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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가뜩이나 어려운데” 한숨만...극에 달한 배달앱 불신

유통

배달플랫폼(배달앱)을 바라보는 자영업자들의 시선이 차갑다. 기업들이 이윤 추구를 위해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자영업자들의 숨통을 옥죌 정도로 과하다는 지적이다. 산업 구조상 배달앱과 자영업자는 공생 관계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들의 신뢰도는 이미 바닥끝까지 추락한 상태다.배달앱, 동반자에서 공공의 적으로배달앱이 세상에 등장한 것은 지난 2010년이다. 당시 배달통, 배달의민족(배민) 등이 전단지 기반의 오프라인 배달 정보를 온라인으로 옮기면서 주목받았다. 이후 앱을 통한 주문 중개를 시작하며 국내 배달 시장에 새 바람이 불었다. 당시 자영업자들은 고객과의 접점을 확대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배달앱을 바라봤다.자영업자들이 배달앱을 통해 매출 증대를 경험한 것은 사실이다. 경나경 싱가포르국립대 정보시스템 및 데이터분석학과 교수가 농림축산식품부 외식업체 경영 실태조사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배달앱 이용 음식점의 연간 매출은 미이용 음식점 대비 7067만원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배달앱과 자영업자의 공생 관계가 이어지면서 관련 시장은 급성장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온라인 음식 서비스(배달)의 지난해 거래액은 전년 대비 14.3% 증가한 36조9891억원으로 집계됐다. 시장이 커지면서 배민, 쿠팡이츠, 요기요, 땡겨요 등 자영업자들의 선택지도 다양해졌다.문제는 시장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이해관계자 간 신뢰도 하락이라는 부작용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배달앱과 입점업체 간 수수료 갈등이다. 정부 주도하에 지난해부터 수수료 갈등을 봉합하기 위한 노력이 병행되고 있고, 차등 수수료 등의 상생안이 도출되기도 했으나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평가를 받는다.새 정부가 출범한 올해도 배달 수수료 갈등을 둘러싼 이해관계자 간 갈등은 지속되고 있다. 업계 1위 배민과 2위 쿠팡이츠가 더불어민주당 ‘을(乙) 지키는 민생 실천 위원회’(을지로위원회), 전국가맹점주협의회, 공정한플랫폼을위한사장협회(공플협)와 사회적 대화를 이어가고 있지만 좀처럼 진전이 없다. 바닥까지 떨어진 신뢰도...“이제 정말 못 믿어”이런 가운데 업계 1위 자리를 유지하기 위한 배민과 입지를 다지려는 공공앱 땡겨요의 행보가 자영업자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배민이 지적받는 부분은 올해 들어 실시한 포장 수수료 부과와 한그릇 서비스 도입, 현재 추진 중인 교촌에프앤비(교촌치킨 운영사)와의 독점 계약 등이다. 가게 수익성 강화 등이 기대된다는 배민 측과 달리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는 “배민만 돈 버는 구조”라는 얘기가 나온다.배민, 쿠팡이츠 등에 입점해 있는 치킨 프랜차이즈의 한 가맹점주는 “중개수수료, 배달비, 결제수수료, 부가세 등을 포함하면 주문금액의 40% 이상은 앱으로 넘어간다”며 “가뜩이나 경기가 어려운데, 부담이 크다”고 하소연한다.특히 최근 드러난 배민과 교촌에프앤비와의 전략적 협업 추진 소식은 배달앱에 대한 자영업자들의 불신에 기름을 부었다. 최근 배민은 교촌에프앤비 측에 쿠팡이츠 미입점 시 우대 혜택 제공이라는 전례 없는 조건을 제시했다. 일부 가맹점주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교촌에프앤비 측에 따르면 본계약 체결 전 진행 중인 설명회에서 일부 가맹점주가 배민과의 협업에 동의했다.양사 간 협업에 부정적인 의견을 가진 가맹점주들도 존재한다. 서울 마포구에서 교촌치킨을 운영하는 한 가맹점주는 “협약 기간도 짧다고 들었고, 이게 끝나면 배달앱이 어떻게 태도를 바꿀지 모른다”며 “또 쿠팡이츠에서 더 좋은 조건을 주고 오라고 할 수도 있다고 생각된다”고 말했다.서울 양천구에서 교촌치킨 운영하는 가맹점주는 “솔직히 배달 얘기 지겹다. 주문 들어오면 치킨 한마리 팔아도 6000~7000원 정도 돈을 가져간다”며 “본사에서 점주들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얘기는 들었다. 그런데 배민보다 쿠팡이츠 주문이 더 많으면 혜택 못 받는 것 아니냐. 이게 맞는 건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자영업자들의 배달앱에 대한 불만은 배민만의 문제가 아니다. 최근에는 저렴한 중개수수료로 자영업자들의 지지를 받던 공공 배달앱 땡겨요도 뭇매를 맞고 있다. 자체배달 서비스인 땡배달의 시범 도입 계획을 밝혀서다.을지로위원회와 배달앱 사회적 대화기구에 참여 중인 공플협은 “땡배달 서비스 도입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즉각적인 철회를 요구한다”고 꼬집었다.그러면서 “땡배달은 민간 배달앱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은 자체배달 시스템이다. 이로 인한 피해는 자영업자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갈 것이다. 이는 상생을 추구해 온 땡겨요의 철학과 정면으로 충돌한다”고 덧붙였다.이 같은 자영업자들의 배달앱을 향한 불신에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특정 사례가 자칫 전체 배달 시장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점주와 라이더, 기업, 소비자 등 4개의 축이 굳건해야 배달 산업이 발전할 수 있다”며 “최근 배달앱이 악마화되는 것 같아 우려된다. 일부 사례가 전체 시장에 영향을 끼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2025.07.06 17:00

3분 소요
모듈러·UAM 등 신사업 도전하는 GS건설

부동산 일반

GS건설이 신사업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내민 모습이다. 현재 GS건설이 진행 중인 신사업은 모듈러 주택과 도심항공교통(UAM) 등이다.현재 모듈러 주택사업은 허윤홍 대표의 역점 신사업 중 하나다. 모듈러주택은 공장에서 주택 모듈을 제작한 후 현장으로 운송해 조립하는 방식으로 시공된다. 모듈 운송 후 현장 시공에 소요되는 기간은 약 1주일 정도에 불과하며,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폐기물과 소음 등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GS건설이 진행 중인 모듈러 사업은 국내와 해외로 양분된다. 국내에선 ‘자이가이스트’를 통해 단독형 주택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자이가이스트는 2020년 GS건설이 100% 출자해 설립한 목조 모듈러 주택 전문 회사다. 설립 초기에는 기업 간 거래(B2B)를 중심으로 일정 부지에 여러 채를 짓는 단지형 주택을 공급했다. 이후 소비자 수요 증가에 맞춰 기업·소비자 간 거래(B2C) 모델로 사업을 확장했다.허윤홍 대표의 역점 신사업 중 하나인 모듈러 주택 자이가이스트가 공급하는 모듈러주택은 구조체를 공장에서 생산해 현장 근로자의 숙련도에 따라 차이를 보이는 일반 단독주택과 다르게 균일한 품질을 확보할 수 있다. 현장 공정을 최소화해 설계와 인·허가 기간을 제외하고 빠르면 2개월 내 공급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특히 GS건설 자이(Xi)의 설계와 기술력, 인테리어 컨셉 등이 적용돼 단독주택 수요자도 자이가이스트의 목조모듈러주택에서 자이(Xi) 브랜드 프리미엄을 누릴 수 있다. 지난해에는 기업·정부 간 거래(B2G) 시장까지 영역을 넓히며 정부·지자체 대상 단지형 주택 수주, 기업체 임직원 숙소 건설 등 사업 확장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아울러 지난해 경동나비엔과 협약을 통해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본격 도입하기도 했다. 자이가이스트의 모듈러 주택에 경동나비엔의 IoT 기술을 적용, 스마트폰을 통해 원격으로 보일러, 환기 청정기, 일괄 소등 스위치 등을 제어할 수 있게 한 것이다. 특히 동절기 네트워크 스위치를 통해 열선을 원격으로 제어할 수 있어 상수관 동파 위험을 방지할 수 있게 됐다. 집안에 설치된 침입감지 센서를 통해 불법 침입이 감지되면 스마트폰으로 알려주고, CCTV 카메라로 확인 가능해져 보안 기능도 강화됐다.해외 시장에선 지난 2020년 인수한 단우드(폴란드)와 엘리먼츠(영국)를 통해 유럽 주택 시장을 공략 중이다. 단우드는 주로 독일 시장을 대상으로 목조 모듈러 주택을 공급하는 업체다. 엘리먼츠사는 철제구조 모듈을 공급하는 업체로 글로벌 개발사와 시행사 등을 고객으로 두고 있는 기업이다.GS건설은 모듈러 주택사업과 관련해 기술과 공법에 대한 연구개발에도 힘쓰고 있다. 지난 2022년 기존 스틸 모듈러 빌딩에서 고질적인 시공 문제로 꼽히던 내화 시스템과 구조 접합 시스템을 개선하는 신공법을 개발했다. GS건설이 개발한 스틸 모듈러 기술의 핵심은 3시간 내화 뿜칠(스프레이 도장) 시스템과 원터치 결합 방식의 퀵 커넥터 기술이다. 그동안 스틸 모듈러는 품질 안정성의 핵심인 내화 설계와 구조 접합에서 복잡한 현장 시공이 필요해 시공성과 경제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GS건설은 기존 신사업본부 내 프리패브(조립식 주택) 사업그룹을 별도 프리패브실로 독립시키고 영업부문을 3개 본부(건축·주택, 플랜트, 인프라)와 3개 실(개발사업실, 신사업실, 프리패브실) 체제로 재편했다. 이는 수처리(GS이니마)에 집중됐던 신사업 축을 개편해 모듈러 주택을 핵심 축으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반영한 조치로 풀이된다.현재 모듈러 건축 시장은 전 세계적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마켓앤마켓에 따르면 세계 모듈러 건축 시장 규모는 2024년 1041억달러에서 2029년 1408억달러로 확대될 전망이다. 국내 모듈러 시장 규모도 2030년 2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GS건설은 UAM 시장에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GS건설은 지난 6월 유아이그룹과 UAM 사업 초기 상용화를 공동 추진하기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업무협약을 시작으로 GS건설은 UAM 주요 섹터별 사업자들과 함께 통합서비스 제공을 위한 사업협력 구축을 주도한다. 유아이그룹은 운항 및 항공정비 전문역량을 바탕으로 기체 운항안전 및 유지·정비 체계수립, 인력 양성 및 훈련 등의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구체적인 협력 분야는 ▲UAM 초기시장 비즈니스 모델 개발 ▲시범사업 추진을 위한 부산광역시와의 협력 강화 ▲실질적 UAM 통합운용 체계 구축 ▲UAM 산업 기반 조성을 위한 중장기적 협력 모색 등 다양한 분야가 포함됐다. 글로벌 755조원 시장 예상되는 UAM에도 진출GS건설과 유아이그룹은 국토교통부 및 지자체 주도의 UAM 시범사업에 공동으로 준비하고, 도심 내 안전한 운항을 위한 실제적 역량과 체계를 구축, 도심항공교통 초기 시장 진입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또한, 단순 시범사업 참여를 넘어, 중장기적으로 국내외 UAM 시장 확장을 위한 공동 비즈니스 모델을 모색하고 구체화할 계획이다.GS건설 관계자는 “이번 업무협약은 GS건설이 UAM 통합운영사업자이자 전략적 투자자로서 초기 시장에서 실행 기반을 확보하기 위한 중요한 계기”라며 “유아이그룹과의 협력은 실질적인 운항사업 역량확보에 큰 시너지를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한편 UAM은 전기로 구동하는 전기수직이착륙기(eVTOL) 기반 항공 이동 서비스다. ‘하늘을 나는 택시’로 불린다. 도심에서 활주로 없이 수직 이착륙이 가능하고 다양한 육상 교통수단과 연계할 수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글로벌 UAM 시장은 2025년 13조원에서 2040년 755조원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2025.07.06 10:00

4분 소요
물가 안정 기여하는 롯데마트...“할인 상품, 고객이 직접 고른다” [이코노 인터뷰]

유통

서민들의 먹거리를 책임지는 대형마트의 고민이 깊어진다. 경기침체 장기화로 고객들이 좀처럼 지갑을 열지 않아서다. 이런 상황에서 대형마트가 할 수 있는 것은 ‘할인’을 통한 집객이다. 무섭게 치솟은 밥상 물가에 대한 고객 부담을 줄여주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상황이다.1년 365일 대형마트는 할인 중심영준 롯데마트·슈퍼 커머스마케팅팀장은 와의 인터뷰에서 “대형 할인 행사 기획은 1년에 4~5개 정도 진행하고 있다”며 “이 외에 크고 작은 것들을 포함하면 1년 52주 항시 할인 행사를 진행한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롯데마트·슈퍼가 365일 할인 행사를 진행하는 이유는 고물가로 위축된 소비심리의 회복이 중요해서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은 전년 대비 1.4% 늘어난 295만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실질소비지출은 전년 대비 0.7% 줄었다. 물가 상승분을 제외하면 실제 소비량이 감소했다는 뜻이다. 이는 2023년 2분기(-0.5%) 이후 7분기 만의 첫 마이너스 성장세다. 지난 6월 출범한 이재명 정부가 최우선 국정 과제로 물가 안정, 민생 회복 등을 꼽은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롯데마트·슈퍼는 정부의 물가 안정 기조에 발맞춰 다양한 활동에 나서고 있다. 심 팀장은 “롯데마트·슈퍼는 해양수산부와 함께 하는 활동 등 정부 주도의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며 “자체적으로는 고물가로 인한 고객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더 핫 캠페인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더 핫 캠페인’은 ▲이번주 핫 프라이스 ▲이달의 핫 자체 브랜드(PB) ▲공구핫딜 ▲마이 핫 프라이스로 구성된다. 구매 빈도가 높은 필수 상품 위주로 초저가 판매를 지향하는 롯데마트·슈퍼의 물가 안정 프로젝트다.특히 마이 핫 프라이스는 지난 1월 커머스마케팅팀으로 자리를 옮긴 심 팀장이 심혈을 기울여 준비한 행사다. 이 행사는 고객들의 의견을 취합해 행사의 할인 품목을 정하는 것이 특징이다. 그는 실질적으로 고객이 체감할 수 있는 상품을 선정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심 팀장은 “자사 앱과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고객 설문을 진행하는데, 회사의 예상과 다른 결과들이 나와 놀랐다”며 “일례로 참치와 스팸 중 할인을 받았으면 하는 품목을 선택해달라고 고객들에게 요청했는데, 내부 예상을 뒤엎고 참치를 원하는 고객들이 많았다”고 말했다.이어 “이번 초복에는 기존의 대결 구도와 다르게 MBTI 유형별로 어떤 상품을 원하는지 조사하고 있다. 고객들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접근 중”이라고 덧붙였다. 롯데의 고유 아이덴티티를 고민하다물론 롯데마트·슈퍼만 할인 행사를 진행하는 것은 아니다. 이마트 등 경쟁사도 사실상 1년 365일 할인 행사를 진행한다. 이런 상황에서 심 팀장이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롯데’만의 정체성을 잃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이런 고민 끝에 최근 나온 결과물이 15년 만에 부활한 ‘통큰 치킨’이다. 롯데마트·슈퍼는 지난달 26일부터 상반기 결산 행사인 ‘통큰 세일’을 진행 중이다. 이 행사는 이달 9일까지 약 2주 동안 진행된다.심 팀장은 “롯데마트·슈퍼의 고유한 정체성에 대해 많이 고민했다”며 “이 과정에서 통큰을 제대로 해보자는 얘기가 나왔다. 통큰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통큰 치킨이었고, 최근 치킨 가격에 대한 이슈도 있어 마진을 줄여보자고 구성원들과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통큰 치킨’은 2010년 롯데마트·슈퍼가 선보인 5000원짜리 가성비 치킨이다. 당시 풍성한 양과 저렴한 가격으로 많은 고객들의 관심을 받은 바 있다. 치킨 한 마리가 2~3만원인 요즘, 15년 전 가격 그대로 출시된 통큰 치킨은 없어서 못 파는 존재가 됐다. 매장당 판매 가능 물량이 200~250마리 정도인데, 대체로 오전 시간에 대부분 완판된다.롯데마트·슈퍼는 올해 통큰 치킨 물량을 넉넉히 준비했다. 지난해 말부터 사전 준비를 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심 팀장은 “사전에 업체들과 미리 기획을 하고 준비한 덕분에 물량 확보가 가능했다”며 “이런 사전 준비들이 있었기 때문에 원가 역시 낮출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물가 안정을 위한 롯데마트·슈퍼의 노력은 새 정부 출범 이전부터 계속돼 왔다. 지난 3월 롯데마트·슈퍼의 창립 27주년을 기념해 기획된 연중 최대 규모 행사인 ‘땡큐절’도 고객들의 물가 부담을 대폭 낮춘 행사로 평가받는다. 이 행사는 1000원대 한우, 식료품 반값 등으로 고객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심 팀장은 “땡큐절은 지난해 행사가 끝나자마자 5개월 정도 MD들과 협의하며 사전 준비를 한 행사”라며 “사전 준비 기간도 길었고, 마케팅팀에서도 관여한 부분이 많아 기억에 남는다. 신규 고객의 유입도 많아 결과가 좋았다”고 회상했다.고객들의 물가 부담을 줄이기 위한 롯데마트·슈퍼의 노력은 자연스럽게 매출 신장으로 이어졌다. 회사에 따르면 통큰 행사의 4일(6월 26~30일) 간 매출은 전년 15% 올랐다. 땡큐절의 경우는 평상시 보다 매출이 20% 이상 증가했다.앞으로도 롯데마트·슈퍼의 물가 안정을 위한 노력은 계속될 예정이다. 심 팀장은 “롯데마트·슈퍼의 비전은 넘버원 그로서리 마켓이 되는 것”이라며 “고객들이 언제든 방문해 믿을 수 있는 상품을 좋은 가격에 구매할 수 있도록 계속해서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그러면서 “고객들이 장을 볼 때 확실한 첫 번째 선택지가 될 수 있도록 실질적인 고객 혜택을 준비하고, 계속해서 롯데마트·슈퍼를 알릴 수 있는 활동들에 나설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2025.07.06 10:00

4분 소요
국가 바뀌지 않으면 AI 한국 떠난다 [이근면의 시사라떼]

전문가 칼럼

인공지능(AI)이 열풍이다. AI가 대한민국이자 미래고 5000P라 한다. 전국민이 열광하는 AI는 우리 옆에 성큼 시대의 선물로 올 것만 같다. 그런데 자동차의 겉모습만 화려하다고 자동차 시대가 될까? 고속도로, 정비 능력, 주유소, 엔진, 특히 운전자는? 환경과 생태계가 시급한데 우선순위를 차분히 생각할 때이다. 좋은 숲을 만들고 싶다면 못생긴 소나무만이 산을 지킨다는 경귀를 잊지 말자. 세계적 인재 쟁탈의 시대이다. 인재가 나고 일 할 생태계를 구성하는 것은 시대의 책임이다. 국가전략의 총체적 재구성 필요AI는 이미 산업의 판을 바꾸고 있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건 기술 자체가 아니다. AI 시대의 경쟁력은 이 기술을 다룰 ‘사람’, 그 사람을 품은 ‘기업’, 그리고 그 기업을 규율하는 ‘국가의 제도와 법’이 어떻게 설계돼 있느냐에 달려 있다.말로는 ‘AI 강국’을 외치면서 정작 그 기반이 되는 인재는 없고 기업은 법에 묶여 있으며 노동 제도는 과거 산업사회의 유산에 갇혀 있다면 그 나라는 혁신의 주도권을 가질 수 없다. 인공지능은 이제 과학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시스템 전반을 재설계해야 하는 시대적 과제가 된 것이다.기술은 사람이 만들고 그 사람은 훈련을 통해 길러진다. AI 시대에 필요한 인재는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을 설계하며 다양한 분야를 연결할 줄 아는 융합형 인재가 중심이다.그런데 우리 사회는 아직도 대학 중심, 학력 중심, 정답 중심의 인재 양성 구조에 머물러 있다. 'AI 인재 10만 명 양성'이라는 정부 목표는 요란하지만 정작 기업이 원하는 실전형 인재는 배출되지 않는다. 결국 해외 인재를 수입하거나 우리 청년들은 더 나은 조건을 찾아 해외로 빠져나간다.이제는 숫자가 아니라 내용이 중요하다. 실무 중심의 AI 교육 플랫폼 구축, 학위보다 역량을 중시하는 인증 제도 도입, 기업과 대학, 연구기관이 협력하는 실전 훈련 체계, 청년 대상 AI 창업 전용 지원 시스템이 함께 돌아가야 한다. 이러한 구조는 단발성 예산 지원이 아니라 국가전략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 진부한 대학교육의 가두리를 벗어나 기업형, 실전형 인재양성 실행 시스템이 절실하다. AI 기술은 실험과 반복, 속도와 민첩성이 생명이다. 그런데 주52시간 근로제처럼 정해진 시간만큼만 일하고 그 외에는 연구실조차 출입하지 못하는 제도 아래서 혁신이 가능할까? 특히 스타트업은 낮에는 회의하고 밤과 주말에 코드를 짜고 테스트한다. 이것이 현실이다.현행 노동법은 안전망 역할을 하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모든 산업에 일률적으로 적용되면서 도리어 과거 산업의 틀이 신산업의 싹을 자르고 있다. AI 시대에 맞는 노동 제도로의 전환이 필요하다.첫째, 근로시간 총량제를 기반으로 한 근로 시간 자율화가 필요하다. 둘째, 성과 기반 계약제의 유연한 적용과 고용의 탄력성을 확보해야 한다. 셋째, 재택·원격근무 등의 근무 형태 다양화를 수용하고 멀티 JOB 종사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 넷째, 산업 특성별 차등 적용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이러한 제도는 노동자의 희생 강요가 아닌 기업의 성장과 개인의 자율을 동시에 보장하는 상생 구조로 가는 길이다. 그릇을 지키려면 깨지 말아야 한다. 노조도 시대에 맞춰 진화해야 노조는 노동자의 권익을 지키는 중요한 조직이나 산업이 바뀌면 그 방식도 바뀌어야 한다. AI는 전통적인 노동을 빠르게 대체한다. 자동화, 로봇, 생성형 AI가 이미 금융, 물류, 교육, 서비스 분야의 많은 일자리를 대체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규직 중심의 강성 노조가 기존 일자리를 절대적으로 지키려 하거나 신규 고용을 제한하려 든다면 전체 산업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AI 시대에 필요한 것은 ‘투쟁형 노조’가 아니라 미래형 ‘전환형 노조’다 역량과 직무 전환 훈련에 적극 참여하고 기업과 공동으로 기술 내재화에 나서며 성과에 따른 보상 시스템을 수용하는 성장형 파트너로의 변화가 필요하다. 노조가 산업 전환의 주체로 진화하지 못하면 그 틈을 다국적 기업과 플랫폼 기술이 가져가 내 일자리는 사라질 것이고 이는 장기적으로 국내 일자리 기반 자체를 갉아먹게 된다.AI 기술을 둘러싼 규제는 아직도 ‘무엇을 하면 안 되는가’에 집중돼 있다. 개인정보보호법, 의료정보 활용 제한, 데이터 이동 제한 등은 AI 산업의 생태계를 가로막는 장벽이 되고 있다. 심지어 ‘AI 윤리’라는 이름으로 기술 개발 자체에 부담을 주는 움직임도 있다. 물론 기술은 윤리와 함께 가야 하지만 그것이 기술 발전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된다. 국가는 이제 산업의 심판자가 아닌 코치가 되어야 한다.선허용-후규제 원칙으로 신기술 실증특구 확대, 정부 주도의 간접 기술 투자와 규제개선 컨트롤타워 구축, AI 기술과 사회적 안전망을 병행 발전시키는 전략적 접근의 선택 없이는 한국은 규제의 정글 속에서 다른 나라가 만든 AI를 수입만 하게 될 것이다. 결국 국가가 해야 할 일은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날 수 있는 생태계를 설계하는 일이다.인재가 모이고 기업이 자유롭게 실험하며 성과에 따라 보상이 돌아가고, 실패에도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제도. 이것이 AI 시대 일자리 정책의 핵심이다. 정답은 없다. 그러나 분명한 방향은 있다. 규제보다 실험을, 통제보다 신뢰를, 고정보다 유연함을 선택하는 것. 이것이 국가가 미래를 준비하는 자세다. 미래는 지금 시작된다. AI는 국가의 운명을 바꿀 수 있지만 기술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그 기술을 움직일 사람, 그 사람이 일하고 살아갈 수 있는 제도, 그 제도를 설계할 국가 전략이 함께 맞물려야 한다. 미래는 기술이 아니라 그 기술을 가능하게 하는 생태계가 결정한다. 인재가 울창한 숲, 국가가 그 길을 열어야 한다. 지금이 바로 그 출발점이다.

2025.07.06 10:00

4분 소요
“종합 예술 그 자체”...샴페인 한 병에 담긴 가치 [와인인문학]

유통

“샴페인은 과연 궁극의 음료인가?”라는 질문에 우리는 주저 없이 “그렇다”라고 답한다. 그 이유는 단순히 황금빛 액체와 섬세한 기포에만 있지 않다. 샴페인은 역사·과학·예술·인간의 영감이 한 병에 응축된 종합 예술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역사를 바꾼 인물들의 사랑과 찬사, 불가능을 가능케 한 과학 기술의 발전 그리고 세상을 놀라게 한 여성들의 혁신이 없었다면 오늘날의 샴페인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시대를 초월한 명사들의 예찬먼저 시대를 초월한 명사들의 예찬에서 샴페인에 대한 그들의 사랑과 고백을 되새겨 본다. 나폴레옹 보나파르트는 “승리했을 때 샴페인을 마실 자격이 있고, 패배했을 때는 샴페인이 필요하다.”(In victory, you deserve Champagne. In defeat, you need it.)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나폴레옹에게 샴페인은 단순한 축배가 아니었다. 그것은 승리의 보상이자 패배의 위로였다. 인생의 모든 희로애락을 함께하는 동반자였음을 의미한다.마담 드 퐁파두르는 “샴페인은 마신 후에도 여자를 아름답게 남겨두는 유일한 와인이다.”(Champagne is the only wine that leaves a woman beautiful after drinking it.)라고 말했다. 루이 15세의 연인이었던 그녀의 이 말은 샴페인이 가진 우아함과 세련미 그리고 그 마법 같은 매력을 가장 잘 표현해 준다.윈스턴 처칠은 “제군들, 기억하게. 우리가 싸우는 것은 프랑스만을 위함이 아닐세. 바로 샴페인을 위함일세.”(Remember gentlemen, it’s not just France we are fighting for, it’s Champagne.)라고 말했다. 제2차 세계대전 속에서 처칠이 남긴 이 말은 샴페인이 단순한 기호식품을 넘어 지켜야 할 문화와 문명의 상징이었음을 보여준다.F. 스콧 피츠제럴드는 “무엇이든 과하면 해롭지만, 샴페인만큼은 과할수록 좋다.”(Too much of anything is bad, but too much Champagne is just right.)는 말을 남겼다. 소설 ‘위대한 개츠비’를 통해 광란의 1920년대를 묘사한 그는 샴페인을 통해 삶의 환희와 축복 그리고 즐거운 탐닉의 정점을 표현했다.매릴린 먼로도 샴페인 애호가로 알려져 있다. 그는 “나는 샤넬 넘버 파이브를 뿌리고 잠자리에 들고, 파이퍼 하이직 한 잔으로 아침을 시작한다.”(I spray Chanel number five, go to bed, and start the morning with a cup of Piper Heidsieck.)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세기의 아이콘이었던 그녀에게 샴페인은 아침을 깨우는 활력이자 그녀의 화려한 삶을 완성하는 마지막 퍼즐 조각이었다. 샴페인의 역사를 바꾼 위대한 여성들유독 샴페인의 역사에서는 남성 중심의 와인 세계에서 놀라운 혁신을 이뤄낸 위대한 여성들의 이름이 빛난다. 27세에 남편을 잃은 뵈브 클리코 여사는 샴페인을 흐리고 지저분한 상태에서 맑고 영롱한 모습으로 탈바꿈시킨 ‘르뮈아주’ 기술을 발명했다. 그녀의 혁신은 샴페인의 품질을 극적으로 끌어올렸을 뿐 아니라 뛰어난 사업 수완으로 뵈브 클리코를 세계적인 샴페인 하우스로 성장시켰다.19세기 중반까지 샴페인은 매우 단맛이 강한 디저트 와인이었다. 남편을 잃고 사업을 물려받은 잔 알렉상드린 루이즈 포므리 여사는 단맛을 선호하지 않는 영국 시장을 겨냥해, 당분 첨가를 최소화한 최초의 ‘브뤼’(Brut) 스타일 샴페인을 1874년에 선보였다. 그녀의 과감한 도전은 전 세계 샴페인의 표준을 바꾸는 역사적인 전환점이 됐다.릴리 볼랭저는 제2차 세계대전의 포화 속에서도 볼랭저 하우스를 굳건히 지켜냈다. 특히 품질에 대한 그 어떤 타협도 거부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샴페인의 품질 유지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으며 “나는 행복할 때 샴페인을 마신다.”(I drink champagne when I’m happy.)는 명언을 남기며 볼랭저를 단순한 샴페인이 아닌 하나의 라이프스타일 아이콘으로 만들었다.카미유 올리-로드레 여사는 대공황과 전쟁으로 어려운 시기에 루이 로드레 하우스를 물려받았다. 그는 샴페인의 품질이 결국 포도밭에서 시작된다는 신념으로 최고급 포도밭을 공격적으로 매입했다. 그의 선구안적인 투자는 오늘날 루이 로드레가 최고의 샴페인 하우스 중 하나로 굳건히 자리매김하는 초석이 됐다.샴페인은 때로는 운명을 결정짓는 신화적인 상징이 되기도 했다. 오래전부터 선박 진수식에는 샴페인병을 뱃머리에 깨뜨리며 안전한 항해를 기원하는 전통이 있었다. 하지만 20세기 초 호화 여객선 타이타닉호가 이 진수식을 생략했고, 결국 첫 항해에서 비극적인 침몰을 맞이했다는 설은 유명하다. 이 이야기는 샴페인이 단순한 축복의 의미를 넘어, 성공과 안전을 기원하는 강력한 상징임을 보여준다.나폴레옹은 전쟁에 나설 때마다 모엣 샹동의 지하 셀러를 찾아, 칼로 샴페인 병의 목을 날리는 ‘사브라주’(Sabrage) 의식으로 승리를 기원했다. 하지만 그가 워털루 전투에 출정하기 전에는 이 의식을 치르지 못했고, 결국 전투에서 패배한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이처럼 샴페인은 역사의 중요한 순간마다 함께하며 때로는 승리의 예언, 때로는 실패의 복선으로 작용하는 신비로운 존재감을 드러냈다.샴페인은 다른 스파클링와인에 비해 가격이 비싸다. 그 이유는 단순히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넘어 역사적 가치와 규제 등이 가격에 온전히 반영되기 때문이다.원산지 명칭 통제(AOC)라는 프랑스 법규에 따르면 샴페인이라는 명칭은 프랑스 샹파뉴 지역에서 지정된 포도 품종·재배 방법·양조 방식에 따라 생산된 스파클링와인에만 사용할 수 있다. 샹파뉴 지역은 지리적으로 한정돼 포도밭 면적에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이곳의 포도밭은 세계에서 비싼 농지 중 하나다.샴페인은 한잔의 술이 아니다. 그것은 위대한 인물들의 찬사 속에서 가치를 인정받고, 불가능에 도전한 과학 기술의 힘으로 완성됐으며, 시대를 앞서간 선구자들의 영감으로 빚어진 하나의 종합 예술 작품이다. 이 모든 요소가 어우러져 샴페인을 단순한 음료를 넘어선 명실상부한 ‘궁극의 음료’로 만든다.

2025.07.0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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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단사태 극복에 성공한 GS건설

부동산 일반

GS건설이 지난해 영업이익 흑자 전환에 더해 역대 최대 신규 수주 실적을 올리는 등 검단 지하주차장 붕괴사고 여파를 극복한 모습이다. 지난해 기준 시공능력평가 6위를 기록한 GS건설은 2023년 10월 대표이사에 오른 허윤홍 대표가 회사를 이끌고 있다. 허 대표는 2023년 인천 검단에서 발생한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 후 GS건설의 ‘구원 투수’로 부임했다. 허 대표는 허창수 GS그룹 명예회장의 외아들이다. 1979년생으로 서울 한영외국어고등학교와 미국 세인트루이스대학교 국제경영학과를 졸업한 이후 미국 워싱턴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구원 투수로 부임한 허윤홍 대표지난 2002년 GS칼텍스 신입 사원으로 입사한 허 대표는 2005년 GS건설로 자리를 옮겼다. 재무와 경영혁신, 플랜트사업 등 회사의 여러 분야에 걸친 다양한 사업 및 관리 경험을 쌓으며 경영수업을 받았다. 본사뿐만 아니라 주택·인프라·해외플랜트 등 국내외 현장에서도 근무했다. 그는 지난 2013년 상무로 승진했고 ▲2016년 전무 ▲2019년 부사장 ▲2020년 사장에 이름을 올렸다. 이후 GS건설 입사 18년 만에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오르게 됐다.GS건설의 지난 2023년 실적을 살펴보면, 매출은 전년 대비 9.2% 증가했지만 387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는 검단아파트 사고로 인한 일시적 비용 5524억원 반영을 포함해 품질향상 및 안전 점검 활동 등을 포함한 보수적인 원가율 및 공사기간 반영으로 인한 것이다. 당시 신규수주 역시 국내 부동산 시장 침체 영향으로 10조1840억원을 기록, 전년 대비 36.6%나 감소했다.하지만 사고 발생 후 1년여가 지난 2024년 실적을 살펴보면 GS건설의 바뀐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GS건설이 지난 2월 발표한 2024년 경영실적을 살펴보면, GS건설은 신규수주 19조9100억원을 기록하며 창사 이래 최대 수치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95.5% 증가한 수치다. 종전 최대 신규 수주액은 2022년의 16조740억원이다. 건축주택사업본부에서는 부산 부곡2구역 주택재개발사업(6439억원), 청량리 제6구역 주택재개발사업(4869억원) 등을 수주했다. 플랜트사업본부에서는 사우디아라비아 파딜리 가스증설 프로그램 패키지2번(1조6039억원), 동북아 액화천연가스(LNG) 허브 터미널1단계 프로젝트(5879억)를, 인프라사업본부에서는 호주 SRL East 지하철 터널 프로젝트(5205억원) 등을 따냈다.아울러 GS건설은 지난해 매출 12조8638억원, 영업이익 2862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4.3% 감소했으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흑자 전환했다. 사업본부별 매출을 살펴보면 건축주택사업본부 매출이 9조5109억원으로 전년보다 7.1% 감소했다. 반면 인프라사업본부는 1조1535억원으로 4.5%, 플랜트사업본부는 4257억원으로 41.7% 증가했다.허 대표는 대표이사에 오른 뒤 브랜드 이미지 회복 및 조직 쇄신에도 많은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브랜드 이미지 제고를 위해 출범 22년 만에 주택브랜드 ‘자이’(Xi)의 리브랜딩을 추진한 것이 대표적이다.허 대표는 2024년 11월 진행된 ‘자이 리이그나이트’(Xi Re-Ignite) 행사에서 “더 이상 공급자 관점 브랜드는 고객에 통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기업이 혼자 만들어 출시하는 브랜드가 아니라 고객과 임직원, 우리 모두가 참여하고 공감할 수 있는 브랜드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밝혔다.GS건설은 대표 아파트 브랜드인 ‘자이’를 ‘고객의 삶에 대한 섬세한 통찰력으로 일상이 특별해지는 경험을 창조합니다’라는 의미로 새 단장했다. 새로운 자이는 2002년 선보였던 ‘eXtra Intelligent’(특별한 지성)에서 ‘eXperience Inspiration’(일상이 특별해지는 경험)으로 바뀌었다. 자이가 브랜드 이미지(BI)를 변경한 것은 22년 만이다.GS건설은 지난해부터 전체 현장에서 매월 첫 번째 주에 ‘안전 점검의 날’ 행사를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지난해 1월 열린 첫 번째 안전 점검의 날 행사에는 허 대표가 직접 참여해 신림~봉천 터널도로건설공사 2공구 현장을 방문하기도 했다.건설업계에서는 허 대표 취임 후 22년간 지켜오던 브랜드 ‘자이’를 리브랜딩한 것과 검단 사고를 교훈 삼아 현장 중심 경영과 안전 경영을 강화한 리더십이 호실적으로 이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지난 1분기 실적 역시 나쁘지 않다. GS건설은 올해 1분기 연결기준 매출 3조629억원, 영업이익 704억원을 기록했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 매출액은 0.26%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705억원 수준을 유지했다. ‘자이’ 리브랜딩 및 안전 경영 강화한 GS건설 GS건설의 신규수주는 4조6553억원으로 전년 동기(3조3018억원) 대비 41% 증가했다. 1분기 주요 신규수주는 건축·주택사업본부에서 ▲복산1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1조1392억원) ▲오산내삼미2구역 공동주택사업(5478억원) ▲신림1재정비촉진구역재개발정비사업(4616억원) 등이 있다. 그 외 사업본부에서도 7000억원이 넘는 수주고를 기록했다. 이는 GS건설이 연초 제시한 신규수주 가이던스(14조3000억원) 대비 32.6%를 달성한 것이다. GS건설 관계자는 “불확실한 대외 환경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외형 성장보다는 내실 중심으로 수익성 확보에 주력하고, 선택과 집중을 통해 지속 가능 경영의 기반을 탄탄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앞서 허 대표는 지난 3월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수익성과 수행력을 기반으로 한 선별적 수주 전략으로 내실을 강화하고 리스크를 철저히 관리하며, 신뢰받는 성과를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건설업의 기본인 품질과 안전을 우선시하고 위기관리총괄임원(CRO) 산하에 위기관리(RM)실을 신설해 리스크 관리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허 대표는 “자이 리브랜딩을 통해 공급자 중심의 사고에서 고객 중심으로의 전환을 이루겠다”며 “이를 위해 CX(고객경험)팀 신설 및 마케팅 조직을 개편했고, 자이 리브랜딩을 성공리에 실시했다”고 밝혔다.허 대표는 신규 사업 기회도 발굴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후 변화, 고령화와 같은 글로벌 이슈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며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중장기 로드맵을 체계적으로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2025.07.0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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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소와 코스트코의 성공 방정식 [허태윤의 브랜드 스토리]

전문가 칼럼

‘올다쿠’. 한국 유통업계의 3대 브랜드인 올리브영과 쿠팡, 다이소를 일컫는 신조어다. 그중에서도 가장 저렴한 제품을 파는 다이소의 성과는 상식을 뒤흔든다. 1000~5000원 가격의 생활용품을 파는 다이소는 지난해 3700억원의 이익을 냈다. 영업이익률이 9.4%에 이른다. 또한 미국의 유통 브랜드 코스트코가 한국 대형마트 시장에서 올린 성과도 눈부시다. 코스트코는 이 시장에서 지난해 기준 6조53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2186억원(영업이익률 3.3%)의 이익을 냈다. 월마트, 까루프 등 글로벌 유통 거인들이 줄줄이 짐을 싼 그 한국 시장에서 말이다. 다이소와 코스트코는 어떻게 한국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두 브랜드는 얼핏 보기에는 근본적으로 매우 다르지만 ‘다른 듯 같은’ 흥미로운 브랜딩 전략이 숨어 있다. 다이소의 발견 - 선택의 마법을 풀다다이소가 사업을 시작할 무렵 이 브랜드 앞에는 거대한 벽이 있었다. 이미 시장에는 수많은 ‘1000원숍’들이 있었고, 소비자들은 싸구려 물건을 파는 곳 정도로 인식했다. 그때 다이소의 전략은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다양한 상품을 들여놓되, 가격은 5000원 이하로 단 6가지로만 매기겠다는 것이었다. 500원, 1000원, 1500원, 2000원, 3000원, 5000원. 이때부터 다이소를 찾는 사람들에게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더 이상 가격을 비교하지 않게 된 것이다.올리브영에서 립스틱 하나를 사려면 수십 개 브랜드의 수백 가지 제품을 가격대별로 비교해야 한다. 하지만 다이소에서는 그냥 ‘2000원짜리를 살까, 3000원짜리를 살까’ 정도만 고민하면 된다. 뇌의 인지부하가 급격히 줄어든 순간이다. 또한 다이소는 특별한 광고를 하지 않는다. 제품의 본질을 손상하지 않는 범위에서 원가를 더 이상 줄일 수 없을 만큼 줄였다는 관점에서 보면 다이소의 이 원칙에는 고개가 끄덕여진다. 광고를 하지 않았지만 소비자 발길은 이어졌다. 특히 뷰티 부문 성과가 눈부시다. 지난해 화장품 매출은 전년 대비 144% 급증했고, VT코스메틱 같은 브랜드들이 올리브영 대신 다이소 입점을 택했다.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까지 다이소 전용 브랜드를 만들어 공급하기 시작했다.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다이소 쇼핑리스트’가 넘쳐났고, 외국인 관광객들이 한국 여행 필수 코스로 다이소를 꼽았다. 해외카드 결제도 50% 늘었다. 광고 한 번 없이도 전 세계적인 브랜드가 된 것이다. 코스트코의 실험 - 20만개를 4000개로미국의 유통 공룡 월마트에는 20만종이 넘는 제품이 있다. ‘가장 다양한 제품이 있는 곳’이 그들의 전략이다. 하지만 코스트코의 전략은 ‘전문가들이 고객을 대신해 각 카테고리별로 가장 좋은 제품 4000종을 선택하고, 가장 저렴한 가격에 제공’하는 것이다. 그리고 고객들은 ‘코스트코에 있는 건 이미 선별된 좋은 제품’이라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 선택의 시간을 줄여 고민이 사라지는 순간이다. 1994년 한국 시장에 진출한 코스트코 앞에는 월마트와 까르푸라는 선배들의 실패 사례가 있었다. 모두가 로컬화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코스트코는 정반대 길을 택했다. 전세계 코스트코가 동일한 원칙을 적용하는 표준화원칙 속에서도 로컬의 소비자들은 가격대비 더 높은 가치에 공감했다. 코스트코는 20년이 넘도록 변하지 않는 하나의 상징을 만들었다. 바로 ‘2000원 핫도그 세트’다. 물가가 오르고 원자잿값이 뛰어도 이 가격만은 절대 올리지 않았다. 이것이 무슨 의미인지 고객들은 본능적으로 안다. ‘이 회사는 절대 바가지를 씌우지 않는구나.’코스트코 역시 전통적인 광고를 하지 않았다. 대신 회원들의 입소문에 의존했다. 연회비를 받으면서도 광고비를 아껴서 그 돈을 다시 상품 가격 인하에 투자했다. 코스트코가 상품 마진율을 15%로 고정한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는 이마트의 절반 수준이다.결과는 어땠을까? 매장당 매출은 3436억원으로 국내 대형마트 평균의 4배를 기록했다. 영업이익의 72%가 연회비에서 나왔다. 상품은 ‘미끼’였고, 신뢰가 ‘진짜 상품’이었던 것이다.두 브랜드가 만나는 지점언뜻 보면 이 두 브랜드는 완전히 다른 길을 걸어온 듯하다. 그러나 본질을 들여다보면 매우 닮아 있다.첫 번째로 선택을 단순화했다. 무한한 선택지는 고객을 지치게 한다. 다이소는 3만개 상품의 가격을 6가지로 줄였고, 코스트코는 20만개 상품을 4000개로 줄였다. 그렇다고 선택의 다양성을 포기한 것이 아니다. 다양성은 브랜드가 책임지고, 고객의 선택 고민을 해소한 것이다.두 번째는 가격전략의 앵커를 만들었다. 앵커링은 배가 닻(anchor)을 내려 한 지점에 고정되는 것처럼, 첫 번째로 제시된 가격이 기준점이 되어 이후 모든 가격 판단에 영향을 주는 심리 현상이다.다이소의 1000원 제품, 코스트코의 2000원 핫도그 세트처럼 절대 변하지 않는 기준이 있으면 고객은 안심한다. 하나의 상품이 전체 브랜드에 대한 신뢰를 만들어낸다.세 번째는 광고보다 신뢰에 투자했다는 점이다. 좋은 가격과 좋은 품질 자체가 가장 강력한 광고다. 고객이 브랜드의 전도사가 되는 순간, 마케팅 비용은 자연스럽게 줄어든다.네 번째는 가격 이상의 가치 제공이다. 다이소는 1000원 제품에 1000원 이상의 만족감을 제공하고 코스트코는 연회비 이상의 혜택과 경험을 제공했다. 핵심은 고객이 이득을 봤다는 느낌을 지속적으로 주는 것이다.다이소와 코스트코의 성공은 우연일까? 복잡함을 단순하게, 의심을 신뢰로, 고민을 확신으로 바꿔준 브랜드가 승리한 것이다. 가장 아날로그적인 두 유통 브랜드가 보여준 원칙은 디지털 시대에도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브랜드들의 필수 조건이 될 것이다.허태윤 칼럼니스트(한신대 교수)

2025.07.0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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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넘어 인도까지...해외서 답 찾는 K편의점

유통

편의점 업계가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해외 미개척지 발굴에 속도를 낸다. 내수 시장은 이미 한계점에 임박했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시장 포화 상태에서 경기 침체 장기화로 소비는 위축됐다. 여기에 온라인 쇼핑 수요까지 급증하면서 오프라인 편의점의 영향력이 예년 같지 않다.너도나도 글로벌 영토 확장편의점 업계에서는 최근 이마트24와 CU의 행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그동안 누구도 진출한 적 없는 새로운 해외 시장 개척에 힘주고 있어서다.CU는 지난달 미국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미국은 세계 최초의 편의점(1927년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이 탄생한 국가다. 미국 시장 공략에 나서는 국내 편의점은 CU가 처음이다.CU 운영사 BGF리테일은 지난 1월 하와이 법인을 신설하고, 지난달 현지 기업(WKF)의 편의점 전문 신설 법인과 마스터 프랜차이즈(MFC) 계약을 체결했다. ‘MFC’는 현지 기업에 브랜드 사용 권한 및 매장 개설, 사업 운영권 등을 부여하고 로열티를 수취하는 계약 방식이다.해당 계약에 따라 CU의 해외 진출 국가는 몽골(2018년), 말레이시아(2021년), 카자흐스탄(2024년), 미국(2025년 10월) 등 총 4개국으로 늘어난다.BGF리테일은 오는 10월 중 하와이 CU 1호점을 오픈할 계획이다. 이후 다양한 상권으로의 출점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하와이는 연간 1000만명 이상이 다녀가는 미국 대표 휴양지다. BGF리테일은 현지에서 그동안 볼 수 없었던 K푸드 킬러 아이템으로 틈새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이마트24는 14억 인구 대국으로 불리는 인도 시장 개척에 나선다. 국내 편의점이 인도 시장에 진출하는 첫 번째 사례다. 이마트24는 지난달 1세대 한인 사업가 ‘피터 정’(Peter Jung)과 브랜드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브랜드 라이선스 계약’은 기업이 자사 브랜드·상표·캐릭터·특허·소프트웨어 등 지식재산권(IP)을 다른 기업이 상업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하는 대가로 로열티를 받는 방식이다.이번 계약에 따라 이마트24의 해외 진출 국가는 총 3개국으로 늘어난다. 현재 이마트24는 말레이시아(2021년 6월)와 캄보디아(2024년 6월)에 진출해 있는 상태다.이마트24가 인도 시장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낙점한 이유는 높은 경제성장률 때문이다. 인도는 지난 4년(2020~2024년)간 평균 8% 이상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전체 인구의 47%는 25세 미만이다. 그만큼 탄탄한 소비 시장이 형성돼 있다는 뜻이다.이마트24는 오는 8월 인도 마하라슈트라주 푸네(Pune) 지역에 현지 1호점을 오픈할 예정이다. 1호점에서는 노브랜드 상품을 비롯해 떡볶이·김밥·핫도그 등 K푸드가 판매된다. 이마트24는 오는 10월 2호점 출점 계획도 세웠다. 지속적으로 현지 점포 확대에 나설 방침이다. 한국은 이미 포화 상태...성장세도 주춤국내 편의점이 해외 진출을 본격화한 것은 지난 2017년이다. 당시 CU가 이란에 편의점을 오픈하면서 국내 편의점 최초 해외 진출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이후 GS25와 이마트24 등도 해외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현재 편의점 3사(CU·GS25·이마트24)의 해외 점포 수는 1400여 개에 달한다.이처럼 편의점 업계가 해외 시장 진출에 열을 올리는 것은 내수 시장의 한계가 명확해서다. 국내 편의점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국내 편의점 수는 5만5000여 개에 달한다. 인구 1000명당 1개꼴로 편의점이 있는 셈이다. 이는 한국보다 인구가 2배 이상 많은 일본(약 2200명당 1개)보다 많은 것이다. 국내 편의점들이 최근 무분별한 점포 확장을 지양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소비 위축과 온라인 쇼핑의 활성화도 편의점 업계의 공격적인 해외 시장 개척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경기 불황 장기화로 소비자들이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는 추세다. 이 여파로 편의점의 매출이 역성장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편의점 매출은 총 세 차례(2·4·5월) 전년 대비 역성장했다.소비 패턴 변화로 인해 오프라인 중심인 편의점의 영향력도 약화하고 있다. 국내 주요 유통채널 매출에서 편의점이 차지하는 비중(지난 5월 기준)은 전년 대비 1.2%포인트(p) 감소한 16.6%에 머물렀다. 같은 기간 온라인 매출은 전년 대비 2.9%p 늘어난 53.1%를 기록했다.업계 관계자는 “유관 부서에서는 현재 진출한 국가 외에 다양한 시장의 진출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며 “경기 침체와 시장 포화 등으로 내수에서만 지속 성장을 도모하는 데 분명한 한계가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2025.07.06 08:00

3분 소요
“100년 기업도 문 닫게 했다”...해커들의 새 수법 '랜섬웨어'는 무엇? [한세희 테크&라이프]

산업 일반

100년 역사의 독일 중소기업이 해킹 공격으로 파산을 선택하는 일이 얼마 전 벌어졌다. 100년 동안 냅킨을 만들어온 파사나(Fasana)라는 기업이 5월 랜섬웨어 공격을 당해 회사의 IT 시스템이 마비됐다. 랜섬웨어는 기업이나 기관의 컴퓨터 시스템에 침입, 데이터나 실행 파일에 암호를 걸어 못쓰게 만드는 악성 소프트웨어를 말한다. ‘몸값’을 뜻하는 ‘랜섬’(ransom)이란 말 그대로, 회사의 핵심 데이터와 운영 능력을 인질로 삼아 돈을 뜯어내는 사이버 범죄 수법이다. 파사나는 업무 시스템이 작동 불능 상태에 빠졌고, 송장 작성이나 주문 처리 같은 필수 작업도 할 수 없었다. 공격 다음날 하루에만 25만유로(약 3억7000만원) 상당의 주문을 받지 못했고, 2주 동안 손실은 200만유로(약 31억원)으로 불었다. 직원 급여 지급도 어려워졌다. 한달 가까이 시간이 지나도 일부 시스템은 여전히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결국 이 회사는 파산을 신청하고 새 주인을 찾고 있다. 해커는 IT 시스템을 장악해 공장 안 모든 프린터로 협박 메시지를 출력했다니, 출근해서 이 메시지를 본 직원들이 얼마나 놀랐을 지 짐작도 안 간다. 랜섬웨어와 같은 사이버 공격은 이처럼 ‘사이버’ 공간에 머물지 않고, 실체적 위협을 주고 있다. 영국에선 병원에 진단 및 병리검사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 랜섬웨어 공격을 당해 이 기업과 거래하는 대형 병원들의 진단과 진찰, 수술 등이 연달아 영향을 받았다. 1710건의 수술이 연기됐고, 환자 1만3500명의 혈액 샘플을 폐기했다. 영국 킹스칼리지 병원에서 최근 사망한 한 환자에 대해 병원측은 “사이버 공격으로 인한 병리진단 서비스 마비로 혈액 검사 결과 확인에 오랜 시간이 걸린 것”을 사망 원인 중 하나로 꼽았다. 2020년 독일에선 뒤셀도르프대학병원이 랜섬웨어 공격을 당해 IT 시스템이 마비되면서, 응급 환자가 제때 병원으로 이송되지 못해 사망하는 일도 있었다. 이 사건의 경우, 환자 사망 소식이 알려진 후 해커가 “대학을 공격하려 했는데 실수로 병원을 공격한 것”이라며 암호가 걸린 데이터를 푸는 키를 그냥 제공하긴 했다. 랜섬웨어는 얼마전 우리나라에서도 큰 문제가 됐었다. 국내 최대 온라인 서점 예스24가 랜섬웨어 공격을 당해 서적 판매와 공연 티켓 예매 등의 서비스가 6월 9일부터 1주일 가까이 장애를 겪었다. 국내 출판 시장의 가장 큰 판매 채널인 예스24 운영에 차질이 생기면서 많은 출판사와 작가들이 판매 부진을 겪었다. 공연장에서 입장권 구매 내역을 확인할 수 없게 돼 공연을 찾은 관객들이 불편을 겪기도 했다. 예스24를 공격한 해커는 랜섬웨어 공격을 풀어주는 대가로 금전적 이득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해커들의 쉬운 먹이감사실 예스24는 거의 전 국민이 사용하는 서비스라 해킹 공격으로 인한 장애가 곧 알려질 수 있었다. 하지만 일반 대중과 접점이 없어 잘 알려지지 않을 뿐, 기업들이 랜섬웨어 공격의 피해를 입고서도 쉬쉬하며 넘어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수천억원 매출의 중견 제조 기업이 랜섬웨어 공격을 당해 중요한 기술 기밀을 활용할 수 없게 되거나 제조 라인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피해를 겪기도 한다. 이런 기업은 매출 규모가 크고, 납기에 맞춰 제조 라인이 일정대로 돌아가야 하기에 업무 및 생산, 운영 시스템에 대한 공격은 기업 활동에 치명적 영향을 미친다. 반면 대형 IT 기업처럼 전문적인 보안 인력을 꾸려 날로 변화 발전하는 해커들의 공격 기법에 대응하기엔 무리가 있다. 결국 해커들의 좋은 먹이감이 되기 십상이다. SK쉴더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에서 확인된 랜섬웨어 피해 사례는 2575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122% 늘었다. 작년 4분기보다는 35% 증가했다. 또 신규, 변종 랜섬웨어 그룹이 끊임없이 나타나는 것으로 파악된다. 최근 랜섬웨어 공격은 여러 우려스러운 경향을 보인다. 암호화로 시스템을 마비시키는데 머물지 않고, 기업이나 조직의 민감한 데이터를 훔쳐 온라인에 유출하는 ‘이중 갈취’ 수법을 쓰는 사례가 늘고 있다. 사이버 범죄의 무서운 확산 속도 랜섬웨어의 서비스화도 확산 추세다. 랜섬웨어를 개발한 해커 조직이 다른 범죄자들에 랜섬웨어를 빌려주어 사이버 공격을 하게 하고, 수익을 배분하는 방식이다. ‘서비스로서의 소프트웨어’(SaaS)를 연상시키는 ‘서비스로서의 랜섬웨어’(RaaS)다. 랜섬웨어뿐 아니라 로그인 정보 탈취를 위한 멀웨어, 분산서비스거부공격(DDoS) 도구 등 여러 사이버 범죄 도구를 같이 제공하는 종합 서비스로 성장하기도 한다. 생성형 AI로 악성코드를 쉽게 만들거나 변형하고 설득력 있는 피싱 메일을 대량 작성해 보내 설치를 유도하는 등 사이버 범죄의 생산성은 계속 좋아지고 있다. 반면 선량한 기업이나 조직의 위험은 더 커진다. 중견 제조업과 비슷한 특징을 가진 곳들이 특히 위험하다. 많은 환자의 민감 의료 정보를 다루며 운영 시스템이 사람의 생명을 좌우하는 대형 병원, 역시 수많은 학생들의 개인정보를 가진 대학교나 교육 행정 기관 등에 대한 공격이 늘고 있다. 이런 곳들은 한마디로 ‘먹이감은 많고, 대응 역량은 부족한’(target rich, cyber poor) 곳들이다. 사회 전반의 디지털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반면, 이를 지킬 역량은 모든 조직에서 비례해서 높아지는 것이 아닌지라 랜섬웨어 같은 해킹 공격 위협은 당분간 계속 커질 수밖에 없다. 자칫하다간 랜섬웨어에 당해 꼼짝없이 돈을 물어줘야 할 처지에 빠질 수도 있다. 테러범과 협상하지 않듯 해커와도 타협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긴 하나, 비즈니스의 명운이 걸린 상황에서 원칙만 고수하기도 쉽지 않다. 피해 예방법은 사실 별로 재미없는 내용이다. 조직 내 전반적인 보안 투자를 늘이고, 의심스러운 이메일이나 문자메시지, 링크 등을 클릭하지 않는 등의 기본적 대응이 가장 기본이 되어야 할 것이다.

2025.07.0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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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자본 공시 시대…기업들이 준비할 것은 [대신경제연구소 ESG인사이트]

ESG

자연자본은 토양·수자원·생물다양성 등 인간의 삶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자연 자산을 의미한다. 2021년 출범한 자연 관련 재무정보 공개 태스크포스(TNFD)는 유엔환경계획 금융이니셔티브(UNEP FI), 유엔개발계획(UNDP), 세계자연기금(WWF) 등의 주도로 기업이 자연자본에 대한 의존도와 영향을 스스로 평가하고 공시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고 있다.기업들, TNFD 공시 대응 초기단계 머물러기업들은 기후 관련 재무정보 공개 태스크포스(TCFD) 이후 TNFD 공시도 본격적으로 준비하고 있지만, 사업장 인근 생태계 정보 수집과 정량화의 복잡성으로 인해 대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 결과 공시 수준에 큰 편차가 발생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기업들이 여전히 초기 대응 단계에 머물러 있다.자연자본 관리는 기업 생존과 국가 경쟁력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 생태계 서비스 손실, 감염병 증가, 생물다양성 감소 등의 이슈가 기업 공급망과 재무 건전성에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육류 기업 JBS는 아마존 불법 벌채 연루 의혹으로 이해관계자들의 신뢰를 잃고 투자자와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미국 증시 상장(IPO) 반대에 직면하는 등 실질적인 타격을 받았다. TNFD는 이러한 위험을 인식하고, 자연자본 관련 위험과 기회에 대한 공시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TNFD 공시는 ‘생물다양성 표준’(GRI 101), ‘지속가능성 공시 표준 생물다양성’(ESRS E4) 등 기존 자연자본 공시 내용을 포괄하며 공급망 전반에 걸친 자연자본 리스크 관리까지 요구한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500개 이상의 기업들이 TNFD 참여를 선언했고, 특히 제조업과 금융업 중심으로 공시문화가 확산 중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대부분의 기업들이 자연자본과 사업활동의 연계성을 입증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국내에서는 2024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한 178개사 중 40여 개사가 자연자본 공시에 대응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생물다양성 보존 활동의 언급 수준에 그친다.기업 대응 방안 핵심은 ‘자연자본 회계’그렇다면 기업들은 TNFD 공시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TNFD 공시는 ▲거버넌스 ▲전략 ▲위험 및 영향 관리 ▲지표 및 목표로 이뤄져 있으며, 각 영역별로 다음과 같이 공시해야 한다.우선 거버넌스 항목에서는 생물다양성 관리 조직을 공개하고, 전략 항목에서는 사업장별 자연자본 의존도·영향·재무적 위험을 명확히 기술해야 한다. 위험 및 영향 관리 항목에서는 모니터링 절차를 공개하는 한편, 지표 및 목표 항목은 TNFD 글로벌 핵심 지표 기반으로 작성돼야 한다. 그러나 현재까지는 이러한 요소들이 체계적으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 따라서 기업들은 다음과 같은 체계적인 TNFD 공시 대응 프로세스를 수립할 필요가 있다. 먼저 기업들은 자사 업종이 자연자본에 얼마나 의존적인지 평가한다. 농업·식음료·자동차 제조업 등이 대표적인 고위험 업종이다. 이어 자연자본 위험과 기회를 정량적으로 분석한다. 또한 자연자본 위험의 재무적 영향을 산출하고, 산림보호·생태계 복원 등 완화 전략을 수립한다. 마지막으로 TNFD 권고안에 따라 공시 지표 및 계획을 작성한다.이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자연자본 회계’다. 자연자본 회계는 생태계가 제공하는 물·공기·탄소 저장 등의 서비스를 경제적 가치로 환산해 회계 체계에 반영하는 시스템이다. 기업들은 자연자본 회계를 활용해 자연자본 위험 및 기회의 재무적 영향을 산정할 수 있다.기업들은 SEEA·TEEB와 같은 자연자본 회계 및 생태계 서비스 가치 평가 방법을 적극적으로 도입해 자연자본 위험의 재무 영향을 정량화해야 한다. SEEA는 유엔이 주도한 자연자본 회계방법으로, 국가 통계에 자연자본 정보를 통합하는 공식 회계 프레임워크다. 이는 기업 단위에도 점차 적용이 확대되고 있다. TEEB는 생태계 서비스의 경제적 가치를 측정하고 정책적 대응을 유도하는 국제 이니셔티브로, 공급 서비스·조절 서비스·문화 서비스로 생태계 기능을 분류해 평가하는 구조다.아울러 생태계 데이터의 접근성이 높아질 수 있도록 정부의 정책적 지원, 산업계의 자문, 학계의 생물다양성 위험 정량화에 대한 연구가 모두 절실하다. 필자는 고려대 보건환경융합과학부를 졸업하고 서울대 보건대학원에서 환경보건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PwC삼일회계법인 ESG Platform Team을 거쳐 현재 대신경제연구소에서 ESG 전략 수립, TCFD/TNFD 공시 대응을 담당 중이다. 중소벤처기업부 산업특화 ESG 지표 개발에 참여했으며, 이외에도 상장사들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작성과 평가 대응에 참여했다. 최근에는 세계자연기금(WWF)에서 주최한 제11차 기후행동라운드테이블(CART)와 2025 기업시민포럼에서 자연자본 공시 대응 전략에 대해 강연한 바 있다.

2025.07.0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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