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일반
“하루에 10% 급등락”은 기본…롤러코스터 된 코스피
- [민낯 드러낸 코스피] ①
중동 충돌에 서킷브레이커만 두 번 발동
수출 의존도·투기 자본 확대에 증시 충격 확대
[이코노미스트 이용우 기자] 코스피가 개별 종목처럼 급등락을 반복하며 극심한 변동성을 드러내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긴장이 급격히 높아지자 한국 증시가 전 세계 주요 시장 가운데서도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중이다. 한국 경제의 높은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반도체 대형 기업의 호실적 전망에도 불구하고 단기간에 10% 안팎의 급등락이 반복되자 국내 증시가 펀더멘털보다 투자 심리에 좌우되는 시장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9·11 넘은 낙폭 후 계속되는 하락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지난 3월 4일 12.06% 급락하며 이른바 ‘검은 화요일’을 맞았다. 2001년 9·11 테러 당시 기록한 하락률(12.02%)도 넘어섰다. 전날에는 7.24% 떨어졌다. 보기 드문 수준의 급락이 나타나면서 지정학적 충격이 증권 시장에 영향을 준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하루 만인 3월 5일에 상황이 반전됐다. 코스피는 하루 만에 9.63% 오르며 전날 낙폭 상당 부분을 만회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틀 사이 지수가 10%에 달하는 변동폭이 발생한 것이다. 시장은 그야말로 롤러코스터 장세를 연출했다. 문제는 변동성이 진정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3월 9일 들어 코스피는 다시 5.96%까지 떨어졌고 이후 5600선을 두고 지수가 변동하고 있다.
극심한 변동성 속에 주식 시장에는 서킷브레이커가 빈번하게 발동하는 중이다. 코스피 서킷브레이커는 지난 3월 4일에 이어 9일에도 나왔다. 이 장치는 주식시장의 변동성을 완화하기 위한 장치다. 지수가 전일 종가보다 8% 이상 하락한 상태가 1분 이상 지속될 때 발동된다. 이 경우 모든 주식 거래가 20분간 중단되며 이후 10분 동안 단일가 매매로 거래가 재개된다. 3월 9일의 코스피 서킷브레이커 발동은 역대 8번째다. 단기간에 두 번의 변동성 완화 장치가 나오면서 최근의 증시가 과거보다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의미로 분석된다.
최근의 코스피 폭락은 한국 경제의 구조적 특성이 원인으로 자리하고 있다. 한국은 원유와 가스 등 에너지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경제 구조를 갖고 있다. 최근 호르무즈 해협과 같은 주요 해상 운송로가 위협받자 그 충격이 즉각적으로 국내로 확대된 것이다. 국제유가는 빠르게 상승 중이다. 3월 8일(현지 시간) 미 동부시각 오후 6시 19분 기준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배럴당 105.52달러로 전 거래일 대비 16% 급등해 심리적 마지노선인 100달러를 돌파했다. 이후에도 중동 정세 불안정으로 90달러를 넘나들고 있다.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선 것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초기였던 2022년 7월 이후 약 3년 8개월 만이다. 글로벌 에너지 시장이 다시 한번 공급 충격에 노출되면서 인플레이션 압력 확대와 경기 둔화 우려가 동시에 커지고 있다. 여기에 원화 약세까지 겹쳐 국내 수입 물가 상승 압력을 높이고 있다. 국제유가가 100달러를 돌파한 날 원·달러 환율은 1490원대로 출발해 장중 금융위기 후 최고 수준에서 움직였다.
이 같은 구조적 취약성을 주식시장이 그대로 반영하면서 미국과 일본보다 더 급격한 조정을 만들어 낸 셈이다. 대표적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지난 3월 9일 또다시 장중 10%씩 급락하는 모습을 보인 점이 특징으로 여겨진다. 글로벌 반도체 업황 개선 기대에도 불구하고 지정학적 충격 앞에서는 방어력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평가다.
빚투·포모 겹치며 변동성 확대
단기성 자금 확대도 시장 변동성을 키우는 것으로 보인다. 올해 들어 코스피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개인 투자자들의 자금이 대거 유입됐는데, 이러한 흐름이 ‘포모’(FOMO) 현상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3월 5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33조6945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초단기 빚투로 분류되는 위탁매매 미수금도 처음으로 2조원을 넘어 최대치를 기록했다. 위탁매매 미수거래는 증권사 자금으로 주식을 산 다음 2거래일 이내에 대금을 갚는 방식이다. 상환하지 못하면 반대매매 절차를 밟게 된다. 실제로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반대매매금이 6일에만 824억원을 기록해 4의 225억원 대비 급증했다. 지난 3월 5일 기준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은 105조7065억원으로 집계됐다. 빚내서 투자하려는 수요가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증권업계에서는 단기간에 수익을 노리는 빚투 흐름이 확대되면서 시장의 변동성이 더 커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상승장에서는 공격적인 매수세가 집중되고, 하락장이 시작되면 빠르게 매도세로 전환되는 구조가 형성됐다는 것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중동 정세와 국제 유가 흐름이 국내 증시의 핵심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특히 에너지 가격이 장기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경우 국내 기업 실적과 물가, 환율까지 동시에 영향을 받을 수 있어 증시 변동성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에너지 순수입국인 우리나라는 이번 위기에 가장 직격탄을 맞은 국가 중 하나로 코스피는 단 이틀 만에 약 20% 폭락하며 역사상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며 “AI 반도체 열풍이 지정학적 리스크 앞에 급격히 식으면서 외국인 자금이 대규모 이탈했기 때문인데, 원·달러 환율 역시 수입 물가를 자극하는 악순환에 빠져들 위험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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