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일반
“스마트폰 이을 혁신 제품은?”...메타의 신작 공개됐다 [한세희 테크&라이프]
- 포스트 스마트폰 시대 다음 주자로 스마트 글라스
커넥트 2025에서 새로운 기기 선보인 메타

[한세희 IT 칼럼니스트] ‘스마트폰 이후’ 시대는 어떤 모습일까. 스마트폰처럼 사람 마음을 사로잡고 늘 가까이에 두고 쓰며, 우리의 삶과 일의 방식을 송두리째 바꿀 다른 기기는 무엇이 있을까. 삶의 일부가 아니라 몸의 일부가 되어버린 듯 익숙해진 스마트폰을 들여다 보다 문득 이런 궁금증이 들곤 한다.
디지털 기술이 일상에 파고든 1980년대 이후 시간을 되짚어보면, 개인용 컴퓨터(PC)와 스마트폰이 세상에 가장 큰 변곡점을 만든 기기였다. 기기 자체만으로 세상이 바뀐 것은 아니었다. 인터넷과 이동통신 기술이 기기들을 촘촘히 엮어 정보와 미디어가 시공간을 넘어 자유롭게 흘러 다니게 되면서 삶은 진정으로 변했다.
PC와 스마트폰, 인터넷이 등장하며 세상이 바뀌는 것을 목격한 사람들은 이제 '다음'은 무엇일지 궁금해한다. 태블릿PC나 스마트워치, 스마트 스피커 등의 새로운 폼팩터들이 시도되었지만, 체감할만한 삶의 변화를 끌어내지는 못했다. 가상현실(VR) 기기에 대한 관심은 한창 끓어오르다 잠잠해진 느낌이다.
PC와 스마트폰의 잠재력을 폭발시킨 인터넷이나 이동통신 기술의 역할을 할 새 대표 선수는 굳어지는 분위기다. ‘인공지능(AI)’이다. 하지만 AI가 자리를 잡고 앉을 기기는 무엇이 될지 아직 불분명하다. 가까운 미래, 여전히 스마트폰과 PC는 AI를 접하고 활용하는 주요 기기로 남아있을까.
기기 관점에서 보면 아마도 통신망에 연결된 자율주행 차량이 유력한 다음 후보가 될 듯하다. 들고 다니는 모바일 기기가 아니라 타고 다니는 모바일 기기의 잠재력에 많은 사람들이 주목하고 있다.
또 하나 최근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기기 형태는 안경이다. 흔히 스마트 글라스라고 한다. 10년도 더 전에 구글이 카메라와 통신 장치가 달린 안경 시제품을 들고 나와 스마트 글라스 열풍을 일으켰다.
안경은 가장 자연스럽게 사람 몸에 붙어 있을 수 있는 물건이기에 잠재력은 크다. 하지만 작은 공간에 강력한 컴퓨팅과 디스플레이를 구현하기 어렵다는 점, 사회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점 등으로 시장에서 사라진 듯 보였다.
미래에서 온 안경, 스마트 글라스
스마트 글라스를 되살린 것은 메타였다. 메타는 선글라스 브랜드 레이밴과 손잡고 카메라와 스피커 등이 내장된 스마트 글라스를 수 년째 신제품을 내놓고 있다. 증강현실(AR) 시장 공략의 일환이었다. 스냅챗을 서비스하는 스냅이 조금 앞서 비슷한 제품을 내놓았고, 이후 구글이 스마트 글라스 개발을 재개했지만, 이 기기에 가장 진심인 것은 메타라 할 수 있다.
특히 메타가 최근 열린 자사 개발자 행사 ‘커넥트 2025’에서 공개한 신작 제품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AR 기기의 모습에 한걸음 더 다가선 모습을 보였다.

가장 눈에 띄는 제품은 ‘메타 레이밴 디스플레이’였다. 오른쪽 렌즈 아래 부분에 투명한 디스플레이가 작게 붙어 있어 디지털 정보를 현실 세계와 겹쳐서 볼 수 있다. 문자 메시지나 길 안내, 번역 등을 볼 수 있고, AI에 던진 질문에 대한 답이 뜬다. 시야각이나 해상도가 아주 좋지는 않지만, 안경 렌즈 일부를 차지하는 작은 화면에서 보기엔 큰 문제가 없다는 체험기가 나온다.
음성이나 터치 외에 손목에 차는 ‘뉴럴 밴드’로 조작할 수 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손목에서 나오는 미세한 전기 신호를 감지해 움직임을 읽고 작업을 수행한다.
지난해 행사에서 발표한 스마트 글라스 컨셉 제품 ‘오리온’에 기능적으로 조금 더 가까이 갔고, 무엇보다 상용 제품이다. 조만간 미국에서 출시된다. 가격은 799달러(약 112만원)부터 시작한다.
또 기존 모델보다 배터리 수명을 2배로 늘이고 3K 동영상 촬영이 가능한 ‘메타 레이밴 2세대’ 제품과 스포츠 활동에 특화된 ‘오클리 메타 뱅가드’를 함께 선보였다.
현실과 가상, 사람과 AI 구분이 없는 세계
스마트 글라스를 매개로 메타는 우리를 메타버스로 데려가고 싶을 것이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ㅈ바(CEO)는 행사에서 AI 기반 스마트 글라스가 “사용자의 ‘눈과 귀’가 될 것”이라며 “우리의 목표는 개인맞춤 초지능과 홀로그램 같은 실제적 현존감을 주는 좋은 디자인의 안경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것을 다 합치면 그것이 바로 ‘메타버스’라고도 했다.
사실 VR이나 AR, 혼합현실(MR) 등이 AI보다 먼저 주목받았다. 코로나19 시기를 거치며 페이스북은 메타버스 기업으로 전환한다며 회사 이름도 ‘메타’로 바꿔버렸다. 손실을 보면서도 대규모 투자도 이어갔다.
모바일을 장악한 애플이나 구글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장을 열 수 있는 새 컴퓨팅 플랫폼을 장악하겠다는 생각, 사람과의 관계라는 페이스북 본연의 상품을 디지털 세계로 확장하겠다는 생각 등이 결합된 것이었다.
하지만 메타버스 열풍은 식고 AI 시대가 와 버렸다. 메타 역시 초거대언어모델 ‘라마’를 만들고, AI 슈퍼 인재를 수 천억원씩 주고 데려와 초지능 연구팀을 꾸리는 등 AI에 대대적 투자를 했다.
철 지난 메타버스는 슬그머니 치워버린 것일까? 이번 행사를 통해 메타는 스마트 글라스라는 새로운 증강현실 컴퓨팅 기기를 초지능과 연결해 제시했다. 물리 세계와 디지털 세계가 합쳐진 새로운 세상에 필요한 새로운 기기와 AI 기반의 새로운 서비스를 주도하겠다는 것이다.
생체 신호를 읽어 기기를 조작하는 뉴럴 밴드 같은 기술은 향후 인간이 완전히 메타버스 속으로 들어가도록 돕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놔외 컴퓨터를 직접 연결하는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가 그 다음 단계가 될 것이다.
현실과 디지털의 구분이 없는 세상에서 우리는 사람과 AI 캐릭터, AI의 힘을 빈 사람이 구분되지 않는 소셜 네트워크를 살게 되지 않을까?
물론 제품을 첫 공개하는 행사에서 갑자기 기기가 먹통이 되며 데모를 망치는 판이니, 이런 세상은 아직 한참 더 기다려야 할지 모르겠다. 안경 속 AI가 이번 데모 때와는 달리 “한국 BBQ에 맞는 소스를 알려줘”라는 질문에 제대로 답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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