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자택 압수수색'은 반드시 필요한가 [김기동의 이슈&로(LAW)]
- 강제수사에 대한 사법적 통제 어디까지
국민 신뢰도 높이는 검찰개혁 필요

필자는 25년 간 검사로 재직하면서 특수부, 강력부와 같은 소위 ‘직접수사 부서’에서 오랜 기간 근무했다. 중요 사건은 거의 빠짐없이 피의자의 사무실과 집에 대한 압수수색으로 수사가 시작됐다. 집을 압수수색을 하지 않으면 수사의 기본을 지키지 않은 것처럼 생각했다.
다시 생각하게 된 ‘자택 압수수색’
검사로서 13년 차가 됐을 때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이런 수사 방식을 되돌아보게 된 계기가 생겼다. 당시 맡았던 사건 수사의 일환으로, 피의자 10여명의 사무실과 주거지 총 20곳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하려고 결재를 올렸다.
평소 결재를 거의 반려하지 않고 검사들의 의견을 대부분 받아주던 차장검사가 이례적으로 압수수색영장 청구서를 반려하며 내게 물었다. “사무실은 몰라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집까지 압수수색할 필요가 있나? 집에 범죄혐의와 관련된 자료가 있을 가능성이 얼마나 있나?.”
부끄러운 이야기이지만, 검사 생활 13년 동안 주거지에 대한 압수수색이 당사자에게 미치는 고통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지 못했다. 결국 핵심 피의자의 집만을 압수수색하고 나머지는 사무실만 압수수색했다. 주거지 일부가 압수수색 대상에서 빠졌지만 수사에 영향이 없었고, 수사도 잘 마무리됐다.
그 뒤로 필자는 특수부장, 수사단장 등 중요 수사 부서의 책임자를 거치면서 차장검사에게 배웠던 원칙을 지키려고 노력했다. 그 원칙에 입각하여 지시를 하면, 검사들은 과거의 내 모습처럼 불편해하고 당황했다. 특별수사의 원칙상 집까지 수사해야 한다는 고정관념 때문이다.
주거지는 사무실과 달리 가족공동체가 생활하는 사적 공간이다. 집에 수사관이 들이닥쳐 압수수색을 하게 되면 가족들이 받는 충격과 공포는 이루 헤아릴 수가 없다. 몇 년 전 지방에 있는 일선 지검장의 관사(아파트)가 다른 검찰청의 압수수색을 받은 적이 있다. 혐의사실은 다른 기관에 파견 나가 있을 때 그 기관의 업무 처리와 관련된 내용이다. 지방 관사에 수년 전 타 기관의 업무 처리와 관련된 자료가 있을 리가 있었겠는가? 주거지는 반드시 압수수색해야 한다는 관성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헌법 제12조 제3항에서 “체포·구속·압수 또는 수색을 할 때에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면서도 별도로 헌법 제16조에서 “모든 국민은 주거의 자유를 침해받지 아니한다. 주거에 대한 압수나 수색을 할 때에는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주거지 압수수색은 무엇보다 신중을 기하여야 한다는 취지다.
검사가 직접 수사(1차 수사)를 내려놓고 한 발 떨어져 수사를 바라보면, 과도한 강제수사가 눈에 들어올 것이다. 압수수색·체포·구속과 같은 강제수사는 국민의 기본권을 중대하게 침해하는 수사 활동이다. 강제수사에 대한 사법적 통제는 검사의 가장 기본적인 임무다.
법원에서 압수수색 영장 발부 전 심문제도를 검토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법관이전에 검사가 사법통제의 단계에서 역할을 제대로 한다면 수사의 밀행성 유지라는 측면에서 훨씬 더 효율적일 수 있다. 검사가 사법경찰관의 설명을 듣고, 사건 관계인도 면담한 후 압수수색 영장청구 여부나 그 범위를 결정할 수 있도록 제도화해야 한다. 아울러 주거지에 대한 압수수색은 범죄혐의의 중대성, 증거 존재의 개연성에 대한 별도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

검사들이여, 열정과 책임 다하라
현재 국회와 정부에서 검찰개혁이 추진되고 있다. 가장 시급한 과제는 형사사건의 처리 지연 문제를 개선하는 것이다. ‘수사의 장기화’야 말로 중대한 인권침해 행위다. 특히 기업은 장기간 수사를 받게 되면, 수사 결과 무혐의 처분을 받더라도 경영상 손해는 회복 불가능하다.
검찰과 사법경찰 간에 사건을 주고받으면서 결론을 미루는 ‘핑퐁식’ 사건 처리가 다반사다. 검경 간에 기록이 넘어갈 때마다 사건 번호가 새로 부여되기 때문에 실제 사건 처리 기간의 파악 자체가 쉽지 않다. 간단한 고소사건임에도 실질적인 사건처리 기간이 2, 3년은 기본이고, 4, 5년이 넘는 사례도 빈번하다.
앞으로 중대범죄수사청이 신설되면 사건 처리 지연 문제는 더욱 심화될 수 있다. 국세청 등 다른 국가기관은 조사 기간이 법률로 정해져 있다. 따라서 수사 기간을 법률로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예외적으로 꼭 필요한 경우에는 사법경찰은 검사의, 검사는 법관의 승인을 받아 연장할 수 있게 하면 된다.
최소한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가 개시된 사건에 대하여는 수사기간 제한이 반드시 필요하다. 구속사건은 10일 내 검찰로 송치하도록 돼 있다. 이에 준하여 압수수색에 착수한 사건은 일정 기간(6개월)이 지나면 검찰로 송치하고, 검찰도 일정 기간(3개월) 내 종국결정을 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파격적인 방안이지만, 도입될 경우 국민의 인권 보장에 큰 효과를 발휘할 것이다.
어려운 때일수록 검사와 검찰 구성원들은 국민들에게 더 다가가야 한다. 사건 관계인들은 담당 검사가 사건을 철저히 검토해서 정확하게 처리해 줄 것이라고 학수고대한다. 사법경찰의 수사가 잘못됐거나 미진하다고 하소연하는 목소리에 좀 더 귀를 기울여야 한다. 수사기록만 형식적으로 검토해서는 문제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힘들다. 검사들이 열정과 책임감을 다한다면 그 이익은 국민들에게 돌아갈 것이고, 국민은 검사들에게 신뢰를 되돌려줄 것이다.
김기동 법무법인 로백스 대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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