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모두의 창업’ 파격적이지만…우려의 목소리 귀 기울여야 할 때 [최화준의 스타트업 인사이트]
- 기존 생태계 위축과 멘토링 예산 편중 문제 해결해야
창업의 보편화와 지역 기반 지원 체계의 도입 필요
[최화준 전남대 경영대학 교수] 이재명 정부가 야심 차게 추진하는 대국민 창업 프로젝트 ‘모두의 창업’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지난 3월 25일 창업 아이디어 접수가 시작되었는데, 벌써 수십만 명이 몰렸다고 한다. 정부는 ‘국가창업시대’로의 대전환을 선언하면서 모두의 창업을 추진했다. 정부는 많은 예산을 배정했고, 선발 과정은 공개 오디션 방식을 택했다. 여러모로 파격적이다.
모두의 창업은 창업에 대한 인식을 전환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과거 창업은 특별한 기술이나 기발한 아이디어가 있는 이들의 전유물이라는 선입견이 있었다. 그런 인식은 잘못된 것이지만 현장에서 아주 틀린 말은 아니었다. 창업자들은 복잡한 서류 심사를 통과하거나 투자자들의 까다로운 눈높이를 맞춰야만 비로소 창업자로서 운신의 폭을 넓힐 수 있었다. 이것이 일각에서 창업 생태계를 외부와 교류하지 않는 그들만의 리그라고 비판했던 이유다.
하지만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모두의 창업은 열린 선발 방식인 공개 오디션을 통해 이루어진다. 덕분에 사람들은 창업을 더 이상 전문가의 특별한 사업으로 바라보지 않고 대신 보편적인 경제 활동으로 인식하게 되었다. 모두의 창업이 접수를 시작하자마자 수십만 명이 지원했다는 사실은 이런 인식의 변화를 보여주는 현상이다.
또한 모두의 창업은 기존 창업 지원 프로그램들이 도외시했던 영역을 포함하고 있어서 의미가 각별하다. 모두의 창업은 정부가 계속 지원해 왔던 기술 창업과 함께 특별히 ‘로컬 트랙’을 편성하여 지역 기반 창업을 독려하고 있다. 이는 기술 인프라가 비교적 열악하고 지역 자원을 활용하는 비수도권 창업자를 배려한 시도로 보인다. 이 외에도 실패를 딛고 재도전하는 지원자들을 배려한 제도도 눈길을 끈다. 모두의 창업은 창업자들의 재지원을 우대하는 기회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런 방안은 대다수 창업자들이 실패를 경험하는 현실을 반영한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하다.
모두의 창업 흥행 이면에 담긴 이유 있는 우려
흥행 몰이를 하고 있는 모두의 창업에 찬사만 가득한 것은 아니다. 정부는 창업 생태계와 충분한 논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 모두의 창업을 선포하였다. 이에 여러 부작용이 속출하면서 창업자를 비롯한 창업 생태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우려와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많은 이들은 모두의 창업이 기존 유사 창업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예산을 전용하면서 발생한 부작용을 우려한다. 지난달 공개된 2026년 추경 예산안에 따르면, 중소벤처기업부는 모두의 창업에 1550억 원을 추가 배정했다. 중기부는 이미 모두의 창업 사업 집행으로 ▲예비창업패키지 ▲창업중심대학 ▲혁신소상공인창업지원 등의 기존 사업을 축소해서 600억 원의 예산을 확보해 놓고 있었다. 기존 사업 예산을 삭감한 부작용은 곧바로 드러났다. 초기 창업자를 지원하는 대표적인 창업 지원 프로그램인 예비창업패키지의 경쟁률이 급상승한 것이다. 올해 예비창업패키지 지원자 경쟁률은 49.4 대 1로, 이는 지난해(12.5 대 1)의 네 배 수준이다.
국내 창업 지원 프로그램은 단계별 지원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 예비 및 초기 창업을 지원하는 사업 예산들이 삭감되거나 지원 규모가 축소되면서 오랫동안 창업을 준비해 온 예비 창업자들은 혼란과 어려움을 겪고 있다.
주요 예산의 용처를 두고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모두의 창업은 아이디어 심사를 통과한 지원자들에게 초기 창업 자금으로 200만원을 지급한다. 많은 관계자들은 해당 금액이 과연 실질적인 도움이 될지 의문을 제기한다. 특히 정부가 집중 육성을 약속한 딥테크 창업자들에게 해당 금액 지원은 전혀 보탬이 되지 않는다. 원천 기술을 개발하는 딥테크 창업의 연구 개발에만 보통 수백억원 이상의 투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예산을 쪼개서 배분하는 지원금은 정부과 창업자 사이에서 활동하는 중개 집단의 배만 불릴 것이라는 일리 있는 지적도 있다. 일례로 멘토 제도를 꼽을 수 있다. 멘토는 창업가에게 전문 지식과 조언을 제공해서 창업가가 창업 실수를 줄이도록 돕는다. 분명 취지는 좋은 제도이지만 정부 지원금을 노리는 집단에게 전용되는 역효과도 있다.
모두의 창업은 지원자들에게 보육 단계별로 평균 4차례 멘토링(일부 보육 단계에서는 8회)을 제공한다. 멘토는 멘토링 비용으로 1회 30만원을 지급받는다. 모두의 창업 단계별 수혜자 수를 헤아려보면 멘토링에 소요되는 예산을 짐작할 수 있는데, 이는 대략 80억원이다. 해당 금액을 추경 전 정부에서 발표한 모두의 창업 총예산 628억원에 대입해보면, 총예산의 약 12.7%가 멘토들에게 지급되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다 보니 창업자들 사이에서는 모두의 창업에 창업자로 창업 지원금을 받느니 차라리 시간당 수당이 높은 창업 멘토로 활동하겠다는 우스갯소리가 들린다.
모두의 창업 향한 비판, 성장 동력으로 전환 기대
추경 예산 1550억원이 더해지면서 모두의 창업 총예산은 2178억원으로 늘어났다. 이는 모두의 창업 프로젝트를 올해 2~3회 더 진행하고 싶은 이재명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근래 필자에게 모두의 창업 프로젝트에 대한 문의가 부쩍 늘고 있다. 일터 안팎에서 창업 열기가 높아지는 것을 실감한다. 이는 전례 없는 일이다. 이런 분위기가 대단히 반갑다.
동시에 창업 생태계 내부에서 모두의 창업을 둘러싼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선을 요구하는 이들도 많아지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모두의 창업의 주요 수혜 대상인 창업자들의 목소리가 유난히 높다. 그들의 비판과 호소에는 충분한 이유가 있어 보인다. 창업자들은 모두의 창업이 화려한 오디션 무대가 아닌 창업가들을 위한 광장이 되기를 바란다. 모두의 창업이 창업 생태계의 격려와 비판을 자양분으로 받아들여 ‘국가창업시대’라는 원대한 비전을 달성하기를 기대해 본다.
필자는 전남대 경영대학 교수로 창업생태계와 창업실패를 연구하고 있다. 다국적 기업과 창업생태계 현장을 모두 경험하고 연세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창업생태계를 가까이 하면서 창업자들과 유연하고 창의적인 시각을 공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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