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한국인이 일본 여행 갈 때 떠올리는 카드...그게 ‘JCB’의 목표 [이코노 인터뷰]
- 와타나베 타카히코 JCB코리아 대표
한국은 ‘꿈의 카드 시장’…일본 현지 전략으로 승부
전략 방향 전환…“회원 수보다 인지도 제고 방점”
[이코노미스트 송현주 기자] “한국인이 일본 여행 갈 때, 아무 생각 없이 JCB 카드를 챙기는 순간이 오면 그게 성공이라고 봅니다.”
해외여행 수요가 꾸준히 이어지는 가운데 카드업계의 경쟁 구도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특히 일본은 지리적으로 가까운 국가인 만큼 한국인의 여행 수요가 지속적으로 유지되며 해외 결제 시장에서도 핵심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가맹점 혜택과 연회비 중심이던 기존 경쟁에서 벗어나, 해외 결제와 여행소비를 중심으로 한 시장 선점 경쟁이 본격화되는 흐름이다. 이 과정에서 단순 할인이나 수수료 혜택을 넘어, 여행 전반의 소비 경험을 설계하는 방향으로 경쟁의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일본계 카드 브랜드가 현지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 ‘현지 체감형 서비스 전략’을 앞세워 한국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와타나베 타카히코 JCB코리아 대표는 2024년 취임 직후 내부적으로 가장 먼저 점검한 질문으로 ‘한국 시장 내 역할’을 꼽았다. 그는 “한국 사업을 중단했을 때 시장과 소비자가 어떤 영향을 받는지를 고민해봤다”며 “당시에는 브랜드가 사라져도 즉각적인 불편을 느끼는 주체가 제한적이라는 판단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상태로는 장기적인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보고, 전략의 기준 자체를 재정의했다”며 “단순한 카드 공급자가 아니라, 없어지면 불편한 서비스로 자리 잡는 것이 핵심 목표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전략 전환은 JCB의 사업 구조와도 맞닿아 있다. JCB는 1961년 일본 도쿄에서 설립된 일본 최초의 국제 결제 브랜드로 ▲카드 브랜드 사업뿐 아니라 ▲카드 발급 ▲가맹점 매입 ▲결제 프로세싱까지 직접 수행하는 통합형 결제 모델을 갖추고 있다. 1981년 글로벌 시장 진출 이후 현재 약 1억7500만명의 회원과 7100만개 이상의 가맹점 네트워크를 확보하며 글로벌 결제 네트워크로 성장했다.
와타나베 대표는 특히 ‘일본 현지 네트워크’를 핵심 자산으로 강조했다. 그는 “일본 전역의 유통·관광·엔터테인먼트 기업들과 장기간 구축해온 파트너십이 있다”며 “이를 기반으로 JCB 회원에게만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와 혜택을 설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글로벌 결제 브랜드 간 경쟁이 단순 결제 인프라를 넘어‘현지 경험 제공 능력’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러한 전략 방향은 최근 단행된 프리미엄 서비스 개편에서 구체화됐다. JCB는 일본 여행 과정 전반에서 활용 가능한 서비스 중심으로 혜택 구조를 재편했다. ▲유니버설 스튜디오 재팬 내 전용 라운지 ▲일본 공항 라운지 이용 서비스 ▲주요 도시 레스토랑에서 제공되는 프리미엄 다이닝 프로그램 ▲도쿄 긴자 전용 라운지 등은 일본 현지 인프라를 기반으로 구축된 대표 사례다. 와타나베 대표는 “유니버설 스튜디오 재팬 초청 프로그램을 비롯해 쇼핑·다이닝·교통 등 여행 동선 전반에서 활용 가능한 혜택을 확대하고 있다”며 “단순 할인 중심 혜택은 지속 가능성이 제한적”이라며 “여행 과정에서 실제로 체감할 수 있는 서비스 제공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일본 여행 수요 폭증 속 ‘선택 받는 카드’ 목표
이 같은 전략은 한국 시장의 특성과 맞물린다. 그는 “한국은 카드 결제가 일상화된 대표적인 캐시리스 시장으로, 결제 인프라와 소비 패턴이 모두 높은 수준”이라며 “글로벌 기준에서도 전략적으로 중요한 시장”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최근 한국인의 일본 방문이 약 300만명 수준까지 늘어나면서 이동 증가에 따라 해외 결제 수요도 확대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JCB는 점유율 확대보다 특정 소비 상황에서의 선택 가능성을 높이는 전략을 택했다. 글로벌 카드 시장이 비자와 마스터카드 중심의 규모 경쟁으로 전개되는 것과 달리, 특정 상황에서 선택되는 브랜드로 자리 잡겠다는 전략이다. 그는 “회원 수나 점유율을 직접적인 목표로 설정하지는 않는다”며 “일본 여행이라는 특정 맥락에서 자연스럽게 선택되는 카드가 되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한국 내 JCB 카드 이용자는 약 380만명 수준이다. 절대 규모는 제한적이지만, 일본 현지 결제 매출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와타나베 대표는 “일본 오프라인 결제 매출 기준으로 2024년 대비 2025년에 약 두 배 성장했다”며 “2026년에도 동일하게 두 배 이상의 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미 높은 성장률이지만 이를 유지하기 위해 마케팅과 프로모션을 공격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글로벌 기준에서 한국 시장의 위상은 아직 중위권 수준에 머물러 있다. 발급 규모 기준으로 일본을 중심으로 중국·대만·인도 등이 상위권을 형성하고 있으며, 한국은 약 6위권에 위치해 있다. 절대적인 시장 규모만 놓고 보면 핵심 시장 대비 비중이 크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와타나베 대표는 “한국은 카드 결제 인프라가 고도화돼 있고, 소비자의 결제 전환 속도도 빠른 시장”이라며 “신규 서비스나 사업 모델을 빠르게 적용하고 검증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특성은 글로벌 전략을 테스트하고 향후 다른 시장으로 확장하는 데 중요한 기준점으로 작용한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배경 속에서 JCB는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기존 신용카드 중심 사업에서 벗어나 ▲데빗 카드 ▲선불 카드 ▲모바일 결제 ▲비접촉 결제 등 다양한 결제 수단을 확대하며 변화하는 결제 환경에 대응하고 있다. 특히 모바일 중심 결제 환경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카드 기반 결제와 디지털 결제를 결합한 서비스 모델 구축에도 주력하고 있다. 와타나베 대표는 “지역별로 결제 환경과 소비 특성이 상이한 만큼 이에 맞는 전략이 필요하다”며 “현지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밀착형 서비스를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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