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은행권, 이사회 중심 '소비자 보호' 책임경영 닻 올린다
- 주요 시중은행, 이사회 산하 소비자보호위원회 신설
KPI 적정성 심의부터 고위험 상품 리스크 관리까지 전담
[이코노미스트 이병희 기자] 국내 금융권의 거버넌스 지도가 재편되고 있다. 과거 대부분의 은행들이 영업 현장의 실적 지표(KPI) 달성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면 이제는 ‘소비자보호’에 무게를 싣고 있다.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에서 성과보상체계의 적정성을 직접 들여다보기로 하는 등 체질 개선에 들어갔다.
이사회로 옮겨간 소비자보호 컨트롤타워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그룹을 시작으로 KB국민, 하나, 우리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들이 이사회 산하에 ‘소비자보호위원회’를 신설하고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갔다. 이는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발표한 ‘금융소비자보호 거버넌스 모범관행’을 반영한 결과다.
금융감독원은 금융상품 설계와 제조 단계부터 금융회사에 책임성을 강화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금융소비자를 더 보호하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9월 에는 이찬진 금감원장이 19개 주요 금융회사 최고 경영진과 금융소비자 보호를 주제로 금융권 간담회를 열기도 했다. 이찬진 금감원장은 당시 “2021년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으로 상품 설계부터 판매 및 사후관리까지 소비자보호를 위한 기본 틀은 마련됐지만, 단기성과 위주 업무관행과 미흡한 내부통제 등 소비자 중심 실질적 운영은 미흡하다”며 “한 번의 금융사고로 막대한 비용과 신뢰 상실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사전예방 중심 ‘소비자보호 거버넌스’ 구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소비자보호 내부통제위원회의 실질적 운영 ▲소비자보호 담당임원(CCO)과 소비자보호 전담부서의 독립성과 전문성 확보 ▲소비자보호 중심 핵심 성과 지표(KPI) 설계 및 평가 ▲지주회사 역할 강화 등 모범관행을 제시했다.
지난달에는 이찬진 금감원장이 시민단체를 만나 소비자 중심의 금융시스템을 확립하고 편면적 구속력을 도입하겠다고도 했다. 상품 설계·제조 단계에서부터 핵심 위험을 인식할 수 있도록하고 평가하는 절차를 제도화하는 등 상품 특성과 위험 요인에 맞게 설명의무를 구체화할 방침이다.
금융사들도 이런 행보에 발맞춰 선제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신한금융은 지난 7일 자회사 이사회 내 소비자보호위원회를 설치하고 책임경영 체계를 강화한다고 밝혔다. 각 자회사의 이사회는 이제 소비자보호 경영계획을 직접 심의·의결할 뿐만 아니라, 임직원들의 성과지표가 소비자 권익을 침해하지 않는지 평가하는 감독 기능을 수행한다.
KB국민은행은 사외이사를 중심으로 위원회를 구성해 정책 결정의 객관성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우리은행은 금융소비자보호 총괄책임자(CCO)에게 KPI 설계 단계에서의 사전합의권을 부여해 영업 지상주의를 차단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수익보다 안전’… 고위험 상품 리스크 관리 방점
은행권의 이런 변화는 최근 금융시장의 불확실성과 맞물려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특히 ETF(상장지수펀드)와 ELD(주가지수연동예금) 등 비예금 상품 판매가 급증하자 금융당국이 직접 제동을 걸고 나섰다. 실제 주요 5개 은행의 특정금전신탁 납입액 기준 ETF 판매 규모는 지난해 상반기 4조9000억원에서 올해 초 15조원대를 넘어서며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금감원은 지난 9일 주요 은행 부행장들을 소집해 간담회를 열고, 중동 분쟁 등에 따른 시장 변동성 확대를 경고했다. 당국은 은행 내 ‘비예금상품위원회’를 통해 원금 손실 위험을 면밀히 검토하고 위험 등급별로 고객의 판매 한도를 적정하게 관리할 것을 당부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이사회가 직접 KPI를 점검하게 되면서 무리한 고위험 상품을 판매하기보다는 고객의 성향에 맞는 적합한 포트폴리오를 제시하는 방향으로 영업 문화가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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