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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범 회장 사내 이사 사임…주주연대가 바라본 한국앤컴퍼니 '오너리스크' [이코노 인터뷰]
- 한국앤컴퍼니 주주연대 법률대리인 김학유 변호사
가족 문제 이유로 사내 이사서 물러난 조 회장
주주연대 "가족 분쟁 아닌, 지배구조 문제"
조 회장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배임) 혐의로 기소돼 지난해 12월 항소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현재 구속 상태다. 경영 공백에서 나온 그의 사임 결정은 다양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한국앤컴퍼니 측은 “가족 간 문제가 이사회 운영 문제로 확대되면서 이사회의 독립성과 순수성이 훼손됐다”고 설명했다. 반면 주주연대 측은 “사법적 판단과 시간적 흐름을 고려하면 단순한 가족 문제로 보기 어렵다”며 “사안을 가족 갈등으로 축소하는 것은 판결의 핵심 취지를 흐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임 ‘묘수’보다는 ‘꼼수’ 평가
한국앤컴퍼니 주주연대의 법률대리인 김학유 변호사는 [이코노미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조 회장의 사내 이사직 사임은 ‘묘수’보다는 ‘꼼수’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조 회장 개인에게는 전략적 선택일 수 있지만, 회사와 주주 입장에서는 책임 범위를 축소하려는 조치로 비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경영책임과 법적 리스크를 일정 부분 분리하려는 판단이 깔려 있다는 해석이다.
그는 “대외적으로는 대표이사직을 내려놓는 결단처럼 보이지만, 이사로서 부담해야 할 책임 구조에서는 벗어나는 측면이 있다”며 “다가오는 형사사건 대법원 판결을 의식한 결정으로 풀이될 여지도 있다”고 말했다. 등기이사 지위를 정리함으로써 판결 이후 발생할 수 있는 법적·경영상 부담을 완화하려는 포석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 변호사는 “이번 사임이 지배구조 문제를 인정하고 개선 방향을 제시하는 성격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국면을 전환하고 자신의 실익을 관리하려는 성격이 더 짙다”고 덧붙였다. 형식적으로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모양새지만 지배력이나 영향력까지 단절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도 나왔다. 이는 책임 구조와 실질적 지배력의 괴리를 보여주는 사례라는 지적이다.
주주 관점에서의 핵심 우려도 짚었다. 김 변호사는 회사가 ‘지배주주의 사익 추구 수단’으로 기능할 가능성을 가장 큰 리스크로 꼽았다. 반면 총수 공백이 길어지는 것 자체에 대한 시장의 우려는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조 회장이 구속돼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동안 주가는 상승 흐름을 보였고, 사내이사 사임 발표 당일에는 10% 이상 오르기도 했다.
그는 “소액주주에게 가장 중요한 지표는 결국 주가의 방향성”이라며 “총수의 물리적 부재보다 의사결정 구조가 얼마나 투명하게 작동하느냐가 더 큰 변수”라고 말했다. 즉 경영 공백 자체보다는 지배구조 리스크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본질적이라는 설명이다. 동시에 이는 시장이 단기적 리더십 공백보다 구조적 개선 가능성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번 문제의식은 보수 지급 사례에서도 드러난다. 김 변호사는 “조 회장이 2023년 약 9개월간 구속 상태였음에도 이사 보수 총액의 상당 부분을 받았다”며 “회사 차원에서 별도의 조치가 없었다는 점은 내부 견제 장치가 충분히 작동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사회가 지배주주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지 못한다면 유사한 논란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며 제도적 보완 필요성을 강조했다.
‘형제의 난’ 프레임은 구태…이사회 독립성 강화해야
재계 일각에서는 이번 사안을 ‘형제의 난’으로 보는 시각이 반복되고 있다. 이는 창업주 조양래 명예회장의 경영권 승계 이후 형 조현식 전 한국앤컴퍼니 고문과 동생 조 회장 형제간 지분 확보와 영향력 확대를 둘러싼 갈등을 지칭하는 표현이다. 조 회장과 형제간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이번 사안 역시 그 연장선으로 해석하는 시각이 존재한다. 일부에서는 지분 구조와 향후 의결권 행사 방향에 따라 갈등이 재점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김 변호사는 핵심 쟁점이 개인 간 대립이 아니라, 지배주주의 이해 상충을 통제할 제도적 장치와 이사회 견제 기능의 정상화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를 형제간 경영권 분쟁의 연장선으로 해석하는 시각은 구태적”이라며 “대법원 판결 이후 불확실성이 이어질 수 있으나, 이는 개인 갈등 때문이 아니라 지배구조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구조적 문제가 지속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갈등 프레임이 반복될수록 필요한 제도 개선 논의가 가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 변호사는 이사회 내 독립성 강화를 향후 과제로 제시했다. 그는 “집중투표제 등을 통해 주주의 지지를 받는 독립이사 비중을 확대해야 한다”며 “이를 바탕으로 지배주주에 대한 견제와 의사결정 구조의 변화를 도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단기간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렵고, 제도 도입 이후 운영 방식이 더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2차 상법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한국앤컴퍼니는 올해 정기주주총회부터 집중투표제를 도입할 예정이다. 개정안은 자산 2조 원 이상 상장사에 대해 집중투표제 도입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국앤컴퍼니의 경우 이번 3월 주총이 아닌 차기 주총부터 제도가 적용된다.
그러나 제도 도입을 둘러싼 우회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 변호사는 이사의 정원 축소를 통해 집중투표제 실효성을 약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올해 정기주총에서 집중투표제 배제 조항은 삭제될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 적용은 다음 주총부터”라며 “이사의 정원을 15명에서 9~10명 수준으로 낮출 경우 일정 기간 제도의 효과가 제한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제도의 취지가 이사회 구성의 다양성 확보에 있는 만큼, 형식적 도입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이번 사안을 특정 인물 간 갈등으로 축소하는 것은 본질을 흐리는 접근”이라며 “중요한 것은 주주들의 공통된 문제의식과 회사의 지속가능성”이라고 말했다. 이어 “주주연대는 특정인의 이해를 대변하는 조직이 아니며, 지분 규모를 기준으로 움직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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