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일반
대어급 줄대기…IPO 흥행, 상반기 공모시장 온기 가른다
- 케이뱅크 공모가 8300원 확정……대어급 흥행 여부에 시장 촉각
구주매출·업비트 의존도 부담…기업가치 논쟁 변수
바이오·콘텐츠·장비까지 줄청약…단기 유동성 이동 가능성
2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이날과 23일 이틀간 일반투자자 대상 공모 청약을 진행한다. 대표 주관사는 NH투자증권과 삼성증권이며, 신한투자증권이 인수단으로 참여한다. 앞서 이달 4~10일 진행된 기관 수요예측에서는 희망 공모가 밴드(8300~9500원) 하단인 8300원에 공모가를 확정했다. 참여 기관의 58.5%(가격 미제시 포함)가 하단 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모가를 보수적으로 책정해 투자 매력을 높이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번 공모를 통해 조달하는 자금은 약 4980억원이며, 상장 후 예상 시가총액은 3조3673억원 수준이다. 피어그룹인 카카오뱅크 대비 낮은 주가순자산비율(PBR)을 적용해 몸값 부담을 낮췄다는 평가다. 다만 전체 공모 물량의 절반가량이 구주매출이라는 점, 수익 구조가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 관련 수수료 수익에 일정 부분 의존하고 있다는 점은 투자자들이 짚는 리스크 요인이다. 인터넷은행 업황 전반의 성장성 둔화 우려도 변수로 거론된다.
시장에서는 케이뱅크 청약이 단기 자금 이동을 촉발할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대형 공모주 청약 일정에 맞춰 대기 자금이 몰릴 경우, 기존 상장 종목의 수급이 일시적으로 위축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최근 국내 증시가 강세 흐름을 이어가며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살아난 상황이어서, 공모주 투자 열기가 재점화될지 여부가 관심사다.
케이뱅크를 시작으로 공모 일정은 연이어 이어진다. 바이오 기업 카나프테라퓨틱스가 청약을 마쳤고, 코스닥 상장을 추진하는 에스팀과 엑스비스도 23~24일 일반 청약에 나선다. 바이오·핀테크·콘텐츠·첨단장비 등 업종이 분산돼 있어 투자 자금의 선택 흐름과 흥행 온도 차도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
올해 들어 스팩(SPAC)을 제외한 신규 상장 기업 수는 많지 않지만, 1월 상장한 덕양에너젠이 공모가 대비 양호한 성과를 내며 기대감을 키운 바 있다. 이에 따라 케이뱅크의 상장 성적이 향후 IPO 시장의 ‘바로미터’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 IPO 흥행이 확인될 경우 중소형 공모주까지 온기가 확산될 수 있지만, 기대에 못 미칠 경우 투자 심리가 빠르게 위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
3월 IPO 재개 본격화…시장 투심 개선
증권가에서는 2월 준비 단계를 거쳐 3월부터 IPO 시장이 본격적으로 재개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연쇄 청약 일정 속에서 대어급 공모주가 어떤 성적표를 받아들지에 따라 상반기 공모시장 온기의 지속 여부가 판가름날 전망이다.증권가에서는 올해 IPO 시장을 두고 ‘풍년의 때’가 도래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2021년 정점을 찍은 이후 침체 국면을 거쳤던 공모시장이 5년 주기 흐름상 다시 고점 구간에 진입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코스피가 5000포인트를 돌파하며 투자심리가 개선됐고, 자본시장 제도 정비 이후 미뤄졌던 상장 일정이 재개되는 이른바 ‘일정 순연 효과’까지 겹치면서 상반기 IPO 시장에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됐다는 진단이다.
특히 대형 공모주를 중심으로 대기 물량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첫 단추를 어떻게 꿰느냐가 중요하다는 평가다. 연초 상장 기업 수가 많지 않았던 만큼, 상반기 초반 대어급 종목의 흥행 여부가 후속 주자들의 공모가 산정과 투자 수요 형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한 번 형성된 흥행 분위기는 중소형 공모주까지 확산되는 경향이 있지만, 반대로 대형 딜이 기대에 못 미칠 경우 투자 심리가 급격히 식을 수 있다는 점도 변수다.
다만 기업가치를 충분히 따져보지 않는 이른바 ‘묻지마 투자’에 대해서는 경계의 목소리도 나온다. 최근 시장 유동성이 풍부해지면서 공모주 청약 경쟁률이 높아지는 경향이 있지만, 기업가치 대비 공모가가 과도하게 책정될 경우 상장 직후 차익 실현 매물이 집중되며 주가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 단기 수익을 노린 자금이 빠르게 이탈할 경우 공모가 하회 사례가 늘어나며 시장 전반의 신뢰를 훼손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최종경 흥국증권 연구원은 “풍년의 해, 코스피 첫 수확이기에 케이뱅크의 신규 상장과 그 영향이 향후 IPO 시장의 향방을 가를 수 있다”며 “대어급 흥행이 이어질 경우 공모시장 온기가 상반기 내내 유지될 가능성이 높지만, 기대에 못 미칠 경우 투자자 선별이 한층 강화되는 국면으로 전환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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