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정의선 회장 “소방관 안전이 목표”…'800도 불길' 뚫는 무인로봇 기증
- 소방청과 공동개발…100대 전국 투입 목표
국립소방병원에 차량 및 재활장비도 지원
정의선 회장은 재난 현장 최전선에서 활동하는 소방관들의 부담을 기술로 덜어내겠다는 의지를 이같이 밝혔다. 단순한 장비 기증을 넘어 그룹이 보유한 전동화·원격제어·플랫폼 기술을 총동원해 ‘사람을 보호하는 모빌리티’로 확장하겠다는 구상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2월 24일 경기도 남양주에 위치한 수도권119특수구조대에서 무인소방로봇 기증식을 열고 소방청과 공동 개발한 원격 화재 진압장비 4대를 공식 전달했다.
행사에는 정의선 회장을 비롯해 성 김 현대차 사장, 이용배 현대로템 사장, 김승룡 소방청장 직무대행 등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현장에서는 장비 시연도 함께 진행돼 참석자들이 실제 구동 성능과 방수 시스템을 확인했다.
실전 투입으로 성능 입증
이번에 기증된 무인소방로봇은 현대로템의 전동화 다목적 무인차량 ‘HR-셰르파’를 기반으로 제작됐다. 화재 진압에 특화된 방수 시스템과 시야 확보 장비, 원격 제어 기능을 결합해 고위험 환경에서 소방관을 대신해 임무를 수행하도록 설계됐다.
장비는 이미 현장 검증을 거쳤다. 지난 1월 30일 충북 음성의 생필품 제조 공장 화재에 투입됐고, 2월 23일 밀양 산불 현장에도 출동한 바 있다. 고열과 짙은 연기로 인력 접근이 제한된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주행하며 방수 작업을 이어갔다는 평가다.
정 회장은 “생명을 구하기 위해 망설임 없이 현장으로 뛰어드는 소방관들의 모습은 우리 사회가 지켜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 일깨워 준다”며 “소방관들이 지켜온 ‘안전’의 가치를 함께 실현하기 위해 소방청과 무인소방로봇을 개발해 왔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무인소방로봇은 현대차그룹의 핵심 기술을 집약한 장비로, ‘사람을 살리는 기술’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구현한 새로운 모빌리티”라며 “위험한 현장에 먼저 투입돼 소방관의 안전을 지키는 든든한 동료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또한 정 회장은 오는 6월 개원 예정인 국립소방병원에 차량과 재활 장비를 지원하겠다고 밝히며, 재난 대응뿐 아니라 소방 인력의 회복 단계까지 지원 범위를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김승룡 직무대행은 “이번 기증은 재난 대응 체계의 패러다임 전환을 알리는 출발점”이라며 “민간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첨단 과학기술을 현장에 적극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기증된 4대 가운데 2대는 수도권과 영남 119특수구조대에 각각 1대씩 사전 배치돼 운용 중이다. 나머지 2대는 경기 남부와 충남 소방본부에 순차 배치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은 향후 성능을 개선해 약 100대 규모로 전국 확대 보급을 추진할 계획이다. 소방청 역시 재정 여건을 고려해 단계적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고열 견디는 기술력
무인소방로봇의 핵심은 극한 환경 대응 능력이다. 소방청 통계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화재로 부상을 입거나 순직한 소방공무원은 1802명에 달한다. 고열과 유독가스, 구조물 붕괴 위험은 여전히 현장 인력의 가장 큰 위협 요인이다.
이 장비는 전면 방수포를 통해 직사·방사 형태의 방수를 선택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 자체 분무 시스템은 장비 주변에 미세 물 입자를 분사해 수막을 형성하고, 복사열을 차단한다. 이를 통해 섭씨 500~800도에 달하는 환경에서도 내부 온도를 50~60도 수준으로 유지한다.
적외선 기반 시야 확보 카메라는 연기와 불길 속에서도 열원을 탐지해 발화 지점과 구조 대상자를 식별한다. 무선 통신 기반 원격 제어 시스템은 현장 영상을 실시간 전송하며, 운용자는 안전 구역에서 장비의 이동 경로와 방수 강도를 조절할 수 있다. 이는 소방관의 직접 진입 여부를 판단하는 사전 정찰 단계에서도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6륜 독립 구동 인휠모터 시스템은 잔해와 장애물이 많은 화재 현장에서 안정적인 주행을 지원한다. 고열에 견디는 특수 타이어와 하부 보호 설계 역시 극한 상황을 전제로 했다.
전동화 기반이라는 점도 강점이다. 내연기관 대비 산소 의존도가 낮아 지하 주차장이나 터널, 공장 내부 등 밀폐 공간에서 활용성이 높다.
업계에서는 이번 무인소방로봇을 모빌리티 산업의 적용 범위를 확장한 사례로 평가한다. ▲자율주행 ▲전동화 ▲원격 통신 기술이 재난 대응 영역으로 접목되면서 모빌리티의 정의가 이동 수단을 넘어 ‘위험을 대신 감수하는 기술’로 진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현대차그룹은 지역별 소방관을 대상으로 이론·실습 교육을 진행하고 운용 매뉴얼을 배포하는 등 현장 적응도를 높이고 있다. 향후 소방청과 협력해 ▲장비 경량화 ▲배터리 지속 시간 개선 ▲자율 주행 보조 기능 고도화 등도 단계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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