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박상신 리더십 시험대…잇단 분쟁에 정비사업 신뢰 흔들 [리더십이 가른 정비사업 희비]②
- 계약 해지·입찰 논란·소송전까지
조합 신뢰 회복이 향후 관건
[이코노미스트 이승훈 기자] 박상신 DL이앤씨 대표이사 부회장이 정비사업 현장 리스크 관리 시험대에 올랐다. 올해 들어 ▲경기 성남 상대원2구역 계약 해지 ▲서울 압구정5구역 입찰 공정성 논란 ▲부산 우동1구역 소송전까지 주요 사업장에서 갈등이 동시다발적으로 불거지면서다. 다만 최근 일부 사업장에서 법원 판단과 절차 재개 등 국면 변화가 나타나면서 향후 사업 정상화 여부와 리더십 대응력이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상대원·압구정·우동까지…잇단 분쟁
정비업계에 따르면 DL이앤씨는 최근 주요 정비사업 현장에서 계약·입찰·조합 갈등 이슈가 잇달아 불거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경기 성남시 중원구 상대원2구역 재개발 사업이다. 조합은 지난 4월 11일 임시총회를 열고 DL이앤씨와의 공사도급계약 해지 안건을 가결했다. 해지 금액은 약 9849억원으로 DL이앤씨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의 13.3% 규모다. 상대원2구역은 약 24만2000㎡ 부지에 4800여 가구 규모 아파트를 짓는 대형 사업으로, DL이앤씨는 2015년 시공사로 선정돼 2021년 본계약을 체결했다. 다만 공사비 및 브랜드 적용 방식 등을 둘러싼 사업 조건 협의 과정에서 이견이 확대되며 계약 해지로 이어졌다.
다만 이후 법원이 제동을 걸면서 상황은 다시 반전됐다.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은 최근 DL이앤씨가 조합을 상대로 제기한 ‘시공사 해임총회 결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이에 따라 DL이앤씨의 시공사 지위는 일단 회복된 상태다.
법원은 또 조합이 GS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하기 위해 추진한 총회에 대해서도 개최 금지 가처분을 인용했다. 이에 따라 시공사 교체 절차는 제동이 걸렸으며 향후 사업 추진 방향은 법적 판단과 조합·시공사 간 협상 결과에 따라 결정될 가능성이 커졌다.
업계에서는 이번 판단이 단기적으로는 사업 공백 리스크를 완화하는 요인이 될 수 있지만, 갈등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닌 만큼 향후 협상 재개 여부가 사업 정상화의 핵심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부산 우동1구역 역시 갈등이 장기화하며 결국 법적 분쟁으로 이어진 사례다. 우동1구역은 DL이앤씨가 2021년 비수도권 최초로 하이엔드 브랜드 아크로를 적용하겠다며 수주한 사업장으로 당시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이후 공사비와 사업 조건 조율 과정에서 조합과 갈등이 이어졌고 결국 시공사 선정 취소와 보증금 반환 소송으로까지 번졌다.
DL이앤씨는 올해 1월 우동1구역 조합을 상대로 420억원 규모의 대여금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해당 자금은 시공사 선정 입찰 과정에서 납부한 입찰보증금으로, 통상 시공사로 최종 확정되면 조합 운영비 등에 활용되는 대여금 형태로 전환된다.
당초 DL이앤씨는 3.3㎡당 609만원 수준의 공사비를 제시했지만 이후 공사비가 848만원까지 오르며 조합과 견해차가 커진 것으로 알려졌다. 조합은 지난해 11월 임시총회를 통해 DL이앤씨의 시공사 선정을 취소했고 이후 양측은 보증금 반환 문제를 두고 대립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우동1구역 사례 역시 단순 계약 해지 문제가 아니라 하이엔드 브랜드 사업장에서 조합 기대 수준과 사업 조건 조율이 충돌한 사례로 보고 있다.
서울 강남 핵심 사업지인 압구정5구역에서는 입찰 공정성 논란이 불거졌다. 4월 10일 시공사 입찰 마감 직후 서류 개봉 과정에서 DL이앤씨 관계자가 펜형 카메라로 경쟁사 입찰 서류를 촬영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논란이 제기됐다. 현대건설은 관련자 고소 등 법적 조치에 나섰고 조합 역시 강남구청에 유권해석을 요청하며 시공사 선정 절차를 일시 중단했다.
이에 대해 강남구청은 “무단 촬영은 부적절하지만, 관련 규정상 입찰 무효 사유로 단정할 명확한 기준은 없다”는 취지의 회신을 전달했다.
이후 압구정5구역 재건축조합과 입찰에 참여한 현대건설, DL이앤씨는 중단됐던 시공자 입찰 서류 확인 및 양사 상호 날인 절차를 마쳤다. 이어 시공 조건 비교표 작성까지 완료되며 입찰 절차는 다시 정상화 수순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조합이 절차 재개를 결정하면서 향후 일정도 기존 계획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례를 계기로 향후 정비사업 수주전에서 절차 투명성과 리스크 관리 역량이 핵심 경쟁 요소로 자리 잡을 것이란 전망이다.
현장 찾은 박상신…“역할 다하지 못해 책임 느낀다
박상신 DL이앤씨 대표이사 부회장도 최근 직접 현장 수습에 나서며 조합원 신뢰 회복에 공을 들이고 있다. 상대원2구역 계약 해지와 압구정5구역 입찰 이슈 등이 이어지자 최고경영진이 전면에 나서 사업 정상화 의지를 강조하는 모습이다.
박 부회장은 지난달 상대원2구역 사업설명회장을 직접 찾아 조합원들과 소통하며 사업 조건을 설명했다. 당시 그는 “역할을 다하지 못해 책임을 느낀다”며 공개적으로 사과한 뒤 “DL이앤씨의 시공 역량과 책임감으로 조합원의 선택이 옳았음을 증명하겠다”고 강조했다.
박 부회장이 직접 현장을 찾은 것은 상대원2구역 사안을 단순 사업장 갈등이 아닌 회사 차원의 핵심 리스크로 보고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DL이앤씨는 상대원2구역 정상화를 위해 ▲평당 682만원 확정 공사비 ▲조합원 분담금 입주 1년 후 납부 ▲2000억원 규모 사업비 조달 등의 조건도 제시했다. 압구정5구역 입찰 논란과 관련해서도 DL이앤씨는 고의성은 없었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최근 정비사업 시장이 과거처럼 브랜드 경쟁만으로 승부가 갈리는 구조가 아니라는 점에 주목한다. 최근에는 공사비 변동성과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 조합 내부 갈등 등이 겹치며 사업 관리 역량과 협상 안정성, 내부 통제 능력까지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흐름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최근 정비사업 시장은 브랜드 경쟁보다 사업 안정성과 조합 신뢰를 더 중요하게 보는 분위기”라며 “하이엔드 브랜드를 앞세운 사업자일수록 현장 대응과 조합 소통에 대한 기대치가 높은 만큼 잇단 갈등이 반복되면 향후 수주전에서는 브랜드보다 사업 관리 능력과 신뢰도가 더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박상신 부회장이 흔들린 조합 신뢰를 얼마나 빠르게 회복하느냐에 따라 DL이앤씨의 정비사업 경쟁력과 아크로 브랜드 전략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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