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종합 예술 그 자체”...샴페인 한 병에 담긴 가치 [와인인문학]
- 위대한 인물들의 찬사 속 가치 인정
역사·과학·예술·인간의 영감 등 담겨

시대를 초월한 명사들의 예찬
먼저 시대를 초월한 명사들의 예찬에서 샴페인에 대한 그들의 사랑과 고백을 되새겨 본다. 나폴레옹 보나파르트는 “승리했을 때 샴페인을 마실 자격이 있고, 패배했을 때는 샴페인이 필요하다.”(In victory, you deserve Champagne. In defeat, you need it.)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나폴레옹에게 샴페인은 단순한 축배가 아니었다. 그것은 승리의 보상이자 패배의 위로였다. 인생의 모든 희로애락을 함께하는 동반자였음을 의미한다.
마담 드 퐁파두르는 “샴페인은 마신 후에도 여자를 아름답게 남겨두는 유일한 와인이다.”(Champagne is the only wine that leaves a woman beautiful after drinking it.)라고 말했다. 루이 15세의 연인이었던 그녀의 이 말은 샴페인이 가진 우아함과 세련미 그리고 그 마법 같은 매력을 가장 잘 표현해 준다.
윈스턴 처칠은 “제군들, 기억하게. 우리가 싸우는 것은 프랑스만을 위함이 아닐세. 바로 샴페인을 위함일세.”(Remember gentlemen, it’s not just France we are fighting for, it’s Champagne.)라고 말했다. 제2차 세계대전 속에서 처칠이 남긴 이 말은 샴페인이 단순한 기호식품을 넘어 지켜야 할 문화와 문명의 상징이었음을 보여준다.
F. 스콧 피츠제럴드는 “무엇이든 과하면 해롭지만, 샴페인만큼은 과할수록 좋다.”(Too much of anything is bad, but too much Champagne is just right.)는 말을 남겼다. 소설 ‘위대한 개츠비’를 통해 광란의 1920년대를 묘사한 그는 샴페인을 통해 삶의 환희와 축복 그리고 즐거운 탐닉의 정점을 표현했다.
매릴린 먼로도 샴페인 애호가로 알려져 있다. 그는 “나는 샤넬 넘버 파이브를 뿌리고 잠자리에 들고, 파이퍼 하이직 한 잔으로 아침을 시작한다.”(I spray Chanel number five, go to bed, and start the morning with a cup of Piper Heidsieck.)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세기의 아이콘이었던 그녀에게 샴페인은 아침을 깨우는 활력이자 그녀의 화려한 삶을 완성하는 마지막 퍼즐 조각이었다.

유독 샴페인의 역사에서는 남성 중심의 와인 세계에서 놀라운 혁신을 이뤄낸 위대한 여성들의 이름이 빛난다. 27세에 남편을 잃은 뵈브 클리코 여사는 샴페인을 흐리고 지저분한 상태에서 맑고 영롱한 모습으로 탈바꿈시킨 ‘르뮈아주’ 기술을 발명했다. 그녀의 혁신은 샴페인의 품질을 극적으로 끌어올렸을 뿐 아니라 뛰어난 사업 수완으로 뵈브 클리코를 세계적인 샴페인 하우스로 성장시켰다.
19세기 중반까지 샴페인은 매우 단맛이 강한 디저트 와인이었다. 남편을 잃고 사업을 물려받은 잔 알렉상드린 루이즈 포므리 여사는 단맛을 선호하지 않는 영국 시장을 겨냥해, 당분 첨가를 최소화한 최초의 ‘브뤼’(Brut) 스타일 샴페인을 1874년에 선보였다. 그녀의 과감한 도전은 전 세계 샴페인의 표준을 바꾸는 역사적인 전환점이 됐다.
릴리 볼랭저는 제2차 세계대전의 포화 속에서도 볼랭저 하우스를 굳건히 지켜냈다. 특히 품질에 대한 그 어떤 타협도 거부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샴페인의 품질 유지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으며 “나는 행복할 때 샴페인을 마신다.”(I drink champagne when I’m happy.)는 명언을 남기며 볼랭저를 단순한 샴페인이 아닌 하나의 라이프스타일 아이콘으로 만들었다.
카미유 올리-로드레 여사는 대공황과 전쟁으로 어려운 시기에 루이 로드레 하우스를 물려받았다. 그는 샴페인의 품질이 결국 포도밭에서 시작된다는 신념으로 최고급 포도밭을 공격적으로 매입했다. 그의 선구안적인 투자는 오늘날 루이 로드레가 최고의 샴페인 하우스 중 하나로 굳건히 자리매김하는 초석이 됐다.
샴페인은 때로는 운명을 결정짓는 신화적인 상징이 되기도 했다. 오래전부터 선박 진수식에는 샴페인병을 뱃머리에 깨뜨리며 안전한 항해를 기원하는 전통이 있었다. 하지만 20세기 초 호화 여객선 타이타닉호가 이 진수식을 생략했고, 결국 첫 항해에서 비극적인 침몰을 맞이했다는 설은 유명하다. 이 이야기는 샴페인이 단순한 축복의 의미를 넘어, 성공과 안전을 기원하는 강력한 상징임을 보여준다.
나폴레옹은 전쟁에 나설 때마다 모엣 샹동의 지하 셀러를 찾아, 칼로 샴페인 병의 목을 날리는 ‘사브라주’(Sabrage) 의식으로 승리를 기원했다. 하지만 그가 워털루 전투에 출정하기 전에는 이 의식을 치르지 못했고, 결국 전투에서 패배한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이처럼 샴페인은 역사의 중요한 순간마다 함께하며 때로는 승리의 예언, 때로는 실패의 복선으로 작용하는 신비로운 존재감을 드러냈다.
샴페인은 다른 스파클링와인에 비해 가격이 비싸다. 그 이유는 단순히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넘어 역사적 가치와 규제 등이 가격에 온전히 반영되기 때문이다.
원산지 명칭 통제(AOC)라는 프랑스 법규에 따르면 샴페인이라는 명칭은 프랑스 샹파뉴 지역에서 지정된 포도 품종·재배 방법·양조 방식에 따라 생산된 스파클링와인에만 사용할 수 있다. 샹파뉴 지역은 지리적으로 한정돼 포도밭 면적에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이곳의 포도밭은 세계에서 비싼 농지 중 하나다.
샴페인은 한잔의 술이 아니다. 그것은 위대한 인물들의 찬사 속에서 가치를 인정받고, 불가능에 도전한 과학 기술의 힘으로 완성됐으며, 시대를 앞서간 선구자들의 영감으로 빚어진 하나의 종합 예술 작품이다. 이 모든 요소가 어우러져 샴페인을 단순한 음료를 넘어선 명실상부한 ‘궁극의 음료’로 만든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브랜드 미디어
브랜드 미디어
유럽 동정적 사용은 ‘효과 입증’ 필수…젬백스, 알츠하이머 임상2상 성공 청신호?
바이오 성공 투자, 1%를 위한 길라잡이이데일리
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
태민 "日 지진 발언 경솔"…뭐라 했길래
대한민국 스포츠·연예의 살아있는 역사 일간스포츠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단독]"이주비 규제해 투기 막겠다"는 정부…'졸속 규제' 논란
세상을 올바르게,세상을 따뜻하게이데일리
이데일리
이데일리
한산한 회사채 시장… 7년물 발행하는 HD현대
성공 투자의 동반자마켓인
마켓인
마켓인
유럽 동정적 사용은 ‘효과 입증’ 필수…젬백스, 알츠하이머 임상2상 성공 청신호?
바이오 성공 투자, 1%를 위한 길라잡이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