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일반
‘이란 쇼크’ 번진 국내 증시…지정학 리스크 장기화 시험대
- [美·이란 전쟁, 시험대 선 韓 경제] ④
매도 사이드카 발동 하루 만에 매수 사이드카 발동…주식시장 변동성 커져
“장기화 여부가 핵심”…유가·환율·미국 증시가 결국 변수
[이코노미스트 송현주 기자] 한국의 주식시장이 출렁이고 있다. 지난 3월 4일 국내 증시는 급락과 급반등을 반복하며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서 매수 사이드카(프로그램 매수호가 일시효력정지)가 발동했다. 앞서 매도 사이드카와 서킷브레이커까지 잇따라 작동하면서 시장 변동성이 크게 확대된 상태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촉발된 중동 긴장이 글로벌 금융시장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국내 증시도 큰 변동성을 겪고 있는 것이다. 전쟁이라는 변수는 단기간에 투자심리를 위축시키며 위험자산 회피 흐름을 자극했고, 그 여파는 코스피와 코스닥을 가리지 않고 국내 증시 전반으로 빠르게 번졌다.
특히 한국처럼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은 경제 구조에서는 중동 리스크가 단순한 이벤트성 충격에 그치지 않기에 시장의 경계감이 커졌다. 국제유가와 환율, 글로벌 자금 흐름까지 동시에 흔들 수 있는 변수라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불안 심리가 확대됐다. 여기에 최근 증시 상승에 따른 고점 부담과 수출 중심의 산업 구조까지 겹치며 국내 증시는 다른 아시아 시장보다 더 민감하게 반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시장 충격은 단순한 지수 하락을 넘어 투자 심리 전반에 영향을 미쳤다. 투자자들은 단기 흐름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위험자산 비중을 줄였고, 그 과정에서 대형주와 경기민감 업종을 중심으로 매도 압력이 확대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한 반도체·자동차·2차전지 등 국내 증시를 이끄는 핵심 업종들이 동시에 약세를 보이면서 시장 전반의 투자심리가 빠르게 위축되는 모습이 나타났다.
다만 이후 시장은 일정 부분 안정을 찾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단기 충격으로 급락했던 지수가 반등 흐름을 보이면서 투자자들의 관망 심리도 점차 완화되는 분위기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급락을 지정학 리스크에 따른 단기 충격으로 보는 시각과 함께 글로벌 금융시장 흐름에 따라 변동성이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업종별 흐름에서도 전쟁 리스크가 시장 전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대로 드러났다. 방산·해운·정유 등 이른바 ‘전쟁 수혜주’로 꼽히는 업종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됐지만 실제 주가 흐름은 기대만큼 단순하지 않았다. 지정학적 이벤트 장세에서는 특정 업종에 단기 자금이 빠르게 몰렸다가 차익 실현 매물이 동시에 쏟아지는 경우가 많아 상승과 하락이 반복되는 높은 변동성이 나타나는 것이 일반적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방산주다. 중동 지역 긴장이 고조되면서 글로벌 방위산업 수요 확대 기대가 부각됐지만 주가 흐름은 일방적인 상승세로 이어지지 않았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현대로템·한화시스템·한국항공우주 등 주요 방산 종목들은 장중 등락을 반복하며 변동성이 확대된 모습이다. 한화시스템은 3월 3일 14만6700원에 장을 마감했지만, 하루 만에 11만6000원으로 하락했다. 하지만 지난 3월 5일 오전 10시 30분에는 14만1300원을 기록해 등락을 반복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국산 방공 무기 ‘천궁-Ⅱ’ 관련 이슈로 주목을 받은 LIG넥스원 역시 단기 급등 이후 차익 실현 매물이 나오며 높은 변동성을 보였다. 해운주 역시 비슷한 흐름을 나타냈다. 이란 군부가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해상 운임 상승 기대가 부각됐지만 시장 전반의 위험 회피 심리가 강화되면서 상승 흐름이 이어지지 않았다. HMM과 팬오션 등 주요 해운 종목들은 투자자들의 단기 매매가 집중되며 변동성이 확대되는 모습을 보였다. 국제유가 상승 기대감 속에 주목받았던 정유주 역시 방향성이 뚜렷하지 않았다. SK이노베이션과 S-Oil 등 주요 종목들은 유가 상승 기대와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가 엇갈리며 장중 등락을 반복하는 흐름을 보였다.
“지정학 리스크 장세”…단기 테마 매매에 변동성 확대
이처럼 지정학 리스크 장세에서는 특정 업종이 단기적으로 시장의 관심을 받더라도 지속적인 상승 추세로 이어지기보다 테마성 매매가 반복되며 높은 변동성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쟁이나 군사 충돌과 같은 지정학적 사건은 기업 실적이나 경기 지표와 달리 향후 전개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시장 변동성을 크게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특히 중동과 같은 에너지 공급 핵심 지역에서 긴장이 고조될 경우 국제유가와 환율, 글로벌 자금 흐름이 동시에 흔들리면서 금융시장에 불확실성이 빠르게 확대되는 특징이 있다.
이 때문에 투자자들은 장기적인 펀더멘털보다 단기 흐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을 보인다. 전쟁 관련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위험자산 비중을 줄이거나 단기 테마주로 자금이 이동하면서 시장 전체의 변동성이 확대되는 모습이 나타난다. 방산이나 해운, 에너지 업종 등 특정 테마로 자금이 빠르게 쏠렸다가 차익 실현 매물이 동시에 나오며 급격한 등락이 반복되는 것도 이러한 장세의 특징이다.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향후 시장 대응 전략을 두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반도체 수요가 여전히 견고한 만큼 현재의 낙폭을 저가 매수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과 외국인 자금 유출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바닥을 확인한 후 대응해야 한다는 신중론이 맞서고 있다.
그러면서도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미국 증시 흐름을 중요한 변수로 꼽고 있다. 고태봉 IM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장기화 여부가 핵심이다. 이번 사태가 길어지면 반도체주를 더 싸게 살 수 있는 타이밍이 분명 다시 올 것”이라며 “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 증시는 견조한 흐름을 보였는데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어떻게 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 시장이 잘 버텨준다면 국내 증시도 반등할 수 있기 때문에 미국 증시 데이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재원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방산과 해운 등 반사 수혜 기대 업종도 상승분을 반납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국내 증시는 단기 급등 부담과 차익 실현 심리가 겹치며 여타 아시아 증시 대비 하락 폭이 크게 나타났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사태가 단기 충격에 그칠지, 국제유가와 글로벌 자금 흐름을 흔드는 구조적 변수로 확대될지에 따라 향후 국내 증시의 방향성이 갈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가 올해 다른 지역보다 유독 많이 오르기는 했지만 코스피 급락에 대한 타격감은 상당하다”면서 “주가가 많이 올랐던 업종부터 우선 매도하는 무차별한 하락세가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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