뉘었다. 강의는 대학 병원 간호사 출신 한 승무원이 맡았다. 그는 중환자실 근무 경력도 있는 베테랑이다. 외부 강사가 아니라 의료 현장 경험을 갖춘 선배 승무원이 직접 의료 지식과 대응 요령을 전했다.
구슬땀으로 만드는
가만히 지켜본 이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느껴진 것은 ‘진심’이었다. 누구 하나 허투루 수업을 듣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파라타항공은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두는 항공사로 유명하다. 모든 의사 결정과 업무 수행 과정에서 안전을 최우선으로 한다. 때로는 유별나 보일 수 있지만, 항공 안전은 타협할 수 없는 영역이다. 윤철민 파라타항공 대표 역시 평소 임직원들에게 안전의 중요성을 거듭 당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표의 안전 철학은 현장에 적절히 뿌리내린 듯했다. 신입 승무원들은 저마다 중요한 대목에 밑줄을 긋고 필기했다.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는 모습이다. 이를 가만히 지켜보다 보니 기자 역시 자연스럽게 수업에 집중하게 됐다.
이론 수업에서는 다양한 기내 응급상황에 대한 대처법이 다뤄졌다. 기절과 심장마비, 저혈당 등 긴박한 상황도 포함됐다. 또 자신을 의사라고 밝히며 진료를 보려는 승객이 나타났을 때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도 세세하게 설명됐다. 본인이 의사라며 진료를 보는 장면은 영화 속에서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 영화 속에선 아무런 절차 없이 자연스럽게 진료를 보지만, 실제론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대응 매뉴얼에 따르면 이 경우 자격증명서나 명함 등을 통해 의사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관련 서류로 신원 확인이 어려울 때는 기장이 최종 판단한다. 실제 간호사 출신 승무원이 현장 사례를 곁들여 설명하자 수업의 몰입도는 한층 높아졌다.
수업에 집중하다 보니 기자에게도 자연스럽게 질문이 생겼다. “기장이 의사임을 입증하지 못한 승객을 의료진으로 인정하지 않았고, 그 결과 적절한 치료가 이뤄지지 않아 승객이 사망했다면 책임은 누구에게 있느냐”고 물어봤다.
돌아온 답은 비교적 명확했다. 결과적인 책임은 기장에게 있지만, 실제로 의사임을 증명하지 못하는 경우는 사실상 없다는 설명이었다. 명함 등 최소한의 자격 확인 절차를 거친 뒤에는 상황에 맞는 판단 아래 초동 조치가 이뤄진다고 했다. 궁금한 부분을 즉각 묻고 답을 들을 수 있다 보니, 이론 수업임에도 현장감이 적지 않았다.
교육은 이론 수업에서 끝나지 않았다. 이론 수업이 끝난 뒤에는 곧바로 실습이 이어졌다. 앞서 배운 내용을 직접 몸으로 익히는 시간이었다. 이날 5기 신입 승무원들은 성인과 영유아를 대상으로 한 심폐소생술(CPR)을 비롯해 상황에 따라 붕대를 감는 방법, 부목을 대는 요령 등을 실습했다. 기내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각종 돌발 상황에 대비하기 위함이다.
CPR 실습을 지켜보며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갓난아기 모형까지 준비돼 있었다는 점이다. 통상 성인 상체 모형을 중심으로 실습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은데, 파라타항공은 영아 모형을 활용해 갓난아기가 호흡하지 않는 상황에 대처하는 방법까지 교육했다. 작은 돌발 상황까지 놓치지 않겠다는 준비가 엿보였다.
아기 모형이었지만, 신입 승무원들은 조심스럽게 모형을 다뤘다. 손끝을 따라 시선을 옮기다 보면 실제 아이를 어루만지는 듯한 섬세함이 느껴졌다. 연습은 실전처럼 이뤄졌다. 교육에 나선 선배 승무원들은 작은 실수도 놓치지 않고 그 자리에서 바로잡았다. 안전에 있어서만큼은 만반의 대비를 갖추려는 모습이 파라타항공에 대한 신뢰로 이어졌다.
홍콩 외항사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승무원 A씨는 “외항사의 경우 항공 안전 매뉴얼을 구두로 알려주는 정도에 그치는 경우가 많지만, 한국은 안전에 대한 전문적인 교육뿐 아니라 이를 직접 실습할 수 있는 환경이 잘 갖춰진 편”이라고 평가했다.
파라타항공의 기내 응급처치교육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를 묻자 그는 “5점 만점에 4.5점”이라고 답했다. 0.5점을 비워둔 이유에 대해서는 “파라타항공은 실제 기내 모형에서 돌발 상황에 대처하는 실습도 진행하는데, 아직 그 과정을 경험해보지 않아 0.5점은 남겨뒀다”며 웃었다.
중동 외항사에서 경력을 쌓아온 승무원 B씨도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그는 “중동의 경우 안전 매뉴얼이 있다는 정도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며 “한국 항공사는 유독 안전에 민감하고 세심한 편”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 승무원들은 교육열도 높아 열심히 배우려는 자세가 기본적으로 갖춰져 있다”고 덧붙였다.
교육과 별개로 선배 승무원으로서 승무원을 꿈꾸는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도 물었다. 막막하게만 느껴질 수 있는 승무원 준비 과정에서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만한 말을 부탁했다.
A씨는 “승무원이 되고자 하는 마음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승무원 준비가 쉽지 않다는 사실은 누구보다 잘 알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다면 결국 기회는 찾아온다는 의미였다.
B씨는 “평소 말과 행동을 모두 승무원이 됐다고 생각하고 해보면 분명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식당에서 음식을 주문하거나 주변 지인을 대할 때도 고객을 대한다는 마음으로 말하고 행동하는 습관을 들이면, 실제 승무원 면접에서도 자연스럽게 드러난다는 설명이다. 사소해 보이지만, 이런 태도와 습관이 준비 과정에서 실질적으로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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