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집값이 곧 민심’…2026 지방선거, 부동산 투표가 판을 흔든다[김현아의 시티라이프]
- [지방선거와 도시]②
서울 부동산 민심 6월 심판대 향해 소리 없는 카운트다운 시작
[김현아 가천대 사회정책대학원 초빙교수·정책평가연구원 연구위원] 2026년 6월 지방선거가 다가올수록 한국 정치의 오래된 진실 하나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후보의 정치 철학도, 공약의 정교함도 아닌 ‘집값’이 유권자의 선택을 결정짓는 가장 강력한 기제로 작동한다는 사실이다.
정치학자들은 이 현상에 ‘부동산 투표’(Real Estate Voting)라 이름을 붙였고, 이제 그것은 단순한 학술 가설을 넘어 데이터로 입증된 한국 선거의 확고한 구조적 문법이 됐다. 물론 이번 2026년 지방선거에서 부동산 민심이 전체 선거판을 온전히 압도할지는 미지수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과 비상계엄이라는 전대미문의 정치적 격랑이 남긴 여진이 여전히 유효하며 최근 이란의 전쟁상황이 대외적 안보이슈와 물가비상이라는 민생이슈로 국가적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있기 때문에 집권 여당에 힘을 실어주는 ‘결집의 민심’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그러나 이러한 대외적 변수가 단기적 충격에 그친다면 6월의 선거판, 특히 서울시장 선거를 뒤흔들 핵심 뇌관은 결국 부동산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학계가 입증한 부동산 투표의 원리
유권자의 경제적 이해관계가 투표에 영향을 미친다는 ‘경제 투표’ 이론을 부동산과 연관지을때 학계는 크게 두 가지 경로로 설명한다. 첫째는 회고적 투표(Retrospective Voting)다. 집권 세력의 부동산 정책이 피해를 줬다면 가차 없이 처벌을 내리는 방식이다. 숭실대 신정섭 교수의 논문 ‘제20대 대통령 선거에서 나타난 주택소유와 투표선택: 회고투표 vs. 자산투표’(2022)는 부동산 정책 실패가 어떻게 정권 교체로 이어졌는지를 실증적으로 분석했다. 둘째는 자산 투표(Patrimonial Voting)다. 주택 보유자가 집값이 오를수록 자산 가치를 지켜줄 정치 세력을 지지하는 경향이다. 동아시아연구원(EAI)의 보고서 ‘2024년 총선에서의 자산 투표: 수도권 유권자를 중심으로’(2024)에 따르면, 자산 상위 집단이 보수 정당에 투표할 확률은 다른 집단에 비해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높았다. 이미 부동산은 단순한 주거 공간을 넘어 유권자의 정치적 지향점을 결정하는 자산 가치의 척도로 작동한다.
과거 선거 사례들은 부동산 투표의 실체를 선명하게 증명한다. 그 최초의 전국적 폭발은 2006년 5·31 지방선거였다. 참여정부는 임기 내내 집값 급등과 씨름했고 “집값 반드시 잡겠다”는 대통령의 잇단 공언이 빈말로 판명되면서 부동산 정책에 대한 신뢰는 완전히 무너졌다.
그 결과 집권당인 열린우리당은 선거사상 유례없는 참패를 당했다. 이 선거는 부동산 민심이 지방선거를 통해 집권 여당을 심판한 최초의 원형으로 기록된다. 그 여진은 1년 후 대선으로도 그대로 이어졌다. 2007년 제17대 대선에서 유권자들은 참여정부의 규제 일변도 부동산 정책에 등을 돌리고 ‘규제 완화’와 ‘공급 확대’를 내세운 이명박 후보를 역대 최대 득표 차이로 선택했다. 연이어 2008년 제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의 서울 압승을 이끈 핵심은 ‘뉴타운·재개발’ 공약이었다. 이는 한국 선거사에서 ‘부동산 보상투표’의 전형적인 원형이 됐다. 2006년부터 2008년까지 이어진 연속적 선거 결과는 부동산 심판이 지방-대선-총선을 가리지 않고 작동하는 전국적 투표 메커니즘임을 확인시켜 줬다.
반면 2021년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처벌의 정치’가 다시 서울을 기점으로 폭발한 해였다. 문재인 정부하에서 누적된 집값 폭등과 규제 일변도의 정책, LH 사태가 유권자들의 불만에 기름을 부었고, 오세훈 후보의 압승은 그에 대한 준엄한 회고적 심판이었다. 이 서울의 민심 이반은 이듬해 전국 대선으로도 곧장 파급됐다. 2022년 제20대 대선에서 유주택자들은 징벌적 과세와 규제에 분노해 자산 방어를 위해 결집했고 무주택 서민들은 ‘벼락거지’로 전락했다는 상대적 박탈감에 처벌 투표에 합류했다. 전혀 다른 지위의 두 집단이 ‘부동산 실패’라는 공통의 이유로 정권 심판에 가담했던 역설적 순간이었다. 2025년 5월 조기 대선에서는 탄핵이라는 거대 서사가 선거를 주도했지만, 서울의 득표율은 여전히 아파트 가격과 강한 상관관계를 보이며 ‘부동산 계급투표’의 흔적을 뚜렷이 남겼다.
서울에서 시작돼 전국을 바꾼 ‘보상’과 ‘처벌’의 반복
한편, 비수도권의 투표 방정식은 정반대다. 미분양 물량의 적체와 인구 감소로 인한 하방 압력 속에서 지킬 자산 가치가 사라진 곳에서 자산 투표는 무력하다. 비수도권 유권자들을 자극하는 것은 ‘소외감’이다.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수도권 집값 관리에 집중돼 있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중앙정부가 지방의 생존권을 방치하고 있다’는 분노가 표심의 밑바닥에 깔려 있다. 이재명 정부가 ‘5극 3특’ 지방시대 정책에 공을 들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지금 서울의 유권자들은 이재명 정부 부동산 정책의 기묘한 양면성 앞에 서 있다. 알맹이 없는 공급 대책은 실망을 안겼고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는 중산층 서민들의 재산권을 옥죄었다. 과도한 금융 규제가 더해지며 서민들은 시장에서 퇴출되고 현금 부자들만 유리한 불공정한 환경이 고착화됐다.
그러나 이 정책적 참사를 덮는 것은 이재명 대통령 특유의 강렬한 상징 정치다. 공격적인 SNS 메시지와 다주택자 압박, 분당 자택 처분이라는 상징적 행위는 시장에 즉각적인 냉각 효과를 불러왔다. 서울 일부 지역에서 급매물이 등장하고 가격이 하락하면서 단기적으로는 부동산 민심이 대통령의 서사에 동조하는 기현상도 감지되고 있다. 하지만 매매 가격의 일시적 하락 이면에는 전세 물량 실종과 전세의 월세 전환 가속화라는 임대차 시장의 붕괴가 진행 중이다. 결국 2026년 6월의 선택은 열려 있다. 유권자들이 대통령의 정치적 퍼포먼스가 주는 단기적 효과에 힘을 실어줄지, 아니면 누적된 정책 실패와 재산권 침해의 고통을 심판할지는 누구도 예단할 수 없다. 서울의 부동산 민심은 지금, 6월의 심판대를 향해 소리 없는 카운트다운을 시작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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