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새 정부, 디지털자산 제도화 속도…‘기대’와 ‘우려’는
- [디지털자산 시대 열릴까]①
제도권 진입 ‘속도전’ vs ‘신중론’
“신뢰 기반 정교한 규제 설계 필요”

[이코노미스트 이승훈 기자] 이재명 정부 출범과 함께 디지털자산 산업의 제도화 논의가 급물살을 타는 가운데, 디지털자산 관련 입법과 정책이 잇따라 발표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디지털자산이 아직 법정통화나 국가 지급 수단으로 인정받기에는 ‘시기상조’라는 평가와 함께, 발행 주체에 대한 ‘신뢰 원칙’이 더 명확히 제도화돼야 한다는 우려의 시선도 제기된다.
이재명 정부는 출범 직후 디지털경제 혁신을 가속화하겠다며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 ▲토큰증권발행(STO) 법제화 ▲디지털자산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허용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추진 등을 포함한 ‘디지털자산 4대 전략’을 발표했다.
이와 함께 김용범 전 기획재정부 1차관이 초대 대통령실 정책실장에 임명되면서 가상자산 정책의 일관성과 금융 접근이 강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커졌다. 김 실장은 2022년부터 최근까지 국내 최대 블록체인 전문 투자사 해시드의 싱크탱크인 해시드오픈리서치에서 대표를 맡아 블록체인과 가상자산 산업의 미래에 관한 각종 연구와 제안을 주도해왔다.
국회도 본격적인 입법에 시동을 걸었다. 지난 6월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통령 직속 디지털자산위원회 설치와 스테이블코인 규율 등을 담은 ‘디지털자산기본법’을 대표 발의했다.
정부·정치권, 디지털자산 제도화 ‘속도전’
이에 더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빠르면 7월 디지털자산 혁신 법안을 발의한다. 해당 법안은 민병덕 의원이 발의한 디지털자산기본법과 별개로, 자본시장 활성화와 디지털자산 생태계의 체계화를 함께 달성하겠다는 목표 아래 준비됐다. 법안에는 금융위원회에 디지털자산위원회를 설치해 ▲디지털 자산 시장의 발전 계획 수립·추진 ▲감독·규제 방향 설정 ▲이용자 보호 방안 및 제도 설계 등의 역할을 하도록 한 내용이 담겼다.
디지털자산 현물 ETF 허용과 관련한 법안도 국회에 발의됐다. 민병덕 의원은 비트코인 등 디지털자산에 기반한 ETF를 제도화하는 내용의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6월 27일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금융투자상품의 기초자산과 신탁재산의 범위를 확대해 디지털자산을 포함시키는 것을 뼈대로 한다.
이를 통해 디지털자산이 ETF 등 금융상품의 기초자산으로 활용되도록 하는 한편, 신탁업자도 디지털자산을 수탁 및 관리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국내 투자자들은 디지털자산에 간접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제도권 금융상품을 이용할 수 있게 된다.
STO는 정치권과 금융당국에서 폭넓은 지지를 얻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며 법제화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STO는 ▲부동산 ▲미술품 ▲지식재산권 등 검증 가능한 실물자산에 직접 연계되어 가치의 원천이 명확하다. 또 블록체인의 장점을 활용하면서도 자본시장법에 기반한 투자자 보호 체계를 그대로 갖춘다는 점이 안전한 디지털자산으로 평가받는 배경이다.
업계에서는 기획재정부가 조각투자상품에 대한 과세 기준을 신설하며 실질적으로 STO 산업이 다루는 자산군에 대해 정부가 제도적 틀을 구축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고 있다. 증권사 등 주요 기업들도 STO 제도화에 대비해 관련 조직을 신설하고 기술 인프라를 선제적으로 개발하며 시장 대응에 착수하고 있다.

디지털자산 제도화 ‘기회’…법정통화는 ‘아직’
반면 한국은행이 주도해 온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실험 ‘프로젝트 한강’은 2차 테스트를 앞두고 실효성 논란과 민간 참여 비용 부담 문제로 정체 상태에 빠졌다. CBDC는 중앙은행이 기관용 디지털통화를 발행하고, 이를 기반으로 시중은행이 예금 토큰을 만들어 결제 및 송금에 활용하는 구조다.
한은은 일단 CBDC를 활성화하고 그 범위를 차차 넓히면 스테이블코인과 같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사업을 추진해 왔다. 하지만 민주당이 최근 발의한 디지털자산 기본법에 민간 기업들도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허용하는 내용이 담기면서 CBDC의 실효성에 대한 우려가 커 졌다.
한국은행은 그동안 통화정책의 실효성 저하 및 금융 안정성 위협을 이유로 스테이블코인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2025년 상반기 금융안정 보고서’를 보면 스테이블코인은 예금자 보호나 중앙은행의 최종대부자 기능이 결여돼 있어 시장 신뢰가 취약하고, 대규모 인출 사태인 ‘코인런’ 발생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외환 시장 안정성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경계의 목소리를 높였다.
다만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7월 1일(현지시간) 포르투갈 신트라에서 열린 유럽중앙은행(ECB) 포럼 정책토론에 참석해 핀테크 등의 요구를 거론하며 “새로운 수요가 등장한 상황에서 우리 계획을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은행 중심의 예금토큰 실험과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고수해 온 이 총재가 계획 변경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디지털자산 제도화가 빨라지는 가운데 전문가들의 시선도 엇갈린다. 일부 전문가들은 디지털자산이 지급·결제 수단으로 사용되기에는 아직까지 ▲가격 안정성 ▲유동성 ▲보편성 측면에서 미흡하다고 평가한다. 특히 법정통화와 경쟁하는 수준의 제도화는 과속 우려가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특히 디지털자산의 발행 주체에 대한 신뢰 원칙이 불명확하다는 점 등이 문제로 지적된다.
디지털자산 제도화를 찬성하는 측에서는 제도화를 통해 ▲투자자 보호 ▲시장 투명성 ▲혁신 기술 촉진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기회를 맞고 있다고 봤다.
디지털자산 업계 관계자는 “디지털자산은 분명 미래 금융의 한 축이지만 제도화는 산업을 키우는 도구이지 산업 자체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신뢰 기반의 정교한 규제 설계가 필요한 때”라며 “정부와 국회가 추진 중인 디지털자산 관련 법안들이 ‘균형 감각’을 담아낼 수 있을지가 한국이 디지털금융 허브로 도약할 수 있을지를 가르는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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