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의 물방울이라 불리는 와인
인간의 끝없는 탐구·발명 발판
[김욱성 와인 칼럼니스트] 와인은 ‘신의 물방울’이라 불리지만 그 물방울을 우리가 마시는 형태의 문화로 완성한 것은 인간의 끊임없는 탐구와 ‘발명’이었다. 인류가 포도를 발효시켜 알코올을 얻은 이래 와인의 품질과 유통 그리고 문화를 혁명적으로 진보시킨 10가지 결정적 발명품을 소개한다.
로마의 실용성이 낳은 ‘맛의 연금술’
첫 번째는 오크(참나무)통이다. 고대 와인 운송의 표준은 무겁고 깨지기 쉬운 점토 항아리인 ‘암포라’였다. 로마인들이 갈리아(현재의 프랑스)를 정복하며 발견한 나무통은 혁명이었다. 오크통은 굴려서 운반할 수 있어 물류의 혁신을 가져왔지만, 진정한 발명은 그 ‘화학적 작용’에 있다. 오크는 와인에 타닌과 바닐라, 토스트 향을 입히고 미세한 기공을 통해 와인을 숨 쉬게 해 맛을 부드럽게 해준 덕분에 복합미를 지닌 숙성주로 진화할 수 있었다.
두 번째는 와인에 ‘시간’이라는 개념을 부여한 유리병이다. 17세기 이전까지 와인은 산화에 쉽게 노출돼 장기 보관이 불가능했다. 하지만 석탄을 연료로 하는 용광로의 발명으로 튼튼한 유리병의 대량 생산이 가능해지면서 와인의 역사는 바뀌었다. 유리병은 와인을 외부 공기로부터 차단하여 산패를 막고 진정한 ‘숙성’을 가능하게 했다. 빈티지의 개념 그리고 수십 년을 견디는 위대한 와인의 탄생은 유리병 덕분이다.
세 번째는 유리병의 완벽한 단짝인 코르크 마개다. 유리병이 발명됐어도 그것을 막을 완벽한 마개가 없었다면 무용지물이었을 것이다. 나무 조각이나 기름 먹인 천을 쓰던 시절을 지나 17세기경 도입된 코르크는 와인 역사상 위대한 발견 중 하나다. 코르크의 유연성은 병목을 완벽하게 밀봉하면서도 아주 미세한 양의 산소만을 투과시키는 ‘미세 산화 작용’을 허락한다. 덕분에 와인은 병 속에서 질식하지 않고 천천히 숙성되며 제3의 아로마(부케)를 피워낼 수 있었다.
네 번째는 와인을 지키는 보이지 않는 수호자라 불리는 이산화황(SO2)이다. 현대에는 첨가물로 오해받기도 하지만 이산화황의 사용은 와인을 상하지 않게 막아준 결정적인 발명이다. 고대부터 황을 태워 통을 소독하는 지혜는 있었으나, 이를 과학적으로 제어해 항산화제로 사용하게 된 것은 와인 품질 유지의 핵심이다. 이것 없이는 바다를 건너온 와인을 마실 수 없었을 것이며 곧바로 산화돼 갈색으로 변했을 것이다.
다섯 번째는 멸종 위기에서 유럽 와인을 구한 접붙이기 기술이다. 19세기 후반 아메리카 대륙에서 건너온 진딧물 ‘필록세라’는 유럽의 포도밭을 초토화했다. 유럽종 포도나무가 멸종될 뻔한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구해낸 것은 바로 ‘접붙이기’ 기술이었다. 필록세라에 내성이 있는 미국 종 포도나무 뿌리에 유럽 종 가지를 접붙이는 이 발명은 오늘날 포도 재배의 표준이 됐다. 우리가 마시는 대부분의 프랑스, 이탈리아 와인은 사실 이런 접목 기술의 결과다.
번뜩이는 아이디어부터 정교한 과학 기술까지
여섯 번째는 불량품을 명품으로 바꾼 샴페인 제조 방식이다. 과거 와인에서 발생하는 기포는 ‘악마의 장난’이라 불리는 결함이었다. 그러나 돔 페리뇽과 동시대 수도사들 그리고 영국인들의 유리병 기술이 결합해 이 기포를 병 안에 가두는 기술을 완성했다. 병 속에서 2차 발효를 유도해, 높은 압력을 견디며 효모 찌꺼기를 제거하는 일련의 복잡한 공정의 발명은 와인을 단순한 술에서 축제의 상징이자 ‘럭셔리의 아이콘’으로 격상시켰다.
일곱 번째는 대항해 시대를 견디게 한 보존 기술인 주정 강화다. 긴 항해 동안 와인이 변질되는 것을 막기 위해 증류주를 첨가하는 아이디어는 포트·셰리·마데이라라는 위대한 와인 장르를 탄생시켰다. 이는 단순한 보존법을 넘어 발효를 중단시켜 천연 당분을 남기거나 산화적 숙성을 유도해 와인의 풍미를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렸다. 주정 강화 기술은 와인의 수명을 극도로 늘려준 획기적인 발명이다.
여덟 번째는 와인 양조를 과학으로 진화시킨 파스퇴르의 미생물 연구다. 루이 파스퇴르 이전까지 와인 발효는 신비로운 자연 현상이었다. 파스퇴르는 효모가 당분을 알코올로 바꾼다는 원리를 규명하고 박테리아가 와인을 식초로 만든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의 연구 덕분에 인류는 비로소 ‘저온 살균법’을 비롯한 위생적인 양조 제어를 할 수 있게 됐다. 와인 양조학은 파스퇴르의 현미경 아래에서 비로소 과학으로 다시 태어났다.
아홉 번째는 신선한 화이트 와인의 혁명이라고 불리는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와 온도 조절 시스템이다. 1960~70년대 도입된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와 냉각 기술은 현대 화이트 와인의 혁명을 가져왔다. 이전에는 통제가 어려웠던 발효 온도를 자유자재로 조절함으로써 포도 고유의 신선한 과일 향과 산도를 완벽하게 보존할 수 있게 됐다. 이 발명 덕분에 서늘하지 않은 지역에서도 훌륭한 화이트 와인을 생산할 수 있게 됐고, 전 세계 와인의 상향 평준화를 이끌었다.
마지막은 ‘떼루아’(포도 재배 환경)를 지적재산권으로 만든 사회적 발명인 원산지 통제 명칭 제도다. 기술적 도구는 아니지만 1935년 프랑스에서 법제화된 원산지 통제 명칭(AOC) 시스템은 와인 역사상 가장 강력한 ‘제도적 발명’이다. 포도의 원산지가 와인의 품질과 가치를 결정한다는 떼루아의 개념을 법으로 규정한 것이다. 이 제도는 가짜 와인을 근절하고 지역별 와인의 개성을 보호하며 와인을 단순한 농산물이 아닌 ‘문화유산’이자 ‘브랜드’로 확립시켰다. 전 세계 모든 와인 법규의 모태가 된 위대한 발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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