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이슈
세금·대출 이중고…‘중산층 주거 이동 마비’ 현실화 하나
- [장특공제 논란]②
대출 규제·세금 압박, 중산층 주거 이동 어려워져
비거주 1주택자 매물 잠김에 전월세 가격 급등
[이코노미스트 이병희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장기보유특별공제(장특공제) 거주 요건 손질의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부동산 시장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단순히 양도소득세 부담이 늘어나는 문제를 넘어, 부동산 매물 잠김 현상이 나타나면서 이사조차 어려워지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장특공제 제도는 부동산을 일정 기간 이상 거주‧보유하면 양도 차익의 일부를 공제하는 제도다. 매매 가격 12억원 이하 주택은 양도세가 면제되는데, 이 가격을 초과하는 1가구 1주택자는 최대 80%까지 공제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재명 대통령이 “살지도 않으면서 투자용으로 사 오래 투자했다는 이유만으로 (더구나 고가 주택에) 양도세를 깎아주는 것은 주거 보호 정책이 아니라 ‘주택 투기 권장 정책’”이라고 밝히는 등 장특공제 비중 축소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실제 국토교통부 주택소유통계를 보면 2024년 기준 서울 전체 273만 6773가구 가운데 약 83만 가구가 서울 내 다른 구 거주자(36만 6932가구)와 서울 외 거주자(46만 3995가구)로 나타났다. 대통령의 언급대로 장특공제가 조정될 경우 양도세 과세를 피하기 위해 일부 집주인이 주택을 매각하면서 매물이 확대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대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3월 전국에서 10년 넘게 보유한 집합건물(아파트·오피스텔·연립주택 등)을 매도한 사람은 1만9635명으로 전체 매도인(5만9933명)의 32.8% 수준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3.7%포인트(p) 증가한 수치다.
12억원을 넘는 고가주택이 많은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에서 특히 10년 이상 보유 매물이 쏟아져나왔다. 자치구별로는 서초구가 47.5%, 강남구(44.6%)와 송파구(42.2%)가 뒤를 이었다. 부동산시장에서는 다주택자의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와 장특공제 개편 가능성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세금‧대출 이중고에 갇힌 1주택자들
하지만 역효과에 대한 지적도 있다. 정부가 대출 규제를 강화하고 세금 부담을 키우면서 고가주택의 가격 상승세는 주춤해졌지만, 서울 15억원 미만 아파트 가격은 뛰고 전월세 상승 압력이 오히려 강해졌다는 것이다.
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10‧15대책을 보면 15억원 이하 아파트는 주택담보대출이 최대 6억원(LTV 40%)까지 받을 수 있다. 15억~25억원 주택은 대출 한도가 4억원으로 줄고, 집값이 25억원을 넘어서면 대출이 2억원까지만 가능하다. 목돈을 손에 쥐고 있지 않은 서민들은 최대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15억원 미만 주택으로 매수를 고려하게 되는데, 매도자는 한계치인 15억원까지 값을 올리는 이른바 ‘키 맞추기’를 하면서 가격이 치솟는 현상이 벌어지는 것이다.
장특공제 개정을 염두에 둔 비거주 1주택자들이 다시 자기집으로 들어갈 움직임을 보이면서 전월세 물량이 더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매수자 입장에서는 대출이 제한돼 살 수 있는 매물이 제한되고, 매도자는 세금 감면 폭이 줄어들 것을 걱정하면서 직접 들어가 살거나 빨리 정리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임대로 내놓는 물량이 급감하면서 당분간 전월세 품귀 현상이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정보업체 아실에 따르면 서울의 아파트 전세 물건은 지난 22일 1만5316건으로 3개월 전(2만2149건)보다 30.9% 감소했다. 같은 기간 월세는 2만721건에서 28.4% 줄어든 1만4841건을 기록했다.
'매물 가뭄'이 부른 전세 가격 상승세
전월세 물건이 귀해지면서 가격도 큰 폭으로 뛰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4월 첫째 주(6일 기준)와 둘째 주(13일 기준)까지 서울의 전셋값 상승률은 각각 0.16%와 0.17%였다. 같은 기간 매매 가격 상승률은 각각 0.1% 수준이었다. 셋째 주(20일)에는 전셋값 상승률이 0.22%, 매매 가격 상승률은 0.15%를 기록했다. 4월 내내 전세 상승률이 매매가 상승률을 웃돈 것이다. 올해 전셋값 누적 상승률은 2.17%로 지난해 같은 기간(0.4%)을 크게 앞질렀다. 이런 현상은 서울 25개 모든 자치구에서 나타나고 있다. 특히 강북 14개 구의 전셋값 상승률은 0.23%로 강남 11개 구(0.21%)보다 높았다.
서울과 가까운 경기도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광명시(0.48%)와 용인 기흥구(0.30%), 안양 동안구(0.27%)에서 전셋값이 훌쩍 뛰었다. 인천에서도 전셋값 상승률이 0.13%를 기록하며 전주(0.07%) 대비 0.06%포인트 확대됐다.
KB부동산 4월 전국 주택가격 동향(13일 기준)으로는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가격이 4월 기준 6억8147만원을 기록했다. 통계 집계 이래 최고 수준이다. 중위 전세가격은 6억원으로 조사됐다. 2022년 9월(6억658만원) 이후 3년 7개월 만에 처음으로 6억원 선을 넘은 것이다.
영등포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최근 들어 전세 물건을 구하기 더 어려워졌다”며 “세입자가 바로 계약하지 않으면 다음 순번자에게 돌아가기 때문에 가격만 맞으면 집도 보지 않고 계약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주택 투기를 막으려 하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충분히 공감하지만, 비거주 1주택자 중 어떤 사람을 ‘투기자’로 볼 것인지 정하는 것은 매우 복잡한 문제”라며 “부동산 시장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책을 더 촘촘하게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무소속 최혁진 의원 등 범여권 의원 13명은 지난 4월 27일 실제 거주 기간에 따라 공제율을 적용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은 보유 기간에 따라 세금을 감면해주던 내용을 폐지하고 거주 기간 2년 이상부터 16%에서 최대 80%까지 공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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