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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과 AI를 잇는 데이터 연금술사, ‘바운드포’가 여는 데이터 파운드리 시대[이코노 인터뷰]
- 황인호 바운드포 대표 인터뷰
[이코노미스트 원태영 기자]“AI 모델이 똑똑한 두뇌라면, 데이터는 그 두뇌를 움직이게 하는 경험이자 지식입니다. 저희는 그 지식을 가장 정교하게 제조하는 ‘데이터 파운드리’가 되고자 합니다.”
서울에 위치한 바운드포 사무실. 이곳에서 만난 황인호 바운드포 대표는 인터뷰 내내 기술의 ‘정밀함’과 ‘일관성’을 강조했다. 설립 8년 차를 맞이한 바운드포는 로봇·피지컬 AI 학습에 필요한 데이터를 구축하는 기업이다. 로봇의 움직임과 작업 환경, 물리적 조건을 정량화한 데이터를 주력으로 한다.
황 대표는 “증권가 관계자들과 기술 전문가들을 만나며 시장의 거시적 흐름과 미시적 기술의 접점을 이해할 수 있었다”며 “특히 로봇 산업이 성장함에 따라 기존의 단순한 데이터 가공 방식으로는 한계가 올 것임을 직감했다”고 말했다.
그가 주목한 것은 ‘실무적 전문성’이었다. 단순한 아이디어 차원을 넘어, 실제 로봇이 현장에서 마주하는 물리적인 제약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데이터의 정밀도가 시장의 승패를 가를 것이라는 확신이었다.
바운드포를 정의하는 가장 핵심적인 키워드는 ‘데이터 파운드리’다. 반도체 산업에서 설계 전문인 팹리스와 제조 전문인 파운드리가 나뉘듯, AI 산업 역시 기술집약 산업인 반도체와 유사하게 모델 개발과 데이터 생산이 분화되는 생태계로 발전하고 있다.
그는 “반도체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파운드리의 역할이 중요해지듯, AI 역시 정교해질수록 그에 최적화된 데이터를 공급하는 전문 ‘제조’ 역량이 필요하다”며 “저희는 북미 시장에서 이미 표준처럼 여겨지는 이 개념을 국내 시장에 선도적으로 도입했다”고 강조했다.
이를 가능케 하는 것이 바운드포의 독자 기술인 ‘FSD(Full Self-DataOps)’다. 기존 데이터 작업이 사람의 손을 일일이 거쳐 ‘휴먼 에러’와 비일관성의 문제를 안고 있었다면, FSD는 데이터 수집부터 AI 전달까지의 과정을 자율 파이프라인으로 구축했다. AI가 스스로 공부할 데이터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사람은 오직 윤리적 지침 준수 여부만을 확인한다. 이는 데이터의 질을 높이는 동시에 생산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혁신적인 방식이다.
올해 열린 CES 2026 등 글로벌 기술 무대의 화두는 단연 ‘피지컬 AI’(Physical AI)다. 로봇이 현실 세계에서 사물과 상호작용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시각 정보 이상의 데이터가 필요하다. 바운드포가 지난 4~5년간 로봇 도메인 데이터에 집중해온 이유이기도 하다.
황 대표는 “로봇이 물컵을 잡으려면 단순히 ‘이것은 물컵이다’라는 인식만으로는 부족하다. 물컵의 부피, 질량, 질감, 크기 등 수학적이고 물리적인 정보가 데이터에 녹아 있어야 한다”며 “저희는 이 정밀 데이터를 토큰 단위로 제공한다”고 밝혔다.
바운드포의 데이터는 로봇이 사물과 사람을 구별하는 것은 물론, 사람의 피부색과 옷의 재질까지 정밀하게 인지하도록 돕는다. 이는 로봇이 복잡한 도심이나 가동 중인 공장에서 안전 사고 없이 사람과 협업할 수 있게 만드는 결정적인 요소가 된다.
바운드포의 기술력은 이미 국내 유수의 기업들과의 협업을 통해 증명되고 있다. 네이버랩스, 한국전자기술연구원 등에 자율주행 로봇과 휴머노이드 로봇 학습에 필요한 데이터를 제공했다.
금융권인 신한카드와의 협업은 바운드포의 영역이 로봇에만 국한되지 않음을 보여준다. 바운드포는 금융 실무에 필요한 도메인 지식을 AI가 학습할 수 있도록 관련 데이터를 신한카드에 공급했다. 이를 통해 AI 에이전트가 실제 금융 업무 환경에서도 활용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바운드포의 시선은 이제 더 먼 미래를 향하고 있다. 상반기 공개 예정인 ‘드로파이’는 서로 다른 제조사에서 만든 로봇들이 같은 언어로 소통하게 만드는 소프트웨어 통합 솔루션이다. 마치 아랍어, 한국어, 영어를 쓰는 로봇들이 한 공간에서 일할 때 통역가 역할을 해주는 시스템과 같다.
황 대표는 “향후 2~3년 안에 가사 로봇이나 홈 로봇이 우리 삶에 들어올 것으로 전망된다”며 “이때 서로 다른 로봇 간의 데이터 일관성과 통합 작업이 필수적이 될 것이다. 저희는 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기술 고도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바운드포는 현재 30여 개의 스타트업 및 대기업 고객사를 확보하고 있으며, 조만간 북미 시장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 인구 감소로 인해 경제 성장률 둔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바운드포는 AI 기술을 통해 생산성과 혁신을 가속하는 기반 기술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바운드포라는 사명은 ‘~를 향해 나아가다(Bound for)’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AI라는 거대한 흐름이 인간의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드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가장 정교하고 믿을 수 있는 징검다리를 놓겠다는 의지다.
사무실을 나서며 본 대표의 뒷모습에서 변화를 주도하는 기업가의 단단한 확신이 느껴졌다. 데이터의 힘으로 로봇에게 생명력을 불어넣는 바운드포의 여정은 이제 막 본격적인 궤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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