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빚투’로 옮겨붙은 가계부채 불길, ‘마통’은 정말 괜찮은가
- 2월 말 이후 마통 잔액 사흘만에 1.3조원 늘어
증시 쏠림의 그늘, 고금리 신용대출이 ‘가계 뇌관’ 되나
[이코노미스트 이병희 기자] 대한민국 가계부채의 지형도가 변하고 있다. 그동안 정부는 가계부채 관리의 핵심 타깃으로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주목했지만, 최근 대출 규제 강화로 주담대가 주춤한 사이 신용대출이 급증하고 있다. 증시 변동성을 기회 삼아 이른바 ‘마통’으로 불리는 마이너스 통장 개설이 확대되고 ‘빚투’(빚내서 투자)가 급증하면서 가계부채의 질적 악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부동산 시장 정상화와 가계부채 연착륙을 위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강화하고 주담대 문턱을 높여왔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주담대 신규 취급액은 차주 한 사람당 2억1286만원으로, 전 분기 대비 1421만원(6.3%) 감소했다. 전 연령대에서 새로 주담대를 받은 규모가 줄어든 가운데 30대의 신규 대출 감소폭(3259만원)이 가장 컸다. 40대(-1316만원)·20대(-993만원)·60대 이상(-721만원)·50대(-377만원)가 뒤를 이었다. 주담대 규제 강화로 수도권·규제지역의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축소됐고, 지난해 10월 15일 부동산 대책 이후 서울 전역에서 담보인정비율(LTV)을 40% 낮추면서 대출 한도가 줄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신용대출은 오히려 증가세인 것으로 조사됐다. 5일 기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마이너스 통장 잔액은 40조7227억원으로 집계됐다. 2월 말(39조4249억원)보다 1조2978억원 급증했다. 실제 영업일이 3일에 불과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하루에 4000억원 넘게 불어난 셈이다. 이는 마이너스 통장 한도 기준이 아니라 실제 사용된 대출 잔액이다.
5대 은행의 마통 잔액은 2021년 4월 말 53조원에 육박했다가 이후 하향 곡선을 그리며 2023년 2월 말 이후에는 30조원대에 머물렀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 주택담보대출 규제가 강화되고 국내외 증시 호황에 자금이 몰리면서 11월 말에는 40조원 수준으로 올라섰다. 올해 들어서 코스피가 6000선을 돌파하는 등 증시 호황이 계속되자 마통 잔액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은행에 묶어둔 자금이 증시로 이동하는 ‘머니 무브’(Money Move·자금 이동)도 가속화하고 있다. 5대 은행의 정기예금은 지난 5일 기준 944조1025억원으로, 지난달 말보다 2조7872억원 줄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들어 많은 투자자들이 주식 시장이 상승장이면 상승세에 올라타려고 하고, 주가가 내리면 저가 매수 기회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생긴 것 같다”며 “예금과 대출까지 더해 주식 시장으로 자금이 들어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문제는 주식 시장 변동성이 확대되고 금리마저 오르고 있다는 점이다. 주가가 하락하면 투자자들은 손실 위험을 떠안게 되는데, 대출을 받아 주식을 매수한 투자자는 금리가 오르면 이중고를 겪을 수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올해 1월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를 보면 일반신용대출금리는 신규 취급액을 기준으로 5.55%를 기록했다. 전달과 비교하면 0.32%포인트 하락한 수준이지만, 잔액 기준으로는 5.31%에서 5.34%로 0.03%포인트 올랐다. 금리 하단도 4%대로 올라섰다.
신용대출의 경우 담보가 없기 때문에 경기·시장 충격에 취약하고 차주 상환 여력이 약해질 경우 연체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는 점이 단점으로 꼽힌다. 은행 입장에서는 당장 높은 이자 마진을 챙길 수 있지만, 향후 건전성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자금이 증시에 묶여 있을 경우 소비 감소로 이어져 내수 경기에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빚투를 한 청년들의 경우 한 번의 시장 충격만으로도 경제적 재기가 불가능한 수준의 타격을 입는다”며 “증시가 호황이면 문제라고 생각되지 않지만, 하락기에는 마이너스 통장이 언제 터질지 모르는 뇌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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