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우리는 광고를 보지 않는다 하지만 더 많이 소비한다[순화동필]
- 플랫폼 일상화 속 보이지 않는 광고 확산
인플루언서 경제, 신뢰 기반 한 새로운 소비 구조
[장민지 경남대학교 미디어영상학과 교수]우리는 이제 광고를 보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여기서 말하는 광고란 예전처럼 TV 프로그램 사이에 명확히 ‘광고’라고 호명되던 형식을 의미한다. 프로그램이 잠시 멈추고 상품을 홍보하는 메시지가 삽입되던 방식 말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그와는 다른 형태의 광고 환경 속에 살고 있다. 광고는 더 이상 별도의 구간으로 분리돼 나타나지 않는다.
우리는 일상적으로 콘텐츠를 소비하는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광고 메시지와 마주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그것을 광고로 인식하지 못한 채 어떤 상품을 구매하거나 서비스를 구독하고, 때로는 특정 브랜드에 호감을 갖게 된다. 이러한 변화는 우리가 얼마나 많은 시간을 플랫폼 안에서 보내고 있는가와도 밀접하게 연결된다. 오늘날 사람들은 여가와 사교, 정보 탐색의 상당 부분을 소셜 미디어 플랫폼에서 수행한다.
광고의 소멸과 플랫폼 일상화
▲뉴스 ▲취미 ▲쇼핑 정보뿐 아니라 인간관계 역시 이 공간을 중심으로 형성된다. 이처럼 플랫폼은 단순한 미디어 채널을 넘어 일상의 주요한 활동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사람들은 이곳에서 콘텐츠를 소비할 뿐 아니라 댓글을 달고, 공유하고, 때로는 직접 콘텐츠를 제작하며 지속적으로 참여한다. 이 과정에서 플랫폼 이용자는 더 이상 단순한 소비자로 머무르지 않는다. 플랫폼 환경에서는 소비와 생산, 그리고 경제 활동이 긴밀하게 연결된다. 콘텐츠를 시청하고 반응을 남기는 행위, 특정 크리에이터를 팔로우하거나 공유하는 행동 역시 플랫폼 안에서는 가치 생산의 일부가 된다.
이러한 참여는 의식적으로 이뤄지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무의식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결과적으로 플랫폼은 개인의 일상적인 활동이 경제적 가치로 전환되는 구조를 만들어낸다. 이를 보여주듯, 현재 크리에이터 경제는 약 2500억 달러 규모에 이르렀으며 향후 4800억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인플루언서와 플랫폼을 중심으로 한 경제가 더 이상 일시적인 미디어 현상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개인이 콘텐츠를 생산하고 영향력을 축적하는 과정은 이제 하나의 경제 활동으로 인식되고 있으며, 이러한 활동은 광고와 브랜드 협업, 구독 서비스 등 다양한 방식으로 수익화되고 있다.
이 변화의 핵심은 개인의 역할이 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플랫폼 환경에서 개인은 단순한 콘텐츠 제작자를 넘어 자신의 정체성과 서사를 기반으로 브랜드를 구축한다. 팔로워와의 관계, 콘텐츠의 스타일, 그리고 개인의 취향은 모두 경제적 자산으로 작동한다. 이러한 개인 브랜드는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상품을 홍보하거나 특정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방식으로 확장되며, 기존 미디어 산업 역시 이러한 흐름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인플루언서 경제를 낙관적으로만 바라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진입 장벽이 낮다는 점은 동시에 치열한 경쟁을 의미한다. 플랫폼에서는 누구나 크리에이터가 될 수 있지만, 실제로 안정적인 수익을 얻는 사람은 극히 제한적이다. 대부분의 크리에이터는 불안정한 수익 구조 속에서 활동하며, 플랫폼 알고리즘이나 광고 시장의 변화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수익 구조 취약성과 승자독식 한계
이 때문에 인플루언서 경제는 종종 거품 산업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이러한 비판에는 일정 부분 타당성이 있다. 특히 크리에이터의 수익 구조가 광고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은 경제적 취약성을 만들어낸다. 광고 시장이 위축되거나 플랫폼 정책이 변화할 경우 개인의 수익은 즉각적인 영향을 받는다. 또한 플랫폼 내부의 가시성 경쟁은 극단적인 성과 격차를 만들어내며, 일부 상위 인플루언서에게 수익이 집중되는 구조를 강화한다.
이러한 구조는 크리에이터 경제가 본질적으로 승자독식에 가까운 산업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현상을 단순한 유행이나 거품으로만 설명하기는 어렵다. 중요한 변화는 광고비의 이동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IAB는 미국에서 크리에이터 광고 지출이 2021년 이후 빠르게 증가해 2024년에 약 295억 달러 규모에 도달했으며, 2025년에는 370억 달러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한다. 이는 브랜드들이 더 이상 크리에이터를 실험적 마케팅 채널로만 보지 않는다는 의미다. 광고 예산은 점차 전통적인 미디어에서 플랫폼 기반 크리에이터로 이동하고 있으며, 기업들은 이들을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전략의 핵심 요소로 활용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플랫폼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플랫폼은 단순히 콘텐츠를 유통하는 공간이 아니라 개인이 경제 활동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인프라로 기능한다. 크리에이터는 플랫폼을 통해 팔로워와 관계를 형성하고, 이러한 관계는 신뢰와 친밀성이라는 형태로 축적된다. 소비자들은 광고 메시지보다 개인의 경험과 추천을 더 신뢰하는 경향을 보이며, 이러한 신뢰는 곧 경제적 가치로 전환된다.
결국 인플루언서 경제의 핵심은 개인을 중심으로 한 신뢰 기반의 소비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는 점이다. 소비자들은 기업이 전달하는 메시지보다 플랫폼 안에서 활동하는 개인의 이야기에 더 쉽게 공감한다. 콘텐츠를 통해 축적된 친밀성과 관계는 팬덤과 커뮤니티로 확장되며, 이 안에서 새로운 형태의 소비와 경제 활동이 이루어진다. 앞으로 인플루언서 경제가 지속 가능한 산업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몇 가지 과제가 남아 있다.
인플루언서와 팬덤이 만드는 미래 시장
첫째, 광고 성과 측정과 정산 방식의 표준화가 필요하다. 둘째, 특정 플랫폼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생태계가 요구된다. 멀티 플랫폼 활동이나 자체 커뮤니티, 구독 기반 수익 모델 등 다양한 구조가 필요하다. 셋째, 플랫폼 기반 노동이 만들어내는 소득 안정과 계약, 보호 문제 역시 사회적 논의의 대상이 돼야 한다. OECD 역시 플랫폼 노동에서 발생하는 소득 안정성과 사회보장 문제를 주요 정책 의제로 다루고 있다. 인플루언서 경제에는 분명 거품의 요소가 존재한다. 그러나 거품처럼 보이는 것은 개별 인플루언서 사이의 과열 경쟁일 가능성이 크다. 그 기반이 되는 플랫폼 중심의 소비 구조와 개인 기반 신뢰 경제는 이미 우리의 일상 속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사라지는 것은 특정 인플루언서일 수 있지만, 우리가 콘텐츠를 소비하고 관계를 형성하는 방식 자체는 이전으로 쉽게 되돌아가지 않는다. 어쩌면 더 중요한 문제는 우리가 이러한 변화를 충분히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광고를 보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플랫폼 안에서 끊임없이 광고와 관계 맺고 있다. 그리고 그 관계 속에서 우리의 소비와 선택은 지속적으로 영향을 받는다. 인플루언서 경제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이 지점에 있다. 광고가 광고처럼 보이지 않는 방식으로 작동한다는 것, 그리고 우리가 그 구조 속에 이미 깊이 들어와 있다는 사실이다.
필자는 미디어·커뮤니케이션 연구를 기반으로 콘텐츠 산업과 문화 현상을 분석해 온 연구자로, 학문과 산업, 창작을 횡단하는 경력을 구축해왔다. 연세대학교에서 영상커뮤니케이션을 전공하며 여성 청년 이주와 디지털 미디어 환경을 연구했고 이후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약 5년간 근무하며 콘텐츠 정책, 산업 구조 분석, 이용자 연구 및 플랫폼 전략 수립 업무를 수행했다. 이와 같은 산업 경험을 바탕으로 콘텐츠 생태계의 생산–유통–소비 구조에 대한 실증적 이해를 축적했으며, 동시에 웹소설 작가로 활동하며 창작자·플랫폼·이용자가 교차하는 문화적 실천을 직접 경험했다. 현재는 경남대학교 미디어영상학과에서 조교수로 재직하며 이론과 산업, 창작을 연결하는 교육과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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